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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철학적 개념을 엿보다. (아이콘)
"진중권의 철학적 개념을 엿보다. (아이콘)" 내용보기
진.중.권. 모 정치인이 손바닥TV 에 출연하여 말했다. "진중권은 천재지만 김어준이 더 천재적"이라고... 한 트윗 팔로워가 이 소식을 전하자 진중권씨는 이렇게 받았다고 한다. "아 그거? 정치인들의 언어는 일상언어와 좀 달라요. 우리말로 풀어쓰면 '지금은 김어준시대, 진중권은 찌그러져있어. 우리도 좀 먹고살자. 먹고살자'이런 뜻이에요". 이것이 최근에 내 귀에 들린 진중권씨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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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모 정치인이 손바닥TV 에 출연하여 말했다. "진중권은 천재지만 김어준이 더 천재적"이라고... 한 트윗 팔로워가 이 소식을 전하자 진중권씨는 이렇게 받았다고 한다. "아 그거? 정치인들의 언어는 일상언어와 좀 달라요. 우리말로 풀어쓰면 '지금은 김어준시대, 진중권은 찌그러져있어. 우리도 좀 먹고살자. 먹고살자'이런 뜻이에요". 이것이 최근에 내 귀에 들린 진중권씨 소식이다. 진중권이라 하면 '진보논객', '진보진영의 아이콘'이라 알고 있었는데 근간의 그의 말을 보면 딱히 그가 진보진영의 공격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나꼼수를 향해 '닭들이 부흥회하는 분위기'라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선관위 투표소 조작 의혹 논란, 곽교육감의 직무 복귀에 대한 쓴소리, 박은정 검사는 나꼼수에 의해 아우팅된 피해자라고 말하는 일련의 행보에서 그의 정체성에 의문부호를 찍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진보의 입장에서 꽤나 현란한 말빨로 보수 진영을 공박해 오던 분이 진보진영을 비판하니 보수층에서는 이게 웬일? 하면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고, 진보진영에서는 못말리는 X맨으로 보는 시각이지 않나싶다. 진보진영에 날리는 그의 직격탄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네티즌들은 그를 '입진보'라 비아냥거린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은 보수가 분열로, 진보가 부패로" 망한다며 좌충우돌 자신만의 아우라를 맘껏 발산하고 있다.


관망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진중권이란 분의 이력이 궁금하고 재미있다. 그의 지적인 수사력(修辭力)의 한계도 궁금하고, 그의 뻔뻔함(?)의 근저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선관위의 DB연동방해 의혹에 대해 조지아 공대 윤복원 교수(@bwyoon)가 간단하고 정중하게 시연하여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가 겸손하게 윤교수의 의견을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윤교수를 블락시키고 의외의 말로 황당함을 선사하였다. 사실 그는 전에 장하준 교수의 경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만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진보니 보수니 하는 카데고리에서 벗어나 그를 보면 사실 참 합리적 잣대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대중적 힘에 눌리지 않고 파워넘치는 자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낼 수 있다는 것은 지성적 강단(剛斷)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를 '천재'라 말한 모 정치인의 말에 대해서 시니컬하게 받아넘기는 현실인식도 그냥 내공이 아니지 않은가. 네티즌과 대중을 자신보다 한 수준 낮게 보고 가르치듯이 말할 수 있는 자신심은 쉽게 생기는 자질이 아니다. 그만한 지성이 따라주어야 가능하다. 그가 진정 어떠한 공부를 해왔고 어떤 저서가 있는지 잘 모르는 나로서는 한번쯤 그의 지적 편린을 엿보고 싶었다. 그의 책 하나 읽지않고 그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그런데 어떻게 그의 책 <아이콘 ICON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과 인연이 닿았다.

이 책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사회적 이슈들(천안함, 트위터, 허경영, 심형래 등)을 철학의 개념을 동원해 분석한 연재 당시의 칼럼들은, 주제별(냉소적 이성, 시뮬라크르, 정체성과 차이 등)로 분류되어 큰 사유의 틀에서 종합적, 복합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의 개념어들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일 터져 나오는 현실에서 남의 의견을 따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인식의 훈련 도구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시각화된 명령어)을 뜻한다. 아이콘을 이용해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듯, '개념어'를 통하면(인지하고 있으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철학적 수준의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


이 책을 읽고난 첫 느낌은 '대단하구먼. 지적 허영은 아니구나'였다. 지적 허영(Intellectual Vanity)이라 함은 소위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실상은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생소한 전문용어나 남발하는게 일반적인 표본이라 하겠다. 이 책은 첫 장부터 파타피직스(pataphysics :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찬 사이비 철학), 파타포(pataphor : 은유를 의미하는 메타포의 패러디), 광우(folie, 狂愚) 등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쏟아지나 그 해석이 자연스럽고 잘 갈무리되어 어떤 지적 갈증을 일거에 해소시켜준다. 아이콘이라 개념화한 현란스런 철학적 도구와 연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진중권식 접목은 그의 말대로 '굳이 철학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이도 자신의 관심사에 관해 철학적 수준에 맞먹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을거라 믿어진다. 또한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 이 스펠 맞나요?)'가 되어 제법 머릿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리라는 말에 공감하며, 특히 사고력이 확장되는 시기의 젊은 독자들에게는 현실인식과 그 비판력이 한 차원 올라가는 공부가 되리라 생각되는 책이다.


책 자체만 보면 상당히 지적이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글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슬라보예 지젝의 흔적도 오랜만에 라깡을 기억하게 하였다. '정체성의 차이'를 다루는 <양가죽을 쓴 늑대>편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정체성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김규항님과의 글 교환(일명, 진보 논쟁이라고도 하며, 이 두분은 작년 이 맘때 한 판 더 붙었다. 진보에 대한 진교수의 생각을 알려면 '철인좌파의 딱지치기, http://hook.hani.co.kr/archives/22911'를 한번 보자)의 하나였던 이 글은 그의 사상의 근저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는 김규항님이 자신을 "진보신당의 당적을 가진 자유주의자"라고 부른데 대하여 '진보정당 안에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며, '왼쪽과 오른쪽, 서로 방향은 달라도 멘탈리티는 동일하다'고 하였다. 이런 근저에 대하여 그는 자신을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이고, 철학적으로는 무신론자이고, 윤리적으로는 쾌락주의자고, 논리적으로는 금욕주의자고,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자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자고, 문화적으로는 무정부주의자다(87쪽)."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특정 사상의 고정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정체성을 읽어낸다.


이 책을 읽고난 지금, 진중권을 폄하하는 젊은이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진중권을 까려면 적어도 이런 책 한권은 읽은 후 까야한다고...(한겨레를 가까이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진중권의 이러한 글들을 읽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한겨레 훅 http://hook.hani.co.kr' 정도는 들락거릴 것이고... 이 책을 사보기 싫은 분은 씨네21 칼럼 http://www.cine21.com/do/article/columnList?menu=M551에서 '진중권의 아이콘'을 읽어볼 수 있다). 내 자신 진중권씨의 생각에 전부 동조·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나름의 잣대에 의해 변함없이 말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너무 많은 사회적 현상에 관여함으로써, 특정 사안에 대한 보다 깊은 전문적 지식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지식을 섭렵하고 보완·수정하는데 인색(?)함이 그의 적을 만드는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정치면에서 진중권을 바라보기에는 나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방면에 대해서는 가능한 언급을 회피하고 싶다. 하지만 이념적 대립을 뺀 예술적 철학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배웠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적 구도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는 철학이, 부디 오염되지않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감한다.

 

7쪽 머릿말에 나오는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라는 글에서 아무래도 fermanta가 아니라 fermenta 인 것 같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역불급이긴 하나, 이 단어를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찾아보았다.

fermanta cognitionis란 말은 오직 한국의 웹에서만 보인다(이것도 대부분 진중권님의 영향을 받아 인용한 것 같다). 프랑스 철학의 산물이라 생각되어 불어판 구글을 실행해 보니 fermenta cognitionis 가 확실해 보인다.

별것 아닌 오타일 수 있으나, 이미 진교수의 이 단어를 수정없이 그대로 인용한 국내 자료들이 제법 있어 바로 잡아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짧은 안목에 혹시 실수할까 하여 진중권님의 트윗에 멘션으로 두차례 질문을 하였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워낙 팔로워가 많으니 내 멘션이 묻혔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저서에 대한 질문이니만큼 한 말씀 주셨더라면 좋았을것을...).  

이 책은 벌써 몇 쇄 나온걸로 알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이 1판 1쇄이니 지금쯤 고쳐져 나왔을련지도 모르겠다.

 

더보기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에 대한 붙임글.)

 

 



리뷰 총점 종이책
[진중권의 아이콘] 꺾은 붓을 다시 잡기를...
"[진중권의 아이콘] 꺾은 붓을 다시 잡기를..." 내용보기
회사에서 쓰는 마지막 리뷰가 되어버렸다. 마감을 치고 종종 시간이 남을 때 읽은 책들을 하나, 둘 반추하며 쓰는 리뷰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생각의 숙성은 더해졌으나, 빠른 속도로 써내려가다보니 맞춤법은 물론 비문도 많다. 그럼에도 난 <진중권의 아이콘>을 회사에서 쓰는 마지막 리뷰란 추억으로 담아가고 싶다. 책의 퀄리티나 판매 부수에 비해 아직까지 리뷰 한 편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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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쓰는 마지막 리뷰가 되어버렸다. 마감을 치고 종종 시간이 남을 때 읽은 책들을 하나, 둘 반추하며 쓰는 리뷰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생각의 숙성은 더해졌으나, 빠른 속도로 써내려가다보니 맞춤법은 물론 비문도 많다. 그럼에도 난 <진중권의 아이콘>을 회사에서 쓰는 마지막 리뷰란 추억으로 담아가고 싶다. 책의 퀄리티나 판매 부수에 비해 아직까지 리뷰 한 편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얼마 전 그가 논객의 붓을 꺾었다. 어제 한동안 그의 트윗글을 읽었다. 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고, 얼마간 일일이 대응하는 그의 모습도 발견했다. 1시간 가량 트윗글을 읽으면서, '진중권은 참 단단한 사람이구나. 그 단단함 속에 정말 깊이를 모를 아픔을 내재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다소간의 그의 태도에 대해 문제 삼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까지 당대 수구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공격을 받는 그가 안스러웠다. 진중권 님이 들으면 가당찮겠지만, 한없는 연민, 그 자체였다.

동시대에 진중권 만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학자가 또 있을까? 늘 뚜렷한 주관(여기엔 객관적 팩트와 논거로 무장한)으로 한발 빠른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던 그였다. 100분 토론 등 공개 토론에서의 그의 말빨에 통쾌함을 넘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냉소적인(상대에겐 비아냥으로 느껴지는) 태도와 독설에 흠칫 놀라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론 인간 진중권에 호의를 느끼진 않지만, 그의 말과 글은 칼날같이 통렬하고, 냉정하며, 완벽한 논리에 의거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중권을 너무 차갑다 혹은 4가지 없다,란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그가 써내려간 글과 책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한 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하게 하는 마성의 글빨이랄까? '진중권이 왜 그런 말을 해서 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지? 왜 스스로 무덤을 파지?'하며 의문을 품었던 현상이나 인물에 대해 고개 주억이며 수긍할 수 있을 정도랄까. 그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한다고 할까? 

이 책 <아이콘>은 참 소중하다. 한동안 씨네21에 연재하던 <아이콘>을 책으로 묶었는데, 그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이른바 '인식의 효소, 말하자면 독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힌다.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철학의 38가지 개념을 소개하며,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팩트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분석하고, 주류나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돕는 틀거리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령 이번에 구조조정을 당하는 과정(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면)에서 느꼈던 뭔가의 착오, 불의와 부조리임을 알면서도 객관적인 개념으로 그것을 풀어낼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다. 이런 과정 속에 '냉소적 이성'이 필요하며, 아무리 무능한 임원진이라 할 지라도 '경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시차적 관점'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의 말처럼 어떤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용한 틀거리가 자그마치 38개나 등장한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 초반에는 문화 현상(황우석 및 심형래 사태), 논쟁(김영하, 김규항 등)에 대한 알기 쉬운 예시로 이해를 도왔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철학과 사상 쪽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그러한 유용한 철학적 틀거리를 일상 속 현상으로 풀었다면 더 좋을 것 같은 아쉬움. 그래서 갈수록 다소간 김이 샌다.

그럼에도, 그의 철학 매뉴얼은 내게 생각의 숙성, 생각의 체계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독해서는 이 책이 주는 장점의 10%로 채 얻지 못할 것이다. 재독, 삼독...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온전히 개념의 틀거리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고자 한다. 하지만 스스로 남에게 상처(말이든 행동이든)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논쟁 자체를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토론이나 논쟁의 필살기처럼 이러한 개념들을 쓰고 싶진 않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나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그런 기제로 활용하고 싶다. 구조조정으로 퇴사까지 단 하루를 남겨놓은 내게, 사람 잘라놓고 그래도 환송회랍시고 나가야 하는 지금 순간에, 내 마지막 회사에서의 리뷰를 <아이콘>으로 마무리한다.

덧붙이자면, 난 논객 진중권이 다시 그의 펜대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길 바란다. 스스로의 말과 글로 광폭한 공격에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올곧은 소신과 냉철한 이성으로 동시대의 한켠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트윗글을 새삼 되새기며, 한동안 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누군가에게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받았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

내겐 적어도 비호감이었던 진중권이 괜시리 그리워지는 퇴근시간이다.



t******2 2011.10.13. 신고 공감 1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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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 진중권의 아이콘
"[희망의 인문학] 진중권의 아이콘" 내용보기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을 형사고소하자 진중권이 날린 한마디는 "누가 개그맨인지 모르겠네 ."라며 트윗을 날렸다. 거침없는 발언과 개념없는 이들에게 가하는 비판은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의 다양성을 수용하게 된 사회는 확실한 개념이 불명확하다. 더군다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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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이 개그맨을 형사고소하자 진중권이 날린 한마디는 "누가 개그맨인지 모르겠네 ."라며 트윗을 날렸다. 거침없는 발언과 개념없는 이들에게 가하는 비판은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의 다양성을 수용하게 된 사회는 확실한 개념이 불명확하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확산은 현대인들을 현실의 삶보다 허구라는 가상의 세계를 선사하게 됨으로 그나마 있던 개념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들이 현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대중에게 익숙하고 독설가로도 잘 알려진 문화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진중권이다.

 

'문화비평'이라는 이름의 글쓰기는 결국  말 없는 사물을 읽는 작업이다.

그것은 말없는 사물에 인간의 목소리를 주어

그것들이 스스로 자신을 말함에 이르게 해야 한다.

 

내가 진중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독설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는 말을 잘 못한다. 항상 속으로는 그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소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팔랑귀다. 그러나 진중권은 언제나 아닌 것에 대해 명확하다. 그리고 시원하다. 개념의 확립이란 그런 것이다. 스스로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명확하지 않다면 아니라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사회현상의 흐름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무관심들은 우리나라 사회 소위 엘리트층에서 많이 보여지는데 그 이유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니라고 말했을 경우 일어나는 파장으로 인해 생기는 귀찮은 문제들 때문이다. 누가 봐도 "NO" 임에도 아무도 'NO"를 외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바로 그런 점에서 난 진중권을 응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위에서 내가 말한 현상들이 진중권의 <아이콘>에 들어있는 사회현상의 시각이란 것이다. 누구나 허구인줄 알고 있지만 실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파타피지컬' 이라고 말한다. 허경영이 공중부양을 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도 그가 공중부양을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그들에게 열광한다. 이런 현상들에 관한 그의 시각은 무척 냉철하다. 이런 현상들은 심형래의 영화에 관해서도 보여지는 것들인데 영화흥행을 위해서 거짓으로 포장하기 바뻣던 당시 언론과 진중권의 논쟁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진중권이 심형래를 그렇게 깟어도 언론은 진중권을 까느라 바뻣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그러나 최근 심형래의 파행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이것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냉소의 시대에 철학은 장바닥으로 내려와, 무례함과 뻔뻔함을 가지고 냉소를 냉소해야 한다.

 

이 책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이란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개념들은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평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과 연결하여 이해하기 쉽게 진중권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함으로 쉽게 이해가 되는 개념들이다. 타블로의 해명과 관련하여 생긴 ' 범주오류' , 가끔가다 사회의 톱뉴스를 차지하는 연예인들의 대마초에 관한 현상으로 철학적 개념의  '엑스터시' , 현대인의 조건이 되어버린 니할리스트 (어떤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주위에서 존경받는 원칙이라고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라는 개념은 모든 절대성을 부인하며 허무의 상태를 끌어안는 현대사회의 종교개념의 현상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 철학개념들이 아이콘이 복잡한 명령어의 시각적 압축이듯, 복잡하고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현사회에서 개념이 상실되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불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철학적 은유의 개념들인 아이콘이라 볼수 있다. 사회현상을 그저 방관하거나 무관심하게 일관하기보다는 현사회가 흐르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관심의 표명으로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념있는 철학자이자 사회의 아닌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NO'를 외치는 문화비평가 진중권을 늘 응원하며 ^^

 

(그러나 이런 좋은 책이 오타가 작렬이라니 ^^;;) 너무해요 씨네 21~

-[나는 리뷰어다. 이벤트에 참여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k********2 2011.11.18. 신고 공감 1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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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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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철학적 훈련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게다가 내가 얼마나 철학적 훈련이 안 되어 있는지도 알았다. 이제 와서 누구의 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무언지 모를 억울함이 느껴진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나에게 이런 철학적 훈련을 시켜 준다고 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텐데, 내게 자극은 없었고, 나는 무지했다.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철학적 훈련" 내용보기

이 책을 읽고 철학적 훈련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게다가 내가 얼마나 철학적 훈련이 안 되어 있는지도 알았다. 이제 와서 누구의 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무언지 모를 억울함이 느껴진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나에게 이런 철학적 훈련을 시켜 준다고 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텐데, 내게 자극은 없었고, 나는 무지했다.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와도 알아채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 때 교양으로 논리학을 들으면서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의욕을 갖지 못한 것, 내게 철학적 훈련의 기회는 그때 이미 다가오지 못했던 것인지도.

 

그래도 섭섭하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철학적 훈련이 되어 있었더라면, 내가 보고 판단했다가 실패한 무수한 일들의 수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사람 보는 눈도 좀 더 정확하게 갖출 수 있었을 것이고, 상황 판단도 좀 더 현명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덜 아프고 덜 다치고 덜 폐를 끼치고 덜 원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진중권의 글은 읽을 때마다 상반된 각성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이렇게 읽어서 다행인 마음, 이제까지 읽지 못하고 알지 못해서 억울하고 한심한 마음. 그래도 다행인 쪽이 더 무게 있으니까 위로가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콘들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는 개념이나 상징어들이다. 내 기억력으로 다 외울 수 없는 게 좀 딱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한 발 먼저 나서서 이렇게 이끌어주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러니 매서운 문체도 기쁘게 받아들인다.

 

46

의도적인 범주 오류로 대중을 현혹하는 이들은 비난할 수 있겠지만, 머릿속으로 범주를 정리하지 못해 오류에 빠진 이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98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가치는 다양해지기 마련이고, 진보의 가치들이 분화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망조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가치의 지향을 간단히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선거 제도에 있다.

 

99

상대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존재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또 상대가 내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가 나의 존재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159

오늘날 세계를 바꾸려는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졌어요, 그들과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믿음을 상대화해야 비로소 타인과 소통이 가능하다. 소통이 가능해야 연대도 가능하고, 연대가 가능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은가.

 

204

종교와 이념의 신봉자들이 흔히 보이는 독단적 태도는 실은 타인의 비판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쫓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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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6 2013.05.27.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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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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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은 세계의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다. 이렇게 '진리'가 의심받는 시대에 철학은 차라리 예술에 가까워진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철학에서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세계의 올바른 기술이 아니라, 세계의 참신한 해석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관점주의다."(5쪽)   파타피직스(pataphysics). 처음 들어본 개념이다. 파타피직스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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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은 세계의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다. 이렇게 '진리'가 의심받는 시대에 철학은 차라리 예술에 가까워진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철학에서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세계의 올바른 기술이 아니라, 세계의 참신한 해석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관점주의다."(5쪽)

 

파타피직스(pataphysics). 처음 들어본 개념이다. 파타피직스란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 혹은 사이비 과학"을 가리키는 형이상학, 메타피직스의 패러디다. 진중권은 이를 철학과 과학 영역의 다다이즘으로 본다. 이그노벨상처럼 말하는 자도 믿지 않고 듣는 자들도 믿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담론이 바로 파타피직스의 세계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 새로운 상상력의 논리로 메타포의 패러디인 파타포(pataphor)를 언급한다. 파타포가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로 자리잡은 까닭은 파타포가 바로 은유와 사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파타포의 정수는 비디오게임 닌텐도 위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그리고 허경영 현상에 잘 드러난다.

 

또하나 새롭게 배운 게 있다. 바로 데드팬(deadpan)이라 불리는 개념이다. 원래 '무표정한 얼굴'을 뜻하는데 코미디 장르에서는 "표정이나 동작의 변화없이 유머를 제시하는 코믹한 전달의 한 방식"을 말하고, 사진미학에서는 "피사체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냉정한 객관적 양식"을 가리킨다. 피사체 앞에서 찍사의 감성적, 이성적, 윤리적 판단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현상학의 '판단중지'와 흡사한 방법론이다. 데드팬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 단지 하이데거 현상학의 상식적 설명에 머무른 점이 아쉽다.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1853)란 유명한 단편이 있다. 바틀비는 어떤 제안에 거절을 할 때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라는 부정적 긍정법을 사용한다. 필경사 바틀비에 매료된 일부 포스트모던 좌파들은 바틀비를 정치적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참신한 주체성의 아이콘으로 설정한다. 예컨대 들뢰즈는 바틀비를 미학적 주체로 보고, 아감벤은 세속적 메시아로 보고, 네그리와 지젝은 그를 혁명적 주체로 본다. 그러나 진중권의 말대로 정치적 참여를 거부하는 바틀비는 결코 급진적 저항의 아이콘이 될 수 없다. 포스트모던 주체가 보여주는 부정과 탈주의 방법론은 체제 변혁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진중권의 평가에 공감한다. 포스트모던 좌파의 정치적 입장은 냉혹한 현실 정치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먹히는' 전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z***a 2011.10.2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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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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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저 읽는 게 머리도 마음도 편하다. 그래서 읽고 또 읽는다. 출간된다는 소식에 얼른 구입해두었는데 이제 읽었다.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책 내부에서 장과 장 사이가 연결되는 양상이 신기하고 절묘하다. '씨네21'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라는데 책 출간을 위해 쭉 써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또 책 외부에서 이 책과 연결된 것들,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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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저 읽는 게 머리도 마음도 편하다. 그래서 읽고 또 읽는다. 출간된다는 소식에 얼른 구입해두었는데 이제 읽었다.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책 내부에서 장과 장 사이가 연결되는 양상이 신기하고 절묘하다. '씨네21'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라는데 책 출간을 위해 쭉 써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또 책 외부에서 이 책과 연결된 것들, 이를테면 "미학오디세이", "춤추는 죽음", "앙겔루스 노부스""서양미술사"와 같은 저자의 미학 책들과 최근에 저자가 트위터에 올렸던 글들이 생각났다. 벤야민, 데리다, 미디어아트 같은 것들에서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패턴을 보았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인물인 저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소재를 어떻게 가져가는지를 보았다. 저자는 이 글들에서 같은 개념이 구체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미학은 어떤 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학문이기에, 예술을 바라보는 해석틀은 정치, 경제, 사회, 사람 사는 모습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미적 인식은 미적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자신을 자유지상주의자로 분류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유와 상상, 숭고와 시뮬라크르, 경계와 주변 같은 틀을 가지고 지금 우리의 정치 문제를 이야기한다. 합리,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하고 우스운 그 현상들에 '파타피직스', '파타포' 같은 개념들을 적용해본다. 

 

내가 이 글들을 만약 제작년에 읽었으면, 또 작년에 읽었으면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어쨌든 2년 동안 논문을 정리하면서 읽은 것들 덕분에 저자가 어떤 맥락에서 특정 단어를 사용하면서 글을 썼는지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것과 저것의 중간, 경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부분들이었다. 지난 "서양미술사"에도 나왔던 '코라'나 그림의 외부에 있으면서도 그림에 영향을 주는 액자 같은 '파레르곤', 그리고 주관성과 객관성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라 주체와 객체 사이를 다룬 다음 부분이 인상 깊었다.

 

데드팬에 대한 여러 해석 중에서 본질을 짚은 것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동원한 설명으로 보인다. 피사체 앞에서 감성적, 이성적,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는 것은 자연스레 훗설이 말한 '판단중지'로 이어진다. 훗설은 판단중지를 통해 '사상 자체로zur Sache selbst', 즉 우리의 지각 속에서 아직 자아/세계, 주관/객관이 구별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려 했다. 데드팬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모든 판단이 존재하기 이전의 이 원초적 상태가 아닐까?

근대철학은 주체/객체의 구분에서 출발하나, 하이데거는 스승의 뒤를 이어 아직 주체와 객체의 구별이 이루어지기 전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근대철학은 인간을 세계 밖에 놓았지만, 그는 인간을 '세계 안의 존재in-der-Welt-sein'로 본다. 세계라는 자기장, 그 복잡한 관계와 연관의 망 속에 처해 있기에, 인간은 '현존재Dasein'라 불린다. 현존재가 '주체'가 되고, 세계가 '객체'로 전락하는 것은 추상을 통해 나중에 이루어지는 일, 주체가 되어 객체로 전락한 세계와 '인식론적' 관계를 맺기 전에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이미 세계 속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 맥락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체가 객체와 인식의 관계를 맺기 전에 세계는 먼저 현존재에게 '기분Stimmung'을 통해 알려진다는 대목이다... 189-180쪽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은 현상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생생하게 읽었다. 일부러 이 글들을 찾아보려면 '씨네21' 몇 달 치를 뒤졌어야 할텐데 이렇게 한 권으로 깔끔하게 묶여 나와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트위터에서 했던 나꼼수 비판이 자꾸 생각났다. 그런데 난 왜 이 책에서 저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들과 나꼼수가 별로 다르지 않아보이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나꼼수는 가카 비판을 할 수 있고, 진중권은 나꼼수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비판을 보며 저자가 아무도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나꼼수의 공로도 조금은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이 대목에서 가치관과 세계관이 약간 다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연대하라던 '싱크레티즘'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조금 치명적인 오타...

22쪽: 파티피지컬-> 파타피지컬,

253쪽: 호레이스 월폴(1717-1997)-> (1717-1797??)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1.11.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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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철학에게 요구되는것은 개념의 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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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철학책들이 개념을 쏟아내면서 설명을 하는데 우리랑은 동 떨어진 내용과 언어로 포장해서 그냥 덮어버리고 다른 세상 이야기 인 척 하게되는데 이 책에선 그런 개념들을 어떻게 우리 일상에 적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개념의 적용은 다 개별적이긴 하겠지만 우리가 철학자 들의 개념들에 대해서 공부해 볼만한 가치를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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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철학책들이 개념을 쏟아내면서 설명을 하는데 우리랑은 동 떨어진 내용과 언어로

포장해서 그냥 덮어버리고 다른 세상 이야기 인 척 하게되는데 이 책에선 그런 개념들을

어떻게 우리 일상에 적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개념의 적용은 다 개별적이긴 하겠지만 우리가 철학자 들의 개념들에 대해서 공부해

볼만한 가치를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현대철학은 진리를 다루는것에서 진리란 딱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그때 그때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고 그런의미에서 철학이 예술에 가까워 지게 된다고 한다.

세계를 얼마나 참신하게 해석할 수 있느냐가 지금 철학에게 요구되는 기준이다.

철학의 임무는 `개념의 발명`이고 이 새로운 개념으로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면서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이것은 전통적인 예술의 임무였다.

 

현대철학의 많은 개념들을 어떻게 세계에 적용해서 해석하는지 간단하게 맛보기를 보여주고

각자 개별 철학자에 대한 공부를 할 의욕을 주는 책이다.

 

p******n 2013.10.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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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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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이야기할때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단어의 정의이다.   몇 글자의 차이나, 받침으로 서로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이런 관점에서는 이책의 진가를 볼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이야기하는 중심을 잃지 않고 생각을 하게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부분에서 우리가 놓치고 가십거리로만 생각했던 부분을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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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이야기할때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단어의 정의이다.

 

몇 글자의 차이나, 받침으로 서로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이런 관점에서는 이책의 진가를 볼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이야기하는 중심을 잃지 않고 생각을 하게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부분에서 우리가 놓치고 가십거리로만 생각했던 부분을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더 난해진다.

때로는 집착하지도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정의의 미묘한 차이가 어렵다.

굳이 구분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없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복잡한 언어의 유희를 즐기고자하는 것은 아닐까?

전형적인 지식인의 유형을 아닐까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를 비춰본다.

 



YES마니아 : 로얄 k********l 2012.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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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에게 기대하던 그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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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학계보다 언론계에서 더욱 활약을 많이 한,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은 그 어느 곳에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인물이다. 독일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오기는 했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학교수의 근엄함이 아니다. 오히려 배틀필드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그의 전투력이 그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단순히 키워드 워리어가 아니었던 날카롭고도 언짢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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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학계보다 언론계에서 더욱 활약을 많이 한,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은 그 어느 곳에도 고정되어있지 않은 인물이다. 독일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오기는 했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학교수의 근엄함이 아니다. 오히려 배틀필드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그의 전투력이 그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단순히 키워드 워리어가 아니었던 날카롭고도 언짢게 하는 그의 어투는 플라톤이 한 말을 반박하기 위해 닭털을 뽑고서 두발로 걸어가는 닭을 인간이라 칭한(호모 플라토니쿠스) 디오게네스를 닮았다. 밝은 대낮에 등불을 키고 진정한 인간을 찾는 퍼포먼스를 행한 디오게네스를 인터넷에서, 지금은 트위터에서 활보하는 그에게서 본다.


 그는 미학자이지만 학계에 고정된 적을 둔 것은 최근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취임하면서부터인 것 같고 오히려 나는 그가 철학자(아무도 심각하게 그리 생각하지는 않았지만)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통해서, 그의 미학자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던 미학 대중서 <미학 오디세이>,<놀이, 예술 그리고 상상력>,<교수대 위의 까치>를 읽으면서 그의 필력, 새롭게 해석하는 그의 눈을 부러워했고 정재승 교수와 함께 쓴 <크로스> 를 읽으며 더욱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책을 읽은 이후에 그가 말하는 본격적인 철학적 이야기를 그래서 고대하게 되었다. 철학에 대해서 무비판적인 이성은 정말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의 이야기와 수준은 정말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씨네 21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ICON>은 내 기대에 부응한 책이다.


 그가 이 책을 내게 된 이유도 상당히 계몽적인데, 아이콘을 통해 복잡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게 이해했으면 한다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가 목차를 편찬한 분류를 따라가면, 현대철학의 책 이름과도 비슷하고 이전 저서와는 다른 방향의 밀도있는 이야기도 쏟아진다.(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도 이전 도서와 달리 상당히 밀도있다)


 그래서 책은 사놓았고 한 번 읽었지만 쏟아져내리는 철학자의 이름과 생소한 철학적 개념 때문에 자신있게 이해한다고 말하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최근에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게시된 씨네 21의 칼럼을 최근 것까지 다 읽으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가 이야기하는 철학은 차별성이 있다. 그가 단순히 철학적인 눈을 가졌다는 것, 그것 때문은 아니라 그가 기본적으로는 미학자라는 것, 그리고 디오게네스처럼 사람들에 대한 냉소를 가지고 또한 소크라테스처럼 거리, 지금은 트위터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그가 가진 학문의 내공이 잘 발휘되게 하는 글빨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놓는 책에 많이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될 것 같은데, 그가 많이 먹는 욕만큼 그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화제는 덜 되었고, 그 이유는 이 책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생소한 개념어는 가끔씩 들추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떠오르는 사실과 해석 속에, 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 아이콘을 몇 개라도 추리다보면 현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만화경을 얻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내게 새로운 만화경은 구토를 진리를 판단하는, 이성과는 또다른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h 2012.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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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철학의 도구상자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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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철학의 도구상자 아이콘이 복잡한 명령어의 시각적 압축이듯, 개념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철학적 사유의 시각적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아이콘 덕분에 굳이 컴퓨터를 몰라도 그것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듯이, 철학적 개념들을 알아두면 굳이 철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자신의 관심사에 관해 철학적 수준에 맞먹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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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철학의 도구상자


 아이콘이 복잡한 명령어의 시각적 압축이듯, 개념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철학적 사유의 시각적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아이콘 덕분에 굳이 컴퓨터를 몰라도 그것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듯이, 철학적 개념들을 알아두면 굳이 철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도 자신의 관심사에 관해 철학적 수준에 맞먹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목표도 거기에 있다. 결국 이 책은 철학이라는 운용체계의 아이콘, 즉 개념들의 용법을 다룬 일종의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철학자, 대학교수, 교육자, 비평가, 문화평론가, 언론인 등의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진중권씨가 철학의 38가지 개념을 소개한 책이 <아이콘>이다.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씨네21> 잡지에 [진중권의 아이콘]의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해서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아이콘'이 내포하는 의미는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symbol과 같은 뜻이 아니라, 컴퓨터 전원을 넣으면 윈도우와 함께 바탕화면에 주르륵 나타나는 시각적 기호들을 가리킨다. 아이콘을 이용해 도스 시절의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하게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수 있었듯, '개념어'라는 아이콘의 쓰임을 알고 있다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깊은 사유의 장으로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아이콘>은 38가지 철학의 개념을 담아내고 있다. 철학의 개념을 일상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적용하여 설명한다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개념어, 혹은 철학어에 대한 개념정의는 가지고 있는 사상 체계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이나 '용기' 등의 추상어를 개인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랑'이라는 예를 들어보자. 사랑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짝사랑'도 사랑의 범주에 포함시키느냐, '이성'끼리의 사랑만을 범주에 포함시키느냐 등의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개념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하물며 철학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는 '정답'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에 대한 작가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들은 한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들이다. 그것들이 내게 인상을 남겼다 함은, 그것들이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이보다 더 훌륭한 정의는 다른 책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개념들을 현실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언어학적인 것이다.

  철학의 도구와 연장을 일상언어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직 투박하기 짝이 없는 우리말을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길이라 믿는다.

- <아이콘> 머리말 中


  그렇다. 작가의 고백에 따르면 <아이콘>은 개념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책이 아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현실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하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서 <법철학>에서 철학이란 '시대의 아들'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철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콘>에 등장하는 개념어에 대한 진중권의 사용법을 보고, 독자 역시 '철학함'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어찌보면 이 책을 독서하는 목표가 아닐까 싶다.

  

  현실의 맥락 속에서 설명하는 개념들은 첫 장인 파타피직스(pataphysics)부터 거침없이 시작된다. 닌테도 위(WII)와 '허경영'을 동시에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하면서 파타피직스(형이상학 위의 학문, 즉 초형이상학. 파타피직스는 형이상학을 구속하는 논리학마저 초월)를 설명한다. 저자는 "그들은(젊은이들은) 허경영이 보여주는 것이 '정치 패러디'라는 것을 안다"며 "허경영이 보통 정치인들과 너무나 달라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통 정치인들과 너무 똑같아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젊은이들이 허경영에게 환호를 보낼 때, 그들은 실은 그로써 이 사회의 부조리에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타피직스'라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철학적 용어를 이렇듯 현실의 도구(WII)나 정치적 사안(허경영에 대한 열광)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의 개념에서는 얼마전 인터넷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을 설명했다. 타진요의 회원들이 타블로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범주의 오류를 범했는지를 개념의 설명과 함께 예시로 사용했다. 

  진중권은 타블로의 학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타진요' 논란을 들여다보며 "어떤 사물을 그것이 속하지 않는 집합에 집어넣는 실수"라며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과 총리나 장관 같은 공직자를 동시에 '공인'이라는 범주에 넣은 것, 개인적·주관적 궁금증과 사회적·객관적 의혹을 구별하지 못한 것이 모두 범주 오류다"고 풀이했다.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개념에 대한 설명은 꼭 현실의 도구나 정치상황, 연예 뉴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역사 이야기를 통해, 건축물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분야에서 개념 설명을 이끌어 간다. 그의 경험의 폭이 과연 넓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목적을 충실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유지한 책이라고 느껴진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이 책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켜 보자.


  이 책에서 표명한 나의 주관적 견해나 주장들은 고스란히 잊어도 좋다. 그것들은 개념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범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이른바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 말하자면 독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었으면 한다.

- <아이콘> 머리말 中


  이 책이 독자의 것이 되려면, 저자가 제시하는 범례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개념의 사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개념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개념은 독자의 것이 되는 것이다. 처음 접하면 이름조차 어려운 개념들이 즐비한다. 그래도 도전해보자. 인문학 장르에 대한 책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이러한 철학적 용어들의 개념 장착은 독자를 더욱 밝게 비추어 줄 것이다.


z*******4 2013.04.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