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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빌리에 드 릴아당(1838~1889)의 단편 소설 모음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괴기스러운 소재를 전형적인 19세기 유럽 소설 분위기로 담아낸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 2012/08/24에 작성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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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만나보는 17번째 작가는 바로 빌리에 드 릴아당이다. 지금까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서 소개된 작가들은 최소한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거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에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보르헤스가 왜 이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빌리에에 대한 보르헤스의 언급은 아래와 같이 씌어져 있다. 상상 속에서 결투하고 공존하는 슬픈 주인공을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느꼈던 이 빈곤한 신사는, 프랑스 문학사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남겼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접하는 작가이기에 빌리에에 대한 보르헤스의 평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 실린 7편의 작품들을 통하여 나는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를 그려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곧바로 위의 보르헤스의 평을 연상시킬 수 있었다. 실제 이야기의 소재도 옛 친구가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결투를 신청하고, 그 결투에서 목숨을 잃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마치 고흐의 자화상처럼 빌리에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요 소재로 사용된 '결투'에 가려진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백작 출신의 귀족으로서 빈곤한 삶을 살아갔던 빌리에의 심경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법으로 금지된 전통 방식의 결투는 어찌보면 점점 사라져가는 귀족의 특권 의식을 상징하는 것이고, 이러한 결투를 슬픈 이야기로 담아내는 작가의 모습은 과거 휘황찬란했던 귀족 생활에 대한 아련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빌리에 드 릴아당은 백작으로서 1800년대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프랑스 역사와 결부짓는다면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지난 1800년대에는 점차 시민사회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과정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귀족 출신인 빌리에는 점점 소외 계층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빌리에 드 릴아당은 작품 속에서 그러한 자신의 소회를 조금씩이나마 표현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좀더 직접적으로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작품처럼 보여진다. 이 외에도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 역시 주요 등장 인물 및 배경이 귀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책의 제목이자 작품이기도 한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역시 등장인물 모두가 귀족 출신이고,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인물 역시 귀족이라는 공통점으로 금새 친밀해지는 모습은 과거 귀족들의 향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의문의 남자가 처형장을 떠돌아다니면서 처형의 순간과 같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인물이라는 다소 신비스러운 설정으로 순식간에 공포감을 주면서 순식간에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보르헤스가 생각하는 빌리에의 특징으로 소개되고 있다. 보르헤스는 빌리에의 작품으로부터 애드러 앨런 포우의 신비스러우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여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어느 귀족의 이야기를 다룬 <베라>, 중국이라는 동양적인 배경을 이용하여 이 역시 신비함을 물씬 풍기는 <체일라의 모험>, 중세 스페인에서 행해진 종교재판이 성행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최고의 고문이라는 반전을 보여주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아마도 여기에 속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빌리에의 이러한 신비함은 약간 공포에 가까운 포우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수긍할만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외에도 몇몇 작품에서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특징을 마치 사진으로 순식간에 묘사하듯이 빌리에 역시 그의 작품을 통하여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자보 여왕>에서는 샤를 6세 시대의 프랑스의 잔혹한 궁정 권력을 이자보 여왕의 행위로 담아내고 있으며, <어떤 내기>는 당시 카톨릭교의 종교적 교리에 대하여 풍자와 해학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은 스페인의 종교재판의 가혹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짧은 단편이지만, 그 단편 속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할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혀 생소한 작가의 모르는 작품들로 시작하였지만, 어느덧 이 책을 읽는 순간 오히려 빌리에 드 릴아당에 대하여 많은 생각과 관심을 갖게 된다. 책에서 설명된 그의 생애를 떠올리면서 그의 작품들이 돈키호테와 같이 점점 사그러져가는 귀족이라는 계층에 대한 환상을 좇는 느낌을 주면서도 신비와 위트와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보여줌으로써 보르헤스의 말처럼 프랑스 문학사에 나름의 이미지를 확립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이 책을 포함하여 3권 정도 그가 쓴 책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빌리에 드 릴아당에 대하여 알게 되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2권을 통하여 그에 대하여 좀더 알아보고 싶다.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서 꽤 다수의 작품을 남긴 빌리에 드 릴아당! 아마도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이 살아가던 현실에 대하여 극복하고, 옛 향수를 느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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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마티외 필리프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 보르헤스의 소개에 따르자면 작가는 백작이라는 출신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였다. 아마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귀족들이 그러하였듯 저물어가는 시대로부터 발을 빼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성큼 내딛지 못한 탓이리라. 그러함에도 (이 작품집에는 실리지 않았으나) 《미래의 이브》라는 공상과학소설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할만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자신이 도달하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그려봄으로써, 자신이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환상을 채우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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