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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자율성에 몸을 맡긴 시집
"독자의 자율성에 몸을 맡긴 시집" 내용보기
이 시인은 자신의 시가 ‘분석’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이 시인의 시를 읽을 때 굳이 ‘이 부분은 어떻고 저 부분은 어떻고’ 같은 시 분석을 행하지 않았다. 그저 시를 읽고 감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감상은……좋았다. 굳이 실험시의 완성이라고까지 하지 않아도 이 시는 읽는 그 자체만으로써 나에게 큰 시적 감흥을 선사하였고 나는 그것으로 이 시의 의무는 다한 것
"독자의 자율성에 몸을 맡긴 시집" 내용보기
이 시인은 자신의 시가 ‘분석’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이 시인의 시를 읽을 때 굳이 ‘이 부분은 어떻고 저 부분은 어떻고’ 같은 시 분석을 행하지 않았다. 그저 시를 읽고 감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감상은……좋았다. 굳이 실험시의 완성이라고까지 하지 않아도 이 시는 읽는 그 자체만으로써 나에게 큰 시적 감흥을 선사하였고 나는 그것으로 이 시의 의무는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나에게는 시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해야하는 책무가 있기에 두서없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시를 감상해 본다. <녹색의 소년>은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어렸을 적 몽상을 자주 하곤 했었다. 앞 슈퍼에 물건을 사러갈 때도 내 머릿속은 항상 엉뚱한 생각이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나는 자주 내가 사야할 물건의 종류를 종종 잊어버리곤 하였다. 처음에 이 시를 봤을 땐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이는 화자와 그의 마음속에서 뛰노는 다른 아이를 통해 자아가 분열된 다고 느꼈는데, 여러 번 다시 읽어 보니 낙태와 관련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를 버린다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고 녹색의 아이에서 ‘녹색’은 의사가 입는 수술용 옷과 마스크의 색깔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박상순의 시가 난해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 곳곳에 자신의 과거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시 또한 낙태를 행한 자신을 반성하는 기분에서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하였다. (전혀 터무니없는 망상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박상순의 시는 시각적 이미지를 잘 구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매우 짧은 시인 <이발소의 봄>에서 조차도 별로 상황이 묘사가 되어있지 않지만 시를 읽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그것이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다. 아무튼 ‘허옇게’ 앉아 있었다는 화자의 허탈한 심경이 내 가슴에 까지 스며 들여와 그 짧은 문장에도 내가 많은 시적감응을 경험케 했기에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든다. <빵공장으로 향하는 철도>와 그로테스크한 시의 내용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생각을 해보았지만 도통 알 수 없었던 시가 바로 이 시였다. 하지만 나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본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일 거라는 추측이 들었다. 화자는 어떠한 일 때문에 다락에 갇히게 되는데 그로인해 부모에게 심한 증오를 느껴 다락 속에서 화자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빵’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는 철도가 자신의 부모들을 죽이는 장면을. 하지만 이런 상상 중에 화자는 곧 자상하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할머니는 분명 자신의 이런 상상을 위로는 해줄 것이나 동의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할머니는 부모대신 그의 상상에 희생양이 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화자는 지금까지 해왔던 공상에 회의를 느껴 처음에 상상했던 것들을 지워버리고 그저 기차를 ‘빵공장’으로 달리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혀 얼토당토않은 분석이었지만 나는 독자가 아닌가. 독자인 이상 시가 내 눈에 들어온 이상 이 시는 내가 마음대로 재단하고 재봉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또 그것이 이 시가 바라는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y*****o 2005.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