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실망을 하지 않아서 기뻤다. 옛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예전의 재미나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시절에 읽은 책 중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에는 신기하거나 재미있었고 감동도 느꼈지만, 지금의 내게는 신기할 것도 없고, 재미나 감동은커녕 유치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이 한국만화의 걸작이라니 낯 뜨겁다, 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있었다.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만 나의 노화로 인해 그것을 느낄 수 없는 작품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우영 화백의 『임꺽정』이었다. 고 화백의 작품은 대부분 지금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시대를 초월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내 몸은 예전의 내가 아니다. 대학시절에 스포츠신문에 연재될 때는 열독을 하였지만, 복간된 현재의 『고우영 임꺽정』은 글씨가 너무 작고 그림 역시 선명하지 않았다. 아마 옛 작품을 그대로 복사한 때문이리라. 시력이 저하된 지금의 나로서는 읽기가 몹시 힘겨웠고, 자연히 예전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이두호 『임꺽정』은 제본도 좋았고, 그림과 글 모두 읽기에 적합했다. 고우영 화백은 저자가 작고했으므로 교정이 힘들었고, 생존한 이두호 화백은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두호 화백은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둘째, 내가 본 최고의 임꺽정이 되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임꺽정』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도서관에서 1권으로 된 소설을 읽었고, 신영균 씨가 주연을 영화 『임꺽정』가설극장에서 보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포츠신문에 연재된 고우영 화백의 『임꺽정』을 단편적으로나마 흥미 있게 읽고 종이책으로 나온 책을 읽었는데, 읽기가 힘겨웠다는 말을 앞서 언급했다. 주간지에 연재되던 방학기 화백의 『임꺽정』을 읽었으나 완독을 못했고,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은 완독했으나 미완의 작품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비록 1편만 읽었지만, 이 책이 내게는 최고의 ‘임꺽정’이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느꼈다.
셋째, 작품과 그림 모두 마음에 들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 묘사,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그림을 보면서 이 작품이 왜 전설이 되었으며, 20여 년 만에 왜 복간이 되었는지 실감이 갔다.
1편에서는 임꺽정과 가족(부모, 형 가도치, 동생 꺽순이), 구공스님, 갖바치, 두팔, 장학봉, 조금맹, 잔나비 등이 등장한다. 장학봉, 조금맹과 의형제를 맺는 것을 보면서 홍명희 선생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
|
(이 책은 임꺽정 19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지방의 수령을 응징하는 임꺽정과 민란을 보면서 우리 역사가 아쉬웠다. 임꺽정은 봉산군 이흠례를 응징했고, 분노한 민중이 그를 때려죽였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는 이흠례는 임꺽정에게 죽지 않았다. 역사에서는 임꺽정에게 죽은 관리는 하급 관리 정도였다. 우리 역사에 의적이나 민중의 손에 죽은 관리는 거의 없다. 심지어 동학혁명의 원인이 된 탐관오리 조병갑도 무사했다. 일제 35년을 거치는 동안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한 명도 죽이지 못한 민중이다. 가증스러운 친일파들의 처형조차 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체로 무산이 되었고……. 비록 작품 속에서나마 이흠례를 때려죽인 민중의 분노가 통쾌하면서, 우리 역사가 아쉬웠다.
둘째, 삼국지와 수호지를 읽을 때 추억이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초등학교 때 읽은 듯하다. 『춘향전』이나 『심청전』등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고전소설이나 동화에 익숙하던 나는 삼국지와 수호지도 그럴 줄 알았다. 마지막에 가서는 유비의 촉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송강 등 108명의 호걸들이 양산박에서 나와 조정에서 크게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촉나라의 오호장군을 비롯한 맹장들과 108명의 호걸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임꺽정의 오른팔이라고 할 서림이 배신하는 것을 보면서 20권에서 펼쳐질 비극을 떠올리니 새삼스럽게 삼국지와 수호지를 읽던 시절이 떠오른 것이다.
셋째, 여색의 위험성을 다시 느꼈다. 양성평등의 현대와는 맞지 않는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 위주의 사회였던 당시 많은 남성들이 패가망신하는 원인 중에는 여색에 대한 절제가 부족한 것도 있었다. 청석골이 처음으로 흔들린 이유는 서울에 간 임꺽정이 여색에 빠졌기 때문이고, 서림의 배반하게 된 계기도 여색을 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남성뿐일 까? 이성에 대한 욕구를 자제하지 못해서 불행을 자초하는 여성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9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청석골의 산채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아직 임꺽정이 청석골에 몸을 담근 것은 아니지만, 조금맹이 고두봉의 사위가 되면서 청석골의 이인자가 되었고, 구만포와 박돌깨와 장학봉 등도 도적이 되기를 망설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임꺽정의 가족이 양주 관아에 체포되었으니 임꺽정 역시 청석골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으니, 이제 의적 임꺽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둘째, 한 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열렸다. 9권에서는 꺽정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잔다비가 등장한다. 구공스님이 치매에 걸린 잔다비를 돌봐주고, 잔다비는 죽기 직전에 잠깐 정신이 돌아와서 꺽정을 알아본다. 그 과정에서 잔다비와 구공 스님의 과거가 언급된다. 아무튼 스승의 시대가 끝나고 제자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약간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잔다비와 구공스님은 사형과 사제이다. 나이차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구공스님은 정정한데, 검술에서 신의 경지에 이른 잔다비는 어떻게 해서 치매에 걸렸던 것일까? 그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셋째, 허암 정희량의 등장이 반가우면서 아쉬움도 있었다. 조선시대 기인으로 유명한 이로, 벽초의 작품에서는 상당한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두호 화백의 작품에서는 과감하게 생략되었지만 벽초의 『임꺽정』에서는 1편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장곤과 봉단이의 만남에는 정희량의 선견지명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에서는 정희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듯해서 아쉬웠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6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양반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면서 저자의 역량을 느꼈다. 앞권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뼈대로 하고 있다. 물론 이두호 화백의 창의적인 부분도 많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는 의미이다. 10여 년 전에 벽초의 『임꺽정』을 통독했지만, 그때는 그저 재미있다는 생각과 저자의 해박한 역사 지식에 감탄했을 뿐이다. 고우영 화백의 『임꺽정』도 읽었지만, 그때는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저자의 기발한 착상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을 읽으면서는 양반들의 수탈과 천민들의 분노에 공감하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집필 의도가 임꺽정과 그의 의형제들이 도둑이 되는 과정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은 저자의 역량일 것이다. 이 책은 유신시대나 5공시대 같았으면 틀림없이 금서가 되었을 듯하다.
둘째, 역사와 허구가 적절히 조화가 이 작품의 저력인 듯하다. 승려 보우가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권세를 부린 것은 사실이지만, 구공대사가 그를 꾸짖은 것은 허구일 것이다. 아직은 10여 세의 이순신이 병정놀이를 즐긴 것은 사실이지만, 임꺽정이 어린 이순신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은 허구일 것이고, 왜구의 침입으로 조정에서 군총을 모집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임꺽정과 신학봉이 지원했다가 꺽정이 백정이라는 이유로 탈락한 것은 허구일 것이며, 이준경과 남치근이 왜구와 싸운 것은 사실일 것이고, 신학봉과 조금맹의 활약은 허구일 것이다. 그러나 임꺽정이 실존 인물인 것은 분명하니 작품 속의 허구를 사실이라고 생각한들 어떻겠는가? 상상 속에서나마 독자를 즐기게 해주는 것도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셋째, 이준경과 남치근의 등장으로 정사와 비교할 수 있었다. 6권에서는 도순찰사 이준경이 좌우 방어사 남치근과 김경석과 함께 왜적을 막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는 1555년 왜구가 60여 척의 배로 대거 침입하여 장흥·영암 등 여러 성을 함락시키는 을묘왜변을 일으킬 때이다. 사서에는 전라도좌방어사 남치근이 이준경과 함께 남평에서 왜적을 대파하고, 녹도로 침입한 왜구를 소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품에서는 영암성 전투에서 장학봉이 큰 공을 세우고, 임꺽정은 위기에 처한 김경석과 장학봉을 구하는 것으로 나온다. 6권의 배경은 1555년 전후인 것이다.
임꺽정과 남치근의 첫 상봉이었다. 남치근은 자신을 구해준 임꺽정에게 사례하기는커녕 백정이라면서 무시한다. 정사에 의하면 이로부터 7년 뒤인 1562년에 임꺽정은 남치근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니 남은 13권(7~20권)은 7년간의 기록인 셈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 못지않게 적폐의 무리가 날뛰는 세상이니 부패한 무리에게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4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실존 인물들의 등장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토정비결로 민중의 사랑을 받은 토정 이지함,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권세를 부리는 등 조선의 신돈이라는 말을 듣던 승려 보우 등이 등장하니 스토리의 사실감을 더해준다. 하기는 임꺽정과 그의 형 가도치도 실록에 나올 정도의 실존 인물이기는 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실존 인물과 가공인물의 조합하여 양반의 수탈과 평민들의 고통을 재현하고 있는 장면에서 작가의 역량을 느끼곤 했다.
둘째, 읽을수록 벽초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다. 권두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도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받은 영향력을 언급한 바 있다. 4권까지 전개를 볼 때 캐릭터의 유사성이나 사건의 전개에서 벽초의 『임꺽정』 의 영향을 자주 느끼곤 했다. 그렇다고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설과 만화는 성격이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까
생각할수록 벽초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지금처럼 참고문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터넷을 통한 검색이 발달하지도 않은 시대에 『임꺽정』이라는 대작을 만든 천재성이…….
셋째, 작품의 영향력이 큼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임꺽정을 비롯하여 그의 의형제들인 장학봉과 조금맹의 공통점은 천민 또는 평민이면서 양반의 수탈을 겪었거나 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을 통해서 독자들도 양반의 횡포를 느끼며 분노에 잠길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설움과 분노가 전해짐을 느꼈다. 이 책은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나 해방 이후 권위주의적인 정권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책일 듯하다. 혁명을 부채질하는 불량 서적일 테니…….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보다 더 큰 도둑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니 의적을 기다리는 독자와 함께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15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끝을 모르는 듯한 임꺽정의 탈선이 불안했다. 여러 여성들을 납치하다시피 감금해서 소실로 삼은 뒤에도 또 다른 여성을 향한 그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급기야는 이 작품에서 가장 반동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윤원형의 첩 난정의 수하가 되려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물론 윤원형 집안의 도차지 김달평의 계략에 넘어간 것이기는 하지만……. 초기의 정의로웠던 임꺽정의 면모가 대부분 사라진 듯한 장면들을 보면서, 작가는 어떤 식으로 반전을 이룰지 궁금했다.
둘째, 임꺽정의 불행을 통해 인과응보를 느꼈다. 천한 백정 출신으로 양반들에게 갖은 학대를 받던 임꺽정은 청석골의 대두령이 되어 재물을 얻게 되자 주색에 빠지며 산채의 기강은 무너진다. 임꺽정은 과거에 양반들이 자신에게 하던 그대로 서민들에게 행하고 있었다. 졸부 근성이라고 할까. 결국 임꺽정은 첫사랑이었던 향심(자현)이 양반의 횡포로 죽어가고, 자신의 딸은 꼽추가 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강자의 갑질로 설움을 받던 이가 약자에게 갑질을 부리다 당한 격이라고 할까? 책장을 넘기면서 임꺽정과 함께 분노를 해야 지, 그 불행을 당연하다고 여겨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셋째,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성스러운 그림이다. 때로는 작게 때로는 양면에 걸쳐 크게 그리는 그림들은 단 한 컷도 허술한 것이 없었다. 등장인물의 복장이나 풍경과 소품에서도 사실에 충실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졌다. 책을 통해서 이해하려면 한 쪽은 읽어야 할 내용들이 단 한 컷으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17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의적으로서 임꺽정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16권 이전까지의 청석골은 약간은 정의로운 면도 있었지만 도적패에 불과했다. 그러나 향심이 모녀의 비극을 본 후 개과천선한 듯한 꺽정이는 재물을 훔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산채에서 쓸 최소한만 남기고 나머지는 이웃과 나누자고 주창한다. 도적놈(양반)의 물건을 도적질을 한 후 원래의 주인(백성)에게 나누기로 한 것이다. 비로소 의적 임꺽정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러나 이제 남은 것은 3권뿐이니 시간이 없다. 의적으로서의 청석골 산채는 지금 황혼에 접어들었다고 할까
둘째, 영웅호색(英雄好色)이 아니라 영웅호망색(英雄好亡色)을 느꼈다. 서울에 간 임꺽정이 한동안 여색에 빠져서 청석골의 기세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이제 서림이가 재물을 빼돌려서 서울에 첩을 두게 된다. 아마도 이 여성이 서림의 체포와 관계있지 않나 싶다. ‘영우이 색을 좋아한다’라는 말은 ‘영웅이 색에 빠져서 망하기 쉽다’라는 말과 통할 듯하다. 어찌 영웅만 색을 좋아할까, 평범한 사람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다만 능력이 없으니 그것을 실현할 수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색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남녀 불문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금언일 듯하다.
셋째 불교와 개신교에 대한 민중의 인식을 생각했다. 17권에서는 청석골패가 회암사를 습격하려고 계획을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문득 어린 시설에 읽은 정비석의 『홍길동전』에도 홍길동의 활빈당이 해인사를 습격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현대소설인 김정한의 『사하촌』에도 사찰이 헐벗는 민중들을 착취하는 장면이 있다. 아마도 민중들의 불교에 대한 반감이 작품에 그렇게 반영된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문정왕후가 승려 보우를 총애해서 불교의 세력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불교는 대체로 탄압을 받는 입장이었다. 불교나 서민이나 권력으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동병상련의 입장일 텐데 왜 불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린 작품들이 많았을까? 아마도 왕실이나 특정 권력층의 비호를 받는 절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그렇게 표현되었을 것이다. 현대에서 과거 정권에서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말이 회자된 시대가 있었다. 정권의 실세인 6개 집단을 비유한 용어인데, 그중에는 개신교의 어느 교회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권과 유착해서 각종 특혜를 받은 교회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교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신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엇나간 교회나 신도로 인해서 개신교가 일부 국민들에게 ‘개독’이라는 비칭으로 야유를 받는 듯하다. 홍길동, 임꺽정, 사하촌에서 불교가 부정적으로 그려진 의미를 현대의 종교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12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서림의 활약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12권의 주인공은 단연 서림이다. 그의 계략에 의해 임꺽정이 거느리는 청석골 패는 평안 감사의 봉물 탈취가 성공했다. 임꺽정의 신임을 받은 서림은 한술 더 떠서 일심불변(一心不變)이라는 혈서를 쓰면서 청석골 두령들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서림의 변절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기정사실일 것이다. 벽초의 『임꺽정』은 서유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임꺽정』의 인물 중에는 『서유기』의 인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많다. 서림은 아마도 『서유기』의 오용이나 『삼국지』의 제갈량에 해당되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러나 오용과 제갈량은 끝까지 의리를 지킨 것에 비해 서림은 그 반대이니 아쉬울 뿐이다. 한편 서림의 혈서를 보면서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기 위해 일사봉공(一死奉公)이라는 혈서를 통해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어떤 대통령이 떠올랐다. 그는 일본이 패망하자 혈서가 무색하게 광복군이 되었으니 서림의 후배라고 할까.
둘째, 청석골은 번창과 반비례하여 난폭해지는 임꺽정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 평안 감사의 봉물 탈취로 청석골은 크게 번창하면서 그의 이름이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유와는 달리 임꺽정의 마음은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양반 박차복에게 겁탈당해서 그의 아이까지 갖게 된 누이와 그들로 인해 아버지와 형까지 사망하고, 정신 이상이 된 형수로 인한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힘만 강하면 무엇을 할까. 스스로의 마음을 걷잡지 못하고 있으니 임꺽정의 말로는 이미 결정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셋째, 임꺽정의 성공 비결 중의 하나가 이해가 되었다. 천하무적의 힘을 과시하면서 많은 수하를 거느리고 재물을 탈취했다고 해도 현금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일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같이 시장 경제가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로서는 물건을 내다 팔 곳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임꺽정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거물 장물아비인 보행수(한대수)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힘을 알아본 그들은 순치지세가 되어서 서로의 힘을 활용한다. 임꺽정은 빼앗고, 보행수는 그것을 현금화한다. 그것이 청석골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저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20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수호지』와 『삼국지』를 생각하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학창시절에 『수호지』와 『삼국지』를 읽으면서 108명의 영웅들과 촉나라의 명장들이 차례차례 쓰러지고, 결국 양산박이 해체되고 촉나라가 패하는 것을 보고 몹시 안타까웠다. 『임꺽정』에서도 여섯 명의 결의형제들이 각각 비참한 죽음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결말은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들은 의리를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결사항쟁을 하면서 의적다운 최후를 마쳤던 것이다.
둘째, 악인들이 건재한 것을 보면서 울분이 치솟았다. 이 작품의 반동인물은 윤원형과 난정 부부, 남치근, 서림이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건재하다. 남치근이 서림의 도움을 받아 임꺽정 패거리를 토벌했고, 윤원형과 난정 역시 임꺽정이 응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 작가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남치근과 서림 같은 부류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해방된 조국에서도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고, 이완용이나 족벌 언론 사주나 노덕술 같은 친일 경찰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들의 후손은 기득권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처럼…….
셋째, 책장을 덮으면서 『임꺽정』의 후속편인 『26년』을 떠올렸다. 『26년』은 강풀 화백의 웹툰이다. 1980년 5월로부터 26년이 지난 2006년, 광주 수호파 중간 보스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서대문소속 경찰 권정혁 등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광주학살의 주범인 반란수괴를 단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그들을 불러 모은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와 그의 비서 김주안이다. 이 작품은 반란수괴를 응징하기 위하여 제안은 바로 ‘그 사람’을 응징하기 위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품에서는 임꺽정과 그의 형 가도치의 아들은 화를 피한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두호 화백이 임꺽정과 청석골 의형제의 후손들이 꼭 26년이 아니라도 성장한 뒤 남치근과 서림을 응징하는 속편도 그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넷째,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독서였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20권으로 된 장편을 모두 완독한 뒤 20편의 리뷰를 쓰기는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책인 듯하다. 7월부터 8월 초의 무더위를 『임꺽정』과 함께 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 내년 여름쯤 이 책들을 다시 완독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섯째, 별책부록이 좋았다. 작가와의 인터뷰, 역사 속의 임꺽정, 소설 임꺽정과 만화 임꺽정 등이 100여 쪽에 걸쳐 실려 있었는데, 역사 속의 임꺽정과 작품 속의 임꺽정, 작가의 의도 등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이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
|
(이 책은 임꺽정 18권에 대한 리뷰이지만, 인터넷 서점에는 1권만 등재되어 있으므로 1권에 리뷰를 올립니다.)
![]()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두호 화백의 『임꺽정』은 2002년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32권 세트로 나온 책이다. 그때도 관심은 있었으나 3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려서 아예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의 구입을 권유했더니, 사서 선생님은 난색을 표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너무 방대하므로 예산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으나 속내는 만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를 구입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책이 절판되면서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년 전에 바다출판사에서 20권 분량으로 복간된 책을 안흥도서관에서 최근에 구입했기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짝사랑하던 옛 이성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약간의 설렘 속에서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의적으로서 면모를 보이는 임꺽정을 보면서 임꺽정의 참맛을 느꼈다. 임꺽정은 자신들이 의적임을 결의형제는 물론 청석골 패 모두에게 알린다. ‘도적(양반)들이 도적질 한 것을 찾아서 주인(민중)에게 돌려주자.’는 임꺽정의 마음은 의형제들과 청석골 패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은 의적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의형제들과 청석골 패들 중에는 부부가 함께 있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청석골은 자유의 마을이자 해방구의 공간이 된다. 모든 의적들이 꿈꾸던 이상향이 이런 곳일 것이다.
둘째, 승려 보우의 캐릭터에서 매력을 느꼈다. 보우는 임꺽정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재물을 나눠주게 되지만, 그는 그것을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이왕 나눠줄 바에야 고승 보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기로 했고, 그것이 일부는 성공한 듯하다. 임꺽정과 의형제들은 재물을 나눠주었으니 의적 활동에 성공했고, 보우는 공덕을 베풀었으니 비록 위선적이기는 해도 고승으로 자리매김했고, 민중들은 빼앗겼던 재산을 찾았으니 이야말로 윈윈의 결과라고 할까? 그러나 이제 남은 것은 두 권뿐이고, 아마도 20권은 청석골이 무너지면서 임꺽정의 최후를 보여줄 테니……. 독자 입장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시간이 너무 짧은 듯하다.
셋째, 김평달(마빡)의 존재가 절묘했다. 서로 소년기일 때 만난 임꺽정과 김평달은 때로는 의기가 투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할 수 없는 적이 되면서 작품 내내 긴장이 감돌게 하는 구실을 한다.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완력으로는 임꺽정의 상대가 안 되는데 김평달은 거의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둘은 각각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에 대한 살수를 거두고 있는데, 애증이 함께 하기 때문인 듯하다. 최후의 승자가 누구일지, 그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 만화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20여 년 만에 복간이 결정될 만큼 작품성도 검증이 된 바 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임꺽정 시대에는 평민과 천민을 수탈하는 무리가 활개를 쳤지만, 지금은 사대주의자와 토종 왜구들까지 기득권자가 되어서 활개 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태에 분노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 책의 생명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