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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하고 근사한,번역이 안 되어 아쉬운 책.
"시니컬하고 근사한,번역이 안 되어 아쉬운 책." 내용보기
내가 심히 좋아하는 시니컬함의 극치를 달리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국내 발간되려고 한 4부작 단편 시리즈 중에 국내에서 맨날 발간된다 말만 있다가 몇 년을 기다려도 발간이 안 되어서 결국 원서를 사서 보게 된 책이다. (덕분에 꽤나 오래 걸렸다.)'story' 도 아닌 'tale'이다. 정말 거의 콩트 수준으로 짧은 '혐오스러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17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은
"시니컬하고 근사한,번역이 안 되어 아쉬운 책." 내용보기

내가 심히 좋아하는 시니컬함의 극치를 달리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국내 발간되려고 한 4부작 단편 시리즈 중에 국내에서 맨날 발간된다 말만 있다가 몇 년을 기다려도 발간이 안 되어서 결국 원서를 사서 보게 된 책이다. (덕분에 꽤나 오래 걸렸다.)

'story' 도 아닌 'tale'이다. 정말 거의 콩트 수준으로 짧은 '혐오스러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17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은 무시무시하리만치 얇다.(120page) (그것도 각 페이지당 제목이 한 장씩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뿜는 시니컬함과 혐오감은 무시무시하리만치 강렬하다. 대체 이 적거, 인간혐오 증세를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제목엔 여성 혐오라지만, 주인공인 여자나 그 옆에 부수적으로 나오는 남자들이나 하나같이 불쌍할 정도로 작가의 날카로운 문장에 난도질 당한다. 원서로 삐질삐질대면서 읽었는데도 이 정도인데, 내가 영어에 매우 능숙하다던가 아니면 근사하게 번역이 되었다든가 했으면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했을까. 문체나 시선은 지독하게 중립적이지만, 그래서 내용은 더 살벌하다.

 

국내 번역이 안 된 관계로 단편을 간단하게나마 소개하자면,

[손] - hand라는 단어로 말장난치는 자해공갈 부녀의 이야기

[귀여운 동굴의 여인 우나] - 최초의 직업 중 하나가 창녀라고 했던가. 원시시대의 창녀(?) 였던 우나의 슬픈 인생(?)이야기.
[바람둥이 여자] - 남자들을 꼬셔서 남편을 죽이고 돈을 꿀꺽 하고 다른 정부를 찾고 하던 이본느의 파멸 이야기.
[여류 소설가] - 현실과 소설을 혼동하면서 정신 못 차리는 소설가 이야기.
[댄서] - 춤추고 몸을 팔던 술집 댄서의 종말 이야기.
[불구자, 혹은 병자] - 병상에서 남편에게 온갖 일을 시키는 부인 이야기.
[예술가] - 예술에 대한 의욕은 있는데 변덕이 심해서 이것저것 손대는 바람에 남편이 미쳐가는 이야기.
[중산층 주부] - 현재에 만족하며 여성의 권리 따위 왜 주장하는 지 이해할 수 없던 여자가 딸의 손에 끌려서 토론장에 가게 되면서 맞는 이야기.
[영구적 면허를 받은 창녀, 혹은 부인] -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다 그것도 답답해서 남편을 죽이는 부인의 이야기.
[양육자] - 부인의 역할이란 애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인의 무한 아이낳기, 그리고 그 옆에서 미쳐가는 남편의 이야기.
[휴대용 침대용품] - 떠돌아다니며 몸을 팔면서 남자에게 붙어서 먹고 사는 여자의 이야기.
[완벽한 꼬마숙녀] - 눈에 띄게 예의바르고 똑똑하던 아가씨가 살아남는 법.
[침묵의 장모님] - 말을 계속 안 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데도 딸과 사위는 영 불편해한다.
[내숭쟁이] - 결혼 후에 첫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걸 신념처럼 믿던 여자가 있었는데, 세 딸이 모두 결혼 전에 남자친구와 같이 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 해자] - 어릴 때부터 워낙 잘 다치는 아가씨. 그런데 어릴 때부터 꾸미는 데에는 참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애들에게 괴롭힘도 당하고, 괜한 하이힐에 잘 넘어지기도 하고, 성숙해보여서 납치도 많이 당한다. 사는 게 늘 그런 식이다.
[선교자] - 어느 날, 길에서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은 한 여자는, 남편이고 딸이고 다 내팽개치고 선교 및 기도에 미친 듯이 파고들게 된다.
[완벽주의자] - 결벽증에 불안증이 있는 여자가 남편 승진 및 생일 기념으로 집에서 파티를 열게 된다. 그러다 제대로 신경증이 와버린다.

 

내용은 별 내용 아니다. 하지만 결말은 주인공이 죽든 그냥 살아가든 무언가 하나같이 참담하고,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고, 상황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시선으로 그냥 차분하게 묘사만(하지만 이 묘사가 유난히 세세하다) 그래서 더욱 더 냉소적으로 느껴진다.
약간의 단어 장난도 있는 데다가 워낙 내용들이 처참해서;; 언제쯤 번역이 되어서 나올 지 모르겠지만 전반적 구성 자체만으로는 그동안 내가 읽은 이 분 단편집 중에 최고다. (아무래도 테마가 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동물보다는 사람이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아서 그런걸까. ) 단편 하나하나가 냉소적이고, 꼬였고, 서늘하다. 딱 간단하게 '그녀가 이 이후에는 무얼 하게 될까?' 라든가 '그리고 그렇게 죽었다.' 뭐 이런 문장들로 끝을 맺을 뿐이고, 내용에 딱히 반전이나 아주 특이한 게 튀어나오지도 않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싶다. 아아. 그래서 내가 하이스미스 아줌마 원츄를 외치는 지도 모르겠지만.

국내에 나온 책은 이미 다 소장 중이고, 보아하니 국내에 안 나온 책들도 한가득인데, 이제 원서를 읽는 능력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더더욱 심각하게 하게 되었다.

c*****e 2008.08.1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