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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현실 사이, 거짓과 진실 사이- 김종광 『조선통신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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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현실 사이, 거짓과 진실 사이- 김종광 『조선통신사 2』         『조선통신사』 1권이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조선통신사』 2권은 일본 본토를 견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권에 나오는 민중들의 해학적인 이야기들이 2권에는 별다르게 나오지 않는다. 노자인 삽사리가 구어 문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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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현실 사이, 거짓과 진실 사이

- 김종광 『조선통신사 2』

 

 

 

  『조선통신사』 1권이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조선통신사』 2권은 일본 본토를 견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권에 나오는 민중들의 해학적인 이야기들이 2권에는 별다르게 나오지 않는다. 노자인 삽사리가 구어 문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는 있지만, 네 명의 문사들과 일본 유생들이 필담으로 벌이는 수작이 2권에서는 자주 묘사된다. 쇼군이 있는 강호가 가까워질수록 조선을 능가하는 일본 문물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사상 면에서는 모르겠으나, 물질 문물 면에서는 일본이 확실히 조선을 앞선다. 정사 조엄을 비롯한 벼슬아치들은 조선에서 보기 힘든 일본 문물에 주목한다. 백성들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도 있고, 한 나라를 방비하는 데 필요한 문물도 있다. 한양을 출발한 지 192일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험난한 길 위에서 조선 사람들은 저마다 보고 느낀 것을 통해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셈이다.

 

물론 조선인들에게 일본은 여전히 문화적으로는 열등한 왜놈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양과 교류하면서 이룩한 문물을 조선인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유생과 필담을 하는 문사들은 조선 성리학의 선진성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한물 간 성리학으로 정신적 승리를 맛본들 실제 생활면에서 일본이 조선을 앞서는 상황이 바뀔 리는 없다. 삽사리가 쓴 글을 따르면 정신의 정수인 책 또한 조선보다 왜국(일본)이 훨씬 많다. 조선은 책이 들어올 데가 중국밖에 없다. 근데 왜국은 전 세계에서 들어온다.”(280)는 삽사리의 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본(왜국)이라는 타자를 견문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조선이라는 주체는 비로소 자기의 맨얼굴을 보게 되는 것이다.

 

2권에도 전기수 업복이이야기처럼 야담이라 할 만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광기에 빠진 역관 이야기나 일본인에게 살해당한 조선인(최천종) 이야기가 연이어서 서술되기도 한다. 하지만 광기에 빠진 역관 현태심은 우리 역관은 조선을 지키는 외교 첨병(160)이라는 말로 기술이나 무역을 천시하는 당대 지배층을 비판한다. 사람은 미쳤을지 몰라도 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당대 조선사회가 처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인(실제로는 대마인)에게 살해당한 최천종의 이야기는 다양한 판본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조선-일본-대마도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미묘한 관계가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다른 까닭은 다 빛 좋은 개살구고, 조선과 일본은 오로지 초량왜관을 유지하기 위한 보증수표로 통신사를 보내고 받았는지도 모른다. 통신사가 오가던 시절에 일본은 막대한 은 생산국이었다. 일본의 은이 교토에 모인다. 교토에서 대마도를 거쳐 초량왜관으로 들어간다. 은은 조선 서울로 옮겨졌다가, 중국 가는 연행사 편에 베이징으로 이동한다. 중국 베이징은 비단의 집결지였다. 조선 사신은 비단을 매입하여 귀국한다. 이 비단이 한양을 거쳐 초량왜관으로 들어간다. 대마도를 거쳐 교토로 들어간다. 일본의 최대 산업이 비단 방직이었다. 초량왜관은 중국·조선·일본을 잇는 비단길의 거점이기도 했고, 일본·조선·중국을 잇는 은길의 거점이기도 했다. 조선·일본 간 인삼길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300)

 

작가는 조선통신사가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한 이유를 생각한다. ‘조선의 선진 문물을 일본에 전해주는 게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작가는 추측한다. 비단길-은길-인삼길이라는 말에 드러나는바, 작가는 조선통신사를 경제적 통로로 그려낸다(대마인에게 살해당한 최천종 이야기는 인삼과 연관된 판본이 많다). 조선에 있는 초량왜관을 중심으로 삼국은 비단과 은, 인삼을 필요에 따라 교류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도 나타나듯 선진문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이 차라리 조선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 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이미 네덜란드와 교류를 하며 생활에 필요한 문물들을 조선보다 더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조선인을 보면 오로지 인삼재배법을 묻는다. 조선 문사나 예술가들이 써 주는 글이나 그림을 애지중지하여 통신사 일행이 가는 곳마다 글과 그림을 얻으려는 일본인들이 넘쳐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선진문물을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가는 계미년 사행이 일본 본토까지 다녀온 마지막 통신사가 된 이유를 일본이 비단을 국산화하는 데서 찾는다. 중국의 비단을 얻기 위해 일본의 은을 중국으로 보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은길이 사라지면 비단길도 사라진다. 자연스레 인삼길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19세기에 들어서면 조선의 정치경제는 거의 황폐화되는 단계에 들어선다. 세도를 얻은 양반가의 세도정치가 시작되었고, 먹고 살기조차 힘든 농민들은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작가는 스스로 서술자가 되어 소설 곳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다. 조선통신사를 연구한 학자들의 책을 인용하여 내용을 보충하고, 학자들이 잘못 짚은 점에 대해서는 자기 의견을 내보이기도 한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는 이렇게 소설과 비소설이 만나 조선통신사의 위상을 정립하는 또 다른 형식의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소설이되 소설만은 아닌 이런 이야기 형식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통해 세상은 발전하는 것이다. 네놈이 이야기꾼이라는 걸 안다. 허나 이야기 따위가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이냐. 아무도 안 읽더라도 내가 앞으로 쓸 차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동다기東茶記』나 뽕나무 사업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방안을 담은 『상두지桑土志』가 세상에 기여할 것이다. 네놈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그저 한순간을 잊게 만드는 환술 같은 것일 뿐이다. 무익해!”

하오나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것 아닙니까?” (304)

 

훗날 조선의 차 문화를 이끌게 되는 이덕리는 이야기는 환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세상 사람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겠다. 배고픈 백성에게는 밥을 줘야지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지 않는다. 고구마를 재배해서 백성들을 먹이거나, 재배한 차를 수출해 번 돈으로 굶주린 백성을 구원하는 게 차라리 쓸모 있는 일이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꾼으로 나오는 임취빈은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한다.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이덕리도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꿈을 이야기한다. 임취빈의 꿈과 이덕리의 꿈은 과연 다르기만 한 것일까 

 

김종광의 『조선통신사』는 과거에 벌어진 일을 현재로 되불러내고 있다. 21세기 첨단사회를 사는 이들에게 1763년과 64년 사이에 일어난 이 일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 책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덕리의 실리도 중요하지만 임취빈의 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덕리가 꾸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취빈의 꿈 또한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많은 민중들이 먹고 살기 위해 조선통신사의 일원이 되었다. 이것은 현실이다. 한편으로 500명이 넘는 사내들이 펼쳐낸 조선통신사의 일상이 장대한 이야기가 되어 우리 앞에 놓였다. 이 또한 현실이다.

 

어느 현실이 중요한 것일까? 김종광은 후자의 현실로 전자의 현실을 복원한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현실로 작가는 그가 꿈꾸는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환술이라면 환술이고 거짓이라면 거짓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환술이고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선통신사와 관계된 사람들 하나하나가 우리 곁을 지켰던 사람들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조선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만나는 그 사람들 하나하나를 잊을 수 없다. 계집애보다 더 예쁜 임취빈이 그렇고, 수적 출신으로 같이 고생한 이들을 위해 고리대금업자를 혼내는 추상우가 그렇다. 일동장유가를 지은 선비 김인겸은 어떻고, 박지원을 능가하는 천재인 이언진은 또 어떤가? 실존 인물이든, 가상 인물이든 우리는 이들과 더불어 조선통신사를 새롭게 경험했다. 이게 이야기의 힘이고 꿈이다. 무익하지만 무익하지만은 않은 역설로 이야기는 지금도 살아남아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조선통신사』는 그렇게 우리 앞에 이야기장편소설로 놓여 있는 것이다.

o*****s 2017.12.17. 신고 공감 4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조선통신사2-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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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한번 이동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을 하게 된다. 그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데 어디서 먹고 어디서 마시고 어디서 자겠는가. 당연히 그들이 머무르는 그 땅에서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한번 다녀간 지역은 거의 재정이 바닥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일본으로 열번이상이나 통신사를 보냈다. 에도정부는 일부러 자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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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한번 이동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을 하게 된다. 그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데 어디서 먹고 어디서 마시고 어디서 자겠는가. 당연히 그들이 머무르는 그 땅에서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한번 다녀간 지역은 거의 재정이 바닥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일본으로 열번이상이나 통신사를 보냈다. 에도정부는 일부러 자신들이 돈을 쓰면서까지 왜 통신사를 불러들였던 것일까. 본문속에서는 그것을 '초량왜관'을 유지하기 위한 보증수표였을지도 모른다고 하고 있다.(300p) 막대한 은 생산국이던 일본은 조선을 통해서 중국으로 이동을 시켰고 중국의 비단은 또한 조선을 통해서 일본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중국과 일본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조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기술로 비단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이후로 더이상 중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고 조선에서 가져가던 인삼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으니 더이상 조선통사신사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을 수도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통신사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통신사가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일수도 있겠다.

관리들을 비롯해서 양반들과 그들을 보좌해 주는 종들, 거기다 노를 저을 격군들까지 엄청난 인원이 동행하게 된다. 그들은 긴 여정의 답답함을 어떻게 풀었을까. 술이 최고라고 하지만 때는 영조 시대. 조선 전체에 금주령이 떨어져있던 시기였다. 조선 땅을 떠났다 해도 법을 어길수는 없다. 그러니 정정한 남정네들이 술도 마시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길을 가야만 하는 일정이었다.

그나마 계속 가기라도 했으면 다행이었다. 물길에 따라서, 바람에 따라서 한번 배가 묶이면 가지 못하는 날도 다반사였다. 우여곡절끝에 도달한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날을 잡는 것도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의 선장과 일본사람들이 저마다 날씨를 보는 것이 달라서 의견충돌이 끊임없이 생겨난 것이다. 그에 따라 돌아가는 날 또한 몇날 며칠씩 지연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평탄하고 무탈하게 다녀왔으면 좋으련만 오고가는 일정속에서 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명확히 뚜렷하게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인의 칼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시체는 배에 태워서 조선으로 보냈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인원들이 이동을 하면서 써 놓은 글들. 양반들은 한자로, 또 다른 사람들은 언문으로 이리저리 남긴 글들을 모아서 이 책을 엮어 내었다. 조선 사람들의 글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으면 그들이 지나가는 곳곳마다 일본 사람들은 종이와 부채를 내밀면서 그들의 글을 받아갔다고 한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한글자라도 적어 달라고 보채는 장면도 여럿 보게 된다. 그것이 아마 지금도 일본땅에 우리 조상들의 글이 남아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글을 제외한 다른 면에서는 그 때 당시도 일본은 조선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였고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일일이 공부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아도 안다. 노비나 격군들 또한 그들의 문명을 보며서 그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관리들은 그것들을 보고 우리나라를 정녕 더 발전시킬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그때부터 벌어진 격차는아직도 여전히 벌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통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통신사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를 주는 책. 그들의 여행이 궁금하다면 당장 손에 잡을지어다.

이달의 사락 b***8 2017.12.12.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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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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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일본 막부에 파견된 외교사절인 통신사를 소재로 쓴 김종광의 소설 <조선통신사>이는 1763년 영조 39년 계미년에 흔히 '계미통신사' 라 불리는 제11차 통신사를 다룬 이야기다.500여명의 사내들이 삼백여일동안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여정들이 허구의 소설로 만들어져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험담이 꽤나 흥미롭다.이소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들의 구분이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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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일본 막부에 파견된 외교사절인 통신사를 소재로 쓴 김종광의 소설 <조선통신사>
이는 1763년 영조 39년 계미년에 흔히 '계미통신사' 라 불리는 제11차 통신사를 다룬 이야기다.
500여명의 사내들이 삼백여일동안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여정들이 허구의 소설로 만들어져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험담이 꽤나 흥미롭다.
이소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들의 구분이라할까? 악인과 영웅이 없으며 주인공또한 따로 없다.
오로지 양반,서얼,문신과 역관, 노비,사공등으로 모인 남자들의 기나긴 동거동락속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어놓은 듯 한데 이책처럼 다수의 등장인물과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보기는 처음인듯하다.
유명한 색골 임흘, 이야기꾼 변탁, 그림을 잘그리는 변박, 서얼이라는 열등감에 찌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원중거, 지혜롭고 인자한 김인겸, 통신사의 여정을 통괄하는 조엄등 읽으면서 기억못하는 인물들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역관의 종놈 삽사리와 여자보다 어여쁜 소동 임취빈의 역할은 약방의 감초같은 재미를 더해주고 격군의 권익을 위해 외치는 추상우의 쓴소리는 무척 인상적이다.

...나도 알아. 주는 것만큼 받아온다고. 지들 딴에는 교린을 빙자한 무역이라는 건데, 문제는 지들끼리 나눠 먹는 거잖아. 팔도 백성은 그만두고, 봉물 싸고 나르고 쌔 빠지게 고생한 우리 격군, 아니, 격군 생병신들한테 떨어지는 게 있느냐고? 뭐, 쪼금 주기는 준다던데 받기 전에는 받은게 아니고.(65p)

작가의 말처럼 여자가 없어 사랑타령도 없고 당파싸움도 전쟁이야기도 없고 내용전개에 위기감도 없지만 작가 특유의 해학적인 표현은 글을 읽다 나도모르게 실소가 터진곤 한다.
책의 첫장인 서문과 초반진도는 이야기의 전반적인 배경을 이해해야 하기에 더디 읽힐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소설은 풍자와 해학를 위주로 개성넘치는 다양한 군상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오백사내와 떠난 삼백여일의 여정을 기록한 이책의 재미를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회교도는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거죠. 회교에서는 하나님을 '알라'라고 부른답니다."
"알을 나?"
"'알, 라'입니다. 알라만이 유일한 신이며 불교의 석가모니, 천주교의 예수, 유대교의 모세 이런 사람들은 그저 선지자일 뿐이라는 겁니다."(173p)






j*********1 2017.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