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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열풍이 불기 시작한건 지난해 가을부터다.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놀러와'에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출연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노래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열풍을 타고 콘서트도 열렸고 여러장의 음반도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무려 40년전 노래들이니 세대를 뛰어넘는 열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데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너무 엇비슷한 내용들이 중복되다보니 식상한 기분까지 느껴지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오래된 추억을 꺼내들때는 반갑고 흥겨웠었는데 그 추억의 앨범을 뻔질나게 들여다 보다보니 그리 애틋해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었다. 감질맛 날때는 더 먹고 싶다가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되자 시큰둥해진 것과 같다하겠다. 뭐든지 적당해야 질리지 않고 오래 이어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YES24에서 세시봉을 검색하자 12장의 음반이 검색되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앨범이 올해초 2월에 나온 '세시봉 친구들: 40년 우정을 노래하다'였고 그 뒤를 이어 '친구야 소풍가자: 세시봉 그때 친구들의 음반'을 비롯해서 '세시봉 팝스 콘서트: 추억과 감동의 올드팝 명곡' 등 팝송에도 '세시봉'을 갖다 붙였다. 불어로 매우 좋다(very good)라는 의미의 세시봉(C'est Si Bon)이 마치 추억이나 올드라는 단어의 대명사가 된듯하다.
그 중에서 론뮤직에서 나온 '세시봉 메모리즈(C'est Si Bon Memories)'는 가장 최근인 올해 9월에 발매된 음반이다. 가장 나중에 발매된 음반답게 구성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는데 5장의 음반을 하드박스에 넣어 고급스럽게 포장했고 총 62곡의 세시봉 오리지널 레퍼토리를 디지털 리마스터링했다. 게다가 가사집에 그치지않고 70페이지에 걸쳐 전곡에 대한 기타 코드도를 수록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하드박스에 들어있는 개별 케이스에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의 얼굴을 그려넣었고 CD는 LP판 느낌이 나도록 꾸미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세시봉 입장권과 음악신청용지도 들어있다. 이러한 세심한 구성은 다른 세시봉 음반들과의 차별화를 느끼게 해주고 세시봉 열풍에 편승해서 급조한 음반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획해온 음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듯 보였다. 이 정도라면 소장의 가치가 있겠다고 느꼈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수록되어 있는 곡목들을 보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게 사실이었다. 조영남과 이장희, 송창식과 윤형주 그리고 김세환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상당부분 빠져있었던 까닭에서다. 물론 단 한장의 앨범에 모든 히트곡들을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알려진 노래가 빠지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노래가 들어가 있는 점은 분명 납득하기 힘든 점이 아닐 수 없었다.
송창식의 경우 1,2번 곡은 트윈폴리오 시절의 노래인 '하얀 손수건'과 '두개의 작은별'이었고 그 뒤를 이어 '우리는'과 '푸르른 날', '선운사'가 이어졌지만 6번곡 '당신은'은 생소한 곡이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놓으셨나요"라고 하는 노래가 아니라 전혀 다른 트로트곡이었다. 흔히 알고있는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은 '사랑이야'였고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당신은'은 전혀 다른 노래였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사랑이야'가 빠지고 엉뚱한 노래가 들어있다는 셈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송창식 하나에만 그치지 않았다. 조영남의 경우에도 '사랑없인 못 살아요', '딜라일라', '불꺼진 창', '지금'과 같은 대표곡들은 다 빠져있었고 그 대신 선구자, 기다리는 마음, 보리밭 같은 가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게다가 쌩뚱맞게도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영어버전)'까지 들어있는 형편이기도 했다. 조영남을 비롯한 세시봉 친구들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하기에는 선곡이 너무 무성의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음반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살린 기획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음반보다는 음원이 더 많이 팔리는 현실에서 돈 주고 사서 소장하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음반은 들을만한 노래가 담겨져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죈 총 62곡의 세시봉 오리지널 레퍼토리를 통해 이들의 주요 히트 넘버들을 모조리 들을 수" 있다는 추천사는 그저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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