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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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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하고 있는 시인선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시인의 말을 골랐다.열어놓고 보니 시인의 말이 가장 좋은 것이어서, 다 읽고도 뭐라 해야하나 마음이 심드렁하다.*이상한 유언을 쓰다가부끄러워 갑자기 살고 싶어 질 때*우리는 일요일처럼 설핏 웃었다 긴 밤이 덮쳤다 돌아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어둠만 되풀이되는, 그럴수록 귓바퀴를 돌던 물소리는 얼마나 환하게 반짝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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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출간하고 있는 시인선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시인의 말을 골랐다.

열어놓고 보니 시인의 말이 가장 좋은 것이어서, 다 읽고도 뭐라 해야하나 마음이 심드렁하다.


*

이상한 유언을 쓰다가

부끄러워 갑자기 살고 싶어 질 때


*

우리는 일요일처럼 설핏 웃었다 긴 밤이 덮쳤다 돌아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어둠만 되풀이되는, 그럴수록 귓바퀴를 돌던 물소리는 얼마나 환하게 반짝였던가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흔적만 남은 풍경이 너의 다리가 될 때까지 그쪽으로, 일요일은 걷고 또 걸었다


*

네 손바닥에 모르는 주소를 쓰고 겨울의 조난자들처럼 방을 찾던 저녁이었지 방은 아담했고 누런 벽지의 무늬와 흐린 불빛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언 몸을 녹이자 너는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웃엇고 나는 네 얼굴을 핥는다 자꾸 잠이 오는데 괜찮을까


*

위에 적은 시의 일부대로,


일요일의 미로, 긴 겨울


두 편이 좋았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18.02.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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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모르게어른이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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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이라는 시를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되고, 이 시를 구매하는 것을 결정했다. sns를 통해 시가 유통되는 과정은 참으로 희한하다. 부디, 시를 알게 된 사람이 시집을 구매하는 과정까지 오기를 참으로 바란다. 아무튼, 한 시만 골라서 사게 된 시집은...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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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이라는 시를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되고, 이 시를 구매하는 것을 결정했다. sns를 통해 시가 유통되는 과정은 참으로 희한하다. 부디, 시를 알게 된 사람이 시집을 구매하는 과정까지 오기를 참으로 바란다. 아무튼, 한 시만 골라서 사게 된 시집은...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된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달까. 말그대로 정말 좋았다. 한 어른아이로서.

i***3 2020.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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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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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겨울 때마다 그 짓을 했다 길고 나른하게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둘 중 하나는 죽기를 바라듯 그럴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게 징글징글해져 눈기 길게 찢어졌다 사랑이 없는 밤의 짙고 고요한 계절처럼 이 반복된 허기가 지나간 겨울을 연장시켰을까*이 시집에 수록된, 가장 좋아하고 책을 구입하게 만든 시인 <긴 겨울>의 첫 문장이에요 개인적으로 겨울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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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겨울 때마다 그 짓을 했다 길고 나른하게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둘 중 하나는 죽기를 바라듯 그럴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게 징글징글해져 눈기 길게 찢어졌다 사랑이 없는 밤의 짙고 고요한 계절처럼 이 반복된 허기가 지나간 겨울을 연장시켰을까

*

이 시집에 수록된, 가장 좋아하고 책을 구입하게 만든 시인 <긴 겨울>의 첫 문장이에요 개인적으로 겨울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얼룩진 계절이고, 무탈했던 여름에서 유탈한 겨울로 넘어간다는데서 가을까지 싫어하게 만드는데 그런 마음이 시에도 담겨있어서 묘한 동직감을 느꼈어요 이 시집을 겨울에 많이 꺼내볼 것 같아요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s*****v 2019.08.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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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향한 입구를 공유하면서 주머니에 짐작을 넣고...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우리는 서로를 향한 입구를 공유하면서 주머니에 짐작을 넣고...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내용보기
책상 너머, 책들의 산 너머 마약 방석에 고양이 용이가 있다. 곤하게 자고 있으면 곤하게 자고 있다고 푸시푸시 숨소리를 내기도 한다. 의자를 뒤로 물리고 책상을 돌아 그 너머에 다가가면 퍼뜩 고개를 들고, 쓰다듬으면 저도 내 손을 핥는다. 내가 쓰다듬기를 멈추고 손을 뗀 다음에도 고양이 용이는 내 손을 핥던 그 자세 그대로 내가 쓰다듬던 자리를 내처 핥는다. 나는 이 연
"우리는 서로를 향한 입구를 공유하면서 주머니에 짐작을 넣고...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내용보기

  책상 너머, 책들의 산 너머 마약 방석에 고양이 용이가 있다. 곤하게 자고 있으면 곤하게 자고 있다고 푸시푸시 숨소리를 내기도 한다. 의자를 뒤로 물리고 책상을 돌아 그 너머에 다가가면 퍼뜩 고개를 들고, 쓰다듬으면 저도 내 손을 핥는다. 내가 쓰다듬기를 멈추고 손을 뗀 다음에도 고양이 용이는 내 손을 핥던 그 자세 그대로 내가 쓰다듬던 자리를 내처 핥는다. 나는 이 연결이 좋아서 잠시 쓰다듬고 쓰다듬은 자리를 핥는 용이를 관찰하고는 한다.


   고양이 무덤


  내 고양이가 죽으면 어떤 무덤을 만들어줄까
  밤은 길고 낮은 멀리 있으니까


  죽은 자들의 무덤은 너무 좁고
  산 자들의 재앙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넓다


  매일 밤을 사라지지 않으려고 뼛속까지 버텼어


  언젠가는 화장터 앞 벤치에 앉아
  오래 하루를 보냈다


  말할 수 없는 이유들을 잊으려
  이유 없는 말들을 지껄이고 있었다
  검은 사람들이 나를 지워줄 때까지


  단풍은 붉고 푸르고 흔들린다
  갈라진 심장을 가진 자는
  자꾸만 뒤를 본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이
  유언으로 어울린다는 사실을
  죽은 자들을 견딜 수 있을까


  고양이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밤의 울음을 길게 운다


  망각이 자라는 자리에는
  풀 두어 포기


  밤새 팽이는 돌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른다


  표시의 영역과 표현의 영역, 나는 서로의 영역이 겹치고 헤어지는 장면을 목도하고, 고양이 용이는 그 자리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따듯한 말 한 마디 기꺼이 건네지 않고도 제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는 것에서 고양이의 권위는 발생한다. 반복되는 공간을 지루함의 기색 없이 긴 시간동안 누릴 수 있는 성정을 타고났으니 여러 개의 목숨으로 두터운 삶을 살며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붉음의 일, 금지된 것들의 탄생, 그리고 서서히 사라지는 세상의 감탄사들을 생각해내는 일 // 커튼을 열면 흩날리는 입술들 / 황달에 걸린 땅거미가 덮치면 / 모든 격렬한 것들이 눈을 감고 / 공중의 잎들을 세기 시작했다” - <사루비아> 중


  우리는 서로를 향한 입구를 공유하면서 누가 안이고 누가 바깥인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바깥인지도 구분하지 않는다. 문턱이 없는 문이 안으로 열리거나 바깥으로 열리는 것을 시샘하지 않는다. 입구가 출구가 되어도 출구가 입구가 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고 느리거나 빠른 걸음에 애달파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문 안팎의 손잡이가 하나의 방향으로 돌고 돌다가 불쑥 떨어져 나오면 얼른 주머니에 넣을 것이다.


   봄밤의 연인들


  월식이 얼마나 길어질까요


  가난한 애정 앞의 원숭이들처럼
  사랑은 무기력하고 기교는 칼날처럼 빛나던 순간들


  오늘의 잠은 더없이 단조로울 거예요


  절반만 완성된 불행에 광을 내는 이들의 이름을 연인이라 부르자 꽃잎을 수의처럼 입고 뛰어가는 아이들


  모든 것들이 몸을 감춘다 누군가는 사랑의 주기를 꽃으로 피우고 누군가는 이별의 주기를 꽃말로 지우기에


  우리는 하나의 부레만으로도 너무 많이 울었다


  바람도 없이
  날아오르는 봄밤의 음성들


  어디서 흘러들어 이렇게 뜨거운 귀가 되었나


  꽃이 어둠을 통과하고 어둠이 꽃이 될 때 비로소 드러나는 창백한 얼굴들 온몸에 꽃을 그려넣던 혼백들이 늦은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주머니에 담겨져 있는 서로의 의도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주머니 속의 풍경을 묻지도 않지만 서로의 주머니와 결별하지도 않는다. 나는 모든 사랑은 주머니 안에 있다고 짐작할 뿐인데, 이 짐작은 크기가 작아서 손으로 움켜쥐어도 뾰족 튀어나오지 않는다. 복원 가능한 형태이기도 해서 오래 만지작거려도 좋다. 주머니에서 꺼냈을 때 의도하지 않은 모양이 튀어나와도 놀랄 필요가 없다.


  “흔들리는 벽지 아래 서로의 손목을 쥐여주면 꽤 멋진 연인이 되었다 우리는 가짜와 진짜처럼 정말 닮았구나 시린 외풍이 불어와 겹겹의 바닥으로 쌓이는 밤 이불을 덮는 지루함도 없이 이 겨울을 나자 궁색하게 남은 목숨의 자국이나 껴안으며 가까워질수록 사라지는 표정처럼 지겨워 지겨워 태어난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울고 있었을 뿐인데” - <긴 겨울> 중


  얼마전 올 겨울은 길고 깊겠다고 고양이 들녘이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이런 우연을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다. 미세 먼지와 안개로 겨울 빛이 꽤 건조하다. 칩거에 안성맞춤인 추위가 기승이다. 겨울의 목록은 어중간하게 채워졌는데, 그 사이 해가 저물고 또다른 해가 시작될 것이다. 주머니에서 꺼낸 손잡이를 되돌려놓을 때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모든 사랑들은 갸륵하다.

 


박은정 /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 문학동네 / 127쪽 / 2015 (201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7.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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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때 샘에 비친 미래의 어른을 보고 경악하였으나...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이미 그때 샘에 비친 미래의 어른을 보고 경악하였으나...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내용보기
우물이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벌판 한 가운데에 우물이 있었고, 우물의 물이 넘쳐 벌판으로 흘러드는 꿈이었다. 그렇게 우물로부터 흘러넘치는 물과 함께 벌판으로 흘러든 첫 번째 것은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뼈만 남은 물고기였다. 하지만 물고기는 힘이 넘쳤고, 팔딱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물고기와 눈이 마주치기도 하였다. 아직 내가 소년이었던 시절에 꾼 꿈이
"이미 그때 샘에 비친 미래의 어른을 보고 경악하였으나... 박은정,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내용보기

  우물이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벌판 한 가운데에 우물이 있었고, 우물의 물이 넘쳐 벌판으로 흘러드는 꿈이었다. 그렇게 우물로부터 흘러넘치는 물과 함께 벌판으로 흘러든 첫 번째 것은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뼈만 남은 물고기였다. 하지만 물고기는 힘이 넘쳤고, 팔딱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물고기와 눈이 마주치기도 하였다. 아직 내가 소년이었던 시절에 꾼 꿈이었다. 소년이었던 내가 이제 막 소녀에게 구체적인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죽은 우물이 자라고 / 마음이 주검처럼 딱딱해질 때 / 소년은 소녀의 옆에서 / 아름답게 죽어가는 밤을 꿈꾼다 // 망아지처럼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 잠든 스커트 속으로 / 고아처럼 손을 집어넣으면 / 만개한 꽃을 꺾던 네가 / 십일월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 <꽃들은 어디에 있을까> 중


  오래 전에 꾼 꿈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선명한 풍경으로 살아남아 있는 꿈이다. 그 꿈 속의 다른 오브제들도 떠오른다. 풀어 헤쳐진 볏단, 얼굴은 없는 스커트와 그 아래의 발목, 우물의 벽이었던 뾰족한 돌들, 넘실거리는 물 바깥으로 올라와 있는 얇은 손목을 가진 팔, 그리고 이 오브제들의 한 가운데에서 실체를 갖지 못한 채 마치 다른 차원에서 우연히 낙오라도 한 것처럼, 뭉크의 절규처럼 소리 없는 공포에 사로 잡혀 있는 나...


   풍경


  아무것도 아닌 것이
  풍경이 되는 일은 아름답다
  회복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기도처럼


  가방을 열면
  너의 손이 담겨 있지
  의미도 무의미도 없이
  피어나는 꽃으로


  이상한 유언을 쓰다가
  부끄러워 살고 싶어질 때


  경계도 없이
  투명한 공중으로 던져올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나는 왜 여기에 없고
  너는 왜 여기에 있는가


  고통스러운 두 사람을 본다

 
  내가 만지는 네가
  웃고 있는 풍경


  나는 그 꿈 이후로 ‘돌아갈 곳을 잃었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생물학적으로 낙담하였다. 사회적 어른으로 용인이 되기 전까지 그 꿈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는 많은 사람에게 그 꿈에 대해 말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꿈 속의 넘실거리던 물이 휩쓸고 간 자리에 쓸쓸한 시간들이 남았다. 나는 그 시간들을 꾹꾹 밟아가며 어른이 되었다.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고 이제야 변명한다.


  “국경은 둥글고 / 우리는 돌아갈 곳을 잃었다 // 너의 인중에 파란 사과꽃이 피었구나 // 까마귀의 권태가 창을 내리치던 때 / 너는 두 눈을 가렸지 // 어제와 똑같은 이유로 / 인생을 망치는 기분이 어떠니 // 이렇게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 어떤 자세가 사랑스러웠는지 기억이 안 나 // 구름과 개가 한곳에서 운다 // 부러진 연필은 서랍 속에서 자란다 // 어제는 / 떠난 애인이 돌아와 / 벌거숭이 뼈를 묻었다” - 1. 회귀 <조감도> 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버린 탓에, 오랜 시간 어른임을 들키지 않고 살았다. 나는 끊임없이 회귀하고 싶을 뿐 한 뼘도 달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미욱함과 추레함을 달고 살았다. 취한 채로 십여 년, 혼절한 채로 또 십여 년을 살았다. 여기저기 꿈 이야기를 늘어놓아 비밀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서랍 맨 아래 칸에 비밀을 넣지 않은 것은 꽤 잘한 일이었다. 

 
  “꽃이 어둠을 통과하고 어둠이 꽃이 될 때 비로소 드러나는 창백한 얼굴들 온몸에 꽃을 그려넣던 혼백들이 늦은 사랑을 나눈다” - <봄밤의 연인들> 중


  꿈을 꾸고 며칠 지나지 않아 소년은 소녀를 만났다. 동네 어귀 깊은 우물, 이 아니라 동네를 한참 벗어난 야산의 작은 샘, 에서였다. 작은 구름 한 점 크기의 대나무 밭, 그 한가운데에 샘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소년과 소녀는 샘물을 마시고 신생아가 되어 버렸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샘물에 비친 미래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을 뿐이다. 소년과 소녀는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를 보았다, 이미 그때... 

 


박은정 /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 문학동네 / 127쪽 / 2015 (201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6.0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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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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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지만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상실감과 부재의 공포감이었다. 어쩌면 그것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풍경이 되는 일은 아름답다회복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기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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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상실감과 부재의 공포감이었다.

어쩌면

그것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풍경이 되는 일은 아름답다

회복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기도처럼

 

 

 

h********o 2019.03.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