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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로드 던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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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럽에서 있는 아일랜드에서 왔다고 하자 선장과 모든 선원들이 웃으며 꿈속에서도 그런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이 웃음을 멈추자 나는 고쳐 말했다. 내 환상이 주로 머무는 곳은 저주받은 골도트라 불리는 아름다운 푸른 도시 가까이에 있는 쿠파르-놈보라는 사막이며, 늑대 떼와 그들의 그림자가 파수를 보는 그 도시는 신들의 저주로 몇 년이나 버려져 있다고.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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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유럽에서 있는 아일랜드에서 왔다고 하자 선장과 모든 선원들이 웃으며 꿈속에서도 그런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이 웃음을 멈추자 나는 고쳐 말했다. 내 환상이 주로 머무는 곳은 저주받은 골도트라 불리는 아름다운 푸른 도시 가까이에 있는 쿠파르-놈보라는 사막이며, 늑대 떼와 그들의 그림자가 파수를 보는 그 도시는 신들의 저주로 몇 년이나 버려져 있다고. 또한 때때로 나의 꿈은 멀리 푼가르 비스까지 나를 데리고 가는데, 분수가 있는 붉은 성벽의 그 도시는 근처의 섬들과 교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내 환상이 머무는 곳을 칭송하며, (중략)

 - p. 78,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아일랜드라는 실존하는 도시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오히려 환상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이 상황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그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18번째 작가로 소개하는 로드 던세이니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은 마치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도시들처럼 로드 던세이니는 얀 강가를 배로 이동하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도시와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환상적인 묘사는 작품에 등장하는 선장과 선원에게는 현실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이러한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로드 던세이니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의 모든 작품은 눈으로 본 현실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꿈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자 군인이었지만, 

 음유시인의 기질로 행복한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 왕국이 그에겐 내적 삶의 본질이었다.

 보르헤스는 로드 던세이니에 대하여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실제 영국 귀족으로 태어난 그는 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을 하였고, 승마와 체스에 능하였으며 노년에는 2차 세계대전까지 겪은 인물이다. 귀족으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의 삶을 반추해보면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당시 그가 살던 시대에 그는 현실에 충실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가 살던 현실과는 정반대로 보르헤스의 표현처럼 음유시인과 같이 비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작품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정말 꿈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작품처럼 보여진다. 사람이 죽었으나, 의식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사람은 마치 복수를 당한 것처럼 한 집단에 의하여 살해된다. 죽었지만, 의식이 있던 그는 자신이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곳에 버려졌음을 깨닫게 된다. 그가 땅 속에 묻혀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지만, 복수자들은 대를 이어서 그를 땅 속에서 꺼내어서 강가에 유기한다. 그 상황에서 고독으로 상징되는 런던과 자신이 처한 진흙탕의 상황이 악몽처럼 반복되는 이 작품은 정말로 던세이니가 말한 것처럼 꿈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러한 꿈은 죽었지만,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예상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 실려 있는 그의 다른 작품들이 모두 몽환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비현실이라는 것은 거꾸로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현실을 다른 측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칼과 우상]이라는 작품을 보면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인류의 권력과 종교를 두 가문을 통해 상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연히 발견한 철기 문물로 인한 한 가문의 세력화와 반대로 그 가문에 의하여 멸시를 받다가 우상을 통한 숭배를 이끌어내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은 오늘날 인류가 걸어온 정치와 종교의 갈등과 분리를 독특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거지들> 역시 거지라는 존재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모습들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던세이니의 독특한 관점을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를 천대받는 소수의 거지들에 의하여 표현이 된다는 점이 얼마나 독창적인가?


 보르헤스는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이라는 책에서 아마도 로드 던세이니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 같다. 나를 비롯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작 - 그것도 대부분 환상적인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을 한 그의 작품 중에서 나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은 짧지만 희곡의 형식을 띄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하여 던세이니가 환상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글을 써왔음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오늘날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통하여 J.R.R 톨킨이 판타지 문학의 대가로 칭송받고 있지만, 그보다 15년전 먼저 태어난 로드 던세이니의 작품을 본다면 오히려 판타지 문학의 효시는 던세이니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마도 보르헤스는 던세이니를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 또한 보르헤스의 의도에 깊이 공감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로드 던세이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마치 후대의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몇몇 작품들에 영향을 주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그가 평생동안 쓴 작품들의 일부만이 수록되어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로드 던세이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 책이 유일한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로드 던세이니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g*******7 2016.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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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로드 던세이니(1878~1957)의 단편 소설 모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환상물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소재, 몽환적인 이야기가 일곱편 실린 책으로 그중 한두편 정도가 인상적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
"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내용보기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로 묶여 나온 로드 던세이니(1878~1957)의 단편 소설 모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 실린 이야기들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환상물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소재, 몽환적인 이야기가 일곱편 실린 책으로 그중 한두편 정도가 인상적었습니다.
 

 
여기서는 간략히 줄거리만 돌아 보겠습니다. 줄거리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싶은 것 발견하시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이야기, 생각나는 영화, TV극 있으시면 그에 대해 덧글 달아 주셔도 즐거이 읽겠습니다.
 

 

 

 
1.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화자인 주인공이 죽으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시체가 되는 데 시체가 제대로 수습 되지 못하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아주 오랫시간 동안 계속 떠돌기만 하고 주인공은 구천을 떠도는 느낌으로 계속 긴 세월을 보내면서 태풍, 지형의 변화 등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많은 새들이 날아 오를 때 드디어 이런 시간을 끝내는 순간을 경험하는데, 그 순간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 나듯 평범한 시간에서 일어나고 그 긴 죽음의 시간들은 마치 간밤의 꿈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2. 들판
 
주인공은 들판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들판에 알 수 없는 괴상한 불길함을 느끼는 것이 수수께끼처럼 묘사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시인 한 명과 다시 그 곳에 오는 데, 시인은 툭 던지듯이 "이 들판은 전쟁터"라고 말합니다.
 

 
3. 칼과 우상
 
배경은 이름모를 원시 시대의 한 사회. 칼을 개발한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지만, 다른 경쟁자가 있어서 막연한 상상으로 수호신을 섬기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 사제를 자처하며 세상에 나타나는 여러 자연재해를 그 수호신의 뜻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 힘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둘 다 결국 원시인다운 바보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투로 되어 있는 이야기.
 

 
4. 카르카손
 
매우 머나먼 곳에 있는 신비의 지역인 카르카손을 향해 환상세계의 용사들이 괴물과 싸우고 산넘고 물 건너는 전형적인 모험을 합니다. 그렇지만 카르카손에 도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사라지고 카르카손은 결코 정복될 수 없는 아무리 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남는다는 이야기.
 

 
5. 거지들
 
주인공은 시내의 거지들을 봅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사는 지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인데 어느날 문득 갑자기 거지들이 심오한 말을 하면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법을 아는 종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은 호기심을 여기고 추적하는 데, 자동차 경적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모든 것은 그저 평범하기만 합니다.
 

 
6.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주인공은 얀 강이라는 강을 따라 가면서 기이한 풍경, 이상한 종족과 오묘한 환상적인 세상을 탐험 하고 그 풍광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7. 불행 교환 상회
 
주인공은 견딜 수 없는 불행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의 불행과 교환 해 주는 신비한 가게가 있다는 것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병에 걸린 사람이 "나는 몸만 건강했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하면, 몸은 건강하지만 너무나 가난해서 괴로운 사람과 서로 합의하에 교환하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왠일인지 그렇게 교환한 사람은 묘하게도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 한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시험 삼아 아주 작은 별볼일 없는 불만을 교환하는 실험을 해 보려고 하는 데, 다시 가게를 찾아 가 보니 가게는 온 데 간데 없습니다.
 

 
8.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희곡. 즉 연극 대본으로 한 여인숙에 몰려든 껄렁한 사람들이 일종의 살인을 저지르는 데, 귀신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를 괴상한 것이 나타나 그 살인에 대한 응징을 한다는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대체로, 인상적인 한 가지 아이디어, 심상을 이야기로 꾸미되, 다서 감정적인 수식을 꽤 담아 놓은 형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조신의 꿈" 이야기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긴긴 인생 하룻밤 꿈과 같다"는 것을 짧지만 구체적인 심상과 감상으로 꾸민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이야기나, "환상특급(Twilight Zone)"스러운 "악마와 거래하는 이야기" 구도로 재미난 거래 이야기를 제시하고 풀어간 "불행 교환 상회"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드다드는 곳"은 윤회설에서 소재를 받은 인간 의식과 자아에 대한 관점을 어느 정도 소개하기도 한다는 감상이었고, "불행 교환 상회" 이야기는 그냥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인 지금 이야기 말고 좀 더 사연을 잘 만들어서 기복과 반전이 있는 더 풍부한 이야기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칼과 우상"은 풍자적인 표현이 무척 노골적인 이야기로, 어떻게 해서 원시인들이 처음 원시적인 종교라는 것을 떠올렸을까, 하는 이야기를 상상해서 그대로 풀어낸 것입니다. 종교를 조롱하는 코미디, 만화, 짧은 소설이 많은 요즘에 보면 그런 것들 중 그냥 하나로 보는 이야기 정도이지만, 그런 이야기의 초기 형태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춘 단단한 모양이 읽을만한 재미난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르카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이야기는 검과 마법 이야기 부류의 환상물에서 진기한 모험, 묘사 장면만 뽑아낸 느낌이고, 반면에 "거지들" 이야기는 바쁜 현대 도시에서 몽환적인 신비로운 공상 하나를 잡아내는 20세기 초 환상소설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 2012/08/03에 작성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g******r 2024.02.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본 것이 아니라 꿈꾼 것만을 쓴다고 호언장담하였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본 것이 아니라 꿈꾼 것만을 쓴다고 호언장담하였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내용보기
로드 던세이니는 필명이며, 작가의 본명은 에드워드 존 모턴 드락스 플렁컷으로 아일랜드 귀족 가문 태생이다. 군인이기도 하였지만 그는 작품을 통하여 요정을 비롯한 초현실적인 정령들과 모호한 현실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환타지 소설의 한 형태를 만들었다. 책에 실려 있는 단편들을 통해서는 아주 일부분으로만 이러한 그의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것이 아니라 꿈꾼 것만을 쓴다고 호언장담하였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내용보기

로드 던세이니는 필명이며, 작가의 본명은 에드워드 존 모턴 드락스 플렁컷으로 아일랜드 귀족 가문 태생이다. 군인이기도 하였지만 그는 작품을 통하여 요정을 비롯한 초현실적인 정령들과 모호한 현실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환타지 소설의 한 형태를 만들었다. 책에 실려 있는 단편들을 통해서는 아주 일부분으로만 이러한 그의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책의 앞부분에 실린 보르헤스의 해제에 나오는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 라는 로드 던세이니의 말에서 그의 경향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겠다.


“모임을 열심히 쫓아다니고 어떤 유파의 우상이 되고 싶어 하는 유명 작가들이나 음모자들이 넘쳐 나는 우리 시대에, 로드 던세이니는 아주 생소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음유시인의 기질로 꿈에 행복하게 젖어 들었고, 결코 그 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자 군인이었지만, 행복한 자기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왕국이 그에겐 내적 삶의 본질이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친구들로부터 살해당하여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에 유기당한 시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몇 세기에 걸쳐 발견되고 묘지에 묻혔다가 다시 진흙 속으로 유기당하기를 반복하는 참혹함이 꽤나 현대적인 문장들을 통하여 묘사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끔찍함을 덧씌우는 악몽이라는 반전은 조금 고루하지만 말이다.


「들판」.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발견한 들판으로부터 얻었던 어떤 위안은 점차 어떤 불안감으로 덧칠된다. 그 들판에 어떤 자연의 기억이 숨어 있는지는 정확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칼과 우상」.
소설을 읽다가 문득 박민규가 쓴 원시시대를 다룬 소설이 떠올랐다.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청동칼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 부족을 장악한 누군가와 그러한 누군가에 의하여 항상 억압되어 왔던 누군가의 관계는 결국 우상을 만들어낸 누군가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게 된다.


「카르카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내 책의 독자가 내게 보내온 편지에, 다음가 같은 문장이 인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람은 결코 카르카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문장의 출전은 모르지만 그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p.49) 저자가 직접 단 주석의 내용이다. 아주 오래전 이미 인터렉티브한 글쓰기를 시도한 작가의 참신함에 일단 한 표를 던진다. 소설의 내용은 주석 그대로이다. 아른을 다스리던 카모락이 ‘카르카손’에 대한 예언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을 정벌하기 위해 길을 나섰으나, 결국 이 허깨비 같은 도시에 다가설 수는 없었다는...


「거지들」.
어느 날 거지들이 한 도시로 몰려든다. 그리고 그 거지들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환영처럼 떠다니지만 달려 내려오는 버스와 개 짖는 소리 앞에서 사라진다. 뭔가 현대화 되어 가는 도시에 대한 문명비판적 은유이리라 여겨지기는 한데, 글쎄...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창문 서쪽으로는 인간이 일군 밭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빛나는 마법의 산이 보이는, 눈 덮인 산꼭대기는 신화의 당을 향하고 있고, 그 너머에는 환상의 왕국이 있었다. 그 왕국은 인간 꿈의 땅이었다...” (p.99) 소설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이 강가를 따라 여행한 나의 이야기로 정리될 수 있겠다. 얀이라는 이름의 강을 따라서 배를 타고 여행하면서 만나는 부족들과 도시와 정글에 대한 묘사를 보면 작가의 환타지 소설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을 것인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불행 교환 상회」.
지금 우리 시대에 소설로 만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소재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행을 교환하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의 주인은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그렇게 입장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불행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불행의 교환에 합의한다. 그리고 그 가게의 주인인 노인이 그 계약을 공증함으로써 불행의 교환은 성립이 된다는... 당장이라도 가져다가 소설로 쓰고 싶을 정도의 흥미진진한 소재이다.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소설이 아닌 희곡이 한 편 실려 있다. (작가는 극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성스러운 조각상의 눈에서 루비를 뺀 이후 이들은 알 수 없는 존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들을 따돌렸다고 생각하였지만 이들이 묵고 있는 여인숙으로 사제들이 찾아오고, 인물들 중 한 명인 멋쟁이의 작전으로 사제들을 모두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들은 또다른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로드 던세이니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정보라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18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바다출판사 / 153쪽 / 2011 (1998)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2.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