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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해주지 않는 대답 :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아무도 해주지 않는 대답 :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내용보기
이 책의 각 챕터는 1979년에서 80년 사이의 기간과 지금 현재(1997년)를 오가며 1997년 늦가을, 1979년 봄, 1979년 5월 24일(이 날은 세 아이가 처음 만난 날이다), 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적 순서가 어쨌던 간에, 모든 내용의 시작은 - 심지어는 그것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사건까지도 - 안개덮인 높은 산에서 아동정신병원의 퇴원기념 등반에 참가한 세 아이들이
"아무도 해주지 않는 대답 :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내용보기
이 책의 각 챕터는 1979년에서 80년 사이의 기간과 지금 현재(1997년)를 오가며 1997년 늦가을, 1979년 봄, 1979년 5월 24일(이 날은 세 아이가 처음 만난 날이다), 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적 순서가 어쨌던 간에, 모든 내용의 시작은 - 심지어는 그것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사건까지도 - 안개덮인 높은 산에서 아동정신병원의 퇴원기념 등반에 참가한 세 아이들이 한 남자를 죽이러 가는 것부터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그들이 29세가 된 17년 뒤로 옮겨지는 것이다. 후다미 아동종합병원의 제 8병동은 아동정신과 병동으로, 병원에 입원한 모든 아이들은 거기를 '동물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신과 입원환자 아이들조차도 스스로의 증상에 맞는 동물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을 정도다. 예를 들자면 강박증으로 항상 뭔가 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는 방울뱀(래틀스테이크)의 약자인 래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로 차는 애는 메어, 언제나 죽기 위해 유서를 쓰는 아이는 이페메라, 살을 빼겠다고 스스로의 어깨를 칼로 찌른 애는 도마뱀(리자드)의 리자, 이런 식이다. 주인공 세 아이는 지라프와 모울, 그리고 돌고래(일본말로는 '도루핀')의 루핀. 지라프는 아버지가 담뱃불로 몸을 지진 얼룩 때문에, 모울(두더지)은 언제나 내팽겨쳐두는 엄마 때문에 어둠을 무서워해서, 루핀은 이 두 사내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옷을 벗고 바다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17년 뒤의 그들은 비밀을 간직한 채 재회한다. 두 사내아이는 그동안 주욱 루핀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서로 만나지는 못한 채로. 그래서 이 소설은 79-80년과 97년 사이를 오가며 진폭을 좁혀가다가 결국 그 날 그 시점, 한 사내가 '낙석주의' 표지판 앞에서 안개 속으로 추락한 바로 그 날 그 시점으로 수렴된다. 역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세 아이가 각각 그 사내를 죽이기 위해 - 그러려면 산에 올라야 하고, 산에 오르려면 퇴원 허가가 나야 하고, 퇴원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돌아갈 보호자가 동의해야 한다 - 퇴원 허가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모울은 방탕한 어머니와의 그 때 한번 약속으로 97년 현재가 되어서는 이른 나이에 치매가 걸린 어머니를 부양하게 된다. 지라프는 당숙 내외의 양자가 되어 병원을 떠나는 것을 선택하지만, 끝까지 그 선량한 사람들의 아들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이 모든 것은 그 여자아이 루핀을 '구원'하고 또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 그 남자를 죽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 남자를 떼밀어야할 그 시점에서 안개 속에서 주춤 서 버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녀를 좋아할 자격은 상대방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둘 다 같다. 그렇다면 과연 그를 떼민 것은 누구란 말인가! 루핀 자신?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야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만 그 궁금증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선. 소설의 전면에 걸쳐 상처입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각양각색이지만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다들 딱한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사람들의 상처는 유년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키(루핀의 본명)가 수간호사로 일하는 노인병동의 치매 환자들은 아이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아빠''엄마'라고 부르며 매달린다. 모두가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상처를 입은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렇다면 상처입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바로 이런, 제 꼬리를 문 뱀같은 형상을 한 질문을 텐도 아라타는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는 무언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상처를 입었을 때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유년기에는 부모가 아이에게는 전부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에게 한 행동은 일생을 두고 그 아이를 지배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의 보호껍질을 깨고 들어가 완전히 망쳐놓을 수도 있는 것이 부모인 셈이다. 그래서 모든 상처입은 사람들은 어리석지만 절실한 질문 한 가지를 가슴에 품고 산다. "나는 과연 살아있을 필요가 있는 인간일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대답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 씌여졌다. 그 대답은 당연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일 테다. 네가 상처를 입었다면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너는 가슴을 펴고 살아가라. 이런 것. 그러나 여전히 한가지의 의문이 남는다.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책은 답해주지 않는다.
q****y 2000.03.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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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가장 멋진 소설 - 영원의 아이
"내가 읽은 가장 멋진 소설 - 영원의 아이" 내용보기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이 죄인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와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기는 것은 분명히 죄다. 저항할 힘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큰 죄다. 지라프 모울 루핀 세 사람의 상처는 마치 앙금처럼,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있지만 작은 일렁임에도 순식간에 그들을
"내가 읽은 가장 멋진 소설 - 영원의 아이" 내용보기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이 죄인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와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기는 것은 분명히 죄다. 저항할 힘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큰 죄다. 지라프 모울 루핀 세 사람의 상처는 마치 앙금처럼,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있지만 작은 일렁임에도 순식간에 그들을 잠식해버린다. 비단 세 사람 뿐 아니라, 책 속에는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자녀를 학대해서 망가뜨린 것은 오로지 부모의 책임일까? 하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상처입었었던 사람들이다. 악순환의 고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진정한 가해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가슴이 아픈 내용이다. 담고 있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구성과 스토리 전개도 치밀하고 탄탄하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수작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꼭 읽어보시길.
r*****u 2002.07.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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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가족, 그리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내용보기
17년 전의 과거의 이야기. 그들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속에, 봉인된 시간처럼 닫힌 과거를 풀어 나간다. 소년들과 소녀의 이야기는, 그들의 가족과 관련된 과거이다. 따뜻하고 호의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사실은 얼마나 이기심과 악몽으로 가득찰 수도 이쓴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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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의 과거의 이야기. 그들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속에, 봉인된 시간처럼 닫힌 과거를 풀어 나간다. 소년들과 소녀의 이야기는, 그들의 가족과 관련된 과거이다. 따뜻하고 호의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사실은 얼마나 이기심과 악몽으로 가득찰 수도 이쓴가를 무섭게 보여 준다. "충격이란 말로는 모자란다. 텐도 아라타는 소년들의 장렬한 성장을 더할 수 없이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생명의 이야기가 사랑스럽고, 그리고 너무도 경이로웠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있었다."라고 말한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납득이 간다. 일본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그것이 아이를 올바로 자라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작가가 그런 가족을 보여주고 싶어했다는 것은 비단 일본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성적과,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인 것처럼 가르치려 드는 우리의 부모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는 "조건없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은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라는 신화는 깨어져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만행이 자행되고 있는지, 또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처가 커서까지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 부모들은 알기나 한 것일까. 이 책은 너무아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이 시대의 가족이라는 허상을 너무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인상깊은구절]
문득, 어떤 손길이 그녀의 몸을 건드리는 감각을 느꼈다. 놀라서 반사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 손은 집요하게 몸을 잡았다. 유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힘을 다해 바닷물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를 두고 가지 마" 바로 곁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구해 줘" 유키는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두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우리도 같이 가게 해 줘" "우리를 구해 줘" 소년들은 외쳤다. 유키는 놀랍고 당혹스러워, 손발이 뻣뻣하게 굳었다. 양쪽에서 두 소년이 안겨 왔다. 파도는 더 높게 일렁거리며 얼굴을 내리쳤다. 소녀와 두 소년은 한 덩어리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i*****e 2000.11.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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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작은 행복" 내용보기
가정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존재감조차 없었던 그 공간, 그 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버겁게 다가옵니다. 내가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그 곳이 이처럼 어려운 의무와 책임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이... 그 속에서 안일하게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렇게 안일할 수 있었던 나의 상황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작은 행복" 내용보기
가정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존재감조차 없었던 그 공간, 그 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버겁게 다가옵니다. 내가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그 곳이 이처럼 어려운 의무와 책임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이... 그 속에서 안일하게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렇게 안일할 수 있었던 나의 상황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동물인가 봅니다. 유키와 쇼이치로와 료헤이의 행복에 마음 아프면서도 그렇지 않았던 나의 시간들이 더 살갑게 다가오니... 만약 행복해지려고 이 책을 선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과 그 현실을 알기에 흘릴수 밖에 없는 눈물이니까요. 하지만 가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면 그 곳에 너무 익숙해져서 가끔은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나에겐 익숙한 그 곳이 다른 이들에게는 얼마나 사무치도록 그리운 곳인지 알게 되니까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을 확인하는데 이용하는 것은 이기적이지만 그 확인으로 나의 행복을 깨지 않고 지킬 수 있다면 그래서 또 다른 불행한 이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아마 그들도 이해해줄 것입니다.
s*****7 1999.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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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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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전, 후다미 소아종합병원 아동정신과에서 세 명의 아이가 만나게 된다. ‘구사카 유키’는 성폭행의 후유증으로 입원한 후, 세면장에서 호스를 휘둘러 자기 몸에 물을 뿌리는 이상행동을 보인 후부터 별명이 루핀(돌고래의 약칭)이 된다. ‘아리사와 료헤이’는 부모의 이혼과 학대로 아동정신과에 입원한 소년이다. 그의 별명은 지라프(기린)였는데, 엄마가 담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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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전, 후다미 소아종합병원 아동정신과에서 세 명의 아이가 만나게 된다.


‘구사카 유키’는 성폭행의 후유증으로 입원한 후,

세면장에서 호스를 휘둘러 자기 몸에 물을 뿌리는 이상행동을 보인 후부터 별명이 루핀(돌고래의 약칭)이 된다.


‘아리사와 료헤이’는 부모의 이혼과 학대로 아동정신과에 입원한 소년이다.

그의 별명은 지라프(기린)였는데, 엄마가 담뱃불로 온몸을 지진 흉터가 기린과 같은 무늬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가세 쇼이치로’ 역시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문란한 생활로 입원하였다.

그 시절 별명은 모울(두더지)이었는데, 그것은 그는 어둠 속에 갇히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다.


세 명의 아이가 퇴원하기로 되어 있던 날, 병원의 전통이던 퇴원 기념 등산 행사 도중에 추락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세 명의 아이는 흩어지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셋이면서 하나일 수밖에 없는’ 세 아이의 운명이라고 해야할지..

이들은 17년 후 29세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고, 이들 주위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치 어린 시절, 이들이 가슴에 품고 있던 상처에 대한 보복처럼...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는 유키(루핀), 료헤이(지라프), 쇼이치로(모울),

이 3명의 아이들이 12세였던 시절 아동정신병원에 보낸 약 1년간의 생활과

병원에서 퇴원한 후 29세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생활을 교차시키면서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상처와 그 상처로부터의 구원에서부터

아동학대나 치매 노인의 돌봄, 가족의 문제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병리의 문제까지를 한 작품 안에 녹여내고 있는 책이다.


2000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뒤에 벌어질 일이 너무나 궁금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줄거리에만 빠져들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때는 세 명의 아이가 받은 ‘아동학대’에 대해서 혼자 흥분하고,

그런 학대를 너무도 당연하게 행하는 소설 속의 부모들을 향해 혼자 울분을 터뜨리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번에 [영원의 아이]를 다시 천천히 읽으면서 그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아픔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건 아마도 그동안 익숙한 것이 갑작스럽게 낯선 것이 되어버린 ‘낯설음’에 있지 않을까 한다.

살아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낯설음은 큰 공포가 되고,

익숙한 사람들 대신에 낯선 사람들 속에 들어갈 때, 익숙한 장소와 풍경 대신에 낯선 장소와 풍경 가운데 있어야 할 때 공포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떨까?

우리들의 머리 속에는 가족은 가장 익숙한 것, 그래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고 따뜻함을 느껴야 하는 곳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익숙한 가족의 모습이 깨어질 때, 그로 인한 공포는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특히 가장 큰 사랑을 받아야 할 부모로부터 일어나는 학대는 가족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와 저주, 죄의식을 남기게 된다.


아동소아과에서 만난 유키, 료헤이, 쇼이치로는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초가을 밤,

병원 근처 숲 속의 거대한 녹나무 구멍 안에서 자기자신과 가족에 대한 증오와 죄의식을 공유함으로써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음으로써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힘들게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구원을 위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

그 선택은 또다른 마음의 상처를 새기고 마는 계기가 되고,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이들의 삶을 비극으로 이끌고 간다.


이들은 각자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였다.

업무에 헌신하면서, 금욕적으로, 일에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려 하고, 칭찬을 받으려 하고, 어떻게든 세상을 헤쳐보려 하였다.

이 과정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이렇게 아픈 마음을 움켜쥐고 살아가는데, 너무도 몰라주는구나'하는 안타까움과..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남긴 아픈 상처가 서로에 대하여,

그리고 주위 사람들(다른 가족, 연인, 직장동료..)에 대하여

서투른 인간관계의 표현으로 나타날 때의 안타까움이 뒤섞인 채로 말이다.


텐도 아라타가 그리고 있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 아픔과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가슴 아파서 읽는 도중 몇 번이나 책을 덮도록 만들었다.

주위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일반적인 성장소설의 범주와는 180도 다른,

죄의식과 증오 속에서 파국으로 달려가고 마는 성장의 경험.

그 성장이 가져온 마지막 비극의 장면을 읽으면서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애써 참아야 했다.


아동학대와 가족의 붕괴가 이제 더이상 어쩌다 한번씩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뉴스의 수준을 벗어난 지금의 사회.

그러면서도 이들에 대해 무엇이 올바른 치료와 구원인지 아직도 서투르기만 한 우리 사회.

나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 함께 비밀을 나누었던 곳으로 돌아온 료헤이의 마지막 독백.

그 독백이 아동학대, 또는 가족의 붕괴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와 구원의 힘을 줄 수 있는 말이 되었으면 한다.


셋이서 같이 얘기했었지. 녹나무에 팔을 두르고, 셋이서 울었었어.

그 후에 구멍에 들어가 손을 마주 잡고, 서로 몸을 꼭 껴안듯 기대고,

우리는 줄곧 같은 말만 나누었던 것 같아.

우리는 오직 이 말만을, 오로지 이 한 마디 말만을 주고받았었어.

“살아 있어도 괜찮아. 너는 …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정말로, 살아 있어도 괜찮아.”

s******e 2009.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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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잘못도 없어 아무도 나쁘지 않아
"아무 잘못도 없어 아무도 나쁘지 않아" 내용보기
'이 책은 과소평가해서 올해 일본문학의 베스트 1 그러나 진심을 말하자면 지난 10년 동안의 베스트 1' 매우 강렬하게 어필하는 평이었고 일본문학에 호감을 가진 나로서는 언젠간 반드시 읽어 보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구입한 건 작년이었는데 이 책 저 책을 읽다가 지금에서야 다 읽었다. 상중하 각 권당 400페이지 정도라는 분량에 압도를 당한 면도 있었지만 사실
"아무 잘못도 없어 아무도 나쁘지 않아" 내용보기
'이 책은 과소평가해서 올해 일본문학의 베스트 1 그러나 진심을 말하자면 지난 10년 동안의 베스트 1' 매우 강렬하게 어필하는 평이었고 일본문학에 호감을 가진 나로서는 언젠간 반드시 읽어 보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구입한 건 작년이었는데 이 책 저 책을 읽다가 지금에서야 다 읽었다. 상중하 각 권당 400페이지 정도라는 분량에 압도를 당한 면도 있었지만 사실 상권의 경우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도 않았다.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던 점이 중권 이후 읽는 이의 속도감을 높여주는 요소가 된 것과는 달리 17년 전의 과거와 현재(1997년)를 계속 오가는 구조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이거나 인과적인 면을 앞세워 작위적으로 끼어 맞춘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 전체를 통해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써 내려간 서술이었지만 모울이 료헤이 당숙모가 싸온 도시락을 보며 고개 숙이고 눈물을 떨구는 때, 료헤이가 호텔 방에서 양부모에게 정말 닮고 싶었다고 말할 때, 에필로그의 끝 부분 등 몇 군데에서는 가슴을 후벼내는 듯한 연민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민이 결국 아동학대와 가족의 붕괴가 가져올 수 있는 피폐화된 인간상에 대한 경종을 울려줌과 동시에 주인공들의 이상행동들에 대한 공감적 자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에게 기존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피의자는 동시에 더 큰 정신적 교살을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며, 피해자는 그 피해 이상의 고통을 가한 가해자이기도 하기에. 유키를 통해 작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괜찮아…아무 걱정 하지 마. 아무 잘못도 없어…아무도 나쁘지 않아….'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무너져 가는 가족관계에 던지는 무책임한 화해와 용서의 제스처라기보다는, 외부적으로는 자신을 희생하는 포용을 통해 안으로는 분열된 자아를 추스리고 성장을 도모하여 결국 존재의 존엄과 참된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 일반의 처절한 절규의 목소리이기에 더욱 읽는 이를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 재미보다는 의미가 큰 책이었다. 아동복지관계 종사자들 아니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일독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유키는 가슴이 무거웠지만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할머니도 같이 살았다면서." "바로 옆에 살았어. 우리 집은 원래 할머니 집에다 붙여서 증축한 거야. 집 안에서 오고 갈 수 있게 되어 있었어."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니?" "뭘?" "아빠가 너를 때릴 때, 말린다든지." 지라프가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내가 아빠에게 맞을 때면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거나,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려. 할머니 눈에는 매를 맞는 내가 보이지 않는 거야. 귀여움을 받을 때만 내가 보여. 야단맞을 때의 나는 보이지 않아. 내 몸의 상처도 보이지 않아. 보지 않는 거지." 유키는 눈 안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지라프의 말이 계속되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플 때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어. 너는 계단에서 굴렀어, 계단에서 굴렀어 하는 소리가. 그때는 아빠가 하는 말인 줄 알았어. 아빠하고 레슬링 장난을 하다가 내가 발로 차니까 아빠는 벌컥 화를 내더니, 내 다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갑자
d******y 2000.1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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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지만 성숙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그들
"힘겹지만 성숙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그들" 내용보기
참 힘들다...그들의 삶이.. 어떻게나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영원의 아이...나는 영원한 아이라는 말이 맞다고 본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만 어른이 되지 못하고 17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그개도 아이인 그들.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하지만 피할 수 밖에 없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 힘들다. 힘들다... 정작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소위 어른이
"힘겹지만 성숙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그들" 내용보기
참 힘들다...그들의 삶이.. 어떻게나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영원의 아이...나는 영원한 아이라는 말이 맞다고 본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만 어른이 되지 못하고 17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그개도 아이인 그들.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하지만 피할 수 밖에 없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 힘들다. 힘들다... 정작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소위 어른이라는 그들 부모는 정상인이라고 살아가고, 대신 그 아이들이 힘겨워 하고 상처입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들도 그 어른 들처럼 자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로이 살고 싶은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건 왜일까? 상처받은 자신이 되려 그 상처받은 고통으로 자신의 삶에서 자신 하고 픈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한다. 상처를 준 사람은 전혀 상관도 없는데.. 어른 이라는 것이 어른이 아니었다. 그들도 어른을 갈망했지만, 그들이 어른이라고 조심하였던 그들의 부모나 주변사람들도 결국은 그들이 어른이라 부르던 어른이 아니였다. 그저 어른인 척 살아가는 그들일 뿐이었다. 세 사람은 함께 의지하여 그나마 삶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17년이 흐른 후에 자신 혼자 스스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연결 고리는 끊어지고,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된다. 한 사람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만... 참 오랜만에 잘쓴 책을 읽었다. 아이와 어른, 정상적인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조사해보고 쓴 것이 보인다.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요근래 보기 드문 커다란 역작이라고 본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은구절]
배반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배반감이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도바시 혹은 병원에 기대를 건 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한테서는 중심이란 게 느껴지지 않아. 무슨 말만 나오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비난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양 위세를 떨고, 그러다 일부러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 속에 강렬한 자아를 느끼게 하는 여성이었다. 자신의 희망이나 욕구를 속직히 말할 수 없었던 우리들이기에...그것을 대신할 사람이나 대신할 대상을 찾아서, 타인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혀 왔는지 모른다. 나의 인생을 확실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비밀이 있어서도 안되고, 무엇을 숨겨서도 안 됩니다. 유키는 자기 부모 앞에서는 표정을 잃어버린다.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마 감정을 차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고 짓밟혔을 때의 감정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의지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상대방의 처지만 배려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고 마는 수도 있는
p*****k 2001.04.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당신의 어릴 적은 영원한 당신의 실루엣이다.
"당신의 어릴 적은 영원한 당신의 실루엣이다." 내용보기
우선 놀랍다. 이런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책에 독자 서평이 한 편도 없다니.......이 책은 일본 언론의 언론과 유명인의 찬사를 무척이나 많이 받은 책이다. 책 겉표지에 있는 찬사문만 적어도 무척 길어질 것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모두다 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아이들.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을 피해 같은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
"당신의 어릴 적은 영원한 당신의 실루엣이다." 내용보기
우선 놀랍다. 이런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책에 독자 서평이 한 편도 없다니.......이 책은 일본 언론의 언론과 유명인의 찬사를 무척이나 많이 받은 책이다. 책 겉표지에 있는 찬사문만 적어도 무척 길어질 것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모두다 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아이들.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을 피해 같은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들의 소년소녀기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작가 '텐토 아라타'는 한 권의 사진첩을 보듯이, 매일 기록한 일기장을 보듯이 기록해 놓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동안 살인 사건과 같은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일어나고, 동시에 슬픈 비밀 또한 밝혀져 간다. 이 책의 재미에 빠져들어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감동적이었던 책일수록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이 이야기를 나는 표현하기 힘들다. '인간의 본질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린 명작' -아사히 신문- 이 평이 그나마 이 이야기를 어느정도 근접하게 표현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면서 끝내야겠다. 지금 당신의 초상화의 기본이 되는 실루엣. 그것은 바로 당신이 어릴 적 그려진 바로 그 영원한 실루엣이다. 이 책에서 바로 그 실루엣을 찾아보길 바라는 것도 은근한 바람이다.
e******1 2003.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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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아프게 한다고 그랬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일까요? 애인이나 배우자, 부모, 형제들. 가족이라 불려지는 사람들이겠지요. 그 중 누가 내게 상처를 주었다면, 혹은 내가 가족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영원의 아이'를 읽는 일은 그래서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집밖에 나가면 세상이 온통 험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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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아프게 한다고 그랬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일까요? 애인이나 배우자, 부모, 형제들. 가족이라 불려지는 사람들이겠지요. 그 중 누가 내게 상처를 주었다면, 혹은 내가 가족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면... '영원의 아이'를 읽는 일은 그래서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집밖에 나가면 세상이 온통 험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집 안이 더 위험한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근친상간, 부모의 이혼과 가출, 냉랭한 분위기들. 아이는 어려서 모르는 것 같지만 감각으로 훨씬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랑하기에, 내 부모이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견디고 있는 것이지요. 소아정신과 병동에서 12살 동갑내기인 한 소녀와 두 소년이 만납니다. '지라프' -기린이 별명인 료헤이는 온몸에 담뱃불로 지진 흉터가 기린무늬처럼 박혀 있습니다. '모올' -두더지가 별명인 쇼이치로는 어두운 곳에 갇히면 발작을 일으킵니다. '루핀' -돌고래를 애칭으로 부른 유키는 몸에 냄새가 난다며 샤워기로 난동을 부렸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습니다. 이미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기에, 고민을 털어놓아도 함께 감당해 주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말을 해서 다른 사람까지 고통에 빠뜨리고 싶지 않기에, 듣고도 태연할 수 있다면 그건 겉으로만 듣는 것이기에. 세 아이들은 폭풍이 치던 밤 숲 속 녹나무 아래서 서로의 상처를 털어놓게 됩니다. 지라프의 흉터는 남편에게 시달렸던 어머니가 담뱃불로 지진 것이었습니다. 모울은 예쁘고 바람끼 많았던 엄마로부터 여러 번 혼자 어둠 속에 버려졌었습니다. 유키는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유키의 퇴원날짜가 다가오자 지라프와 모울은 유키의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퇴원기념 등반 도중 아버지는 안개가 짙게 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지요. 비밀을 안고 아이들은 헤어져 살다가 17년 후 29살이 되어서 만납니다. 유키는 헌신적인 간호사가, 쇼이치로(모울)는 성공한 변호사가, 료헤이(지라프)는 형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나자 주위에서 잇단 살인사건들이 발생하고 유키의 어머니와 동생마저 죽게 되지요. 소설은 추리기법을 빌리고는 있지만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가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죽이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연들이 훨씬 중요하지요. 누군가로부터 마음 다쳤다는 피해의식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의식. 피해의식과 죄의식은 정반대의 감정인데도 서로 교묘하게 얽혀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좀더 착한 아이였다면 더 잘해낼 수 있었을 텐데, 좋지 않은 애라서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과, 그래도 열심히 있는 힘을 다해 살아왔는데,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고 세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는 생각. 이중의 굴레 속에서 사람들은 힘겨워하며 살아가나 봅니다.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은 거냐고. 살 가치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세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들은 네 탓만은 아니었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사과를 받지 못하고, 정말 누가 나빴던 건지 해명도 듣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습니다.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고,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도 죽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았다고 칭찬 받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의 어둠을 끝내 떨쳐 버리지 못하고 어딘지 불안한 모습으로 굳게 닫힌 채 살아가야 했지요. 단 한 사람의 욕망이 때로 무수한 사람들의 삶을 파멸시키고 뒤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단 하나의 죄가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짓밟아 버리는 것이지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래 괴로워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입니다. 거짓말과 비밀로 상처를 감추려던 것이 오히려 상처를 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지요.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 너무도 어리석은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유키의 아버지를 산에서 떠민 사람은 사실은 어머니였습니다. 딸의 결심을 눈치채고 충분히 힘들었을 딸에게 살인이란 죄까지 짓게 하고 싶지 않아 어머니이자 아내의 이름으로 복수를 한 것이지요. 그 비밀을 알지 못했던 세 아이들의 고통은 너무나 깊은 것이어서 오히려 허망해 보였습니다. 소설은 행복하게 끝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사실은 그처럼 가엾고 안타깝고 허망하면서 기특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12살 정신과 병동에서의 생활과 29살 현재의 일들이 번갈아 교차되면서 전개됩니다. 세 권의 좀 길다 싶은 분량의 소설은 재미있어서 쉽게 읽힙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제가 느낀 무력감을 이해하실런지요. 유년은 평생 간직해야 할 기억을 갖게 되는 시기라던데 내가 나중에 아이의 유년을 지켜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많이 아팠던 마음은 오래 간직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일이니까요. 부모라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완벽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잘하려던 것이 오히려 잘못될 수도 있고, 울고 보채고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가 짜증스러울 수도 있구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어도, 아이에게 어리광 부려도 아이는 부모의 편을 들겠지요.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어도 부모는 부모인 것이니까요. 아이가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완전한 인격체라는 걸 늘 기억해야겠습니다. ▶ 한번 해본 평점 문학성 ★★★☆ / 재미 ★★★★★ / 감동 ★★★★☆ / 총점 ★★★★☆
YES마니아 : 로얄 m****s 1999.09.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