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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 -최지인 아내의 전화다 나는 받지 않고 메시지를 보낸다 있잖아 나 그만둘까 해 공과금 고지서를 씹어 먹는 염소처럼 재계약을 앞두고 별의별 생각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면 아낄 수 있는 교통비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내와 나의 도시락을 싸고 집에 쌓인 책들을 박스에 담고 어떤 책은 넣었다 빼기도 하며 가늠해 본다 호프 한 잔 감자튀김 작은 거 네가 좋아하는 카레 해 뒀어 내일은 제일 아끼는 옷을 입고 출근해야지 이 시간에 미용실이 열었을까 궁지에 몰린 사람들 빈 접시에 남은 갈색 소스 이사를 해야 할 때 책을 상자에 넣으면 안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책의 무게에 못 이겨 상자가 찢어진다고 하더군요. 노끈에 묶고 용달차를 알아보고 가스 회사에 전화합니다. 알아요. 우리의 짐의 무게는 버려도 늘 총량을 유지한다는 것을요. 그만둘까 해, 라는 말에 담긴 망설임. 카레 해 뒀어, 라고 말하는 위로. 개와 돼지의 시간 -최지인 야훼 품에서 몸부림친다 활처럼 붉은 얼굴들 자꾸만 쉿 쉿 검지를 입술에 대고 * 세입자는 갓난아이를 키웠다 이곳에서 나 너와 살 수 있을까 바람 통하지 않고 너희 집에서 살면 좋겠지 거실에 놓인 벤자민을 가꾸면서 햇빛이 우릴 즐겁게 할 텐데 * 라멕 방아쇠 당기고 탄환들 우수수 박힌다 나무토막 쓰러진다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메시질 보내는 세계다 * 죽지 않았다면 날 보러 올래 우리 집엔 책이 많고 마음껏 담배를 태워도 된다 슬플 거다 쉬지 않고 일해서 부모는 나에게 헌신했다 나는 그러질 못하고 밖에서 잘 순 없으니까 짐들은 버릴 수밖에 유명해지고 싶었다 * 좁은 화장실에서 우리 깨끗이 목욕하고 밥을 먹고 밥을 먹고 잤다 아무도 구할 수 없었지만 이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개와 돼지가 뛰노는 시간. 우리 집에는 책이 많고 냉장고에는 초코 음료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볕이 들지 않을까봐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묵은 냄새를 밖으로 보냅니다. 화장실에 앉아 표정을 매만지고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봅니다. 한 사람이 떠나고 번호는 다른 이에게 전달됩니다. 우리를 구할수 없어 책이 내려왔고 종이를 힘겹게 넘겨 다음을 읽습니다. 나는 슬퍼요. 나는 웃기도 하지요. 나는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독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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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젊은 시인 최 지인의 시집을 두 권 구매했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젊은 시인의 실험적이고 새로운 느낌의 현대시들을 느끼고 싶었다. 제목이 재밌는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부터 먼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봤다.
가난한 유년 시절, 죽음, 비정규직 청년, 광주사태, 세월호....
젊음과 실험, 그리고 새로움을 느끼고 싶었는데 주제들이 내가 원했던 시집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 지인 시인의 시들은 쉽고 편하게 쓰여져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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