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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숨 작가의 단편을 만났다. 장편도 어려운 편이라 단편은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우려를 먼저 했던 것 같다. 문학동네에서 『당신의 신』과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라는 두 권의 단편집이 출간되었으나 아무래도 작가가 바라보는 이혼에 대한 시각을 알고 싶어 『당신의 신』을 먼저 구입하게 되었다. 아무리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시각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작가에게는 글일 것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임에도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최근의 단편집은 단편 중 표제작을 고르는게 아닌 것 같다. 단편으로 아우르는 좀더 내밀한 하나의 제목으로 탄생한다. 단편 속 의미있는 하나의 문장에서 제목을 따온다. 『당신의 신』 또한 단편 중 한 편의 표제작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소설 속 문장에서 가져왔다. 당신의 신에서 신은 초월적 존재 즉 영어의 'God'이 되겠다.
「이혼」이라는 단편 속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64페이지) 무슨 이런 문장이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혼하고 싶다는 여자에게 그러면 자신은 고아가 되겠다며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에 여자가 대꾸한 말이다. 여기의 문장이 표제로 사용되었다. 이 문장 속에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의 영혼까지 다스리는 존재가 아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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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읽은 글에서, 남자들은 자기의 아내를 제2의 엄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남자가 어른이 되어서도 아내에게 그걸 기대한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야 덜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성에게 기대는 것이 그것의 한 면이라고 표현했다. 주변에서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이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단편 「이혼」은 이혼법정 대기실, 이혼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과거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내용이다. 앞서 이혼하고 싶었던 어머니,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여자는 자신이 이혼을 돕는다. 하지만 막상 이혼앞에서 어머니는 주춤거렸다.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에게 이혼은 없다던 아버지의 말이 두려웠을까.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결혼했던 영미 선배의 말도, 외도를 일삼았던 최를 바라보는 아내의 입장에서도 이혼을 바라보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각자 바라보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까. 사실 이 단편에서 여자가 왜 이혼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폭력을 떠올리는 대목에서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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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은 「새의 장례식」이라는 단편에서 드러난다. 이혼한 아내의 전 남편으로서 현재의 남편이 찾아와 아내의 꿈에 대해 말하는 장면에서다. 「이혼」의 첫 문장이 고등학교 때 이혼하는 꿈을 꾸었다고 했는데, 이혼하는 대상이 아버지 였다는 것이다. 「새의 장례식」에서도 전 아내가 꿈을 꾸었다는데, 전 남편인 화자와 현재의 남편 그리고 아내가 있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게 화자인 남자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현재의 남편이 아내에 대해 말하는데, 윗집에 아이한테 욕설을 하고 때리는 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그 아이가 죽을 것만 같은가. 윗집의 아이가 자신의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새장 앞에 서 있던 아이가 돌아가고 얼마뒤 새가 죽어버렸다고 했다. 새장 앞에 있었던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물어보자 '죽어'라고 했다던가.
「새의 장례식」은 「이혼」의 다음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이혼하려는 여자와 이혼 후의 여자. 그리고 이혼했던 아내에 관련된 말을 듣는 남편. 홀로 요금소를 지키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 「읍산요금소」. 요양원에 입원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더불어 장례식장, 화장터로 직행할 수 밖에 없는 요양원이었다. 그곳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그저 스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폭력은 어디까지 대물림되는 걸까. 어머니에게 폭력을 사용했던 아버지. 남편의 폭력을 견뎌야 했던 여자. 그걸 바라보는 독자들의 생각은 어디쯤에 멈춰져 있을까. 김숨의 여느 소설 답게, 이혼과 폭력이라는 화두 속에 깊이 침잠하는 글이다. 결국 이혼으로 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왜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일까. 연약한 존재를 떠나서 한 사람의 인간이고,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도 폭력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이혼과 폭력이라는 상처를 헤집으며 그것에서 탈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나'라는 존재로 살고 싶은 몸부림이었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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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 늘 행복했던가? 살면서 10번 이상은 이혼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편과 부부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남편이라고 늘 나와 좋았을까? 남편도 나와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실천으로 이어졌다면 우린 이혼을 10번도 더했을지 모르겠다. ^^ 그렇다면 부부란 과연 무엇일까? 영영 남과 같은 존재 같다가도 때론 곁에 있어 고마운 존재가 되는 사람. 우린 과연 어떤 상황에서 이혼을 생각하고 실천하게 될까?
참 어려운 작가가 있다. 가능하면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작가지만 신작이 나오면 또 다시 기웃거리게 되는... 그런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김숨 작가다. 이번에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이웃님이 용기를 주셨다. 이번 소설집은 그나마 읽기 편할 거라고. 그래서 선택한 김숨 작가의 ‘당신의 신’이라는 단편. 이혼이 주제가 되는 소설인데 여전히 어렵고 난해했지만 3편의 단편 중 하나인 ‘이혼’이란 소설은 이혼에 이르는 여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첫 단편은 ‘이혼’. 평생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십삼 년을 산 민정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이해할 수 없는 민정은 그런 부모로부터 도망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민정이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법원에서 대기한다. 그리고 그 앞에서 다양한 이혼사유들과 만나게 되는데... ‘읍산 요금소’는 이혼 후 친권을 포기한 그녀가 일하는 곳이다. 그녀는 부스 안 폐쇄된 공간에서 혼자 지낸다. 이곳을 지나면 노인 요양원이 있고 화장터와 납골당이 있다.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것 같은 암울함이 그녀를 아프게 한다. ‘새의 장례식’은 아버지의 폭력 성향을 물려받은 남자에게 전 부인인 그녀의 현 남편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 남편은 전 남편인 ‘내’가 부부였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데...
이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또한 부부만의 선택이니까. 하지만 이혼에 이르기까지 느끼는 마음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이혼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생각이 들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혼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혼을 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에 의해서 하는 거라면 보다 냉정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더구나 아이가 있다면.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나를 보면 사람들은 말한다. 참 독특한 사람이라고. 쉽지 않았을 텐데 큰 무리 없이 사는 게 신기하다고. 나라고 편안하기만 했을까?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고, 무시할 건 확실하게 무시하자는 생각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테지.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이자 도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과 맞지 않아 헤어질 것이고 누군가는 참거나 무시하며 살아갈 것이다. 김숨작가가 말하는 이혼에 이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 조금은 어렵고 난해하지만 그래도 이번 소설집은 재미있게 읽었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줬으니까. 결혼과 이혼. 이젠 결혼 자체가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이혼하는 사람들도 줄어들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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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 중 <이혼>에 대한 리뷰이다. 처음엔 광고카피로 쓰인 문장에 관심이 갔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몇 번 곱씹어보며 다소 극적인 대사라 생각했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우리가 살면서 '당신'이란 표현은 잘 쓰지 않으니까. 책을 덮을 쯤에는 작품을 꿰뚫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주제의식을 잘 드러낸 표현이 있을까. 누군가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타인을 주인공이 만들어주기 위하여 조연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문장도 좋았다. 하나 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적재적소에 자리해 있다. 해외소설 번역문에 익숙해진 눈이 조금 편해지는 듯했다. 외국어를 번역할 경우 (아무리 잘 된 번역도) 문장구조에서 사고방식이 묻어나기 때문에 가끔은 머릿속에서 변환한답시고 피곤해지곤 하는데, 한국어로 생각하고 쓴 글을 읽자니 훨씬 편안했다.
소설을 읽으며 감탄하게 되는 부분들은 언제나 그럴듯함이다.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허무는 것 말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전형적으로 느껴져서 그럴듯하다 생각한 걸까? 좀 뻔해서? 하지만 그 예측가능함이 마치 가시처럼 찌르는듯한 기분이었다. 단순히 생생한 캐릭터라는 표현으론 부족하고,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삶들을 알기 때문에 현실감을 느끼는 것 말이다. 기억에 남은 캐릭터는 주인공의 선배였다. 그녀는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그걸 굳이 이야기하진 않는단다.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전하고 안정되게 살기 위해서다. 부부는 사내 커플이었다. 선배는 말 많은 상사외 불륜으로 엮여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 때문에 이혼을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리고 이혼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잘렸다. 선배의 남편은 이혼했는데도 승진을 하고 여전히 잘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예전 얘기를 한다. 자기는 불륜도 아니었고, 그것 때문에 이혼한 것도 아니라 했다. 선배 부부는 딩크였다. 12년 부부생활을 하고 아이가 가지고 싶어졌다고 했다.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없었는데, 다음날인가 밥먹다 지나가는 소리로 '나 묶었어'하더란 거다.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 황망해서 말도 안 나왔다고 했다. 이런 인간이랑 어떻게 살을 맞대고 살겠는가? 소름이 끼쳤다. 그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사람의 바닥을 본다. 선배가 몇 년을 고생하고(후술하겠다) 전 남편을 다시 봤는데 세상에, 재혼해서 아기를 안고 있더란다. 나랑은 못 낳겠다고 묶었다가 재혼상대와는 풀고 아이를 가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묶은 게 맞나? 딩크로 살겠다고 모두가 처음부터 수술을 받진 않지만... 애초에 딩크를 원한 건 남편이었고 선배는 거기에 동의했을 뿐이다.
강력하게 딩크를 원했던 인간이 왜 수술은 늦게 받고 또 나중엔 푸냐고. 수술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기 위해 수술시기를 미룰 수 있다. 사실 피임으로 이보다 더 깔끔한 방법이 없다. 수술도 간단하며 부작용도 적다. 묶었다는 표현을 썼지만 요즘은 레이저를 사용한다고 하고 딩크 경우는 보통 이 수술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어찌 됐건 피임 방식은 부부 간 논의했을 문제니 그렇다 치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건 정관수술은 혼자서 결정할 게 아니지 않나? 자기 몸 자기가 알아서 한다지만 타이밍이란게 말이다. 결혼한지 12년이 지났고 이제 아내가 아이를 원하는데, 대화로 풀어야할 것을 통보하듯이. 신뢰와 신념이란게 그렇게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건가 싶고... 애초에 딩크를 원한 본인이 수술을 했으면 아내도 그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포기했을 거다.
사람, 그것도 부부로서 살아 온 내 인생 파트너의 마음을 이보다 더 비참하게 모욕할 수 있을까. 나는 안 되고 저 여자는 되냐 이런 수준의 칭얼거림이 아니 가치가 부정당하지 않았던가... 전 남편은 이혼했지만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재혼해서 아이도 있는 인생을 산다. 선배는 고학력자이지만 이혼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어 단순노동직에 종사하다 공부방을 차렸다. 이혼했다고 하니 엄마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아이들도 보내지 않더란다. 무슨 교육이 되겠냐고. 선배는 흠 있는 여자가 된 것이다. 흠 있는 여자는 가드 없는 쉬운 여자, 문란한 여자, ○○한 여자로 여겨진다. 남성들이 선배를 억누르며 하는 말이, 다 알면서 뭘 그렇게 빼냐고 하더라 한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얘길 듣고서다. 그래서 선배는 이제 어쩌다 혼기를 놓친 미혼인 척 한다고 했다. 그러니 좀 낫다고 했다. 직종을 바꾼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선배 이야길 뒤집어보면, 아무렇지 않게 우스갯소리로 이상형이라 이야기하곤 하는 '자취하는 여자'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혼자 사는 여자. 문을 닫고 들어가면 바깥의 모두와 차단되는 여자. 그보단 사회의 인식을 볼까. 여자가 혼자 자취할 때 흔히 건네는 조언들이다. 남자 물건을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절대로 혼자 산다는 티를 내지 마라고. 남자 목소리를 녹음했다기 가끔 틀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그렇게 친척이든 친구든 늘 그 집에 드나들게 하고 이웃들이 여자만 사는 집이라 여기게 하지 말라고. 배달 음식은 시켜먹지 말고 택배는 직장이나 가까운 편의점에 맡기라고. 때로는 남자 이름으로 주문하라고. 당신이 혼자 산다는 것을 들키지 말라고. 이 조언들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들어 본 얘기들이다. 실제로 자취하는 여자는 매사에 조심하지만, 남자의 이상형이라고 농짓거리처럼 얘기되곤 한다.
이 소설에서 아내의 인생은 지극히 평범해서 슬프기까지 하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결혼해서 6년 정도 살았지만 39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학대당한 엄마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죽을 것 같아서 아이들도 버리고 도망쳤다가 끌려왔다. 엄마가 있는 곳을 고발한 건 이모였다. 정신차리고 살라고 니가 없으면 애들은 누가 키우냐고. 아버지는 바깥에선 존경받는 교사요, 성인 군자였다. 피흘리며 부엌 바닥이 스러져 엄마는 아버지랑 그만 살고 싶다고 했다. 나중엔 그런 표현조차 흐려지고 말지만... 주인공이 암투병을 하고 홀로 암수술을 받을 때, 남편은 남의 영정 사진을 찍어준다고 몇 달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델은 조선소 노동자였다고 했다. 숱하게 반복되어온 역사 앞에 주인공은 이혼을 결심하지만, 그를 혼란스럽게 한 이야기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다.
내가 받은 상처는 손톱 밑 거스라미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표출하면서, 상대의 영혼은 상처입히고 바스러뜨리기를 서슴지 않는 그대. 자기 연민에 허우적대는 그대. 현실을 반영한 소설 속 그대의 이름은 남편이다. 자기 인생에서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왜 남의 인생에서까지 주인공이고 싶을까. 지극히 이기적인 관계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이혼은 여자에게 진정한 자유를 건네는 손일까, 아니면 또 다른 구속을 의미하는 걸까.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황혼이혼, 사진작가 최의 예술로 포장된 기만과 그에 익숙해진 아내, 대형교사 목사와 그의 매 맞는 아내의 풍경 속에 생각해본다. 이들이 어디까지 포용하고 언제까지 인내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이혼법정에서 자신은 고아가 되는거냐 묻던 남편 앞에 외할머니가 들려준 다리 없는 여자를 떠올린다. 부부가 뭐길래. 결혼이 뭐길래. 이 소설은 어쩌면 현대판 <여자의 일생>이라할 수 있지 않을까. 기 드 모파상의 그 소설. 원제는 <어떤 인생Une vie>인데 마치 이것이 여자가 따라야 할 인생이란 듯 번역된 제목의 소설 말이다. "민정씨,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치매가 왔대.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릴만큼 악화된 여자를 여자의 남편이 극진히 돌보았고. 그런데 기억을 잃어기던 여자가 과거의 남편을 찾아갔대. 사십여 년 동안 자신과 함께 한 현재의 남편은 망각하고, 사십 년도 전에 이혼한 과거의 남편을……. 사십년도 더 전에 헤어진 과거의 남편이 여잔히 자신의 남편인 줄 알고……."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던 날 철식이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고아가 되는 건가?" "고아?" 그녀가 되물었다. "고아……."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주먹으로 갈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그녀는 물었다. "그게 마흔일곱 살이나 먹은 남자가 할 말이야?"
"앞산 너머 마을에 두 다리가 없는 여자가 살았단다.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가 없는 여자였다……. 혼기가 차도 아무도 데려갈 생각을 안 하자 늙은 홀아비가 다리 없는 여자를 데리고 살았단다. 다리만 없다 뿐이지 여자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억센지, 남편이 지게에 져 밭에 데려다 놓으면 하루종일 두 손을 호미 삼아 밭을 맸단다. 남편은 또 얼마나 위하는지 이가 버글버글하던 늙은 홀아비 얼굴에 때깔이 났지. 부부로 여섯 해를 살았을까? 육이오 난리가 났지 뭐냐……. (중략) 속만 태우던 여자는 두 팔로 기어서 산에 올라갔단다. 시신들 속에서 피범벅인 남편의 시신을 찾아서 한 팔로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다른 한 팔로 기어서, 기어서 산을 내려왔단다……." (중략) "부부가 그렇게 무서운 거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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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첫머리를 담당하는 이혼은 이미 다른 지면을 통해 읽었던 터라 뒤에 오는 읍산요금소와 새의 장례식 두 편만 처음 만나는 글이었다. 기대했던 작가의 글이니만큼 좀 더 많은 글이 실려있었으면 어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나는 김숨이 흘려보내는 이야기들의 호흡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면서 읽어 볼 것 같다. * 정말이지 네 아버지하고 그만 살고 싶다. * 몇 달 뒤 그녀는 직장 근처에 원룸을 얻어 집을 나왔다. 용달차를 불러 자신의 짐들을 원룸으로 옮기던 날,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마침내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연신 탄성을 토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에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 살려달라는 소리를 못 들으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삼 초 정도 간극을 두었다가 그는 나지막이 되뇌었다. 살려달라는 소리를요. * 혹시 자라는 동안 아버지를 살해하고 싶은 충동에 한 번이라도 사로잡혀본 적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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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대답했더니 그런데 이 작가의 책이 많이 눈에 띄고 형이 많이 읽는 것 같단다. 그런가, 라고 말하고는 몇 마디 덧붙인다. 내 생각에는 근래 우리 작가들 중 가장 많은 소설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내는 작가가 아닌가 싶어, 뭔가 이렇게 해야 하는 연유가 있는 것인지, 읽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도 연유를 찾지는 못했다. 그저 성실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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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고 가벼운 두께에 부담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책을 덮을땐 ..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책..
이혼... 이혼
요즘에야 뭐 한번 갔다오는건 일도 아니지 라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나로서는 선택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주제였다
여자로서의 삶,. 그 무거운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자유를 찾기위해 결정하는 이혼이겠지만 그 이후의 연장선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참 ..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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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 이어 당신의 신에서 정말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당신의 신에 실린 세 편의 소설 모두 대단합니다. 분량이 적은 게 조금 아쉽지만 책의 디자인이나 편집 구성이 너무 예쁘고 맘에 들어서 넘어갑니다
읍산요금소도 너무 좋았고 이혼도 그렇고 아무튼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로 이렇게 사람을 쪼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신필에 경지에 가까워지신 듯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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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에서 이혼을 읽었던가 김유정 문학상 웃는 남자 편에서 읽었던가
암튼 두 책 중에서 이혼을 읽고 이 책을 샀습니다.
원래 김숨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여서 대단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읍산요금소와 새의 장례식은 정말 몇 년만에 하나 나올까 하는
이른 바 쪼이는 느낌이 있네요 역시 김숨! 하고 소리 쳤습니다.
최근에 강화길 작가가 김숨 작가의 계보(?) 그런 쪼이는 맛을 잇고 있는 거 같은데 더이상 이야기하면 스포가 되니 ㅎㅎㅎ
암튼 양장으로 되어 있고 문학동네 기획 티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단편 하나, 중편 두 편이지만 책 한권으로 되어버림 요즘 유행하는 경장편 1권 분량인데... 아무튼 그게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재미없는거 8편 읽느니 이렇게 존재감, 재미 확실한 거 3편을 읽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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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 이름을 많이 들어봤어요. 궁금하던 차에 근사한 단편집이 나와서 주문했습니다. 세 편밖에 없어서 좀 당황했지만... 원래 단편집이라고 하면 7~8편은 들어있다고 기대하잖아요. 어쨌든 첫 단편 (이혼)만 읽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글이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결혼과 부부, 이혼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읽었네요. 나머지 두 단편도 궁금합니다^^ 얼른 읽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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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결혼 한것이 아니야' 부모님의 결혼생활, 나의 어린시절 그리고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결혼은 어느 한사람에게 - 대개 남편보다는 아내에게 요구한다 -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선 안된다. 이혼 또한 그 과정이 지금보다 간소화됨은 물론 이혼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한다. 이혼남보다 이혼녀가 훨씬 부정적이며 쉽게 생각한다. 부모가 경제적으로도 자녀에게 부족함이 없이 양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폭력은 반드시 삼가야 할 것이다. 자녀의 무의식에 지울수 없는 영향을 끼쳐 자녀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녀의 가족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한 명'에 이어서 내가 만난 '김숨'작가의 두번 째 작품으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을 서사해나간다.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신간 '당신의 신'은 우리사회의 '이혼'문제를 다룬다. 이 소설은 제목과 같이 아내는 남편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해결해주는 신이 아님을 말한다. 말이 신이지 실상은 노예다. 아직도 이런 착각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오롯이 당신 잘못은 아니다. 당신 부모의 잘못이다. 정확히는 아버지.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서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