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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세계사/김윤태/책과함께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한편의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서구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되는 산업혁명에서부터 오늘날의 인터넷 혁명에 이르기까지 25가지의 중요한 사건과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진보적인 시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애써 경계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20세기 역사는 카를 마르크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요약한 말이다. 그가 20세기 역사에 커다란 불행을 안겨 주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이론을 잘못 이해하거나 악용하였기 때문임은,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행한 모든 잘못에 대해 마르크스를 비난하는 것은 예수의 이름으로 행한 모든 잘못에 대해 예수를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토니 벤의 말이 대변한다. 마르크스가 ‘자본’에 대한 책을 쓴다는 말을 듣고 “네가 자본에 대해 책을 쓰는 것보다 자본을 벌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보냈다는 마르크스 어머니의 일화는 웃음을 짓게 만든다. 잘난 놈은 살고 못난 놈은 죽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사이비 과학인 우생학과 나치의 극단적인 인종주의로 변질되었으며, 미국만이 진리와 보편적인 인간적 가치를 소유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또 다른 제국주의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사고는 이슬람 문화의 매도에 대한 극단적인 반발인 9.11테러로 표출된다. 이것을 문명충돌이라는 해석하는 것 역시 미국 중심의 기독교적인 시각에 다름 아니며 이슬람 문명이 기독교 문명보다 더 폭력적이며 위험하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으면 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이라는 말의 원래 뜻은 ‘전장에서도 경전의 가르침을 잊지 말라’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히틀러와 나치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당시 많은 지식인들과 다수의 시민들이 나치에 협조하거나 무언의 지지를 보냈던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전쟁이었음에도 독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유럽 지도자들의 큰 실수를 덮기 위함이라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분석을 인용한다. 각국의 복지 정책 논쟁과 관련해서, 교육과 훈련을 실업자들에게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그 고용기회를 거부하는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를 감소하거나 중단하는 토니 블레어의 복지 정책은, 실업급여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일자리를 찾은 노력이나 의지조차 망각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관련하여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공과를 함께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의 민주화 운동 고비마다 들어나는 미국의 역할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서구 자본가들이 민주주의를 지지했던 역사적 사실에 비해 한결같이 독재 권력의 편에 섰던 우리 기업들의 행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독자들의 지적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제목은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교양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다분히 의도적인 문구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의 그러한 고도의 전략은 충분히 성공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