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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 헥스는 DC에서 그럭저럭 지명도 있는 캐릭터이다. 외국인들이 체감하는 바와는 달리 웨스턴물이란 그저 그 배경을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영화적 소재로 제공하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험악한 본질을 감추고 있든 픽션 속에서 낭만화했건 뭐든 간에 그들 실제 역사 그 일부를 향한 열렬한 시선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해서, 한때의 경망스러운 평가대로 '웨스턴의 사망'을 선고할 날은 아마 좀처럼 오지 않을 테며, 아마도 그 이전에 미국이란 국가의 소멸이 더 이른 템포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조나 헥스는 그래서 영원히 무법의 서부에 머물러야 하며, 이미 오래 전에 죽은 그의 존재에 불꽃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헛)수고를 하는 팬들의 바람도 대개 이쪽이다. 작가가 어떤 동기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찾아보면 나오겠으나 관심 없고 시간 없음), '조나'의 경우 마치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처럼 '신뢰를 못 받는 불길한 예언자'를 상징하며(구약의 요나), 헥스는 말그대로 '마녀'를 뜻한다.
영화 초반부에 그를 먼발치에서 접한 부녀자들이 고개를 홱 돌리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이게 비협조적인 보안관, 마을 유지들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보고 장차 피바람이 불 것 같아 자리를 피하는 기색이 아니라(사실은 맞음), 그 흉한 얼굴을 도저히 참고 볼 비위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마치 술처먹고 남의 집 부녀자를 희롱하다 나이 칠십에 성범죄 전과를 뒤집어쓸 뻔한 어느 노망난 늙은이가 제 얼굴에 대해 어설픈 품평을 늘어놓는 꼬락서니만큼이나 혐오스럽고 역겹다고나 할까. 젊어서 일찌감치 극복했어야 했을 콤플렉스를 저 늙어 송장내를 풍기는 나이에도 에고의 일부로 간직하는 덜떨어진 병신의 푸닥거리라고 할 수 있다.
조나 헥스가 그꼴이 된 건 '사내로서 옳은 일을 하다가'가 그 경위였다. 그는 남부 출신이고 전쟁 당시 남군을 위해 복무했으나, 저항 못할 환자들이 수용된 병원을 불태우라는 상관의 지시에 도저히 응할 수 없었고, 오랜 벗이자 전우이기도 한, 그 상관의 아들을 현장에서 죽였다. 하극상, 배신자, 매국노 신세가 된 헥스는 상관으로부터 바로 응징을 당하는데, 아내와 어린 자식을 그가 보는 앞에서 죽게 하고, 본인 얼굴에다가는 끔찍한 낙인을 새겨 놓은 것이다. 연약한 사람 피부는 소의 그것과 달라, 고열을 감당할 수 없고, 만화 캐릭터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입 주변의 피부 일부가 녹아내려 위아래로 붙은 꼴이 참으로 끔찍하다. 이런 얼굴을 한 중년 사내를 유독 끔찍히 아끼는 여성이 있으니 창녀 라일라 블랙이다. 하... 이런 역은 또 메간 폭스 아니면 누가 맡겠나 싶은데, 처음에는 다른 배우인 줄 알았고 약간 다른(평소에 못 보던) 표정이 보여서였다.
이미 내레이션에서 죽었다고 말이 나왔는데 나중에 살아있었음이 판명된다는 것도 좀 그렇고(반대로, 죽었다면 앞에서 구태여등장시킬 필요도 없었음), 조나 헥스 입장에선 놈이 죽었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현장을 아슬아슬 피해 간 턴불 장군이 왜 헥스가 죽었다고 여겼는지가 설명이 안 된다. 이런 대목을 넣은 이유는, 숨어서 그토록 큰 음모를 꾸밀 만한 능력이 되는 자가, 고작 떠돌이 조나 헥스 한 명을 사전에 처단 못 해 나중에 화의 구실을 만들었다는 게 더 어색하기 때문이었겠으나, 이쪽 역시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턴불 장군은 합중국의 앞날을 저주하는, 잔존 남부군이 옹호하는 편협하고 차별적인 질서의 대변자이다. 실제로 남부는 150년 전 내전에서 패배한 후 '기사 답게' 깨끗이 승복한 것에 가깝다(일부 일탈 분자들의 책동이야 어느 나라에서도 보이는 것이고). 남부의 메인 스트림이 분리주의 정당 따위를 만들어 중앙에 항거한 적이 어디 있었는가? 미국의 리버럴이 제 마음에 안 드는 보수 진영을 가짜 적으로 만들어 괜한 신경증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고, 아마도 '문화 투쟁'이 종식되기 전까지는 이런 허깨비가 끊임없이 출몰할 것이다. 이 와중에 영원한 매버릭으로 남아 저승으로 가지도 못하고 더러운 현장을 떠도는 조나 헥스 같은 캐릭터야말로 이 미국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토산물이라 하겠다. 조나, 제발 저 화장대에서 개똥을 얼굴에 처발라 개똥내 나는 늙은이좀 저승으로 데려가 주면 아마 이 땅의 부녀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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