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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한국인들이 영토의 크기에 너무 집착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광활한 영토를 다스렸던 고조선, 고구려와 같은 고대국가를 동경하고, 그러한 애착심이 결국 허황된 사론과 국수주의로 귀결된다며 날선 비판을 던진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민족주의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역사 마니아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국수주의 영토주의자?)을 비판하기에 앞서 해결할 의문이 하나 있다. 우리 사학계는 일제 사학자들이 그어놓은 시대별 국경선을 정확히, 세심하게 재점검했냐는 것이다. 식민사관 척결이라는 거창한 구호까지 나갈 필요도 없다. 일제가 한반도를 차지한 뒤에 연이어 만주국 건설, 중국 침략이 뒤따랐기 때문에 한반도와 만주지역,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국경선 문제는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해방 후 역사 문제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국경선 문제가 아니었을? 우리 사학계는 이 문제를 오랜 시간 방치했다.
이 책은 고려시대 북방 국경선 문제를 다룬 6편의 논문과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선을 다룬 1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다. 책의 핵심주제는 고려의 북방 국경선의 위치, 즉 강역의 범위를 고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서북방의 강동6주(이 책에서는 강동8주), 동북방의 동북9성의 위치를 집중 추적한다. 논문 저자들의 주장은 서희가 거란으로부터 받아낸 강동8주는 현재의 압록(鴨綠)강 동쪽이 아닌 과거에 압록수로 불린 요하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지역 명칭의 오기, 혼용, 변화, 이동 등을 이해하지 못한 학자들의 실수와 일제의 의도적인 축소 과정으로 인해 고려의 영토가 한반도 내로 후퇴했음을 설파한다. 윤관의 동북9성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기록들이 윤관이 개척한 최전방 국경선인 선춘령과 공험진이 두만강 이북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으나 우리 사학계 아직도 함흥일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도 활발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과거의 영토가 지금의 우리를 부귀하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영토를 이유삼아 지금의 우리의 것을 빼앗으려 든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한반도와 만주, 대한민국과 중국 간의 고대사 문제는 역사를 둘러싼 승패의 문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영토와 자주권의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경선의 진위여부를 따지기 앞서, 그러한 의문을 해결하자며 화두를 던지는데 이 책의 진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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