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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우리가 ]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별들의 이주(移住)-화포천 ]
오월 천변(川邊)에서는 멀리 보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 숭어는 겨울 동안 감고 있던 눈을 뜹니다
천변의 긴 밭에서
새들은 어제 심은 들깨씨를 잘도 파 물어갔고요
노인은 막대기에 양철통을 들고 밭으로 나가
새들을 쫓다가 졸다가
가져간 찰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새로 울고 싶은 오월의 밤하늘에는
날아오른 새들이 들깨씨를 토해놓은 듯 별들도 한창이었습니다
[ 가족의 휴일 ]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 호우주의보 ]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소/라/향/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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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박준을 만나게 되었다. 길고 이상한 내용으로 시집의 제목을 삼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예스24에 자주 보게 되었고 채널예스에도 더러 만났다. 그런 것이 기회가 되어 그의 시집을 구입하게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쓰기에 그렇게 인지도가 높나 나는 생각도 있었던 듯하다. 제 2시집으로 불리는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를 보면서 1시집은 어떤 글이 실렸을까? 궁금해서 찾게 된 듯하다. 그의 시는 암울에서 빛을 건져 올리는 듯함을 느낀다. 어둠과 죽음 등이 많이 나타난다. 유언이라는 말도 그려지고, 그들이 여인을 통해서 현실과 통용되며 빛으로 나올 기회를 제공 받고 있다. 그의 시를 읽고 있다 보면 심연의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맥박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답장을 쓰다 말고// 겨울이 아니어도/ 사람이 혼자 사는 집에는/ 밤이 이르고// 덜 마른/ 느릅나무의 불길은/ 유난히 푸르다//그 불에 솥을 올려/ 물을 끓인다// 내 이름을 불러주던/ 당신의 연음(延音) 같은 것들도// 뚝뚝/ 뜯어 넣는다//나무를 더 넣지 않아도/ 여전히 연하고 무른 것들이/ 먼저 떠올랐다 -당신의 연음-
잘 이어지지 않는 편지, 그러나 어둠은 내리고 더욱 분위기는 암울해져 간다. 그것이 어떤 관계인지 누구와의 연결인지는 몰라도 된다. 하지만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하고 시적자아는 불을 떠올린다. 그리고 불을 지핀다. 이어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작용한 것일 게다. 그럴 때 지난 시간 가졌던 기억의 파편들이 다가와 어울리게 만들고, 그 속에서 그리움의 형상, 당신의 자취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걸어가기엔 멀고/ 무얼 타기엔 애매한 길을/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다// 청파동 밤길은 혼자 밝았다가/ 혼자 어두워지는 너의 얼굴이다 <관음-청파동3>
삶은 팍팍하다. 정리되지 않는 길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길이 누구보다도 많다. 그것은 확실한 길이 없다는 증거도 되리라. 그런데 너의 얼굴도 그렇다. 수시로 바뀐다. 밝았다 어두웠다, 그 중심이 없다. 내가 사는 길이 그렇다. 청파동 밤길 같은 나의 삶, 나의 길......가야할 길은 애매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오랫동안 미인은 돌아오지 않고 종이학은 미인의 방으로 들어가 날개를 접었다 미인을 좋아했던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안경을 쓰고 있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아무 것도 적지 않은 종이를 접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으며 미인의 방으로 몰래 들어가 유리관 속의 종이학을 펴기 시작했다. <학 中에서>
시인의 시에서 미인은 많이 나온다. 미인이 여인이든 남자이든 상관이 없다. 단지 여기에서 <좋아했던 남자들>이란 표현을 봐서 여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듯하다. 미인은 떠났다. 다른 작품에서 보면 자신의 곁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의 곁을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럴 때 시적자아는 미인의 방에 들어간다. 종이학 속에서 그 이유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리라. 종이를 접을 때는 소원을 담게 되고, 그 종이에는 무수한 얘기가 들어 있으리라 보고 있다. 종이를 펴는 시작자아의 손끝이 떨린다. 이상의 날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방에 들어가 거울놀이를 하던 주인공의 모습 말이다. 아마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어 진다.
눈을 감고 앓다 보면/ 오래전 살다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중략>
<눈을 감고> 중에서 나오는 글이다. 시작자아는 많이 아픈 영육을 가지고 있다. 그 아픔을 견디고 살아가는 모습이 언어로 그려지고 그것이 시가 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상이 낱낱이 사샹의 햇살 조각처럼 떨어져 언어가 되고, 그것이 그의 시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아픔이 아주 감각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집이 떨고 있는 것처럼.
박준의 시는 절망에서 희망을, 어둠 속에서 빛을 갈구하는 음성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제목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란 작품에 나오는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는 저자의 시적 태도를 잘 보여주는 구절이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작품 속의 상황과 비슷한 자신의 경험을 안주 삼아 늘 빛을 찾아 떠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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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산문보다 더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일단 제목이 워낙 유명한 시집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집이라길래 호기심에 구매했다. 나도 제목을 보고 이끌리기도 했고. 읽고 나서는 ..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다. 일단 시인의 언어들이 전혀 와닿지 않았고, 오히려 요란하게 달그락거렸다. 애쓴 문장들의 흔적이 겹겹이 보여서 시를 읽는 내내 방해했다. 잘쓰고 싶어 애써 그럴듯하게 시인의 언어를 빌린 누군가가 쓴 시집같은 느낌. 무슨 말이냐면, 나는 불호라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여럿 울리는 시집이라고 하니 그저 나랑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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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시가 주는 힘으로 며칠은 배부르겠지.
"맥박이 /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 답장을 쓰다 말고 // 눅눅한 구들에 / 불을 넣는다 // 겨울이 아니어도 / 사람이 혼자 사는 집에는 / 밤이 이르고 // 덜 마른 느릅나무의 불길은 / 유난히 푸르다" - p.18 <당신의 연음> 일부
잔잔한 마음에 물결이 일듯, 감수성을 조금씩 파고드는 시가 있지. 그것이 꼭 내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 네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데? 하며, 갸우뚱 하다가 쭈뼛쭈뼛 시의 마지막 장을 넘겨 버린 거야. 그래도, 포스트잇으로 중간중간 표시해 두기는 했어. 뭔가 모르겠는데, 좋았거든.
"...목이 하얀 네가 말했습니다 그 방 창문 옆에서 숨죽이고 있던 내 걸음을 길과 나의 접(椄) 같은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덕분에 음악을 받아 적은 내 일기들은 작은 창의 불빛으로도 잘 자랐지만 사실 그때부터 나의 사랑은 죄였습니다" - p.89 <관음 -청파동 3> 일부
뭐가 죄가 된다는 걸까 살짝 궁금증을 가졌지 사랑한 게 죄일까 좀처럼 의문은 풀리지 않는데 그런데 왠지 이 시가 좋아서 마킹을 해 놨지 나 뭐 찔리는 거 있나?
"별 밝은 날 /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 별이 지는 날 /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 더 오래 빛난다" - p.40 <지금은 우리가> 일부
뭐가 죄인지는 모르지만 그 죄 때문에 결국 네가 아닌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 그렇구나.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지은 죄가 있는 거구나. 어쩌면.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p.55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일부
아름답지 못해 죄를 지었다는 말일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지만 그러지 못한 우리의 만남이 글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아, 그것도 아름다운 것일까.
"지구는 둥그니까 그 쵸코파이를 손에 꼭 쥐고 자꾸 걸어나가면 어머니가 손님들이 벗겨먹고 있는 맥반석 계란, 그 숫자를 세고 있을 산호사우나도 나왔습니다" - P.102 <희망소비자가격> 일부
그렇지. 지구는 둥글지. 돌고돌아가다가 그 어느 순간 만남은 이루어지겠지.
"바람이 / 바람이 될 때까지 / 불어서 추운 // 새들이 / 아무 나무에나 / 집을 지을 것 같지는 않은 // 나는 오늘" - p.114 <오늘의 식단 - 영에게> 일부
아무 나무에나 집을 짓지는 않겠지. 새들도. 우리의 세상도 그러하겠지. 아무 집이나 지을 순 없지. 박준이 짓는 시의 세상은 불편한 곳이 아니라, 편안한 살림인 것이 아닐까.
"그날 아침 손끝으로 먼 바다를 짚어가며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들의 이름을 말해주던 당신이 결국 너머를 너머로 만들었다." - p.117 <세상 끝 등대 1> 일부
너머 너머에 그대가 있겠지. 그 너머 너머엔 나도 있겠지. 그 너머너머엔 우리가 있겠지. 그래, 시가 주는 힘으로 며칠은 배부르겠지. 그 이후의 배고픔은 무엇으로 채울수 있으려나. 그래도 결국은 방법을 찾겠지. 나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어야겠어. 나, 잠깐만, 죄 좀 지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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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저/ 문학동네 2017년 11월 13일
"한 편의 따뜻한 시가 우리의 슬픔과 아픔을 치유한다."
'모든 글의 만남은 아름다워야 한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되고 위로가 되듯이, 한 편의 따뜻한 시 또한 우리의 슬픔을,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마음의 위로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 시키는 시를 통해서 가능하다. 예전에는 시가 어렵고 이해할 수 없었으나, 요즘에는 시를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이 된다. 시를 읽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감정을 어루만진다. 마치 명상을 하듯, 요가를 하듯,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치유의 시간이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 주는 시를 만났다. 예전에 그의 시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라는 시집을 한 번 읽긴 했다. 박준 시인은 시를 사실적으로 나도 이해할 수 있게 써서 미음에 와닿았다. 시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시를 읽는 방법이라고 말해주는 시인 중 한 사람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도 어렵지 않고 공감가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아하는데 박준 시인의 시도 나에게 그러했다.그의 시는 참 솔직하고 담백하다.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소중함, 아름다움, 소소한 행복을 찾고자 한다. 미사여구와 화려한 문장이 아닌 그만의 솔직하고 투박하고 문장으로 쓰여진 시는 그 솔직함과 진솔함이 더해져 우리의 가슴에 와닿는다.
이번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에는 62편의 주옥같은 시가 있다. 62편의 시들 속에는 시인의 모습과 삶이 투영되어 있다. 그 시들을 가만히 읽다보면, 그의 삶과 인생이 보인다. 그의 삶 또한 그의 시만큼 소박하고 진솔하다. 나는 그의 시들이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또한 나는 그의 시들 속에서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을 발견해서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시집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의 시속에 곧 사람들의 모습이 있으니깐 말이다.
2. 책 속으로
박준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바램과 의도대로 그의 시는 촌스럽고 소박한지도 모르겠다. 그는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해왔다. 그렇게 한지 4년, 이제 그는 막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시로 인생을 논하고 사랑을 노래하기엔 아직은 그가 젊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젊은 나이에도 성장에 대해, 죽음에 대한 사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에서도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들이 작고 소외되었지만, 그 자체로 존재 자치가 있고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시인의 눈으로 보면 소중하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시인은 그 일상과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전해준다.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우리의 슬픔과 아픔을 치유한다.
62편의 시들 모두 다 너무 울림이 있고 좋지만 그 중에서 내 마음을 많이 울린 시들이 있어서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집의 표제 시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를 읽었다. 이름을 지어서 며칠은 먹었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시를 읽으며 한참을 생각했다. 이 시 속의 화자는 자주 아픈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엔 당신의 이름이 마치 나에겐 약과 같아서 그 이름인 약을 며칠을 먹어서 당신이라는 사랑의 힘으로 몸이 아픈 것이 낫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시인이 쓴 이 문장에는'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그의 믿음이 담겨 있다.
“나는 매일 병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 두 번 쯤 울고 여덟 번쯤 누울 자리를 봐두었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그렇게 시 속의 화자는 나약하고 보살펴줘야 하는 존재이다. 범박한 일상 속에서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눈썹」)니다가 문득 고독한 자아를 마주하고 세계에 눈을 뜨며 얻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이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깨닫게 되면서 아픔과 고통이 동반된다. 그러나 그 아픔을 극복하고 나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이러한 자신의 병을 ‘꾀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보다 이 세계가 더 아프리라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시이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것도 대단하다며 칭찬을 받고 그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그리고 시 속에서 '당신'은 지금 현재 슬픈 상황에 있다. 그래서 그 당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고 슬퍼하고 있다. 당신과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 있고 그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과 당신의 슬픔을 생각할 때 시의 화자인 '나'는 이를 악물어야 한다. 그런 시인의 고통과 슬픔이 느껴진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과,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버티어야 하는 것이다.
아픈 ‘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이 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미인’이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발을 하는 것 같다. 시집 곳곳에서 출몰하는 미인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고, 죽음과 삶의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인은 때로는 시적 화자의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 '미인'은 연인으로 한정하지는 말자. 그 미인은 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 이상향, 목표 등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 미인은 끊임없이 자기 성장을 하려고 하며 이 과정 속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시적 화자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를 지탱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3. 나가며
"좋은 시란 그런 말 안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시 속에는 시인의 삶과 삶 속에서 성장이 있다. 시인 또한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시인이 느끼는 감정도 생각도 우리와 비슷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과 느낌이 글로서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좋지 않은 세상도 밝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기도 하고 진솔하게 솔직하게 보기도 한다. 비록 문장의 길이는 짦지만, 그 속엔 삶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읽는다.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서, 시인이 주는 메시지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말이다.
시인이 던지는 따뜻한 한 마디, 한 문장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된다. 시인이 던지는 따뜻한 손과 애정이 우리를 위로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라고 시인이 전해주는 따뜻한 말이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는 약이 되고, 그 약을 며칠 먹으면 우리의 아픔도, 슬픔도 모두다 치유될 것만 같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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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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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시인 #박준시집 #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을먹었다 #시집은어려워 - 한 며칠은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 뻔히 저기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는 고통 : 김현선생일기 - (시가 이렇게 어려운줄 모르고, 읽다 지치는 날이 많았다. 논어 만큼 읽기 힘들었다. 읽기 힘들어 사색은 근처에도 못갔다. 시인은 1983년생인데 시에서는 5,60년대 분위가 났다. 시는 나의 한강이 되긴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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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생을 짊어진 당신의 이름 박준 시인의 시집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를 읽고 (「문학동네」 2012년)
시가 좋아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무작정 가입했다. ‘북적북적’ 동아리 이름까지 어찌나 마음에 쏙~~ 들던지……. 즐거움을 맛보려면 30%는 하기 어려운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저 손 놓고 앉아 해박하고 찬찬하고 쿨~한 교수님의 해설을 듣고 시집의 내막을 밝혀 들으면 금상첨화겠다 생각했었다.
가벼워서 추켜든 박준 시인의 시집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는 결코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시의 이면을 생각하며 읽으려는 습성 때문에 시가 하려는 말을 찾을 수 없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무언가 후회스럽고 안타까운 체념들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느낌이다. ‘미인’이 시인의 죽은 누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어서인지 내 맘이 벌써, 울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첫 시집에는 가족 이야기가 많이 담긴다는 강의 내용처럼 어머니가 나오고 무서운 아버지도 나온다. 제목에서도 내용에서도 별이 여러 차례 나와서 나를 안심시켰다. 별이 나오는 배경이 좋았다. 왠지 별의 일은 알 것도 같았다. 역시나, 박준 시인님도 밤하늘을 좋아하시나 지레짐작해 본다. 별처럼 달도 자주 등장해서 위로의 말을 더해 준다.
스스로 일기나, 메모를 잘하는 사람임이 짐작되었다. 무언가를 적었다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화자는 ‘쓰는 사람’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밖의 상황을 짐작하며 읽는 독서나 시인과 화자가 동일인이라는 생각을 지양해야 함에도 고쳐지질 않았다. 무언가를 들고나왔다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철없던 어린시절 이야기 같은 것은 시에 쓰고 싶지 않기에…….
<꽃의 계단>을 읽을 때, 시골에서 살다가 광주로 고등학교를 가면서 자취했을 때가 생각났다. 자췻집마다 연탄을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었다. 창고에 한 달간 쓸 연탄을 채우는 날에는 그 연탄들이 곳간의 양식이라도 되는 듯 충만했다. 연탄도 꽃이 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무거운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이 죽을 수는 없어서 세상이 미는 대로 그냥 체념하며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견디는 몸부림으로 세상과 맞닥뜨리며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시집으로 읽혔다. 왠지 가련한 청년에서 힘내서 살아내라고 기도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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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시를 썻을 대 작자의 나이는 29세. 채 서른이 되기 전이다.
시인의 첫 시집인 이 책당할 뿐이다.은 많은 독자를 거느리는 인기 시인으로,작가의 반열에 그를 올려놓았다. 많은 생각과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마음엔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주! 실타래 풀어내듯 하나 하나 풀어내는 시인의 언어에 나는 매료당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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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계에도 미쉘린가이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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