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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국가의 주권과 이권을 위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거론되는 전쟁은 비참한 결말과 더불어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할 만한 대상으로도 볼 수 있다. <유럽과 전쟁> 역시 제목에서 이미 그러한 의미를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걸프전(1991), 보스니아 내전(1992~1995), 코소보 내전(1999), 아프가니스탄 전쟁(2002) 그리고 이라크 전쟁(2003) 이라는 다섯 가지 국제적인 분쟁을 통하여 현재 유럽을 이끌고 있는 EU의 대응을 살펴보고, 그러한 대응을 통하여 현재 유럽의 상황에 대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고,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유럽의 오늘날의 역사를 비록 직접적으로 치룬 전쟁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하여 많은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주제에 대하여 여러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점은 베스트발렌 체제이다. 30년 전쟁을 종결하면서 동시에 유럽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온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의 체제를 상징하는 이 단어는 어떻게 보면 이 책이 왜 전쟁 또는 국제적인 분쟁을 통하여 오늘날의 유럽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으로 통합되어 있던 많은 국가들이 종교 개혁을 빌미로 하여 결국 30년 전쟁이 발발하였으며, 신교측의 승리로 인하여 제국은 힘을 잃고 오늘날의 유럽을 연상하는 많은 국가들이 이 시점에 새롭게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제국의 통제를 벗어나서 스스로 주권을 지닌 다수의 국가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유럽은 그러한 수 많은 주권 국가들이 EU라는 체제로 결속되어 있으니 선택의 자유와 더불어 운영 방식, 통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이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을 통치하던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베스트팔렌 체제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 추측된다. 이러한 독특하면서도 과거 유럽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현재의 체제는 전쟁 또는 국제적인 분쟁을 눈앞에 두고 흥미로운 점이 발생된다. EU라는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국가별로 달리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라크 전쟁(2003)이 시작될 무렵 영국은 미국의 전쟁에 적극적인 찬성과 더불어 개입을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롭게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은 EU의 중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아닌 미국의 지지를 천명하는 모습을 보이는 혼란한 상황을 연출한다. 왜 이들은 EU를 통하여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인하여 공동외교안보정책(CFSR :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을 구체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하여 가입한 국가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각도로 분석할 여지가 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EU라는 테두리에 묶여 있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적극적인 군사 개입보다는 외교, 경제적인 제재를 선호하는 그들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비록 탈퇴를 하였지만, 당시 가입국인 영국이 적극적으로 미국과 함께 군사적인 작전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설명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은 공동외교안보정책을 뒷받침하고, 그에 대항 강령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의 부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사력이란 EU에 의하여 공통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는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군사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EU가 단독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군사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된 전쟁에서 EU 체제하의 각 국가들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개별적인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인 상황은 물론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군사력이 상이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EU에서도 내부적으로 공통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군사 기구를 설치하려고 진행중이지만, NATO의 역할과 범위가 거의 겹치는 상황이기에 운용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물론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NATO의 의미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NATO와의 협력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EU 자체의 군사 기구로의 성장을 예측하는 긍정적인 입장도 보여주지만, NATO로 인하여 오히려 군사 기구의 설립 자체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다. 동유럽과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애초의 목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오히려 동유럽은 물론 최근 러시아까지 가입을 하는 상황에서 NATO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을 한 유럽의 군사 기구로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기구로서 말이다. 실제 EU는 군사적인 조치는 미국과 행동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으며,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경제와 외교의 제재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EU의 역할이 소극적 내지는 미국에 종속적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애초에 EU의 정책은 그러한 국제적인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의 대응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조치보다는 경제와 외교 분야에 대한 대응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이 공통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군사력의 부재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만, 애초 분쟁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세계 경찰이라는 완장을 유지하려는 미국과는 다를 수 밖에없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이 테러 방지를 위한 어떻게 보면 윤리적인 점을 중요시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EU의 모습은 그러한 EU의 기본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난민을 처리하는 EU의 상황과 그 가입국의 모습에서 새롭게 확인된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이 2000년대에 작성된 것이라서 최근 시리아 난민의 유입으로 인하여 곤혹을 치루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내전으로 인하여 수 많은 난민이 EU 가입국으로 유입되면서 우리는 EU의 난민에 대한 대처를 통하여 그들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이들을 임시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추후 내전이 종식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전제조건을 내미는 그들의 난민 수용 정책은 그들의 정책에 윤리적으로 제한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후 그러한 정책들이 보완되고 있지만, 수용은 하되 오히려 유럽의 벽을 더욱 높이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그들의 정책은 윤리와 실리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인 참여 요청에 대하여 EU 가입국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EU의 결정과는 달리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또 다시 재현된다. 최근 시리아 난민이 유입되면서 독일이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동유럽쪽의 가입국은 수용 불가를 천명하였으며 심지어 영국은 이러한 난민 유입 문제로 인하여 브렉시트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전쟁>은 EU라는 거대한 통합의 체제라는 틀 속에서 전쟁이라는 극명한 상황을 마주한 가입국들의 제각각 다른 모습을 통하여 EU 체제에 대한 특징 및 보완해야 할 상황은 물론이고 주요 가입국들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한 논문들을 하나의 책을 통하여 살펴보며 그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을 눈으로 좇을 수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분야에 대하여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한 논문들이기에 중복된 부분도 있지만, 그러한 부분은 오히려 좀 더 눈여겨 볼 만한 것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기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다면 개인적으로 <4장 걸프전을 통한 유럽 공동안보장위정책의 변화와 전망>을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이 공동외교안보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시간적인 흐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개념을 먼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각종 언론을 통하여 자주 접하는 국제 정세이며, 또한 EU의 이러한 정책과 방향성이 우리나라의 안보와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읽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