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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맑은 초록색 언어
"투명하고 맑은 초록색 언어" 내용보기
'시창작' 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그걸 신청하고 나도 좀 우스웠는데 소설이나 사회과학 책은 즐겨 읽어도 시에는 매력을 못 느꼈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하게도 시가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검은 글자가 깨알같이 박혀든 책을 읽다보면 현기증이 일어났고 그 때 한 편의 단아하고 깨끗한 시를 읽으면 진정이 되던 것이다. 어쨌든 그 강의를 들으며 시집들을 사들이기 시
"투명하고 맑은 초록색 언어" 내용보기
'시창작' 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그걸 신청하고 나도 좀 우스웠는데 소설이나 사회과학 책은 즐겨 읽어도 시에는 매력을 못 느꼈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하게도 시가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검은 글자가 깨알같이 박혀든 책을 읽다보면 현기증이 일어났고 그 때 한 편의 단아하고 깨끗한 시를 읽으면 진정이 되던 것이다. 어쨌든 그 강의를 들으며 시집들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 시집이 강은교였다. 얇게 저며진 모습으로 빼곡히 들어찬 시집들은 이제 막 시라는 것에 입문한(?) 나에게는 미로보다도 더한 무엇이었다. 그래서 일단 수업시간에 들어서 기억에 남아있던 어느 한 사람의 시집을 찾기 시작했으니 그가 바로 '강은교'이다. 그 시집은 마치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신비로웠다. 가슴속으로 촉촉하게 스며드는 감성을 드러내놓으면서도 그 언어들은 정제되어 있었다. 가슴으로 느껴진다는 그 상투적인 말이 바로 이런 감정이었구나! 난 그녀의 언어가 좋다.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투명한 구슬이 내 피 구석구석을 돌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은 나에게 꿈이 있다는 것이 상기되었다. 가느다랗게 부슬부슬 흩어지는 빗줄기에 몸을 맡길 때 느껴지는 촉촉한 평화로움과 을씨년스러움, 그러나 포근한 안정감 이 시집을 읽다가 잠이 들면 신비로운 꿈을 꾼다...

[인상깊은구절]
"문을 열면 모든길이 일어선다. 새벽에 높이 쌓인 집들은 흔들리고 문득 달려나와 빈 가지에 걸리는 수세기 낡은 햇빛들"
p****6 2000.08.2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