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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레슨‘은 호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애나 골즈워디가 쓴 소설 형식의 회고록이다. 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엘리오노라 시반에게서 음악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애나 골즈워드는 시반 선생님에게서 선택에 관한 운명적인 이야기를 듣는다.“피아노는 네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야. 피아노가 너를 선택하는 거지”.음악의 운명을 알게 하는 이 말은 ’피아노 레슨‘을 수놓는 주된 정서(情緖)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여러 작곡가들이 등장한다.
시반 선생님이 설명하고 애나가 연주하는 바흐,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드뷔시,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하차투리안 등은 그대로 피아노 레퍼토리의 보고(寶庫)이다. 시반 선생님은 음악과 작곡가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피력한다. 바흐는 지혜롭고 관대하고 너그럽기가 이 세상의 신(神)이나 다름없으며(27 페이지), 모차르트는 그 자체로 음악(44 페이지)이며 그의 삶은 그 자체가 사랑(135 페이지)이었다 등등...
가수가 되려는 꿈을 접고 아홉 살에 시반에게서 피아노 연주법을 배우기 시작한 애나는 듣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반 선생님의 인도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듣는 방식을 약간 바꿈으로써 피아노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애나는 오래 연습하는 것이 무조건 유익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주장하는 ’피아노의 거장들‘의 영향을 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시반 선생님에게서“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우여곡절 끝에 애나는 피아노 연습을 몸이 필요로 하는 습관처럼 여기게 되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허전한 마음을 느끼기에까지 이른다. 자신을 완전히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바꾸는 일에 매진한 끝에 애나는 유망(有望) 피아니스트 어워드에서 우승을 하는 등 뛰어난 연주를 선보인다. 애나는 시반 선생님에게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는다.“아홉 살 아이가 열세 살이 되고 다시 열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그녀(시반 선생님)는 나에게 예술과 창조에 대해 한두 가지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수십번씩 반복해서 설명했다.”는 애나의 회상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시반 선생님은 아주 높은 수준에서 음악은 삶의 방식이며 숨쉬는 방식이자 수용에 관한 방식임을 가르친다.
그리고 콘서트에서 연주자가 기쁘게 해야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음악임을 가르친다. 음악이 기쁘게 해야 하는 대상인 것은 작곡가의 정신, 인격, 의도, 논리 등을 연주에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나는 데뷔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전문 연주자의 길에 접어들지만 시반 선생님의 병(病) 소식을 듣게 된다. ’피아노 레슨‘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병상의 시반 선생님이 애나에게 예술에 대한 가르침을 펴는 대목이다. 시반 선생님은 큰 의미에서 상상력의 무한한 비행(飛行)인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 미학, 도덕성임을 가르친다.
애나는 자신의 스승이자 좋은 친구인 시반의 혼수(昏睡) 상태를 슬퍼하는 자신의 감정을 이기적인 것이라 여긴다. 애나는 병원에서 돌아와 시반 선생님이 종종 연주하곤 했던 쇼팽의 녹턴 op 27 - 2를 연주하며 자신의 연주가 기도라고 생각한다. ’피아노 레슨‘은 음악과 예술, 삶의 진면목은 물론 스승의 귀감(龜鑑)과 연주자의 구도적 면모 등을 보여준 감동적인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을 들은 듯 마음이 흐뭇하고 따뜻해지는 것은 애나의 문장력 덕분임은 덧붙여 말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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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0
-모든 곡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귀로 연주할 것. '똑똑한 가슴'과 '따뜻한 머리'를 가질 것
-평범한 음악가와 위대한 음악가의 차이는 아주 작은 차이다.
아주 조금 더 듣고, 아주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것..
-당장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다.
누구를 딛고 올라서려고 하면 안된다. 경쟁은 나 자신을 위해 이용해야 한다.
-배움은 아주 중요하다.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것이다.
-음악은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이다.
작은 나무들을 보고 즐기면서도, 항상 큰 숲을 기억해야한다.
-자신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음을 비판적으로 들으면서 연습할 수 있어야 한다.
-관대해지기.
모든 걸 혼자 차지하고 함께 나누려고 하지 않으면,
곧바로 소리가 죽어버린다. 음악은 삶의 예술이자, 나눔의 예술이니까..
-단어도 중요하지만 부호 역시 아주 중요하다.
모든 박자가 갖고 있는 정확한 문법을 알아야한다.
부호에는 정서적 관점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 !
-리듬은 생명이다.. 리듬 그 자체가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리듬은 멜로디이고, 화음은 리듬이고, 멜로디가 화음이다.
마치 심장, 간, 뇌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하나만 망가져도 생명은 없다 !
-연주할 때는 믿음을 가지기. 그리고 내가 믿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완전히 믿는다면 다른사람들도 날 믿을 것이다.
철부지 소녀에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회고록.
공감되는 글, 주옥같은 글들이 정말 많았다.
딱딱하게 쓰여있지 않아 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