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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의 봄-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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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의 봄- 윤제림철쭉꽃을 등에 진 할머니가톡,띄워올린다산수유를 업은 할머니가탁, 받아올린다톡, 할머니 둘이탁,배드민턴 치신다톡,한자리에 오똑 서서도탁,셔틀콕 한번 놓치지 않는다톡,탁,톡,탁톡,같은 힘으로탁,같은 코스로톡,같은 무게로탁,톡, 탁, 톡, 탁꽃 핀다.셔틀콕이 오고가는 동안 꽃이 피고톡, 탁투닥거리는 소란을 들으며잠에서 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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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의 봄

- 윤제림



철쭉꽃을 등에 진 할머니가
톡,
띄워올린다
산수유를 업은 할머니가
탁, 받아올린다

톡,
할머니 둘이
탁,
배드민턴 치신다
톡,
한자리에 오똑 서서도
탁,
셔틀콕 한번 놓치지 않는다
톡,
탁,
톡,
탁

톡,
같은 힘으로
탁,
같은 코스로
톡,
같은 무게로
탁,

톡, 탁, 톡, 탁
꽃 핀다.





셔틀콕이 오고가는 동안
꽃이 피고

톡,
탁

투닥거리는 소란을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s*****m 2019.03.06.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진달래-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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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윤제림진달래는 우두커니 한자리에서 피지 않는다나 어려서, 양평 용문산 진달래가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본 일이 있다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쉬는 자리마다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진달래는 한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외갓집 뒷산까지 따라오더니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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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윤제림

진달래는 우두커니 한자리에서 피지 않는다
나 어려서, 양평 용문산 진달래가
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
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
진달래는 한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
외갓집 뒷산까지 따라오더니
고개 하나를 더 넘어가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게 나를 따라오면 좋겠다

붉고 노랗고 분홍한 그것들이

내 뒤를 졸졸졸

꽃 한 번 보고
구름 한 번 올려보고
바람이 스쳐가는 걸

그러다

한 시절 견뎌냈다는 것을

봄이 알려준다

s*****m 2019.03.05.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내용보기
예토(穢土)라서 꽃이 핀다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와 서너 살 사내아이 어린 남매가 나란히 앉아 똥을 눈다 먼저 일을 마친 동생이 엉거주춤 엉덩이를 쳐든다 제 일도 못다 본 누나가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준다 손으로, 꽃잎 같은 손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망고나무 숲이 보인다 인도의 아침이다     시인은 인도를 여행했나 보다.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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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토(穢土)라서 꽃이 핀다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와 서너 살 사내아이

어린 남매가 나란히 앉아 똥을 눈다

먼저 일을 마친 동생이 엉거주춤 엉덩이를 쳐든다

제 일도 못다 본 누나가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준다

손으로,

꽃잎 같은 손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망고나무 숲이 보인다

인도의 아침이다

 

 

시인은 인도를 여행했나 보다. 인도에서 시인이 본 것은 “꽃잎 같은 손으로”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주는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다. 어린 남매의 꽃 같은 행동이다. 시인은 이국에서조차 그곳의 풍경과 풍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본다. 시인은 인도에 도착할 무렵부터 자신의 무거운 몸을 걱정한다. 릭샤를 불러 “체중 미달로 병역이 면제된 / 본희 형보다 가냘픈 사내에게”(「내가 살을 빼야 하는 이유」)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설산 눈 녹은 물에 빨래를 처덕이며 / 이국의 사내를 올려다보는 산골 처녀의 / 눈망울”을 보며 “육이오 때, 버덩 개울물에 빨래하던 / 우리 엄마도 저렇게 숨죽이며 / 염소처럼 소처럼 / 북진하는 흑인 병사를 쳐다보았을 것”(「설산 가는 길 3」)이라고 생각하고, 낙타의 “큰 눈 가득 노래가 들었”(「낙타」)다며 이미자의 노래를 우물거린다.

 

행선(行禪)

 

 

신문지 두 장 펼친 것만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나면,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도 않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다고 한마디도 없는 것은 아니다

좌판 귀퉁이에 이렇게 써두었다

“물건을 볼 줄 알거든,

사 가시오.”

 

나도 물건을 그렇게 팔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노인을 닮고 싶은데

쉽지 않다.

 

 

시인은 일상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 천착한다.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종일 산이나 보는 노인에게서는 하나의 경지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자신도 노인을 닮고 싶어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천착하는 사람은 필경 사람들 사이를 살필뿐더러 자신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에는 일가붙이도 몇 남지 않아서 / 생각보다 훨씬 더 쓸쓸할 수도 있던”(「함민복씨의 직장」) 외로운 시인의 늦은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늘도 없는 벚나무 밑에서 / 혼자 울”(「쉰」)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지구는 점점 못쓰게 되어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 (「부석사에서」)다고 여긴다.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세 가지 경기의 미래에 대한 상상」) 외로우나 뜨겁게.

 

YES마니아 : 로얄 g*******g 2014.05.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