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리에 갔다가 문학동네 서점에 들르게 되었다. 캡틴 샬럿이라는 책이 우연히 눈에 뜨였다. 뉴버리상 수상작이라는 보증수표 금메달을 단 책이어서였을까? 핸드폰으로 표지 사진을 찍어 두었었다. 그리고는 하퍼트로피 출판사의 페이퍼백을 주문했다. ![]()
그리고나니 문득 내 책꽂이에 Avi 의 책이 읽지 않은 채 꽂혀져 있는 것이 생각났다. 칙칙한 표지 때문에 선뜻 빼지 못하고 읽지도 않고 놔둔 것이다. 주문한 책이 오는 동안, 나는 Crispin 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는 생각도 없고 영혼도 없고,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형편없는 인생인 크리스핀이 안타까와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갔는데도 나는 음식을 먹기 전에 아이들이 노는 옆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마지막 결말을 읽어대는 주책(?)을 부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폭설로 한정없이 배송이 늦어지는 와중에 책이 도착했다. 말쑥하고 당돌하고 예절바르고 용기있는 아가씨 샤롯의 모험담을 읽는 데는 하룻밤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숨막히고 흥미진진해서,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이 바빴다.
중세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노로 자라난 크리스핀, 거지나 다름없는 처지이나 엄청난 대지와 저택을 가진 영주의 아들임이 밝혀지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인 크리스핀과, 미국 무역상이면서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부자 아버지를 가진 요조숙녀 샤럿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부자 아버지를 가진 것은 같으나 크리스핀은 아버지의 얼굴은 본 적도 없고, 글을 읽을 줄 도 모른다. 샤럿은 예절과 형식에 죽고사는 양가집 소녀이다. 이 두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신의 상황을 추호의 읫미도 없이 받아들이고 운명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다른 계급의 사람들은 만난 적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자신의 계급에 의심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절대절명의 고난의 순간,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평범한, 소박한, 너무나 가난한 하층계급의 친구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에서 아이에게 곱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어디 없으랴마는...나라면 내 딸이 어느 날 세상의 어두운 곳을 너무 많이 봐버려서, 이제는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닌, 철없는(?) 투사가 되어 내 앞에 섰을때의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들었다. 20년 전의 내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고, 10여년 후의 내 모습일듯도 하다. 곱게 키운 딸이 뱃사람이 되어 거친 선원들과 어울려 있다면 당화스럽기도 하겠지.나는 왜 주인공 샤롯의 모습보다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더 당황스럽고 활망한 느낌이 드는지...
확인 해 보진 않았지만, Avi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묘사나, 한 명 한명의 등장인물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부각되는 모습은 머리속에서 영화 한 편이 상영되는 기분이다. 고난 속에서 커가는 이들은 영화속 보다 현실에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책을 덮고서도 내 읽기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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