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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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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나왔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모 케이블 채널에서 NEW 자를 달고 광고해 대길래 아 NEW자만 달면 막 기대해야 하는 게 착한 소비자 생리, 조건반사인 줄 알고 바로 TV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근데 일단 첫 장면부터 확 깨는 게, 무슨 벨기에 레오폴드 국왕의 만행 등 제국주의자들의 아름다운 행적이 잔뜩 자막으로 소개, 고발되는 게 아닌가. 이 이슈는 내가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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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나왔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모 케이블 채널에서 NEW 자를 달고 광고해 대길래 아 NEW자만 달면 막 기대해야 하는 게 착한 소비자 생리, 조건반사인 줄 알고 바로 TV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근데 일단 첫 장면부터 확 깨는 게, 무슨 벨기에 레오폴드 국왕의 만행 등 제국주의자들의 아름다운 행적이 잔뜩 자막으로 소개, 고발되는 게 아닌가. 이 이슈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일반 포스트 등에 자주 언급하기까지 했으니 뭐가 새로울 것도 없고 더군다나 그 취지에 찬동 못 할 바도 아니나(그 정도가 아니라 열렬히 설파했더랬음 레오폴드 국왕 죽일 놈이라고) 문제는 이게 지금 왜 타잔 피처와 결합되어야 하느냐는 거다. 하긴 상상은 자유이며, 당대에 그렇게나 큰 호응을 얻었던 타잔물이 근래(도 아니고 근 반 세기 정도) 계속 죽을 쑤었다는 걸 생각하면 새로이 이런 쪽으로 활로를 못 찾을 바도 없다. 허나 이제는 뭣과 결합시키든 쟤네들이 타잔 물 (각색)자체를 접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다, 하물며 따분한 정치 타령이 또 끼어드니 짜증이 날 밖에.

시작에서 나는, 아마도 중심인물이지 싶은 그분 아들(부자 간에 음색이 참 비슷)이 나오는 걸 보고, 아 이 사람이 타잔 아부진가 보다 생각했다. 이유가 딴 게 있겠는가? 너무 늙었기 때문이지. 이제 이 사람이 정글로 부인과 함께 가서 어린 아들을 잃는다는 진행이겠거니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타잔 본인이었던 것(몇 분 뒤면 나옴). 하긴 TV 드라마에서 몇몇 타잔들도 그리 젊은 나이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타잔은 모글리가 아니지 않은가? 여튼 타잔답게 몸은 확실히 좋고 키도 커서 위압감이 느껴지긴 했다. 허나 역시 타잔은, 당시 약물의 도움도 미미하게 입었을 시절 대단한 (타고난) 위용을 자랑한 자니 와이즈뮬러를 당할 이가 없다.

타잔물에 왜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가 나오는지는 참... 이 각색가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튼 이 역을 사무엘 L 잭슨이 맡았는데 그 나름 그럴싸하다. 사실 본격적으로 뜨고 나서 근 20년 동안 어딜 나와도 캐릭터가 아니라 잭슨 본인의 개성이 너무 부각되어서 보기에 피곤했는데, 여기서 콧수염을 기른 품이 꽤 그럴싸했다. 5월 9일 리뷰를 올린 <킬러의 보디가드>에서 라이언 레이널즈와 나란히 섰을 때 키가 똑같았고, 웬만해선 이 거구가 누구하고 서든 상대를 압도하는데 스카스가드가 적어도 한 뼘 정도 더 '높은' 데다 체격도 더 커서 정말 놀랐다. 마고 로비도 키가 작지 않은 편이지만 이 사람과 나란히 대니 그저 어린이 같을 뿐이다. (나이 차이도 띠동갑 이상)

마고 로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확실히 요즘 영화라서인지 제인이 특별 대우를 전혀 받지 않는다. 제국주의 시대이니만치 가장 악질적인 한탕주의자들도 겉으로는 신사도를 지켜야 하는데(그건 당연한 게 돈 벌어서 신분 상승을 이뤄야 하므로 지금부터 허위의식에 자체 세뇌를 시켜야...), 여기서는 여자를 짐승처럼 결박하는가 하면 그 처우도 거칠기 짝이 없다. 예전 타잔물을 보면 (실상이야 무엇이었든 간에) 결코 픽션 속에서 이런 장면이 안 나온다. 또, 여기서의 제인은 남자 뺨칠 만큼 민첩하고 강인한 '야생의 여인'이다.

여기서 나는 주목한 게, 타잔 내면의 은근 치열한 갈등이었다. 영국에서 제인이 가르치는 꼬마들의 질문 '당신의 어머니는 원숭이(이 극중에서도 그렇고, 타잔 시리즈에서의 전통에 따라, 정확하게는 그 種이 고릴라가 아니라 '망가니'라고 한다)인가요?'를 듣고, 애써 동요를 감추며 '아니, 내 모친은 앨리스 클레이튼이지.'라고 대답하는데, 이후에는 분명하게 '자신을 길러 준 망가니 암컷 칼라를 위해 '복수'도 시도하고,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분명히 인정하려 든다. '영웅'이 이처럼 (더군다나 나이도 들었는데) 열등감, 불안감을 분명히 표출하고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건 좀 특이한 경우이다. (하긴 좀 모자란 타잔이니 그럴 수도 ㅋ) 앨리스 클레이튼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의 원작에는 그 이름이 안 나오고(소설에는 그저 '그의 모친으로만 짧게 언급. 단 성씨가 클레이튼이고 작호가 그레이스톡 자작인 건 맞음) 각색 코믹스에서 이후에 비로소 등장한 설정이다.

크리스토퍼 월츠가 한탕주의자, 소셜 클라이머인 롬으로 나오는데 그 표현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아주 식상했다. 특수효과는 마치, <쥬만지>와 <혹성탈출> 연작을 크로스오버시켜 여기 모셔왔나 싶을 만큼이었다. 조금 다르게 개성을 빚어내는 게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이 프랜차이즈와 누구나 함께 떠올릴 '타잔 옐'도, 시작하고 나서 한 시간 가까이가 지나서야 처음 나올 뿐이다.

s****o 2023.09.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