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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시집을 볕 좋은 곳에 묻어주세요." 하며 유서의 한 구절처럼 들리는 '시인의 말'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꼭 헝겊에 물든 핏빛과도 같은 색의 표지를 몸에 두르고 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급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들. '암게의 배딱지', '검은 숲의 북소리', '봉두난발 소녀'의 '초경', '강간당한 작은 바늘', '불면증', '붉은 피', '피를 할짝할짝 핥으며 살점을 씹는다', '춤추는 날 선 칼'..... 거칠게 쏟아내는 문장들의 연속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 무엇이던가? 『우리의 야생 소녀』이다. 시집 안에는 정돈되고, (누군가에 의해) 다듬어진, 잘 길든 소녀가 있질 않다. 야생이 있다. 소녀의 야생성은 무엇으로 인해 되살아났는가? 우리들이 얌전하게 덮어두고 숨기며 사는 야생성은 대체 어떠한 때에 세상을 향해서 튀어나오는 것인가? 시(詩)로, 고함 같은 노래로, 누군가는 단지 폭력으로. 나는 나의 야생을 대리(代理)로 보는 것 같다. 이 붉은 시집 속에서. 나의 예상을 뒤집고 나의 그 야생성이 갑자기 세계로 튀어나올 순간이 두렵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때를 슬며시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얌전히 이대로만 있질 못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