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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제가 좋아하는 한 지인의 홈페이지에 놀러 갔다가 교보문고에서 작성했다는 [건국 이후 베스트셀러 50]이라는 문건(?)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의무감 및 사명감(?)을 띄고... 그리고 [건국 이후 베스트셀러 50]에 드는 책을 한권 정도는 읽어보시라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은 작가와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한수산씨의 [부초]라는 작품입니다. 1977년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니...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이 작품보다 늦게 태어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네요. 책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작가에 대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한수산]이라는 이름 석자가 낯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소개하는 게 가장 좋겠죠? 한수산씨의 주요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소설로는 <해빙기의 아침>(1973), <부초>(1977), <4월의 끝>(1978), <바다로 간 목마>(1978), <욕망의 거리>(1981), <밤에서 밤으로>(1984), <거리의 악사>(1986), <모래 위의 집>(1991), <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1995), <말 탄 자는 지나가다>(1998) 등이 있고 <젊은 나그네>(1978), <저녁에는 그대여 아침을 꿈꾸어라>(1986), <이 세상의 모든 아침>(1996) 등의 수필집과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2000) 등의 산문집이 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소설의 내용 소개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살다 보니 흔히 말하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술을 배워서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서커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명'이라는 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명은 같은 유랑극단의 '지혜'를 사랑합니다. 원래 같은 곡예단 단원들끼리의 연애는 금지되었기에 사람들 몰래 연애를 할 수밖에 없지만, 하명은 지혜와의 사랑이 결실이 맺기를 꿈꿉니다.
또한 일월곡예단에는 '윤재'라는 나이 많은 마술사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인간 군상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난쟁이 어릿광대 '칠룡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았지만, 남자 집안에서 '광대는 창녀나 마찬가지'라고 반대해서 결혼을 할 수 없었던 석이네 등이 그렇습니다. 지혜나 석이네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아마도 상당한 거부감이 들기도 할 겁니다. 21세기의 정서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여성들의 모습이지만, 그것이 1970년대의 전형적인 여성들의 모습이었다고 본다면, 불과 30여년 사이에 사람들의 정서나 인식이 급변했다는 것을 또한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난쟁이 칠룡이는 참 정감가는 인물인데요... 오래 가지 않은 그의 로맨스도, 가슴을 애잔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부초]라는 작품은 '곡예단'이라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집단의 사람들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작품의 중반 이후로 가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로 인하여 단원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더라구요.
이 작품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가했다고 생각하기에 그대로 인용해봤습니다. 즉 [부초]라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곡예단'은 단지 조금은 독특해서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희한한 소재가 아니라, 근대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하명의 입을 통해서 작가가 하는 말을 통해 이러한 작가의 생각이 매우 잘 들어납니다. 하명은 늘어나는 아파트나, 불이 환하게 켜진 집들을 보면서, 그들과 자신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합니다. 물론 '근대화'라는 것이 그 발전의 수혜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날빛보다 밝은 천국'이었겠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그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계층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매우 지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부초와 같이 정처 없는-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초]를 통해서 근대화 과정과 그 와중에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초]는 단순히 곡예단이라는 소외된 집단의 고통과 애환, 슬픔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회 구조라는 것은 인간 개개인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한 개인은 그 앞에서 보잘 것 없고 하찮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한 믿음과 희망,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결코 좌절할 만한 것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이 책을 읽으셔도 좋겠고, 소설은 결국... 작가의 것이나 비평가의 것이 아닌, 독자의 것이니 만큼, 읽는 사람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만큼이 그 작품일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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