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한국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조금은 특이한 성향의 독자다. 우선 한국소설은 대체적으로 재미가 없다.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우울하거나 촌스럽게 신파적인 소설이 참 많다. 정작 본인은 부자로 잘 살면서 가진 게 없고 불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독자의 눈물을 빼는 소설가도 정말 싫다.
그래서 한국소설에 관심을 아예 끊은지 참 오래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노란 잠수함>을 읽게 되었다. 한국소설에 대한 불신도 있었고 '이재량'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에 별로 기대치가 높았던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몇 되지 않은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이런 소설이 나오는구나라는 감탄을 했고 더불어 '이재량'이라는 신인 작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다. 이재량 소설가와 개인적인 친분도 없고 <노란 잠수함>이라는 작품 외엔 읽어본 적도 없지만, 분명 한국 소설의 판도를 바꿀 뛰어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단연컨대 2017년에 발행된 한국소설 중 '최고'이다. 나처럼 한국소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독자, 아니면 장편소설 다운 장편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에게 <노란 잠수함>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다.
<노란 잠수함>은 유머가 넘치고 강렬하다. 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이 작가가 이 장편소설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마치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든다. 뻔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남녀의 연애 이야기 따위가 없어서 담백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소설에서 '뻔한 내용'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뻔한 내용이 아님에도 분명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라는 점도 무척 재미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트럭을 끌고 다니며 음란물을 판매하는 돈으로 살아가는 청년 현태, 무서운 10대의 표본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진 여고생 모모, 치매에 걸린 나 노인과 군인 시절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가 된 김노인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조금은 특이해보이지만 사실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곁에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항상 멋지고 예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없다. SNS에는 온갖 화려한 삶을 꾸며서 올리지만 정작 일상이 그러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많다면 애초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기지도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갈수록 양극화, 취업난, 세대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소설을 바라본다면 현태, 모모, 나 노인, 김 노인은 진짜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재미있게도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 현태는 인간관계를 차단하고 살아가는 개인주의자인데 10대나 노인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10대인 모모, 나 노인, 김 노인과 오묘한 계기로 엮이게 되어 자신의 트럭인 '육봉 1호'를 함께 타고 길을 떠나게 된다. 세상사는 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변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이 네 명의 왁자지껄하고 들썩들썩한 일정이 정말 좋았고 또 재미있었다. 여기까지도 물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이 소설의 재미는 이 네 사람의 일정이 의도치않게 꼬인다는 점에 있다. 현태가 모모와 두 명의 노인을 납치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기 때문이다. 경찰과 잡힐 듯 말 듯한 신경전이 나오면 나도 괜히 '육봉 1호'의 멤버가 된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쓸데없는 스포가 될 수 있고 장편소설의 묘미는 '직접 읽는 데'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올 한해 힘든일도 참 많았고, 앞으로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항상 평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느덧 인생이란 참 쓰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하게 지냈는데 <노란 잠수함>을 읽고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공부해서 관료나 의사가 되는 것만이 소위 '성공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고지식한 한국에서, 소설가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신인 작가에게 나도 용기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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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뭔 얘기를 하다가 여까지 와부렀다냐? 그려, 노란 잠수함. 그란디 그날 저녁에 중대장이 만화영화 하나를 보여줬네. 젊은 사람들 넷이 주인공인디, 갸들이 노란 잠수함을 타고 깊은 바닷속에 있는 페퍼랜드라는 데를 가등만. 거가 침략을 받은 것이여. 젊은 네 사람이 나서서 사랑인지 뭐시기로 페퍼랜드를 구한다는 내용이드라고. 그 사람들이 비틀스고, 영화 제목이 ‘노란 잠수함’이라는 거이는 한참 뒤에야 알었제. 그란게, 우리 만화방 이름을 거그서 따온 거여. 솔직히 영화 내용은 말도 못하게 유치하드라고. 그래도 나는 그 영화에서 눈을 못 떼겄데. 왠지 우덜이랑 비슷해 보였응께. 낙원이란 거이 있다면 우리 수이진 마을이제, 싶등만. 술도 있고, 콩까이도 있고, 평화를 위해 싸우고, 애국자까정 되았는디 왜 안 그렇겠나. 그날 밤 우덜은 코가 비뚤어져갖고 다 같이 비틀스 성님의 옐로 서브마린을 목이 터져라 불렀제. 가사야 잘 몰라도 영화에서 수시로 나왔던 노래라 멜로디는 귀갓에 남아 있었응께.” (p. 138~ 139)
이 소설 이름 역시 거그서 따온 거다. 소설에서도 네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넷이 아니다. 우선 노란 잠수함 이야기를 하는 이 사람부터 젊지 않다. 노인이다. 하반신을 못 쓰는 김난조다. 김난조를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나해영도 노인이다. 나해영은 치매를 앓고 있어 오락가락한다. ‘육봉 1호’라고 부르는 스타렉스에서 포르노 동영상과 잡지(그 외에도 발기 보조용 의약품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을 파는 이현태는 이 노인들에게 엮여 페퍼랜드로 향한다. 그 전에 또 한 명이 스스로 엮이는데, 가출 여고생 모모다. 그런데 노인들은 왜 하필 이현태를 엮었던 것일까? 다른 사람도 돈으로 충분히 엮었을 텐데 말이다. 이현태도 노인들처럼 여그 사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제가 귀신이라도 된단 말예요?” 김 노인은 고개를 앞으로 쑥 빼더니 가까이서 내 눈을 들여다봤다. “구신이제, 그럼. 지금 사는 세상에 정 못 붙이고 딴 세상만 그리는 것이. 이 세상 인연은 다 끊어불라고 하고 자나 깨나 딴 세상으로 뜰 생각만 하는 것이, 구신이제 뭣이겄는가. 나는 자네가 구신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네. 왠지 아는가?” 할 말이 없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곱게 화분을 내려놓지 말아야 했다. 애시당초 정신 나간 노인들이랑은 말을 섞는 게 아니었다. “우덜도 자네랑 똑같은 사람들잉께. 이 세상에서는 우덜도 구신들잉께.” 히죽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내 심통맞은 얼굴을 하고 있던 나 노인이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p. 48~ 49)
영화 ‘노란 잠수함’에서는 젊은 네 사람이 나서서 사랑인지 뭐시기로 페퍼랜드를 구한다. 그렇다면 소설 ‘노란 잠수함’에서는 무엇으로 어디(혹은 누구)를 구할까? 한순간으로 구신(귀신)을 구한다. 무슨 소리냐고? 김난조가 모모에게 하는 말을 들어 보자.
“모모야, 사람이 뭐가 되는 것은 막 몇 년씩 준비하고 애쓰고 그래서 되는 거이 아니여. 어느 한순간, 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고 한순간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어야. 그 순간이 지나믄 사람은 안 변한다. 그다음부턴 만들어진 그대로 평생 사는 것이제. 대체로 보믄 그 한순간은 참말로 좋은 때여. 나쁜 것은 사람을 만들덜 못해. 좋은 것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제. 그 좋은 순간을 안 잊아불고 맘속에 품고 있으믄 되는 거이다. 그라믄 뭐이 될라고 애쓰덜 안 해도 사람은 후회를 안 하는 것이여. 좋은 때는 누구한테나 오는 것잉께. 와도 못 알아보고 지나가불 수는 있어도.” (p. 132)
노인들은 좋은 순간으로 구신(귀신)이었던 이현태를 구한다. 그리고 자신들도 구한다. 스스로 노인들에게 엮였던 모모는 역시 스스로 구한다. 그러니 구원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구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저 다들 페퍼랜드에 도착했겠지, 잘 지내겠지, 상상할 뿐이다. 이 소설은 새내기 소설가 이재량에게도 ‘노란 잠수함’이다. 그리고 이재량은 이 소설로 페퍼랜드로 향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가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그래서 작가 이재량을 소설가 이재량으로 바꿔 썼다), 공모전에 떨어져 열병을 앓았다고 하는데, 더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연쇄살인범 설정이 진부하긴 하지만, 그 진부함마저 날려 버리는 유머 감각이 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웃기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다. 그러면서도 조금 설명적이긴 하지만, 메시지도 명료하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이재량에게 당신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순간 많이 웃게 되어 행복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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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하려고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돈 내고 학원을 다닐 처지가 아니라서 교실 청소를 하며 무료로 학원을 다녔다. 나머지 시간은 작은누나네 바깥채 방 하나에 처박혀 공부만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내신과 학력고사 성적이 좋은 사람한테만 주어지는 공사 입사와 진학이 한꺼번에 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공짜로 학교를 다니는 조건이었다. 가난한 형편에서야 너무 좋은 조건이었지만 다른 꿈이 있었다. 그런데 고3 담임선생님이며 가깝게 지내던 동무들이 찾아왔다. 일단 회사에서 보내주는 학교에 다니면서 재수를 해도 하라는 거였다. 결국 회사가 보내주는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마음을 줄 수가 없었다. 학교에도 회사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밖으로만 나돌았다. 그렇지만 거기 문학 동아리가 있었다. 가장 가기 싫은 곳이 가장 찬란한 곳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재량의 장편소설 『노란 잠수함』은 가장 어두운 순간이 가장 밝은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낯선 이 작가는 마흔한 살이 되던 2014년에 문단에 나왔거니와 세상에 첫 번째 책을 비로소 내놓았다. 4명의 인물이 차 한 대에 타고 다니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 작품은 시종 유쾌한 속도로 내달리는 로드무비를 닮았는데 4명이 살아온 내력을 보여줄 때는 묵직한 무게감도 보여주고 이들이 헤어질 때는 눈물을 찔끔 흘리게도 하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모처럼 만난 즐거운 장편소설이다.
화자 이현태는 스물아홉 살 청년으로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홀로 지낸다. 유일하게 아버지랑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것도 전화로만 할 뿐이다. ‘육봉 1호’라는 봉고에 포르노를 싣고 다니며 성인용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낮에는 만화방에 죽치고 지내기 일쑤다. 누구와도 무관하게 지내던 이현태는 단골 만화방 ‘노란 잠수함’의 두 노인으로부터 부산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으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부산까지 가는데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제안이 꺼림칙하여 거절하지만 끝내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함께 가게 된 세 명의 납치범은 물론 안산 지역 연쇄살인범으로까지 몰려 텔레비전 뉴스를 타며 공개수배범의 처지가 된다. 이현태가 납치했다는 인물은 치매환자이자 우울증을 앓는 만화방 주인 나해영, 하반신을 못 쓰는 동거인 김난조, 아이돌 가수가 꿈인 가출 여고생 모모이 그들이다. 이 기묘한 조합은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다시 수이진엘 가지 못했제. 그라고 이날 이때까정 나는 다리병신으로 해영이는 고엽제 환자로 살았네. 전부 월남에 가서 그리되아서 온 것이지. 그래도 후회는 안 하네. 월남에 간 것도, 이 꼴을 하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산 것도 후회 안 한단 말이시. 우리한테는 그날이 있었응께. 타잉하고 보낸 그날. 그 하루의 기억으로 여지껏 버틴 것이고, 그것이먼 되네. 사람이 사는 데는 말이시, 하루먼 충분하다네. 인생에서 젤로 빛나는 하루, 그 하루만 있으믄 사람은 살 수가 있는 것이여.” (236쪽)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날이었다는 김난조 할아버지. 김난조 할아버지와 이해영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베트남전에 자원해 같은 부대에서 선임과 후임으로 만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전쟁의 참상과 지옥을 겪었고, 이후의 삶도 전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성치 않은 몸으로 살아가는 것도 전쟁에서 얻은 부상이자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옥 한가운데 낙원이 있었다. 수이진 마을과 그들이 사랑했던 여자 타잉. 인생에서 단 한 번 경험했던 가슴 벅차게 찬란했던 순간. 그 낙원에서의 한순간이 그들을 지금껏 살게 했다. 그리고 지금 거기를 찾아가는 길에 이현태와 모모가 함께한 것이다. 이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았던 이현태는 끝내 이들 덕분에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고 할아버지 두 명의 소원을 이루게 하는 장본인이 된다. 그리하여 할아버지 두 명의 페퍼랜드, 수이진을 향해 떠나는 배를 이현태는 아버지랑 모모와 함께 환혼 아래에서 끝까지 지켜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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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방... 이렇게 말하면 어쩐지 사기 도박 투기 따위를 일삼는 매우 불건전한 인생을 살다가 패가망신했거나 할 것 같은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이라 좀 저어되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도박이나 투기 따위에는 관심도 소질도 없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 한 방이 꼭 돈이나 명예나 그와 유사한 기타 등등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힌트를 준 것은 비틀스가 출연한 애니메이션 이었다. 정확히는 그 작품의 배경인 페퍼랜드... 낙원이자 이상향. 사실 그 영화는 나의 페퍼랜드였다. 소설가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 때마다 공모전에 떨어져 열병을 앓으며 끙끙댈 때마다 나는 그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불안과 불만이 없었다면 그런 순간의 소중함을 나는 알 수 있었을까.
봉고차에 성인용품을 싣고 다니며 파는 한 청년이 어쩌다 두 노인과 한 여고생을 자신의 영업용 차에 태우고 원치 않는 여행길에 오르는데, 시작부터 상황이 절묘하게 꼬여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안산에서 출발해 부산, 순천, 무안을 거쳐 목포로 가는 동안 상황은 설상가상, 점입가경, 위기의 연속이다. 신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인물들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구성은 치밀하고 정교하며, 이야기는 거침없이 내달린다. 혀에 착착 감기는 구성진 전라도 방언과 능청스러운 유머가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인물의 굴곡진 인생사와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들려줄 때는 그 아픔에 고스란히 이입되고 만다. 만만치 않은 흡입력에 빨려들어 읽다 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마지막 장의 여운에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된다. 딱 영화로 만들면 좋을 내용이다. 물론 소설의 작품으로도 모자람이 없지만 작품의 내용과 속도와 스릴감을 즐기려면 영상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아마 어디 채택이 되어 영화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며 일독을 권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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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집어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원래 소설을 알고 보면 김샌 콜라를 먹는 듯 재미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긋지긋하고 무거운 현실 속에서 그저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다는 목적 하나 가지고 선택했다. 왠지 이 책은 나를 웃게 해줄 것이라는 느낌, 하지만 '아님 말고'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으로 일단 시선을 사로잡고,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게 된다.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게다가 말 한 마디, 상황 하나 하나가 어쩌면 이렇게 웃음을 자아내는지. 비속어를 써도 경박하지 않고 찰진 느낌에 착착 들러붙는다. 생각보다 느낌 좋은 이 소설 속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이 소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일지도 모르는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골때리는 행보. 네 명의 주인공이 육봉 1호를 타고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봉고차에 포르노를 싣고 다니며 파는 스물아홉 살 청년 현태. 비루하지만 평화롭던 그의 인생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치매로 정신이 들락날락하는 만화방 주인과 하반신을 못 쓰는 동거인의 계략에 넘어가 그들을 부산까지 수송해야 하는데, 아이돌 가수가 꿈이라는 가출 여고생까지 덤으로 달라붙었다. 죽이 척척 맞는 두 노인과 한 소녀, 이들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한 청년. 그들의 폭풍 같은 질주가 펼쳐진다. (책뒷표지 中) 이런 소설을 기다려왔다. 치밀하고 탄탄하며 강력하고 아름다운.『노란 잠수함』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공간 속에 숨은 잔혹한 폭력성과 복잡하고 미묘한 욕망의 이끌림을 투명하게 그려낸다. 주저 없이 일직선으로 돌진해가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 넘치는 줄다리기,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한 매력까지. 이 작품은 우리 삶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해주고 있는, 그늘진 존재들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_정여울(작가)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이 유쾌하게 웃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살아 숨쉬는 입체적인 느낌의 캐릭터들에 매료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이 던져주는 메시지, '한순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툭툭 던져지는 한 마디 말이 가슴에 훅 들어온다. "모모야, 사람이 뭐가 되는 것은 막 몇 년씩 준비하고 애쓰고 그래서 되는 거이 아니여. 어느 한순간, 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고 한순간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어야. 그 순간이 지나믄 사람은 안 변한다. 그다음부턴 만들어진 그대로 평생 사는 것이제. 대체로 보믄 그 한순간은 참말로 좋은 때여. 나쁜 것은 사람을 만들덜 못해. 좋은 것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제. 그 좋은 순간을 안 잊아불고 맘속에 품고 있으믄 되는 거이다. 그라믄 뭐이 될라고 애쓰덜 안 해도 사람은 후회를 안 하는 것이여. 좋은 때는 누구한테나 오는 것잉께. 와도 못 알아보고 지나가불 수는 있어도." (132쪽) 작가의 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평생을 견디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나의 답은 이랬다. 한순간, 그것이면 족하다. 우리 인생의 그 한 방, 한순간에 대해 쓰고 싶었다. 한순간을 향해 돌아가려는 사람과 한순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 아직 한순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만나 진정한 한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 (319쪽_작가의 말 中) 힌트를 준 것은 비틀스가 출연한 애니메이션 <Yellow Submarine>이었다고, 정확히는 그 작품의 배경인 '페퍼랜드', 낙원이자 이상향이라며 작가는 말한다. 불안과 불만이 없었다면 순간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을까, 웃을 수나 있었을까, 삶의 가장 빛나는 한 방, 빛나는 한 순간은 삶의 가장 어둡고 불안한 순간과 겹쳐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생각들이 계기가 되어 소설이 탄생했다는데, 독자에게도 그 메시지가 와닿는다. 읽고 난 후에 작가의 말을 읽으며 또 한 번 생각에 잠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심각한 생각을 가벼운 소재로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띠지의 글이 눈에 띈다. '주목받는 이야기꾼, 이재량의 첫 장편소설'이라니. 이 작품이 진정 첫 장편소설이었단 말인가. 타고난 이야기꾼인가, 지금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소설가인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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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젊었을 때와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그럴수록 더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 더 부각되고 자꾸 그리워집니다. 어렸을 때 뵈었던 할머니는 늘 당신의 옛날 얘기를 그것도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셨습니다. 뵐 때마다 당신이 고생하신 이야기를 꼭 그리운 추억을 말하듯 계속 반복하셔서 나중에는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셔서 제 그 이야기가 제 기억에도 희미해졌지만, 그 당시는 어린 마음에 계속 반복되던 그 이야기가 좀 지겨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두 노인 김난조와 나해영도 자신들의 과거에 갇혀 삽니다.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게 없는 두 노인은 베트남 전쟁으로 파병했을 때 베트단 수이진에서 보냈던 과거의 바로 그 하루로 돌아가는 것만이 남은 인생의 목표입니다. “우리한테는 그날이 있었응께. 타잉하고 보낸 그날. 그 하루의 기억으로 여지껏 버틴 것이고, 그것이먼 되네. 사람이 사는 데는 말이시, 하루먼 충분하다네. 인생에서 젤로 빛나는 하루, 그 하루만 있으믄 사람은 살 수가 있는 것이여.” 이책의 내용 소설은 열아홉살의 일진 여고생인 모모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안산시의 노란잠수함이라는 이름의 만화방에 단골 손님으로 있는 화자인 철학과를 졸업하고 실업상태에서 승합차 ‘육봉 1호’에 포르노물을 싣고 다니며 파는 성인용품업자 스물아홉살 청년 이현태를 만화방 주인노인과 대장노인인 김난조와 나해영이 거금 백만원으로 어르고 현태의 불법장사를 고발하겠다는 협박까지 곁들여 현태의 육봉1호라는 승합차를 반강제로 타고 부산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실랑이 끝에 모모까지 일행이 되어 부산으로 향하는 중 오해로 인해서 현태에게 연쇄살인과 납치 혐의로 지명 수배령이 내려지고 경찰에 붙잡힐 뻔한 위기를 몇 차례나 가까스로 넘기며 부산에 왔지만 사기를 당하여 다시 순천과 무안을 거쳐 목포까지 가는 3일의 험난한 고행길을 가게 됩니다. 일진인 여학생 성인용품 파는 백수 늙고 고엽제 휴유증으로 고생하는 노인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서 인생의 바닥에 있는 이 네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또 서로 도와 가며 위기를 넘기고 각자를 이해하며 결국 서로 어루만지게 되고 두 노인은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떠납니다. 마치며 이 소설의 작가인 이재량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 <문학의오늘> 겨울호에 단편소설 ‘캐럴’을 발표하며 등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이재량 작가 최초의 장편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소설 제목은 비틀스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노란 잠수함'(Yellow Submarine)에서 따왔는데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노란 잠수함’ 만화방이 이제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리는 퇴장송 이기도 합니다. 제가 논평할 수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깔끔한 서술에 양극화된 우리 현실을 반영하면서 속도감 있는 추격신이나 주인공들 간 티격태격하며 다투는 재미도 있어서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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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뗄 수 없는 책 포르노는 타는 청년과 두 노인 그리고 가출 여고생. 넷이 떠나는 곳이 페퍼랜드라서 마냥 유쾌한 코믹소설이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냥 코믹 소설이라고 생각한 제게 놀라움을 준 책입니다. 어떤 정보없이 보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제일 재미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란 잠수함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비틀즈의 노래 노란 잠수함과 그 노래와 연관된 애니메이션과 같은 제목입니다. 노란 잠수함이라는 노래를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노래를 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습니다. 블럭을 쌓듯이 촘촘하고 계획적이고 차분한 소설은 아니지만 한 번 책장을 넘기면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에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입니다. 바람에 빨려들어가듯 순식간에 책을 읽게 됩니다. 잠깐만 내용 살펴보고 자려고 했는데 못 멈추고 다 읽고 잤습니다. 포르노 판매업자인 이현태 입장에서 서술되는 글이기 때문에 조금 신경쓰이는 표현들이 있습니다만 글 읽다보면 내용에 빠져서 금방 그 거슬림이 사라집니다. 소설을 읽었는데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라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4부 페퍼랜드 3장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화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유쾌하지만 어디가 한 구석에 슬픈 사연이 있는 한국적인 면이 있는 소설이라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그다지 매력적인 소설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잘 맞아서 미친듯이 몰입해서 봤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책을 덮고 난 지금 드는 생각은 이현태 직업이 포르노 판매업자가 아니었으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초반에 모모의 존재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읽으면서 모모가 이 그룹에 필요한 이유를 알고 무릎을 쳤습니다. 제목도 이쁘고 내용도 좋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뽑자면 표지가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재량 작가님의 다른 소설이 기대됩니다. (이 리뷰는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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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다이 rkaekdl - 온전히 내 마음에 쏙 드는 책 찾기 https://rkaekdl.tistory.com/ ![]() 이재량 <노란 잠수함> 책 표지 <노란 잠수함> 속으로
우리는 다시 수이진엘 가지 못했제. 그라고 이날 이때까정 나는 다리병신으로 해영이는 고엽제 환자로 살았네. 전부 월남에 가서 그리되아서 온 것이지. 그래도 후회는 안 하네. 월남에 간 것도, 이 꼴을 하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산 것도 후회 안 한단 말이시. 우리한테는 그날이 있었응께. 타잉하고 보낸 그날. 그 하루의 기억으로 여지껏 버틴 것이고, 그것이먼 되네. 사람이 사는 데는 말이시, 하루먼 충분하다네. 인생에서 젤로 빛나는 하루, 그 하루만 있으믄 사람은 살 수가 있는 것이여.
#노란잠수함 #이재량 #나무옆의자 #모험소설 #한국소설 #성장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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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헛소리를 해대는 정신없는 노인네와 대책 없이 일을 벌이는 고집쟁이 노인네와 세상 모든 것을 향해 으르렁대는 사나운 계집애를 끌고, 야밤 산중, 그것도 흑단 머리 요물이 울어대는 폐가로 들어와 부엌 아궁이에 불이나 지펴야 하는 내 신세가 한심스러워서. 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내 삶 속으로 무얼 끌어들인 것일까. 208쪽 올해 마지막 리뷰가 될 책인 노란 잠수함을 나무옆의자 출판사를 통해서 이재량 작가님의 첫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작가를 올해 만났습니다. 2017년 나무옆의자 출판사를 통해서 만난 4권의 책 (망원동 브라더스, 큰비, 저스티스맨, 노란잠수함) 모두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곧 만날 3권의 책도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우리의 남극 탐험기, 연적) 책장에서 빨리 꺼내 만나고 싶습니다. 2018년도에도 믿고 보는 출판사가 되기를 바라며 좋은 책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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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4년제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승합차를 몰고 다니며 야한 동영상과 발기부전 약 등을 팔며 하루하루 시답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현태가 단골 만화방 노란 잠수함 주인인 하반신 마비 김 노인과 치매를 앓으며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나 노인, 만화방 노란 잠수함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일진 여고생 모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