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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구입한 책이다. 만난 지 1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한 이유는 아주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든 어려워서 리뷰를 쓰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문장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튼 쓰기는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정말 감동을 받은 책일 경우이다. 그런 책을 만나면 나는 좀 더 멋진 리뷰를 씀으로써 좋은 책을 쓴 작가의 노고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때는 대부분 글을 못 쓴다. 나의 문장은 정해져 있는데 갑자기 좋은 글이 나올 리가 있겠는가
이 책이 그렇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신영복 선생에 대한 존경과 함께 주옥같은 글과 삶의 여정이 그대로 담긴 필적을 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몇 번이나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마음을 내가 가진 모든 필력을 동원해서 나타내려는 의욕을 불태우다 보면 그저 붓방아만 찍을 뿐이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책의 내용도 잊게 되니 역설적이게도 리뷰를 쓰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은 선생의 글과 그에 대한 풀이와 감상으로 되어 있다. 선생의 글과 그림을 직접 볼 수 있고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큰 글씨와 작은 글씨의 2종으로 발간되었다. 나이가 든 독자들을 위해서 넓은 지면에 큰 글씨로 펴낸 책이 있고, 일반 지면에 보통 글씨로 펴낸 책이 있다. 나는 큰 글씨의 책을 샀는데, 편하게 읽으려는 마음보다는 그림 역시 크게 되어 있으니 감동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 각쪽마다 신영복체의 글씨와 그림과 함께 글에 대한 설명과 선생의 마음이 담겨있다.
![]() 때로는 선생이 삶에서 만난 여러 인연의 긴 사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20년간 복역하였다. 그로 인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낼 수 있었고, 감옥에서 만당 성주표, 정향 조병호 선생으로부터 붓글씨를 옥중에서 사사를 받으면서 연대체, 민체, 어깨동무체라고 불리는 신영복체가 나왔고, 한학자인 노촌 이구영선생과 같은 방에서 지내며 동양고전을 익혔다고 하니……. 선생은 시대의 축복을 받은 행운아라고 해야 할까, 분단된 조국의 희생양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중학생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겠지만, 삶의 연륜이 쌓인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리라고 본다. 좋은 글과 함께 신영복체와 그림을 수백 장이나 감상하면서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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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이 말은 사회생활에 첫 출발에 섰던 제가 스스로 했었던 말입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변치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지요.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사색, 생각과 생각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통찰을 독자에게 전해줬던 감명 깊었던 책인데, 그때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사람을 근본으로 생각해 사람을 사람답게 생각해야 하지만, 사회가 거꾸로 흘러 가고 있다는 한탄은 우리 주변을 곱씹게 만드는 명문장이었습니다.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 합니다." - 관해난수 한 마디의 말 속에 기풍이 느껴집니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언젠가 들어봤었는데, 곱씹어보면 참 그렇습니다. 지식은 알면 알수록 그 넓고, 깊음을 알아보고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벼는 익으면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겸손을 미덕으로 칭찬하더이다. 드넓은 바다와 같은 마음을 쉽사리 가질 순 없겠으나 그 웅장함과 숙연한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떤 물이 좋아요, 어떤 물이 별로예요'라고 말할 때 한 번은 멈칫하겠지요. '처음처럼'이라는 책 속에는 다양한 장면의 신영복 선생님의 통찰을 보고,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20년 옥살이를 하면서 인생을 배웠던 선생님. 그리고 출소 후에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어떤 이에게 '명강사'로 불리면서 살아갔었던 선생님. 2016년에 유명을 달리하고 돌아가셨던 선생님.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좋은 책을 많이 남기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를 새롭고, 더 가치로운 것으로 변모하겠지요. 처음처럼을 읽으면 삽화와 작은 글귀 또는 짤막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쉽게 읽히지만,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는 것은 그 '사색'의 경종, 잊고 있었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철학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깊은 생각을 하면서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2~3번 반복했었던 기억이 남는 좋은 책입니다. 또 읽어보고 싶네요^^; 감명깊은 한 소절을 소개하고 마칩니다. - 어제의 결실 어제의 수고가 영글어 오늘의 결실로 나타나듯이 오늘의 수고가 영글어 내일의 결실이 됩니다. 희망은 언제나 어제와 오늘의 수고 속에서 영글어 가는 열매입니다. 오늘도 수고, 내일도 수고, 다음에는 영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