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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의 봄 - 윤제림 철쭉꽃을 등에 진 할머니가
셔틀콕이 오고가는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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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아름다운 게 나를 따라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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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토(穢土)라서 꽃이 핀다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와 서너 살 사내아이 어린 남매가 나란히 앉아 똥을 눈다 먼저 일을 마친 동생이 엉거주춤 엉덩이를 쳐든다 제 일도 못다 본 누나가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준다 손으로, 꽃잎 같은 손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망고나무 숲이 보인다 인도의 아침이다 시인은 인도를 여행했나 보다. 인도에서 시인이 본 것은 “꽃잎 같은 손으로”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주는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다. 어린 남매의 꽃 같은 행동이다. 시인은 이국에서조차 그곳의 풍경과 풍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본다. 시인은 인도에 도착할 무렵부터 자신의 무거운 몸을 걱정한다. 릭샤를 불러 “체중 미달로 병역이 면제된 / 본희 형보다 가냘픈 사내에게”(「내가 살을 빼야 하는 이유」)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설산 눈 녹은 물에 빨래를 처덕이며 / 이국의 사내를 올려다보는 산골 처녀의 / 눈망울”을 보며 “육이오 때, 버덩 개울물에 빨래하던 / 우리 엄마도 저렇게 숨죽이며 / 염소처럼 소처럼 / 북진하는 흑인 병사를 쳐다보았을 것”(「설산 가는 길 3」)이라고 생각하고, 낙타의 “큰 눈 가득 노래가 들었”(「낙타」)다며 이미자의 노래를 우물거린다.
행선(行禪) 신문지 두 장 펼친 것만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나면,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도 않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다고 한마디도 없는 것은 아니다 좌판 귀퉁이에 이렇게 써두었다 “물건을 볼 줄 알거든, 사 가시오.” 나도 물건을 그렇게 팔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노인을 닮고 싶은데 쉽지 않다. 시인은 일상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천착한다.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종일 산이나 보는 노인에게서는 하나의 경지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자신도 노인을 닮고 싶어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천착하는 사람은 필경 사람들 사이를 살필뿐더러 자신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에는 일가붙이도 몇 남지 않아서 / 생각보다 훨씬 더 쓸쓸할 수도 있던”(「함민복씨의 직장」) 외로운 시인의 늦은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늘도 없는 벚나무 밑에서 / 혼자 울”(「쉰」)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지구는 점점 못쓰게 되어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 (「부석사에서」)다고 여긴다.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세 가지 경기의 미래에 대한 상상」) 외로우나 뜨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