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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방의 <바로크>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저자의 전작 <중세 미술의 도상>과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미술>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신간 소식도 기뻤지만, 다름아닌 바로크 미술을 다루는지라 더욱더 기뻤다. 개인적으로 바로크 미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바로크 미술에 대해 다룬 책이 거의 없어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입문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입문서 단계를 넘어선 바로크 미술서적은 사실상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바로크>는 바로크 미술의 정수가 폭넓게 두루 다루고 있다. 바로크는 유럽 전역의 왕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여러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맞물려 각자 특색있는 바로크 미술을 만들어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바로크 미술이 다르고, 스페인과 스페인 식민지의 바로크 미술이 또 다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임영방의 <바로크>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단순히 지역과 시대에 따라 바로크 미술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왜' 다른지를 사회적, 예술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바로크>는 미술을 중점으로 살펴보되, 미술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바로크 미술은 미술 자체로만 놓고 보면 반쪽짜리가 되어버린다. 웅장하니 멋지군, 이라는 감상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후원자의 모습을 그림에 그려넣거나, 후원자 가문의 문장을 그림의 일부로 녹여넣어 구성했다. 반면 바로크 시대에는 주문자를 칭송하는 정교한 알레고리를 그려넣었다. 장대한 신화 세계와 웅대한 신의 세계는 정교한 왕실 선전에 다름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한 선전에 그치지 않고, 왕실 선전에서 비롯된 미술 테마를 화려하고 고상하게 다듬어냈다. 마치 베르사유 궁전에서 님프들이 아폴론을 시중드는 조각상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왕을 표상해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또한 바로크 예술은 종합예술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건축, 조각, 회화의 경계선이 허물어져 융합된 미술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성당의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에 역동적인 포즈의 성상이 서 있어서 건축 조명효과와 조각이 합치되거나, 벽화와 건축이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구조로 되어 있거나, 조각과 그림이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하는 작품이 많다. 바로크 시대의 미술품이 그 예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으로 이전되지 않고 원래 있던 곳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원래 있던 곳에 원래 같이 있던 것과 함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예술, 동시에 대 지배층의 정교한 이데올로기가 예술로 승화된 예술이 바로 바로크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