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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나, 여성노동자>라는 꽤 두꺼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피복업체, 공장, 마트 등에서 일하는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의 '자기 이야기'를 실은 책인데 그것을 보고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동안 '아줌마' 하면 촌스러운 뽀글뽀글 파마에, 우악스럽고 거칠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질서도 안 지키는 등,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여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더라도 저렇게 추한 꼴 따위는 절대 안 보일 거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다분히 경멸적인 생각을 갖곤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아내이고 어머니임이 분명한 주부 노동자들의 삶의 실상을 접하면서, 항상 가장 작은 자의 입장에서 연대하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점점 갈수록 그녀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지게 되었다.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김현미의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은, 그러한 '아줌마'들의 고단한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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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티비를 보면 워킹맘을 다룬 드라마가 많다. 그 속의 아줌마들은 예쁜 옷을 입고 젊은 남자와 연애를 하는 등 다소 화려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에서의 아줌마들은 그들보다 더욱 드라마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예쁜 옷과 젊은 남자와의 연애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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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이다. 아줌마는 강하다.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로서 살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가는 오르지만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요지부동 높은 방향으로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자녀들이 나이가 올라갈수록 돈이 들어가는 곳은 많고, 그들은 자꾸만 쪼들려간다. 그들의 자녀가 초등학생을 지나 중학교에 올라가기라도 하면 교복에 교과서에 참고서까지 가격은 올라가지만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따로 없는 것 같은 심정으로 살아간다. 교복 값만 해도 엄청 비싸게 판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싼 곳을 찾아 교복을 사오기도 한다. 어제는 교과서 가격이 오른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교과서 가격을 오르지 않도록 한다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뉴스에서도 말해주었다. 학생인터뷰를 들었는데 부모들에게 짐을 더 얹어 드리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주었다. 이 인터뷰를 듣는 데 왜 이리 씁쓸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① 사교육비(각종 학원) ② 교복 비용 상승 ③ 교과서 가격 상승 이 세 가지만 해도 부모들의 등은 휘어진다. 이 뿐만이 아니라 취학 전부터 생각하면 어린이 집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이 나라 아줌마들을 집에서 아이들을 따뜻한 애정을 쏟아가며 제대로 키우게 놔두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진상손님부터 2년이라는 계약기간의 시한부 인생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저 100만원을 손에 쥐어 보는 것이 ‘소원’- 여기서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시대의 ‘소원을 ***’ 라는 음악을 틀어주어야 한다. - 이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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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슬픈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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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것은 책의 겉표지 그녀의 약력에 여실히 드러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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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 누군가에겐 하룻밤 술값으로 나가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누군가에겐 가방 하나 값도 안 되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그녀들에겐 하루 10시간을 넘게 꼬박 서서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는 사실이. 더럽고 치사해도 감정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하고 굽신대며 비굴함을 참아가며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는 사실이. 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동시에 화가 났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에.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더더욱. 비정규직, 계약직. 내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고, 난 그런 굴레를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이제야 그녀들의 모습이 기억에 턱턱 박힌다. 명절에도 집이 아닌 일터에 나와 물건 값을 찍어주던 그 언니. 땀을 뻘뻘 흘리며 더운 김을 맞으며 냉방도 안 되는 식당에서 밥을 퍼주던 그 엄마. ‘와~ 여자 기사님이네요.’라고 신기하다는 듯 말하던 날, 그 차를 몰던 중년의 아줌마. 그깟 한 끼 사 먹으면 될 걸 난방도 시원찮은 병원 복도에서 도시락을 열던 간병인 아줌마. 그리고 거리에서, 식당에서, 학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봐 온, 그리고 지금도 보고 있는 그녀들이. 그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내가 부끄럽다. 동시에 나도 얼마든지 비정규직, 계약직의 굴레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린다.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는 사회, 최소한의 인격과 자존심마저 세워주지 않는 이 나라를 믿고 그래도 가족을 위해, 내 자식을 위해 설움을 웃음으로 애써 감춰가며 일하는 그녀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힘내시라는 응원도, 살다 보면 분명 나아질 거라는 빈말도 그녀들에겐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저 이 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그녀들을 법적으로나마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기만을 간절하게 빌어볼 뿐.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먼, 그래서 그녀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할 것을 알기에 난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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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에 나온 [우리말 여행]에서는 ‘아줌마’를 이렇게 정의한다. 결혼한 여성을 허물없이 호칭 또는 지칭하는 말. 염치는 물론 예의도 없고, 촌스럽고 교양도 없다는 부정적 의미가 덧씌워져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 한다. 그러면 아주머니의 정의는 무얼까. 호칭을 제외하면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어디를 찾아봐도 아줌마라는 단어가 긍정적이지는 않다. 정작 아줌마인 나만 해도 그렇다. 아가씨일 때에는 어쩌다 우연에라도 ‘아줌마’란 소리라도 듣게 되면 무척 기분 나빠 했다. ‘아줌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뽀글뽀글한 머리에, 버스나 지하철에 빈자리가 나면 가방부터 집어던지고, 뻔뻔하고 억척스럽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아줌마가 되어보니 그런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 이해가 간다. 미용실 한 번 가는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머리 손질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독한 약으로 파마를 하고, 살림에 아이들 뒷바라지에 생계를 꾸리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타면 체면불구하고 빈자리부터 찾게 되고,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해지고, 한 푼이라도 아껴가며 가족의 내일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이 ‘아줌마’라는 것을 내가 아줌마가 되고 나서야 진심으로 알게 된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이 책은 힘없는 대한민국에서 고난의 삶을 당당히 이겨내고 있는 용감하고 힘센 아줌마들의 생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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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가정이 있으면서, 일도 같이 하는 여자는 '원더우먼'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이 소위 '워킹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에도 자기 일을 계속 하는 뭔가 몹시 세련되고 이지적인 도시여성들 말이다. 그런데 레알 워더우먼들은 우리 아줌마들이었다. 그들이 단지 월 100만원을 벌기 위해 얼마나 눈물 겹게 살고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너무 열심히 외면해 온건 아닌지 싶다.. 심지어는 죄책감도 없이.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무게가 있는 것은 실제 있는, 너무 생생한 이야기들이라는 이유와 이 일이, 우리나라가 나아지지 않는 한은 10년 혹은 20년 뒤 나에게도 그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말 아줌마들은 강하고 예쁘고, 짠했고, 대한민국은 그런 아줌마들을 조금도 거들어 주지 못할 만큼 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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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줌마들이 강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은가.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할수 있는 엄마들. 강한 아줌마에 비례해서 약한 대한민국. 어떻게 보면 약한 대한민국이 강한 아줌마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라는 이름. 아줌마는 왜 그리 강할까. 그건 아마도 자식이라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말에 나는 절실히 공감한다. 아직 아가씨인 나는 아이를 낳아도 나는 변하지 않을꺼야. 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국은 말뿐일 것이다. 엄마는 강하니까. 그리고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역시나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함 속에 너무도 약한면이 있으니. 여자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현미씨는 정치인으로 민주당의 고양시 일산서구 위원장이다. 지역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공감을 가질수 있었던 노동자들 아줌마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셨다고.. 100만원세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로 나온 우리의 아줌마들은 100만 버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여기 이 책에 정치인 김현미 씨가 만난 아줌마 친구들을 소개한다. 어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아줌마들이 그네들뿐이겠냐마는. 정말 눈물겹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강한 아줌마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이것저것 안해본것이 없는 찬숙아줌마. 보험왕에다가 농부. 파출부. 심지어 요양보호사에서 현재는 고물을 주우며 한달에 300만원을 버신다던..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빚을 값고 한달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오마트의 캐셔언니들. 그리고 학교 급식식당의 아줌마들. 모두다 각자 힘든 사연으로 이야기에 나선다. 손버릇이 좋지 못한 신랑을 만나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자신보다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생활하기 위해 자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교육비를 벌고, 생활을 이어나간다. 강한 아줌마들이 많은 대한민국인데, 정작 대한민국은 참으로 약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미 씨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변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해.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변해야 삶이 바뀐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대학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보내기 위해 무조건 비싸과외다 학원을 보내는 엄마들의 극성도 조금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자식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고생하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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