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파격
"파격" 내용보기
한참 전에 사놓은 책인데 읽지않고 겉표지만 바라보고 지냈다. 마치 숙성되어야 읽을 수 있기라도 하듯 내내 책상 위에, 자리를 바꿔 책꽂이에 있다가 며칠전에야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사전정보는 한가지. 수녀님이 쓰신 역사종교소설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점이 그렇게 뜸을 들이게 된 원인일 것이다. 왠지 고리타분하고 재미라고는 없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음을 감출 필요도 없
"파격" 내용보기

한참 전에 사놓은 책인데 읽지않고 겉표지만 바라보고 지냈다. 마치 숙성되어야 읽을 수 있기라도 하듯 내내 책상 위에, 자리를 바꿔 책꽂이에 있다가 며칠전에야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사전정보는 한가지. 수녀님이 쓰신 역사종교소설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점이 그렇게 뜸을 들이게 된 원인일 것이다. 왠지 고리타분하고 재미라고는 없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음을 감출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냥 종교서적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안했겠지만, 소설이라는데, 영성적인 문장들로 가득차 있으면 떨떠름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펴들고 몇페이지 넘어가기도 전에 그런 우려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저녁늦게 잡은 책은 몇시간 뒤에 새벽을 가리키는 시곗바늘때문에 아쉽게 놓아야했다.  그렇게 삼일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역사소설들의 매력은 실제 있었던 일들 사이의 간격을 작가의 상상 속 허구적인 내용들로 채우고 엮어놓아서 큰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짜집기한 내용때문에 누더기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패치워크가 되기도 하는 게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 '파격'은 그런면에서 너무 아름다워 왜 오려붙였을까 의아하게 생각할만큼 멋진, 언젠가 예술의 전당 전시장에서 봤던 조각보같은 느낌이다.

 

시대는 1834년에서 1847년 순조에서 현종때 이야기다. 중국 바닷가에서는 영국의 배들이 들어와서 아편을 팔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다. 조선은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러 가야했고 그걸 통역해주는 역관들이 따라갔고 그 먼길을 다니는 와중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러가지를 주고받고 있었으며 그 틈에 끼어 천주교가 들어왔다. 조선은 절대로 서양을 받아들이지않으려는 꽉 막혀있는 상태였는데 천주교가 서양세력을 끌고 들어왔다고 박해를 한다. 그러나 대국이라 믿었던 청나라가 영국의 배 몇 척에 어이없이 당하고 굴욕적인 조약을 맺는 상황을 본 일부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정에 이를 알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론을 현실화하는 데에 재주가 있는가보다. 유학도 받아들여 정치와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종주국인 중국보다 훨씬 더 심하게 매달려있었듯이, 서책으로 들여와 공부하다가 신앙으로 받아들인 천주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않으며 믿음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이 책에서 특히 강하게 조명한 부분은 이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  양반 상놈의 신분제 하에서 이같이 매력적인 가르침이 어디 있을까싶다. 그걸 지체높은 선비들이 먼저 받아들였고 돈많은 상인들이 이해했으며 세상을 넓게 바라볼 줄 알았던 역관들이 마당을 펼쳐줬고 신분이 미천했던 종과 궁녀와 그밖의 낮게 기면서 살던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서 희망을 품었었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인물들로는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하여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 역관이었던 유진길,

그의 어린 아들 유대철, 추사 김정희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 부분에 김대건 신부님이 작은 쪽배인 라파엘호를 타고 강경 나바위로 들어오는 대목에서는 울컥하기도 했었다. 추사 김정희가 끼어드는 대목도 재미있고. 힘들게 조선에 입국하는 서양인 성직자들. 그들과 함께 역관 김재연, 양반이었지만 거상이 되는 정시윤이 주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들은 아마도 허구 인물일게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들을 물질적으로 심적으로 도와주고 끌어주는 주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다수의  중국인들.

 

그리고 또 한 사람 내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은 여자, 초선. 김해 김씨라고 해서 더 그런가?  이 멋진 여주인공에게 내 모습을 투사해보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뭐 하나 나하고 비슷한 것도 없다만. 양반가문에서 태어나지만 종이 되어야했던 어머니에게 졸라 기녀가 되고,  한량인 김성희를 만나 첩으로 들어갔다가 종놈인 돌쇠를 통해 천주교를 알고서는 김성희를 떠난다. 천주교 교리가 전하는대로 다른 사람의 첩으로 사는 것은 죄를 짓는다는 것을 알고 헤어져줄 것을 요구한다. 김성희는 그 요구를 들어주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도 그 시절 양반사회의 법도를 깨트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초선을 정실부인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데 그럴 수 없었으니. 그 밖에 돌쇠와 정시윤, 다이전 등 여러 남자들을 애간장태우나 그녀에게는 오로지 한분 천주님만 계실뿐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랑이야기가 있지만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것은 없다. 수녀님이 작가이니 당연한걸까? 하여튼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흥미롭고 역사적인 내용은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들때문에 사실적으로 다가오고 천주교 신자들의 생활상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대상독자가 천주교 신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다. 누구라도, 특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k********i 2012.01.17.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파격
"파격" 내용보기
예로부터 기득권을 흔들어대는 신흥 종교의 탄생 혹은 국가의 통치이념을 반영하지 못하는 외래 종교는 때로 현재 집권중인 권력층에 커다란 위기감과 그에따른 거부감을 박해와 종교 전파자를 죽임으로서 세력의 확장을 막으려 했다. 예수에 대한 탄압과 죽임이 그러했으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던 삼국시대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
"파격" 내용보기

예로부터 기득권을 흔들어대는 신흥 종교의 탄생 혹은 국가의 통치이념을 반영하지 못하는 외래 종교는 때로 현재 집권중인 권력층에 커다란 위기감과 그에따른 거부감을 박해와 종교 전파자를 죽임으로서 세력의 확장을 막으려 했다. 예수에 대한 탄압과 죽임이 그러했으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던 삼국시대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는 과정을 실제 역사적 인물(김대건, 정약전 등)과 허구의 인물(김재연, 정시윤, 초선 등)이 섞여 Fiction과 Nonfiction을 넘나들며 당시 조선과 중국 접경, 북경, 광동, 마카오 등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그들의 신을 향한 열정과 종교적 신념을 '파격(破格)'이라는 단어로 압축하여 글을 전개해 나간다. 죽음을 초월하는 그들의 신념은 한편의 대서사시로 표현한다해도 부족함이 없는 벅차고 뭉클한 선각 지식인(先覺 知識人)들의 대하 드라마로 표현된다.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작가의 색갈이 확연하게 다르므로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듯.....

 

김재연은 역관으로 대(對) 중국 사신단의 수행원으로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18세기 초, 중반 중국에 밀려드는 서양문물과 학문을 접하며 세계정세에 눈을 뜨게 된다. 앞서 말한 선각 지식인의 전형으로 세상의 변화를 조정에 보고하지만 누구하나 그의 보고서에 귀기울이는 신료는 없었다.

껍데기를 깨고 나오지 못하는 조선의 모습에 실망하지만 조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큰 도움과 역할을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력자의 역할을 맡는다.

정시연은 김재연의 친구로 몰락한 양반의 후손이다. '사농공상'이라는 조선의 엄격한 신분제 안에서 과거시험이라는 탈출구를 기대하지만 조선 후기의 사회현실은 그를 무력감에 빠지게 만든다. 과거에 낙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재연을 만나 벗의 결의를 다지고 양반의 굴레를 벗어던져 상인의 길로 들어서 중국에서 대상(大商)이 된다. 초선을 사랑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다.

초선, 역시 몰락한 양반의 후손으로 집안이 망하며 기녀가 된다. 후에 어느 양반의 후실로 들어가 돌쇠라는 하인에게 천주교를 접하게 되고, 집을 나와 정시연의 도움으로 국경 근처 객주의 주인으로 조선 천주교 전파에 큰 힘이 된다. 매우 총명하고 의지가 강한 여인...정시연의 사랑을 거부하고 청나라 황실의 왕족인 다이전을 사랑하지만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을 하게된다.

다이전 장군은 기울어가는 청나라 황실의 왕족으로 청나라 조정에 염증을 느껴 조선과 중국의 국경을 지키는 태수로 부임하여 김재연, 정시윤, 초선과 인연을 맺는다. 멸망해가는 청나라의 근본이 되었던 만주를 그리워하는 선이 굵은 장수로 표현된다. 김재연, 정시윤, 초선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초선을 사랑하지만 초선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여 그녀의 곁을 떠난다.

 

이 작품의 마무리는 정시윤이 대상으로 성장하여 무역선을 제작, 미국과의 무역을 위해 떠나는 정시윤을 보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김재윤은 암울한 조선의 현실속으로 초선 또한 조선에서 장사를 시작하여 조선 천주교가 자리잡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하는 역할로 다이전 장군은 만주로 돌아가는 것으로 각자의 역할은 끝이 난다. 

 

근래 읽었던 작품중 가장 가슴에 남는 책이다. 

k****7 2012.10.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