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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016 / 임현정 시집 /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나는 높은 곳에 앉아 발을 흔들고 있어 한없이 늘어진 줄 발받침이 두 개였던 여자는 이미 다른 옷을 입고 있어 단체로 온 아이들 머리카락에 유리 파편이 묻어 있어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되니? 그 앤 아무 데나요.했어 너를 영영 잃어버린 것 같아 나는 줄 끝에서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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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나는 밀밭
불길한 밤이다 까마귀으 목적 없는 방향 날아오는 것인지 날아가는 것인지 생각지 마라 이미 저것은 나를 지나쳐갔다 언제나 몇 갈래 길이 있었지 나는 길의 냄새를 맡아 길이 아닌 곳으로 걸었다. 흔적을 찾는 개처럼 역암 같은 어둠이 여기저기 뭉쳐 있다 또 길의 중앙 나의 시선을 먼 데로 뻗은 붉은 길 위에 있지만 나는 황금색 밑밭으로 걸어갈 것이다 악성빈혈 같은 나의 허기는 노란 그림 몇 점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다시 물감 묻은 붓을 들 것이다 나는 밀밭 위를 걷는다. 조금 평온하게 불길한 밤, 괜찮다 그런 길들이 나를 이끌었다 내게는 보색 같은 밀밭이 펼쳐져 있다 휘몰아치는 밀밭을 성냥개비 같은 내가 걷는 것이다 붓질이 거친 어둠 아래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상상도 가지 않을 시인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다... 나는 애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란 결론을 내면서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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