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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는 이가 없어서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집에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빠지지 않고 입에 올리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바로 금강산이다. 우리 가족은 작년부터 금강산 여행이 재개되길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는 금강산은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 알게 모르게 위험하다고 느꼈던 게 가장 큰 이유지 싶다. 그랬던 금강산을 이제는 가고 싶은 이유가 있다. 작년부터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북한 땅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진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아직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안다. 그러니 이런 느낌은 사견이란 점을 밝힌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겸재 정선의 그림 <만폭동> 때문이다. 우연히 본 <만폭동>은 멋졌다. 금강산의 웅장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고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익숙한 감상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처음 그림을 본 느낌이 실제로 그러했다. 그림 중 특히 매료된 것은 소나무였는데 평생 이렇게 멋들어진 소나무는 본 적이 없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림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보고 싶은 그림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감정이었다. 휴대폰 배경화면과 컴퓨터 바탕화면도 모두 <만폭동>으로 바꾸고 매일 매일 보고 있다. <만폭동>에 매료된 후 정선이 그린 금강산 그림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찾아보았는데 하나 같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족들 앞에서 풀어놓았는데 쉽게 넘어왔다. 우리는 그렇게 금강산을 꿈꾸게 되었다.
금강산으로 향하게 될 날만 기다리다가 내게 필요한 책을 만났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정선의 <만폭동>으로 옛 그림을 감상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을 소개해서 읽게 되었다.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이란 부제가 달린 『옛 그림 읽는 법(유유)』이다.
『옛 그림 읽는 법』은 그림을 깊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초보자도 그림 감상하는 방법만 알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폭동>을 가운데 두고 옛 그림 보는 단계를 하나씩 밟아간다. 총 여덟 단계를 제시하는데 그중 첫 번째 단계는 ‘누가’ 그렸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화가의 삶까지 깊게 들여다본다. 두 번째는 ‘무엇’을 그렸는지 살펴본다. 산수, 즉 경치를 그렸는지 아니면 인물 혹은 꽃과 새를 그렸는지 살핀다. <만폭동>은 산수화다. 저자는 당시 산수화를 즐겨 그렸던 시대적 배경과 산수화의 갈래인 관념산수화와 진경산수화에 대해서 설명한다. 세 번째는 ‘왜’ 그렸는지 알아본다. 관념산수화가 그려지다가 실경산수화가 나타나고, 실경산수화에 회화적인 멋을 더해 진경산수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나면 <만폭동>이 왜 그려졌는지 알게 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어떻게’ 그렸는지 알아보는데 여기서 정선의 훌륭한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만폭동>에 담긴 비로봉과 금강대, 너럭바위 등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 ‘무엇’으로 그렸고 ‘어디’에 그렸으며 ‘무엇’을 더했는지가 이어진다. 저자가 인도하는 여덟 개의 퍼즐을 맞추었더니 <만폭동>이 더 좋아졌다.
사실 그림을 볼 때 좋은 그림은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좋아했다. 이제 그림을 깊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더 좋아할 일만 남았다. 저자는 첫인상이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면 하나씩 퍼즐을 맞춰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폭동> 다음으로 어떤 그림을 읽어보겠냐고 물으면서 열 개의 그림을 주었다. 그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그림 하나가 있다. 심사정의 <강상야박도>다. <강상야박도>를 그린 심사정은 누구이며 무엇을 그렸고 왜 그렸으며 어떻게 그렸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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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옛 그림을 단순히 작품으로 보는 게 아니라, 화가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함께 꺼내보게 한다 페이지마다 차분히 그림을 들여다보는 듯한 설명이 이어져서, 어느새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특히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의 세부를 놓치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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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겸재 정선의 [만폭동]이라는 18세기 견본담채 그림 하나를 이 책 전체를 통해 해설하고 소개한다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배경, 산수화 그중에서도 진경산수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 관념산수화와의 차이점, 동양의 원근법, 준법, 바탕재료와 색채, 붓, 관지와 인장과 화제에 관한 이야기까지 단 한장의 그림을 설명하는데 200페이지에 달하는 글로써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는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미술, 전통미술, 동양화에 대한 감상의 방법을 어느정도 터득하게 되고 좀 더 편안하고 가깝게 우리 미술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서양미술과 근현대미술 감상에 취향이 치우쳐있어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보러 갈 때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우리 고미술들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