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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생생한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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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생생한 그 사람 -「한국정치 아리랑」을 읽고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 진가를 뿜어내던 한 사람이 어느 날 쓸쓸히, 그곳을 떠났을 때 감당해야 하는 서늘한 아픔을 겪어 본 적 있나요?   소설가 김성동 선생님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나는 늘 따뜻함과 서늘함을 함께 느끼곤 했습니다. 때로는 온화하고 때로는 차가운 그 문체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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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생생한 그 사람

-「한국정치 아리랑」을 읽고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 진가를 뿜어내던 한 사람이 어느 날 쓸쓸히, 그곳을 떠났을 때 감당해야 하는 서늘한 아픔을 겪어 본 적 있나요?

 

소설가 김성동 선생님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나는 늘 따뜻함과 서늘함을 함께 느끼곤 했습니다. 때로는 온화하고 때로는 차가운 그 문체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려야 하는 아픔은 그것이 어떤 아픔일지라도 끝내 사람이 감당하고 이겨내야만 한다는 담담한 각오를 읽어 내곤 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김성동 선생님이 쓰신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나는 언제나 사람됨이 한 겹 더 두꺼워진,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맞닥뜨리곤 했어요. 행복하게 살 자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극적인 감상에 젖어 흙바닥에 녹아버리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거예요.

 

「한국 정치 아리랑」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니, 정치판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언제나 냉소적으로만 일관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떨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거예요.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야비하고 더러운,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비열하고 파렴치한’처럼 온갖 나쁜 꾸밈말을 갖다 붙여도 속이 시원치 않았던 정치가에 대한 像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기도 해요. 실력이 형편없는 감독이 연출한 연극 같은 정치판 무대 저편에서 뜨거운 숨결 내뿜으며 진정 사람답게, 너무나 사람답게 살고자 몸부림쳤던 한 정치인, 후농 김상현의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김상현이란 이름 뒤에 '의원'이란 말은 쓰지 않아요. 굳이 붙이고 싶다면 ‘전의원’이라 해야 하지요. 그는 벌써 오래전에 정치무대에서 퇴장했기 때문이에요. 그토록 열과 성을 다해, 피울음 울어가며 뛰어다녔던 한국 정치 무대에서 말입니다. 그가 퇴장한 무대에는 지금도 많은 배우들이 뛰어다니고 있어요. 언뜻 보면 그들은 각각 다른 분장을 하고 표정도 제각각 짓고 있어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결국 한 가지 캐릭터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그들이 뛰어다니는 그 무대 위에 후농 김상현전의원이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훗훗, 웃음이 납니다. 해보나마나인 부질없는 상상이니까요.

울컥울컥, 눈물이 나려고도 해요. 지금 한국정치 무대에는 김상현 전의원 같은 배우가 꼭 필요한 때이니까요. 그런데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한 가지 다행한 일도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먹먹했던 가슴이 책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풀솜할머니 가슴처럼 따뜻해졌거든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그러니까 소설가 김성동과 정치가 김상현의 우정과 신뢰가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 울림으로 전해왔는지 몰라요. 순간 내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건 눈물이 아니에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웃음이었답니다.

 

한 때 기자였던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김상현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하게 된 이유는 ‘그의 사람됨이 잔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요. 물론 그와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이상으로 편이 갈린 일은 양편 모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굳이 그분 말을 인용하는 건 그 말에 큰 공감이 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그 분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날 수 있다면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눈웃음 짖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많이 잊혀 졌어요. 하지만 당신이 꼭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한국 정치 무대에서 당신처럼 뜨거운 심장을 팔딱거리며 뛰어다닌 사람은 없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요. 이제 나도 알았어요. 그리고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참혹하기만 한 한국현대 정치사에서 당신이 얼마나 생생하고 울울한 사람이었는지를요.”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n***k 2011.10.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