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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탈북자 김건우씨는, 본인의 삶이 아닌 그의 기적같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의 전쟁문서보관소에 보관된 '노르망디 코리안',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으로 기록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 사진 속의 아버지였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속국으로 삼던 시절, 루거우차오 다리에서 벌어진 다툼이 중일전쟁으로 비화되어 식민지였던 대다수 조선의 남자들은 전쟁터로, 여자는 정신대로 끌려갔다. 고아인 길수와 월화는 부농에 딸린 일꾼으로 함께 일하면서 컸지만, 집주인은 일제 앞잡이였고 민족을 배신하고 독립군을 처형하는데 일조했다. 그 충격으로 둘은 집을 뛰쳐나와 독립군 단체 정의부를 찾아가고 조선혁명군 총사령관 양세봉 대장을 만난다. 전사의 기질을 타고난 월화는 아버지 같은 존재 양대장에게 효의 도리를 다할 것을 스스로 맹세한다. 서로 사랑을 나눈 길수와 월화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둘은 만주를 떠나 평양에 자리잡아 건우를 낳아 기른다. 건우가 다섯 살 되던 때, 양대장의 비보를 전해들은 월화는 투쟁을 위해 아들과 남편을 두고 만주로 떠난다.
정대는 정미소의 일꾼으로 일하면서 제일 좋은 문화주택을 가진 양조장 명선 아씨와 사랑에 빠지고, 명선의 정혼자인 조선총독부 감찰 장교 요시다 대위의 자존심을 건드린 대가로 양조장 전체가 화마에 휩싸이고, 마을 최고의 부잣집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하고, 명선의 부모님은 주재소로 끌려간다. 정대는 요시다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명선을 구하고, 요시다는 목을 베어죽인 뒤 증거인멸을 위해 집마저 불에 태운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정대는 지원병으로 신청해 23사단 부대에 있다.
야전기지 안에 조선대 처녀들로만 구성된 정신대 위안부는 하루 종일 갇혀 일본군의 노리개로 뜯어 먹히고 있었는데, 조선에서 명선 아씨로 살았던 하루코도 그런 여인 중에 하나였다. 자칭 짜즈보이 경식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군에 지원했고, 하루코를 연인 삼아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정대의 여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조선인으로 태어난 열등감을 뿌리째 숨겨가며 뼈속까지 일본인이 되고 싶은 스기타는 징병열차의 총감독이었고, 징병자를 돈을 받고 빼돌리는 바람에 실제 수송하는 징집병 숫자가 부족하자 길을 가던 길수를 강제 징용하여 끌고 간다. 길수는 8살 아들 건우와 조선 신의주에 살고 있었고, 아들의 생일선물인 피리를 만들어 귀가하던 중이었다. 스기타가 책임지고 있던 히카리호는 전쟁 물자와 징집병들을 싣고 만주 구간을 운행했고, 일본 관동군이 지배하는 만주 동북인민항일연군 산하 조선인 부대에서 항일 무장 단체를 이끌고 있는 월화의 공격 타깃이었으나, 첩보를 입수한 스기타는 징병자들과 함께 남은 목적지까지 걸어간다. 관동군 사령부가 있는 수도 신징은 중국 땅에 만들어진 일본 도시였다. 관동군 사령부의 작전 참모 쓰지 마사노부 중좌는, 소련과의 국경문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스기타에게 관동군 23사단에 함께 갈 것을 권유한다.
조선 징병군의 고된 훈련이 시작되고, 오빠 대신 징집된 소녀가 징병군들 속에서 발견되자 스기타는 비인간적인 폭행을 저지른 뒤 부대원들 앞에서 잔인하게 죽인다. 마사노부 중좌의 성적 취향은 어린 사내아이였는데 그 상대는 형 대신 징병된 열네 살 영수였으며 길수의 가장 큰 보호를 받았던 아이였고, 길수는 작정하고 자신에게 살기를 드러내는 스기타의 손에 죽지 않고 탈출하기 위해 틈틈이 체력 단력과 살인의 기술을 익힌다. 탈영병의 제보로, 월화는 23사단 조선인 부대 훈련 장소에 매복하지만, 제보자라 생각했던 탈영병은 스파이였고, 월화의 부대원 전부는 사살당한다. 생포당한 월화는 통나무에 알몸으로 묶여 23사단 부대원들 앞에 전시되고, 길수는 그날 밤 보초를 섰다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내를 향해 걸어간다.
1권을 들여다보면, 노몬한 전투가 임박한 모습까지를 보여줄 뿐 아직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숨을 쉬고 있는 곳 자체가 전쟁이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기지 주변은 묘비도 없이 폭력과 고된 훈련에 시체가 늘어갔으니, 유격훈련으로 인해 머리가 다치고 귀가 멀어져버린 사내가 나무에 깔려죽은 것을 보면 훈련의 강도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겠다. 2차세계대전 당시 중국 전역에 3만 명이 넘는 조선인 위안부가 있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인가. 인간 이하로 유린되었을 그녀들의 삶이 너무 가엾다. 나라를 잃은 국민들의 아픔과 현실이 죽음보다 낫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증거라 하겠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안타까움과 억울한 심정을 억누룰 길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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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본 이재익 작가님의 책은 모두 좋았기때문에 이 책 역시 시작전부터 기대감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이 느낌을 온전히 담고 싶어서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적는다.
일본군으로 싸우다가 포로로 잡혀 소련군이 되고,
하루 하루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 그때마다 아들을 떠올리며 매번 포로로 잡힐때마다 그의 애원은 늘 같았다. '과거 역사속에 강제징용되서, 상관도 없는 전쟁터에 끌려가 이렇게 애원한 사람이
한 아이의 평범한 아버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야기의 흐름과 자세한 상황묘사에 푹 빠져서 읽다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린 책. 나도 저자님과 함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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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당시 실제로 일제 징병으로 관동군에 끌려갔다가 소련군의 포로와 독일군의 포로를 거쳐 결국 노르망디 해변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된 우리 선조의 인생을 담고 있다. 주인공 김길수와 여 전사로 활약하는 아내 월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향에 홀로 버려진 아들 건우를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을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다. 아들 건우가 홀로 남게 되면서 애끓는 아버지의 부정을 너무도 절절하게 표현해주고 있어서 글을 읽어가는 나조차도 애가 끓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역사속에서만 무심히 듣던 그 유명한 전투들이 너무도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도 지나칠 만큼 잔인함에 분노도 생겼고 공포를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의 전개과정을 파악할수가 있었고, 그 속에서 움직인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 의미 있게 쫓아갈수가 있었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외면할 수만은 없는 우리 조상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묘사한 <아버지의 길>은 너무도 가슴아프고 절절한 사연을 1,2권에 걸쳐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군의 잔인한 살육 현장에서는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령 사람을 빨리 죽이기 위해 총이나 칼 대신 작두로 목을 치는 장면이나 하루에도 수십 명의 군인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조선 위안부들의 가혹한 삶 등은 상상이 아닌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묘사를 했다고 한다. 비장함의 가슴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전쟁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됐으며, 당시의 국제 정세와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2차 세계대전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나는 마치 글을 읽는 내내 전쟁 속에 함께 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한 우리의 선조가 있었기에 그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현재의 우리의 세대가 또 존재 하는것이 아닌가. 가슴아프지만 우리의 역사이기에 잊지 말아야 할것들이 분명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1,2권을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결국 징병으로 끌려간 그 이후에 만나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이... 너무도 가슴아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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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것에 대해 누군가는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어 어떤 변화를 모색하기보다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며,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에 지나온 삶의 발자취들을 살펴보면, 운명은 후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과거 역사의 여러 사실들을 통해, 이를 증명해 주었던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을 우리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외교가·역사학자였던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운명은 우리의 행위에 절반을 지배하고, 다른 절반은 우리 자신에게 맡겨져 있다’는 문구에서 보듯, 운명이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해도,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신념과 의지를 우리가 얼마만큼 실천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는 오늘도 선택이라는 갈림길에서 어떤 방향이 나의 삶에 진정한 보탬이 되는지를 두고 적잖은 고민과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러한 선택에 있어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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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한 미국이 포로들을 심문할 때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그 사진 속에 독일군복을 입은 동양인 병사가 있다. 그는 조선인이었다. 김길수, 조선인이었던 그가 어쩌다 독일군복을 입은 채 미군의 포로가 되었을까 하는 물음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1938년 신의주, 자신과 아들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아내를 원망하며 길수는 대장간에서 일하며 여덟 살 아들 건우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줄 손수 만든 피리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던 중, 조선인으로의 삶을 포기하고 일본군 장교가 된 스기타에게 강제 징집을 당한다. 징집열차 안에는 형을 대신해 입대 온 열네 살의 영수, 돈을 모아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짜즈보이 경식,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원한 정대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엄마도 없이 혼자 있을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가게 된 길수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총알이 쏟아지고 팔, 다리가 잘려나가는 살육의 현장에서 길수가 아들과 나누는 마음 속 대화에서 길수의 부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전쟁터에서 길수가 아들처럼 지켜주고자 했던 어린 영수는 수차례 길수에게 묻는다. "형아야, 나 이제 죽어도 돼?" 그런 극한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에 처한다면 나 역시 그런 물음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수가 너무도 가여웠다. 길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동군이 되어 러시아군과 싸우다 러시아군의 포로가 되고 다시 러시아군이 되어 독일군과 싸우고 또다시 독일군이 되어 연합군과 싸우다 미군의 포로가 된다. 러시아군의 포로가 될 때도, 독일군의 포로가 될 때도, 미군의 포로가 될 때도 길수는 말한다. "나는 조선인입니다. 나는 이 전쟁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조선인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차마 이런 말을 해볼 기회도 없이 죽어간 조선인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진다.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던 아내와의 극적인 만남으로 1권이 끝이 난다. 도저히 2권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끝이 나서 책장을 넘기는 손에 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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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개인에게 있어 역사와 전쟁은 무엇이고 삶이 자신에게 가르쳐 주는 의미와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보기 드문 역사 소설을 접하게 되어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지난 역사의 굴레 속에서 힘들게 살아간 선조들의 흔적이 한 올 한 올 배어 나옴을 느끼게 하였다.이재익작가의 탄탄한 역사적인 사실과 김건우 할아버지의 회한이 뒤섞인 개인사들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는 마치 전쟁의 도가니에 빠져드는듯 했고 일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제징병 당하는 조선의 젊은 청년과 위안부들의 기구한 삶의 모습들이 숨겨져 있던 비화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옴도 실감케 하여 읽는 내내 그들의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치욕과 모멸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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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님의 아버지의 길을 읽고 단순하게 부정에대한 감동이라느니 남자의 사랑은 절절하다느니 단순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한 인간이 겪을수있는 모든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들을 향한 강한 애정을 끊지 못한 비극적인 삶을산 남자의 부정에 경의를 표하고싶다.
방송국 기자인 나는 취재중 탈북자중 특이한 케이스를 만난다 노인은 말을잊었는지 입을열지 않는다. 삼대에 걸친 일가족이 탈북을 시도했고 노인만 탈북에 성공했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죽었다 더구나 노인은 건강이 좋지않다 폐암말기 시한부인생 그의 입에서 사연을 듣고자 줄곳 드나들었지만 노인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이 찾는다는 말에 한걸을에 달려갔는데 뜻밖에도 노인은 자신의 사연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시절이다. 신의주에 김길수는 건우와 단둘이 살고있었다. 길수는 대장장이지만 그의 면면을보면 본래부터 그런 직업을 가진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길수는 아들의 장래를위해 적은 봉급이지만 어떻게는 아들을위해 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그래도 둘은 가난한 삶이지만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 변절자 일제의 앞자비인 스키타의 눈에 띄어 그의 사리사욕때문에 징집에 미달된 인원을 채우는데 끌려가게된다. 이렇게 이별인사도 못하고 떠나온 길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건우를 만나지 못하고 끌려가게된다.
이제부터 길수의 여정이 시작된다. 어떤 여정일까 아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하나로 버티는 길수 그곳에서 길수는 또다른 사연을 앉고온 징병들을 만나게된다. 그리고 이야기속에는 우리들의 아픈과거 위안부이야기와 독립투쟁을하는 사회주의자들 출세에눈먼 변절자와 오직 사랑하나에 목숨을건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길속에 등장하는 인물중 길수와 대비되는 인물이 월화다. 그녀는 자신의 사상과 조국의 독립과 동지들을 버릴수 없다는 일념으로 아들과 남편을 남겨두고 투쟁에 뛰어는 인물이다. 길수는 자식 가족을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렸는데 누가더 올은 선택을 했는지는 판단할수 없겠지만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월화의 선택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면서 가화만사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시절은 특수한 시절이었기에 내 판단은 평화로운 새상에서 내릴수밖에 없는 너무나 자기본위적인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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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마이웨이>를 보고 왔다. 137분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확인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적어 감정이입이 덜 됐긴 했지만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마이웨이>가 개봉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간 것은 '노르망디 코리안'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사에 숨겨진 역사적 의미와 넓이의 확장을 가지고 온 노르망디 코리안의 존재.
제2차세계대전 당시 우리는 그저 일본의 불행한 식민지였을 뿐이고 이를 다룬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무대는 일본이나 중국(만주)등 동아시아에 머물렀다. 독립군이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하거나 일본에 위협을 가하는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노르망디 코리안이라는 존재로 인해 우리는 2차세계대전이라는 세계 전쟁사에 편입하게 되었으며 이는 동아시아에 머물러 있던 우리 근대사가 큰 축에 의해 움직였다는 사고의 확장을 가져왔다. 그 중심에 노르망디 코리안이 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와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은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의 길>은 노르망디 코리안이 결혼을 한 가장이라는 설정 아래 전개된다. 게다가 여덟 살이 된 아들까지 있다. 강제징용을 당한 그는 알려진 대로 조선-만주-몽골-러시아-독일-프랑스를 거치는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쿄. 당시 경성에서 도쿄까지 가는데 나흘에서 1주일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거쳐간 거리와 시간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노르망디 코리안을 지탱하게 만든 것은 고향에 두고 온 아들과의 약속이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부모의 얼굴도 모른 체 고아로 버려진 그들 부부에게 자식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피붙이.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생이별을 하게 된 그의 마음은 생이빨을 통채로 뽑는 것보다 더 아프고 가슴에 사뭇쳤으리라.
언젠가 너에게 약조하였던 일을 기억한다. 볕이 참 좋았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다가 그랬지. 큰 파도가 오면 아빠가 널 번쩍 들어줄 거라고. 그러니 겁내지 말라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다. 파도 앞에서 너를 지켜주기는커녕 내 한 몸조차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너는 강하고 의연해져야 한다. 매일 매순간 너를 걱정하고 그리워한단다.이제부터 너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게. 어쩌면 바람을 타고 마음이 전해질지도 모르니가. 조금만 더 기다려. 반드시 돌아간다. 소설은 곳곳에 아버지의 울분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독백형식으로 담아낸다. 그것을 읽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절절한 사부곡은 전쟁과 이념, 국제정세 같은 거창한 단어들을 지어버린다. 자식을 버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부인에게 저주와 욕을 퍼붓는 주인공이 십분 이해가 갔던 것도 내가 아버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나는 월화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다. 여덟살 피붙이를 버리고 전쟁터로 달려가는 어머니라니!
영화 <공공의 적>에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나온다.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부모를 죽인 패륜아 이성재. 부검을 통해 어머니의 입 속에서 손톱이 발견된다. 자신을 죽인 아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부러진 손톱을 목으로 삼킨 것. 어머니, 부모란 그런 존재다. 열을 주고도 열하나를 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만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자주 상상했다. 그리고 아버지.
이런 소설은 더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참여했을 때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조국의 군복대신 세나라의 군복을 입은 사내의 슬픈 여정이 어제와 오늘 내내 가슴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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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만난 “한국 작가”를 꼽는다면 단연 “이재익” 작가일 것이다. 2010년 9월 단편집 <카시오페아 공주>를 시작으로 <압구정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심야버스 괴담>, <싱크홀> 등 지난 1년 동안 출간된 작품 중 <아이린>을 빼고 전 작품을 읽었다 - <아이린>은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라는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재익 작가를 이렇게 많이 만나게 된 이유는 뭘까? 우선 1년 동안 6권이나 출간할 정도로 작가의 스피디하고 왕성한 집필 능력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전작인 <싱크홀> 서평에서도 밝힌 것처럼 판타지, 미스터리, 성장소설, 스포츠 소설, 재난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군더더기 없이 숨 가쁘게 몰아치는 빠른 전개와 구성으로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도저히 놓을 수 없게 하는 몰입감과 재미가 탁월하고 결말에 이르러 가슴 찡하게 울리는 감동 또한 빠뜨리지 않는, “이재익 작품은 재미있다”라는 기대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아버지의 길 1,2(황소북스/2011년 10월)>도 그런 기대감 때문에 망설임 없이 선뜻 선택하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책, 그가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재미와 감동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일제(日帝)가 괴뢰국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 침탈의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던 1938년 9월, 조선 신의주 인근 마을에서 여덟살 아들 “건우”와 함께 대장장이로 살고 있던 “김길수”는 만주로 조선인 징용군을 이끌고 가던 중 부족 인원을 채우기 위해 마을을 수색하여 젊은 장정들을 잡아들이던 일본 장교 “스기타” 일행에게 붙잡혀 모진 폭행 끝에 아들과 이별할 겨를도 없이 마을 면장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아들을 부탁하고는 징병 열차에 강제로 몸을 싣게 된다. 만주 관동군 조선인 부대에 배속 받은 길수는 아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가혹한 훈련을 꿋꿋이 이겨내고, 드디어 소련군과의 전투를 위해 출정(出征)을 준비하던 중 일본 끄나풀의 속임수에 의해 붙잡혀온 아내 “월화”와 재회하게 된다. 결혼 전 만주 일대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같이 했던 혁명 동지였던 둘은 결혼하면서 건우를 임신하게 되면서 부대 사령관이자 전설적인 항일 투사 “양세봉”의 배려로 혁명군에서 나와 신의주에 정착했던 것이다. 그러나 혁명군 시절을 그리워하던 아내는 동료에게서 양세봉의 죽음 소식을 듣고 혁명군에 복귀하여 “붉은 여우”라 불릴 정도로 혁혁한 공로를 세우지만 길수는 자신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어린 아들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간 아내를 원망하며 살아왔는데, 참으로 기구한 순간과 장소에서 아내와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출정 전날 경비를 서던 길수는 광장에 묶여 있던 월화를 구출해 아들 건우에게로 돌아가서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고는 부대 내에 있는 정신대 숙소에 숨겨준다. 다음날 아침 월화의 탈출로 발칵 뒤집혀 부대 곳곳을 수색하지만 출정 때문에 유야무야되고 길수의 부대는 만주국과 몽골의 접경지대인 “노몬한” 지역으로 출정하게 된다. 노몬한에서 맞닥뜨린 일본군과 소련군은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되고, 소련 전차 부대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말도 안 되는 전투를 벌이던 일본군은 화력의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괴멸되고 길수 또한 소련군에 포로로 붙잡혀 중앙아시아 지역의 포로수용소 “굴락”으로 보내져 모진 고초를 겪는다. 일본군으로의 복귀가 아닌 조선으로 귀환시켜주겠다는 조선인 출신 소련군 장교의 약속으로 희망을 품어 보지만 독일과의 전쟁 준비로 약속은 무산되고, 길수는 일본군으로의 귀환 대신 소련군에 남기로 한다. 드디어 독일의 소련 침공이 시작되고, 길수는 가장 치열했던 전투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소련군으로 참전하게 되지만 그만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독일로까지 붙잡혀와 포로수용소에 갇히고 만다. 한편 일본군 부대에 숨어 있던 월화는 소련군의 공습을 틈타 탈출하게 되고, 수많은 우여곡절과 고생 끝에 길수가 일러준 주소로 건우를 찾아오지만 이미 아들은 면장 식구를 따라 경성으로 올라간 후였다. 수소문 끝에 경성까지 찾아가 드디어 건우를 만나지만 다섯 살에 어머니와 헤어진 건우는 어머니가 못내 낯설기만 해서 선뜻 다가오지 못하지만 그런 건우에게 길수의 편지를 내밀자 그제서야 어머니 품에 안겨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된다. “굴락”보다 더한 고초를 겪고 있던 길수는 수많은 생사 고비를 넘기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지만 길수는 아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던 중 독일 외인(外人)부대라 할 수 있는 “동방부대”에 배속되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저지에 나선다. 중과부적 끝에 다시 포로가 된 길수, 이미 온 몸은 망가져버렸지만 그래도 길수에게 돌아가겠다는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제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까지 끌려가게 될 길수는 과연 그렇게 열망하던 아들과 재회를 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결말로 치닫는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일요일 밤 9시 쯤 침대에 들면서 내일 출근해야 되니 “조금만” 읽다가 졸리면 자야지 하는 편안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조금만”이라던 책 읽기는 결국 1,2권 7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다 읽고 나서야 마칠 수 있었다. 길수의 파란만장하고 가슴 아픈 여정에 책읽기를 도저히 중단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꼼짝없이 붙들려 미친 듯이 읽던 책읽기는 결국 새벽 두 시를 넘겨서야 끝이 났고, 서둘러 잠을 청했지만 먹먹해진 가슴 때문에 금세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쐬면 좀 진정되겠지 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다시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머릿 속에 가득한 책 이야기 때문에 밤새 뒤척이고는 동이 터오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출근길에 오르고 말았다. 책 때문에 밤잠 못 이룬 것이 정말 언제만인가. 그리고 읽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야기만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보면 여운이 꽤나 오래 갈 것 같다. 이 책의 어떤 점이 나를 이렇게 잠 못 이루게 한 걸까?
우선 도대체 그 크기와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기구하고 파란만장했던 길수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실화라는 것이 도대체 믿기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책은 지난 2005년에 방영했던 SBS 특집 다큐멘터리 <노르망디의 코리언>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소개한 블로그에 실려 있는 당시 독일군 동방대대를 찍은 낡은 흑백 사진에서 작품 속 “길수”의 모습을 보고는 코끝이 찡해지고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 실제로 “김길수”가 있었구나, 신의주에서 노르망디까지 2만 km에 이르는 지옥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대장정을 견뎌낸 “김길수”가 소설 속 허구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재했던 분이구나.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눈물에 절로 숙연해지면서 소설 속 장면들이 하나 하나 되살아나 명치 끝이 답답해지고 가슴 한 켠이 저려오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한 것이다. 그들 - 현재 4명으로 알려졌다 - 은 어떤 마음으로 그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작가는 책 속의 길수처럼 어린 아이, 병든 노모, 어여쁜 여동생 등 고향에서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눈물짓고 있을 가족 때문에 육체가 부서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생명의 불꽃을 결코 꺼뜨릴 수 가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기구하다고 하지만 그 어느 소설보다도 더 거짓말 같은 그들의 사연이 못내 믿기지 않아 블로그 속 글과 사진을 몇 번을 다시 읽고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고서 나온 건 탄식 뿐이었다.
길수의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데, 줄거리 소개에는 길수와 월화, 건우에 국한했지만 책에는 길수 가족 이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엮어내는 저마다의 사연들, 즉 열 다섯 어린 나이에 형 대신 징용에 끌려가 변태 성욕자 일본군 장교의 성 노리개가 되어 버리고, 길수와 함께 온갖 고초를 겪다가 결국 죽고 마는 “영수”나 길수처럼 고향에 두고 온 연인에게 꼭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견뎌내지만 고향에 있을 줄 알았던 연인이 정신대로 끌려와 같은 부대에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고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정대” 이야기 또한 길수 이야기 못지 않게 애달프고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나라 잃은 국민으로서 겪어야 했을 그들의 아픔에 저절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겪었던 아픔과 슬픔은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과 아픔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감내해야 했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실제로 겪으셨던 사연이었고, 오히려 한정된 분량과 수위 때문에 제대로 다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매주 수요일마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불과 몇 십 년 전 일인데 일본이 우리의 근대화를 이끌었다느니, 강제 징용이 아닌 자발적 지원이었다는 말을 일본인이 아닌 우리 한국인들이 버젓이 떠들어대는, 그것도 언론에다가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개탄스러웠다. 이처럼 책은 길수와 주변 인물들이 엮어가는 기구한 사연들로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슬픔에 젖게 만들고, 다 읽고 나서도 분노와 울분이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이 길게 남는 그런 소설이었다.
물론 구성과 이야기 전개에서 비판할 만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닌데, 길수와 월화의 다소 억지스러운 재회나 정대의 연인이 정신대로 끌려와 같은 부대에 있었는데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 월화가 조선으로 귀향하는 과정에서의 우연과 억지스러움의 반복들이 그러하다. 작가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끌고 가고 감동 코드를 위한, 어디까지나 “소설적 장치”라고 말하겠지만 현실성(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장면임에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를 해칠 정도는 아닌 그저 아쉬운 장면 정도로 느껴졌다.
처음에 이 글을 쓰면서 서평이 아닌 호들갑만 떠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앞서 쓴 글을 읽어보니 유치하기만 한 감상문이 되고야 말았다. 유치한 글솜씨야 나 스스로를 탓해야 할 것 같고 어쨌든 두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올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앞으로 오랫동안 이재익 작가의 “대표작”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는 “향후 수년간 이런 작품을 다시 쓰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지만 이 작품보다 더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멋진 작품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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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우리 모두의 역사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니다. 미약하게나마 그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생존해 있다. 가뭄에 계곡물이 모이듯 긴 시간을 두고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서 겨우 듣게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었던 일이지만 이렇게 외면당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른 것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된 것인지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 받았다는 사람이나 정부기구 역시 이웃집 불구경보다 못한 처사를 보여준다. 왜 그럴까? 잊고 싶은 기억이 때문인지, 아니면 부정하고 싶은 과거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은 지난 시간이고 또한 그것은 우리 모두의 시간이다.
역사교과서 왜곡, 정신대 할머니, 독도문제 등 한일 양국 간 현재 진행형의 이러한 문제의 출발이 바로 일제침략기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현안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지난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모든 것의 중심에 청산하지 못한 이제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사라지고 있는 우리민족의 뼈아픈 과거를 다루고 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항일운동, 독립무장투쟁,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동포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저자 이재익이 밝힌 바에 의하면 ‘아버지의 길’을 쓰게 된 모티브는 2005년 한 방송사에서 기획한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방송이라고 한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의 근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실을 슬프게 그러내고 있다.
김길수, 조선에서 태어나 제2차세계대전의 격전지 노르망디 전투에서 독일군으로 참전하여 미군의 포로로 잡힌 사람이다. 연합군의 승리를 전하는 사진 한 장 속 인물로 조선사람이 어떻게 그곳에서 포로가 되었으며 더군다나 독일군으로 참전하게 되었을까? 그는 어떤 인생역정에 대한 호기심은 매워가는 과정이 바로 이 작품에 담겼다. 김길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과정에 바로 우리민족이 겪어야만 했던 역사의 가혹한 수레바퀴가 있으며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한 맺힌 그리움과 절규가 녹아 있다.
일제의 침략만행이 극한으로 치닫던 1938년 9월, 한때 함께한 무장독립투쟁의 동지였던 아내가 자신과 아들을 버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키우며 대장간에서 힘겹지만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길수는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아들 건우에게 줄 피리를 만들어 조금 일찍 집으로 가던 길에 조선인 징용병을 찾던 스기타에 의해 강제 연행되어 열차에 태워진다. 열차 안에는 비슷한 처지로 끌려온 사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스스로 입대한 사람, 장남인 형 대신에 입대한 열네 살의 어린 아이, 힘은 장사지만 애끓는 슬픈 사랑의 사연을 간직한 청년 등이 타고 있다. 온갖 고난을 뚫고 생사의 순간들을 넘어가며 이들은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면서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독립운동을 위해 산으로 갔던 길수의 아내는 게릴라 무장투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보여주며 성장하지만 탈영병으로 신분을 위장한 배신자에 의해 일본군 포로로 잡히고 만다. 또한 슬픈 사랑의 주인공 역시 그 사랑하는 여인이 같은 부대안에 위안부로 끌려 온지도 모르고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추운 만주벌판 일본군 막사에서 군사훈련으로 생활하던 조선인 징병자들에게 처음 전투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소련과의 전투가 그것이다. 1부까지의 이야기는 서두에 불과한 것일까? 아직 주인공 김길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의 행로가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 접하는 이재익의 글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최대한 억제되고 있다. 슬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그 슬픔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흐려지는 것을 아는 것이리라. 슬프지만 억제된 감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깊이와 폭을 증폭시키게 만들어 한층 감정의 깊이를 더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의 글이 가지는 힘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