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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군대를 제대한 후 교직에 들어설 때까지 20여 년간 만화는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만화를 섭렵한 것은 아니었다.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었고,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다. 나의 관심 분야는 주로 역사였고, 좋아하는 작가는 고우영(추동성), 산호, 김종래, 임창, 박기정, 김민 화백이었다. ![]() 땡이 사냥기 1~4권
발간 당시 19권이던 작품을 4권으로 합본해서 발행했다. ![]() 땡이 사냥기의 캐릭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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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블로그 12월주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만화걸작선 작품들을 선택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 듯하고, 리뷰로 남긴 분들은 더 적을 수도 있으니 그런대로 의미는 있겠지요.
어린 시절에 우리 집에서는 시골에서 서점을 했었다. 당시에는 서점에서 일반 만화도 취급했으므로 1960년대의 만화들은 상당 부분 읽었을 것이다. 나의 취향이 아닌 순정만화는 거의 읽지 않았지만 사극 만화는 빼놓지 않고 읽었다. 내가 심취했던 작가로는 김종래, 박기정, 임창, 추동성(고우영), 김민이 생각난다. 이 분들의 작품은 눈에 띄는 것은 빠짐없이 읽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임창 화백이다. 특히 1964년에 『땡이의 사냥기』가 발표된 이래 여러 작품의 주인공이 된 땡이 캐릭터는 지금도 그리운 얼굴이다. 『땡이와 영화감독』,『땡이 내가 최고』,『땡이의 애견기』『옛날 옛날에』등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그런 그리움에 의해 2011년에 한국만화걸작선 열다섯 번째 작품으로 『땡이의 사냥기』가 4권으로 복간되었을 때 바로 구입을 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나의 기억력의 한계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졸업하기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표현하면 1964년에 『땡이의 사냥기』를 발표한 이래 1978년에 절필하기까지 15년 동안 저자의 책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 군대시절까지도 나의 취미 중에 하나가 만화보기였고, 저자의 책은 빠짐없이 본 셈이다. 특히 『땡이의 사냥기』같이 대표작은 몇 번 이상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받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캐릭터는 땡이 뿐이다. 옥희와 숙희는 왈가닥형과 얌전형의 캐릭터인데 누구누구인지 혼동이 되었으며, 주요 등장인물인 딱따구리와 노첨지 영감은 이름만 떠오를 뿐 얼굴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처음 읽는 듯한 기분이니 내가 이 책의 애독자였던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둘째, 약간은 실망스러운 느낌, 그러나 강렬한 향수를 느꼈다. 임창 화백의 전성기에 그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만화가였다. 나의 기억으로 『땡이의 사냥기』는 재미있는 명랑만화면서 사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긴 교육만화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읽으니 그리 재미있지도 않고, 사냥에 대한 상식도 평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총천연색 시네마코프는 기본이고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3D, 4D 영화도 양산되는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반세기 전의 영화를 본다면 실감이 나겠는가? 이 책의 구입 목적은 재미와 상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초등학교 시절 옛 소녀를 만났다. 나는 반백이 되었지만 그 아이는 그 시절 그대로다. 그녀가 아름답게 보일까? 아마도 이 나이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난 나의 관점에서, 더구나 인기절정의 아이돌 스타에 익숙한 내 눈에는 그 친구가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이 과거로 돌아갔다면 마음도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다시 또 보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땡이를 보면서 그가 닮고 싶었고, 옥희와 숙희를 보면서 그런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셋째, 임창 화백을 생각하면서 애잔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임창 화백의 캐릭터인 땡이는 1970년대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여러 작가들이 땡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름마저도 떵이, 땅이, 청이, 창이 등 유사했으니 거의 표절에 가까울 정도였다. 작품의 인기와 달리 작가로서 저자의 삶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당시 우리 만화시장은 일부 대형만화출판사 사장이 전국의 만화방 공급용 출판만화유통을 독과점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드러냈다. 이때 임창은 뜻있는 작가들의 힘을 모아서 땡이문고를 설립하고 독과점체제와 맞서 싸웠지만, 대형만화출판사의 공세에 밀려 뜻을 접어야 했다. 끝내 1978년에 절필을 선언했고, 환갑이던 1982년에 타계했다. 땡치처럼 올곧게 살려던 꿈이 무산되었다고 할까? 『땡이의 사냥기』가 복간되었듯이 저자의 꿈이 우리 만화시장에서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고, 아직도 아니라면 언젠가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반세기 전의 작품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사랑의 마음으로 볼 독자는 최소한 50대는 넘었을 땡이의 팬들이 아닐까? 그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고, 한국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소장품이 아닐까 싶다.
* 덧붙임 : 이 책의 권별 리뷰는 구입했을 때 작성했기에 참고로 덧붙입니다. (발간되고 4년이 지나도록 제가 유일한 리뷰어라니 슬프네요.) 1권 : http://blog.yes24.com/document/5257587 2권 : http://blog.yes24.com/document/5261806 3권 : http://blog.yes24.com/document/52686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