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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빌리에 드 릴아당(1838~1889)의 단편 소설 모음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괴기스러운 소재를 전형적인 19세기 유럽 소설 분위기로 담아낸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
"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빌리에 드 릴아당(1838~1889)의 단편 소설 모음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괴기스러운 소재를 전형적인 19세기 유럽 소설 분위기로 담아낸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1. 베라
 
주인공은 베라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귀족. 두 사람은 오직 두 사람의 사랑만 탐닉하며 세상과 인연을 끊은채 은둔한 듯 삽니다. 그런데 베라가 먼저 죽게 되자, 주인공은 넋이 나간 듯 슬픔에 빠진 나머지 베라가 아직 살아 있다는 듯이 행동하며 지냅니다. 그렇게 되길 1년째 되자 주인공은 정말로 베라가 살아 움직이며 곁에 있는 것을 보는데, 그 순간 베라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며 모든 이상한 행동을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제 어떻게 해야 베라를 만날 수 있겠냐고 절규하자, 대답처럼 베라의 무덤으로 가는 문 열쇠가 어딘가에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타나고 주인공은 환히 웃습니다.
 

 
2. 이자보 여왕
 
퇴폐적인 방탕한 생활을 하는 왕비, 이자보 여왕은 부유한 바람둥이, 드몰과 바람이 납니다. 드몰은 그러다가 한 젊은 여자가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말을 무심코 하게 됩니다. 얼마후 방화로 그 젊은 여자의 집에 불이 났는데 그 시각 드몰은 왕비와 같이 있었습니다. 왕비는 드몰이 젊은 여자를 납치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누명을 씌웁니다. 드몰은 방화사건이 벌어지던 때에 왕비와 바람나서 같이 있었다고 말하면 어차피 처벌을 받기 때문에 알리바이를 댈 수가 없습니다. 드몰은 고문을 받는데, 드몰의 변호사가 드몰을 불쌍히 여겼는지 돈받고 그랬는지 대신 드몰인척 하고 감옥에 갔다가 바퀴에 매여 죽는 판결을 받아 죽어버리고, 드몰은 간신히 국경 밖으로 탈출은 하지만 역시 고문 후유증으로 곧 죽습니다.
 

 
3.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
 
어떤 극작가가 자기가 본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어머니를 욕했다고 권총 결투를 벌였다가 결국 패하고 죽은 사람의 이야기인데,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던 닳고 닳은 이야기이지만 이 일은 지어낸 일이 아니라 실화라는 점을 강조해서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그 극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그 내용을 한 소설가에게 알려주고, 그래서 소설가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꾸며 쓰기로 했다는 것이 끝부분.
 

 
4.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카니발 축제에서 방탕하게 놀던 사람들은 깊은 밤 신비로운 분위기의 부유한 귀족 한 사람을 만나서 같이 놉니다. 그런데 그 귀족이 떠난 후, 한 의사로부터 그 귀족은 어릴 때 부터 괴상한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어서, 사람을 고문하고 잡아 죽이는 것을 황홀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그런 나머지 돈을 주고 사형집행인이나 고문하는 사람의 역할을 일부러 대신 맡아하기를 즐기면서 잔혹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여 보는 사람이란 것이 밝혀 집니다. 많은 사람이 사형되었던 19세기 정치 격변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5. 체일라의 모험
 
중국에 어느 무서운 폭군이 있습니다. 어느날 체일라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자신은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고 이 깨달음을 쉽게 말해줄 수 있는데, 만약 폭군이 이 말을 듣고 나면 폭군을 위협하는 반역심 품는 신하가 누구인지를 환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폭군은 반신반의하여 헛소리이면 바로 잔인하게 고문해 죽이겠다고 한 뒤에 체일라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합니다. 그러자 체일라는 자기는 공주를 사랑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서, 자기가 깨달은 것이란 폭군이 자기에게 공주를 주고 막대한 상금도 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폭군에게 말하는 이유는 이러합니다. 폭군이 체일라를 죽이면 사람들은 역시 반역심을 품고 있는 신하를 알아낼 묘수 따위는 없었다고 생각할것이고, 폭군이 의심을 품고 있는다는 사실은 알게 되어 결국 폭군 몰래 반역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폭군이 체일라에게 상을 내리면 사람들이 저 무서운 폭군이 아무 이유 없이 상을 내리지는 않을테니 정말로 폭군이 반역심을 품는 신하가 누군지 알아내는 비술을 배웠을 거라고 생각하고 모두 두려워하며 진심으로 복종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폭군은 고민 끝에 결국 체일라에게 상을 내립니다.
 

 
6.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스페인 종교재판, 이단심문 시기. 지하감옥에서 혹독하게 탄압 받으며 절망적으로 두려움과 괴로움만 느끼던 한 유대인이 있습니다. 이 유대인은 어느날 지하 감옥에서 탈출할 기회가 조금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대인은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내어 고생 끝에 탈출합니다. 유대인은 감옥 밖을 뛰어 나가며 탈출에 성공했다고 꿈처럼 기뻐합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종교재판의 판관이 나타나 유대인을 끌어 안으며 가련하다고 말을 하며 다시 붙잡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유대인이 탈출에 성공했다고 좋아한 순간 다시 실패시켜 절망감을 맛보게하려는 야비한 술책이었던 것입니다.
 

 
7. 어떤 내기
 
한 종교인이 부유한 도박사들이 하는 도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밑천을 다 날리자 종교인은 밑천 대신에 자신이 얻은 종교상의 비밀을 걸테니 도박을 계속하자고 합니다. 도박사들은 논쟁 끝에 그것을 받아 주지만 결국 종교인은 이번에도 도박에서 집니다. 그러자 종교인은 비밀을 말해준다면서 "연옥은 없다" - 따라서 천국에 못가는 영혼은 영원이 구제 받을 길 없이 지옥에서 영영 고통 받는 길 밖에 없다 - 는 이야기를 해 주고 떠나갑니다. 도박하던 사람들은 도박에서 진 놈들이 흔히 하는 저주일 뿐 아무 의미가 없는 소리라고 하지만, 모두들 왜인지 두렵고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면서 헤어집니다.
 

 

 
"희망고문"이라는 좀 어이 없는 종종 쓰이는 표현의 근거로 보일만한 이야기인,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아마 가장 유명한 이야기 아닐까 생각 합니다. 내용은 간단한 생각 하나를 이야기로 꾸며낸 것인데, 배경을 설정한 것이 잘 들어 맞는데다가 희망을 품고 절망을 느껴가는 절절한 심경 묘사에 할애한 것이 잘 되어서 읽기에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이자보 여왕"은 묘사가 적은 대신 딜레마 상황을 잘 짠 줄거리가 살고, 반면에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이 카니발 밤 분위기와 괴기스러운 심상 묘사가 잘 사는 이야기 였습니다. 둘 다, 그 시대 배경의 프랑스 사회 모습을 풍자하듯 살짝살짝 비춰낸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액자 소설 형식을 꼬이게 하면서 재미를 내 보려고한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와 호들갑스러운 당시 유럽 소설식 묘사만 빼면 정말로 "한비자"나 "장자" 같은 중국 고전에 실린 예시 우화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체일라의 모험"도 살펴 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12/08/24에 작성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g******r 2024.02.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 빌리에 드 릴아당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 빌리에 드 릴아당"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만나보는 17번째 작가는 바로 빌리에 드 릴아당이다. 지금까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서 소개된 작가들은 최소한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거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에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보르헤스가 왜 이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빌리에에 대한 보르헤스의 언급은 아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 빌리에 드 릴아당"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만나보는 17번째 작가는 바로 빌리에 드 릴아당이다. 지금까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서 소개된 작가들은 최소한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거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에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보르헤스가 왜 이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빌리에에 대한 보르헤스의 언급은 아래와 같이 씌어져 있다.

 상상 속에서 결투하고 공존하는 슬픈 주인공을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느꼈던 

 이 빈곤한 신사는, 프랑스 문학사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남겼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접하는 작가이기에 빌리에에 대한 보르헤스의 평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에 실린 7편의 작품들을 통하여 나는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를 그려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곧바로 위의 보르헤스의 평을 연상시킬 수 있었다. 실제 이야기의 소재도 옛 친구가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결투를 신청하고, 그 결투에서 목숨을 잃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마치 고흐의 자화상처럼 빌리에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요 소재로 사용된 '결투'에 가려진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백작 출신의 귀족으로서 빈곤한 삶을 살아갔던 빌리에의 심경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법으로 금지된 전통 방식의 결투는 어찌보면 점점 사라져가는 귀족의 특권 의식을 상징하는 것이고, 이러한 결투를 슬픈 이야기로 담아내는 작가의 모습은 과거 휘황찬란했던 귀족 생활에 대한 아련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빌리에 드 릴아당은 백작으로서 1800년대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프랑스 역사와 결부짓는다면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지난 1800년대에는 점차 시민사회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과정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귀족 출신인 빌리에는 점점 소외 계층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빌리에 드 릴아당은 작품 속에서 그러한 자신의 소회를 조금씩이나마 표현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좀더 직접적으로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작품처럼 보여진다. 이 외에도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 역시 주요 등장 인물 및 배경이 귀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책의 제목이자 작품이기도 한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역시 등장인물 모두가 귀족 출신이고,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인물 역시 귀족이라는 공통점으로 금새 친밀해지는 모습은 과거 귀족들의 향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의문의 남자가 처형장을 떠돌아다니면서 처형의 순간과 같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인물이라는 다소 신비스러운 설정으로 순식간에 공포감을 주면서 순식간에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보르헤스가 생각하는 빌리에의 특징으로 소개되고 있다.


 보르헤스는 빌리에의 작품으로부터 애드러 앨런 포우의 신비스러우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여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어느 귀족의 이야기를 다룬 <베라>, 중국이라는 동양적인 배경을 이용하여 이 역시 신비함을 물씬 풍기는 <체일라의 모험>, 중세 스페인에서 행해진 종교재판이 성행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최고의 고문이라는 반전을 보여주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아마도 여기에 속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빌리에의 이러한 신비함은 약간 공포에 가까운 포우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수긍할만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외에도 몇몇 작품에서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특징을 마치 사진으로 순식간에 묘사하듯이 빌리에 역시 그의 작품을 통하여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자보 여왕>에서는 샤를 6세 시대의 프랑스의 잔혹한 궁정 권력을 이자보 여왕의 행위로 담아내고 있으며, <어떤 내기>는 당시 카톨릭교의 종교적 교리에 대하여 풍자와 해학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은 스페인의 종교재판의 가혹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짧은 단편이지만, 그 단편 속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할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혀 생소한 작가의 모르는 작품들로 시작하였지만, 어느덧 이 책을 읽는 순간 오히려 빌리에 드 릴아당에 대하여 많은 생각과 관심을 갖게 된다. 책에서 설명된 그의 생애를 떠올리면서 그의 작품들이 돈키호테와 같이 점점 사그러져가는 귀족이라는 계층에 대한 환상을 좇는 느낌을 주면서도 신비와 위트와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보여줌으로써 보르헤스의 말처럼 프랑스 문학사에 나름의 이미지를 확립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이 책을 포함하여 3권 정도 그가 쓴 책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빌리에 드 릴아당에 대하여 알게 되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2권을 통하여 그에 대하여 좀더 알아보고 싶다.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서 꽤 다수의 작품을 남긴 빌리에 드 릴아당! 아마도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이 살아가던 현실에 대하여 극복하고, 옛 향수를 느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g*******7 2016.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몰락해버린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은 몽상과 우화의 기질...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몰락해버린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은 몽상과 우화의 기질...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내용보기
장 마리 마티외 필리프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 보르헤스의 소개에 따르자면 작가는 백작이라는 출신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였다. 아마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귀족들이 그러하였듯 저물어가는 시대로부터 발을 빼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성큼 내딛지 못한 탓이리라. 그러함에도 (이 작품집에는 실리지 않았으나) 《미래의 이브》라는 공상과학소설의 단초를 마련
"몰락해버린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은 몽상과 우화의 기질...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내용보기

장 마리 마티외 필리프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 보르헤스의 소개에 따르자면 작가는 백작이라는 출신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였다. 아마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귀족들이 그러하였듯 저물어가는 시대로부터 발을 빼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성큼 내딛지 못한 탓이리라. 그러함에도 (이 작품집에는 실리지 않았으나) 《미래의 이브》라는 공상과학소설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할만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자신이 도달하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그려봄으로써, 자신이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환상을 채우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상상 속에서 결투하고 공상하는 슬픈 주인공을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느꼈던 이 빈곤한 신사는, 프랑스 문학사에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남겼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베라」.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젊은 아내가 죽었다. “그리고 이름도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p.20) 아내가 죽은 바로 그날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적절한 문장은 없을 것 같다 ‘이름도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라니...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솔로몬 왕의 말로 시작되는 소설은 그렇게 죽음을 이겨낸 사랑, 이 아니라 죽음보다 강하게 이미지화 되어 버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죽은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녀가 살아 있는 양 살아낸 일 년...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에야 갑자기 그는 아내의 죽음을 깨닫는다. 아내를 묻고 돌아서던 날 던져버린 ‘무덤의 열쇠’가 갑자기 나타난다는 마지막 결말에서 소름이 돋는다.


「이자보 여왕」.
이자보 여왕의 질투는 무섭다. 술에 취하여 뱉은 한 소녀에 대한 드 몰의 호언장담은 그와 내연의 관계에 있던 이자보 여왕의 귀에 들어가고, 이자보 여왕은 드 몰과 한 침대에 있는 동안 모든 사건이 벌어지도록 꾸민다. 그리고 드 몰은 그 사건의 희생양이 되고...


「어느 슬픈 작가의 슬픈 이야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 그리고 실제하였던 이야기 사이의 삼자대면... “모든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인상적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생생한 이야기 솜씨 때문이기도 했다...” (p.63)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기 위한,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나 할까...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어느 가면 무도회에서 만나게 된 사투르누스 남작이라고 불리운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이들 그룹에서 이방인이자 나머지 사람들의 은근한 호기심과 경외의 대상었던 사투르누스 남작은 왕족이나 백만장자가 아닌 (아니 백만장자이기만 한 것은 아닌) ‘사형집행인’ 혹은 사형집행 매니아였으니... “한 시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우리 모두는 그 미친 남자의 공범이 아니었나요? 그러니 그의 광기에 좀 관대해지기로 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의 야만성이 그의 광기만큼이나 병적일지 누가 알겠어요?” (p.99)


「체일라의 모험」.
일종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명민하고 탐욕적이고 사나운 전제 군주’인 채탕 왕과 그 왕에게 홀홀단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딸과 재물을 요구하였던 체일라의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생각’ 하나를 가지고 왕을 농락한, 그러나 그 농락을 전략으로 받아들였던 왕의 이야기이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1년이 넘도록 매일매일 고문을 당하였던 유대인 랍비, 아제르 아바르바넬에게 드디어 화형의 선고가 내려진다. 그리고 그 전날, 그를 가두고 있는 감옥의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잠기지 않은 감옥의 문을 열고 나가 긴 복도를 지나 드디어 그곳을 벗어나게 되지만... 희망 고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엽편 소설...


「어떤 내기」.
도박을 하던 튀세르 신부는 모두 잃고 나자, ‘교회의 비밀’을 판돈으로 거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결국 그것마저 잃은 튀세르 신부가 게임이 지고 나서 도박판의 승자들에게 말한 교회의 비밀은 바로 ‘연옥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게임의 승자인 이들은 신부가 남긴 이 말로 인하여 더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니, 그들이 정말 승자인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빌리에 드 릴아당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박혜숙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17 지난 파티에서 만난 사람 / 바다출판사 /145쪽 / 2011 (1998)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2.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