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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겼다면 세계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대체 역사 소설의 대명사격인 작품. 이 작품은 단순히 소재만 독특한 게 아니라 대체 역사 소설의 존재 의의에 대해 살펴본다는 점에서 꽤나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해당 소설의 드라마를 먼저 보고 설정이 충격적이라 궁금한 마음에 원작을 구매한 케이스인데 드라마보다는 약간 난해한 느낌은 있었다. 내가 일반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독해력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원래 이 작가가 소재에 비해 필력이 조금 아쉽다는평가를 듣는다는 걸 듣고 일단 계속 읽었다. 어떻게 보면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의 욕망도 실현되지 못한 채 끝나 허무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이는 다르게 보면 우리가 흔히 대체 역사 소설에 기대하는 바를 철저하게 외면한 작품에 대한 반감의 발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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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요양원의 환자 신세라는 늙은 히틀러는 매독으로 온 몸이 마비되고 노망까지 든 채 여생을 보내고 있다. 뇌까지 번진 매독은 그가 비엔나에서 길고 검은 코트에 더러운 속옷을 입고 싸구려 간이숙소를 전전하며 부랑자로 살던 시절에 얻은 것이다... 끔찍한 건 지금 독일제국이 바로 그자의 머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두뇌는 처음에는 정당을, 이어서 나라를, 다음에는 세계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p.66)
필립 K. 딕 Philip K. Dick / 남명성 역 / 높은 성의 사내 (The Man In The High Castle) / 폴라북스 / 478쪽 / 2011 (1962, 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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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승리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이 작품 안에서 실제 현실과 같이 연합국의 승리를 그린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라는 소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저자가 바로 '높은 성의 사나이' 호손 아벤젠이다. 현실의 반대를 그린 대체역사소설, 그리고 그 안에서 현실을 그린 대체역사소설이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이 승리했다면 지금 세계는 어떤 상황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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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작가 아벤젠은 자신이 쓴 소설이 허구가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실존하는 평행우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소설은 반체제적이어서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소설 속의 현실과 현실 속의 소설을 얽게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솜씨가 훌륭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벤젠이 스스로를 가둬두었듯이 우리도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