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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작사가의 노트 _ 심현보의 작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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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이별. 이 감정을 감성적이고 마음을 적시는 언어로 노래에 옷을 입힌 작사가 심현보. 그가 작사한 "사랑해도 될까요",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묘해 너와", "여전히 아늑해" 등은 MP3 혹은 스마트폰에서 무수히 많이 재생되었다. 작사가이면서 동시에 작곡가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2002년 서울가요대상 올해의 작사가상, 2002년 SBS 가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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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이별. 이 감정을 감성적이고 마음을 적시는 언어로 노래에 옷을 입힌 작사가 심현보. 그가 작사한 "사랑해도 될까요",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묘해 너와", "여전히 아늑해" 등은 MP3 혹은 스마트폰에서 무수히 많이 재생되었다. 작사가이면서 동시에 작곡가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2002년 서울가요대상 올해의 작사가상, 2002년 SBS 가요대전 최고 작사가상을 수상했다. 그렇다고, 그의 노래가 2000년대 초반에만 히트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 OST, 아이돌 가수의 솔로 음반의 곡에 이야기를 입히며 계속해서 자신만의 결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 작사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곡을 듣고, 가사를 읽으며 습작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작사 노트를 공개했다. 어떻게 작사를 하는지,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를 <작사가의 노트>에 가득 담아 공개했다.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작사가의 냉혹한 세계에 대한 것부터 작사하며 어려웠던 이야기, 가수와 합을 맞추었던 이야기까지. 그의 경험이 그의 글 곳곳에 배어 있어, 읽으며 좋았다. 특히 가수와 있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덜어내고, 작사가라는 직업과, 작사라는 일이 가진 의미를 최대한 가볍게 풀어낸 그의 노력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모자라고 미흡한 글이지만 이 책으로 누군가가 작사가라는 꿈에 1센티미터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 만약 1센티미터라도 가까워졌다면 당신은 이미 이쪽에 속한 게 되는 것이니까. 
_ 프롤로그에서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작사가를 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감상적인 문인"의 모습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곡에 꾹꾹 눌러 담는다고 말한다.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맞는 것도 아니다. "노래를 빛낼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며 "대중가요의 작사가는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일원"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작사가의 삶은 아름다운 예술가의 삶이기보다, 작사가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고. 한 곡에 대한 작사가 의뢰는 여러 작사가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지며 그 안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즉, 그 곡의 분위기와 주제, 콘셉트와 맞아야 하고, 더 크게는 그 앨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 곡의 작사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유명하다고 해서 항상 작사가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잘"할 때 일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최종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작전을 잘 짜야 한다"라고. 

이렇게 힘겨운 작사가의 생태계만 말하면 얼마나 갑갑한가. 저자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조금 감상적인 이야기를 글 중간중간에 녹인다. 단순히 자신이 어떻게 영감을 받아, 작사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곡을 듣고 어떻게 가사를 붙이는지 그리고 그 가사에는 어떤 스토리를 담을지에 대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 점이 <작사가의 노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표현은 얼마나 다채로운 언어를 사용하는가 보다,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구성하여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어도, 연령층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이 짝사랑일 수도 있고, 썸 타는 때 일 수도 있고, 사귄 직후, 권태기, 이별 직전 등 다양하다. 어떤 상황인지를 드라마처럼 설정하고, 곡에 가사를 붙인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금 그가 작사한 곡을 들었다. 

2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가벼운 연애 시작의 고백이라는 콘셉트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지금의 감성과는 조금 다르지만, 풋풋함이 담겨 있다. 그의 노래를 나와 내 친구들이 대학교 1,2학년 때 많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그때 내가 혹은 내 친구가 듣고 싶었던 고백을 노래한 가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 끼워 맞춘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그때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가 좋았던 이유는, 이 이유 말고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취향이 곧 스타일이다.
작사가에게 취향의 다양성이나 구체적인 취향의 발견은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찾아내고서 그것들을 가사의 중요한 소재나 이야기의 구성 요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의 구체적인 취향들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은 필요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각자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개취'가 가사의 좋은 소재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_ <작사가의 노트> 176쪽

내가 책을 통해 느낀 작사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을 조금 다듬어 언어에 옷을 입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노래에 담긴 스토리는 그렇게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함을 안겨준다. 그는 편안하게 다가가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 편안함을 찾는 소스들은 상황 설정, 자신의 취향, 고민, 그리고 때론 사소한 표현을 놓치지 않는 끈기(?) 등이 만든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가이드 데모곡을 들으며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는 일은 그가 오랜 시간 작사가로써 생활하며 터득한 노하우다. 이런 노하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형화된 작사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작사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의 작사 노트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가 책 대부분을 차지한 점은 아쉽다. 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는 그의 고백을 더 듣고 싶었는데. 그 고백보다는 작사가 심현보가 하고 싶은 몇몇 이야기를 골라 들은 느낌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면 어땠을까. 그의 가사만큼 그의 마음도 참 섬세할 것 같다. 그 섬세함이 글 속에서 느껴진다. 작사가와 심현보라는 개인을 어떻게 일치시켜 세상에 내보일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많은 뮤지션과 작업을 했음에도, 그가 성시경, 김현철 씨 외에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는 걸 보면. 그가 이 책을 쓰며, 참 많이 고민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가사에는 쓴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요즘의 관심사,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 개인적인 시간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의 생각을 이젠, 노래 가사로 다시 확인해보아야겠다. 


g*****9 2018.08.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