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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래도 한 권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우연히) 골랐는데 역시입니다.
처음에 각 시의 제목이 앞에만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나가 전체라면 별도의 제목이 원래부터 없었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니 첫 연을 따서 제목처럼 나열한 것이었습니다.
별도로 붙여진 번호는 1609년 발간된 소네트에 소록된 154편의 순서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명이 없어 제가 추측한 것입니다) 그 중 34편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네요.
왼쪽 면에는 한글로 오른쪽은 영어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순 번역보다는 낫습니다.
문제는 제가 읽어도 별 감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음악과 시는 상통하는 것이고, 저는 양쪽에 다 무관심합니다. 시는 앞으로 어지간하면 안 사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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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소곡', 즉 '작은 노래'란 의미) 단테와 페트라르카 등에 의해 사용되다가 르네상스기의 유럽으로 확장된 14절의 형식과 abba/abba/cde/cde 의 각운 (rhyme; 절의 맨끝단어가 비슷한 음으로 끝나는 것)으로 끝나는 (영어로 만들어졌을 때에는 abba/abba/ccd/cee였다가 셰익스피어식으론 abab/cdcd/eeff/gg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주제는 사랑에 관한 시이다 (형식은 다르나 내용에 관한 시의 분류로는 비가 등을 다루는 ode나 ellergy 등이 있다) 친밀하고 은밀한 감정의 토로는 여러 사람이 듣는 중에 하기엔 낯뜨겁고 유치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한한 듯 넓으나 감정을 담기엔 얕은 사람의 마음이란 것 때문이다. 영문학적으로, 영어학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의 소네트 하나만 소리내어 읽어봐도 충분하다. 물론, 차고 넘기고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이 있듯이 모든 작품들이 균등하게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가치, 자아 정체성 (그의 작품엔 여장을 하거나 남장을 하는 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reality와 appearance의 문제가 다뤄진다)과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다뤄지므로, 그의 작품을 모르는 것은 어쩜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을 언어과 비유 상징들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같이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작품선이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도 싸거니와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싣고 있기 때문이다. 영시의 아름다움이란, 특히나 각운이 살아있는 이 소네트의 장점은 음악적 리듬에 있다. 소리내어 읽어보면 혀가 입안에서 파도를 치고 보이지 않는 구슬을 입안에서 굴리는 듯한 희열을 맛볼 수 있다.
87 안녕! 내가 소유하기엔 그대 너무나 소중하오, 그대도 그대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리. 그대가 지닌 가치의 특권이 그대를 해방시키니, 그대와 내 인연은 모두 끝났소. 그대의 허락없이 내 어찌 그대를 소유할 수 있겠소? 또한 내 어찌 그런 보물을 받을 자격이 있겠오? 내겐 이 소중한 선물을 지닐 자격이 없기에, 내 소유권을 다시 돌려드리리다. 그대에세 주었던 것은, 그대 자신의 가치를 잘 몰갔거나, 그대가 그것을 준 나를 잘못 보아서일 거요. 그대의 귀중한 선물은 실수로 준 것이기에, 보다 훌륭한 판결을 내려 다시 제곳에 돌려즈리리. 이제껏 당신을 소유하여 내 꿈꾸듯 우쭐했거니, 꿈속에서 왕이었던 내가 꺠어보니 아무것도 아니어라. Farewell: thou art too dear for my possessing, And like enough thou knowst thy estimate. The charter of thy worth gives thee releasing; My bonds in thee are all determinate. For how do I hold thee but by thy granting, And for that riches where is my derseving? The cause of this fair gift in me is wanting, And so my patent back again is swerving. Thyself thou gavest, thy gavest it, else mistaking; So thy great, upon misprision growing, Comes home again, on better judgment making. Thus have I had thee as a dream doth flatter: In sleep a king, but waking no such matter.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18번이다. 5월이었나? 꽃들이 피어난 오래된 건물에서 수영을 하고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에 육체적 피로가 기분좋게 몸을 나르하게 만드는데, 교수님이 이 소네트 낭독을 시켰다. 두근거리면서 조용한 가운데 이걸 낭독했다. 마치 음악과 같았다. 그때의 행복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이 아름다운 소네트를 좋아한다.
43
나의 눈은 낮에는 사물을 허술히 보고 밤이면 가장 잘 보노라. 잘 때 나의 눈은 꿈 속에서 그대를 알고, 눈은 감겼어도 빛 받아 어둠 속에서 밝은 존재로 향하게 되노라. 그림자만이라도 어둠의 그늘을 빛나게 한다면, 그림자의 주인인 그대는 밝은 날에 더 밝은 빛을 가지고 얼마나 황홀한 모습을 보이리오. 보지 못하는 눈에게 그대의 그림자가 이렇게 찬란하노니! 대낮에 내 그대를 본다면, 내 눈은 또 얼마나 행복하리요. 한밤중 깊은 잠 속에 시력 없는 눈에도 불완전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자가 보인다면! 그대를 볼 때까지는 낮은 다 밤이요, 꿈에 그대를 본다면, 밤은 언제나 밝은 낮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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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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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절망케 했던 시인..세익스피어..사람들은 그를 극작가라 말하지만, 나는 그를 시인이라 말하겠다. 그에게는 극본이나 시의 구별이 시를 조금 길게 말한 것과 조금 짧게 말한 것의 차이일 뿐이다. 이 시집은 일반 번역 시집들과 달리 훌륭한 번역으로 세익스피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준다(영어를 더구나 고어를 잘 읽을 수 있어서 그렇게 느꼈던 건 아니다. 단지 번역된 시를 읽고 원문을 읽어보면서 옮긴 이의 시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히 좋아했던 시들은 소네트 66,76,87,107,138 등이다..그러나, 다른 시들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좋다. 나는 그의 솔직함, 담백함, 적당한 기교, 뜨거운 열정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