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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3) -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3』
사신계의 적수인 만단사를 이끄는 사령은 광해군의 5대손인 이록이다. 그는 만단사를 통해 왕위에 오르려는 큰 야심을 지니고 있다. 자기 뜻을 따르지 않는 부령들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자기 인물을 앉힐 정도로 그는 냉혹한 인물이다. 칠성부를 만들어 유일한 혈육인 이온을 칠성부령 자리에 앉히기도 한다. 이온은 뭇기가 없는데도 사신계의 칠요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 사신계 칠요는 계원들의 앞날을 예측하는 존재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릴지 결정하는 직책이기도 하다. 이록은 딸 이온을 칠성부령에 배치함으로써 조직의 틀을 갖추려고 한 셈이다. 지리산에서 반야(중석)를 만난 이온은 반야의 제자가 되기를 청한다. 이온이 누구인지 아는 반야는 당연히 거절한다. 제자 되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온은 아비 이록에게 반야를 이야기하고, 사신계와 만단사를 이끄는 두 사람은 드디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록은 이온을 바보로 만들어 반야가 살던 가마골 웃실에 일부러 버린 적이 있다. 무녀로서 반야의 명성을 듣고 벌인 일이었다. 이온은 그곳에서 보리아기로 살다가 강수와 연분을 쌓는다. 반야의 신력으로 기억을 되찾은 이온은 아비 집으로 돌아가지만, 웃실에서 벌어진 일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이록의 보위대장인 정효맹은 이온과 혼인을 함으로써 이록을 잇는 사령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광대 출신인 효맹은 9살 때 이록과 만나 주종 관계를 맺었다. 그는 만단사 내 암살 집단인 비휴(豼貅)를 이끌며 호시탐탐 사령 자리를 노린다.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자기 욕망을 내보이며 얽히고설킨 관계를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산다. 누군가 죽은 자리는 어김없이 살아있는 누군가로 채워진다. 계급 사회에서 평등을 꿈꾸는 일 자체가 이미 ‘죽음’과 이어진 일이 아닌가? 반야가 관장하는 사신계든, 이록의 개인소유가 되다시피 한 만단사든 삶과 죽음으로 이루어진 지옥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은 것이다.
반야는 자기를 이을 칠요를 찾고 있다. 조엄의 딸인 조이현이 눈에 띈다. 이록 또한 이현을 탐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조엄을 통해 지역 사림들의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현을 비어 있는 내당(內堂) 자리에 들이려는 것이다. 양반 신분인 이현은 9살이 넘으면서 한껏 신기를 드러낸다. 이현은 비극적인 전생을 거쳐 왔다. 어린 대비로 대궐에서 굶어죽기도 했고, 무당 기운을 지닌 채 양반가 딸로 태어났다가 집안 체면을 중시한 부모 때문에 또한 굶어죽었다. 죽어 집안을 멸문지화로 내몬 이현은 이제 조엄의 딸로 환생한 것이다. 조엄은 딸의 장래를 걱정한다. 어떻게든 딸이 원하는 쪽으로 살게 하고 싶다. 그래, 그는 반야를 찾아 화개로 온다. 그런데, 반야(중석)의 신당에 있는 작은 부처를 보고 이현이 무서움에 벌벌 떤다. 반야를 만나지도 못하고 그는 무서움에 떠는 딸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반야가 이현을 기다리는 사이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진다. 이록의 첩인 무녀 화씨가 이현을 제거하려는 공작을 벌인 것이다. 그녀는 이록이 마음에 품은 여인들이라면 무조건 죽여 없앤다. 이록은 이현을 차기 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화씨는 이현을 납치하여 수하들에게 맡긴다. 수하들은 만단사 입회식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 이현을 돌아가며 겁간하기에 이른다. 신기로 이현이 처한 상황을 안 반야가 칠성부 호위들을 이록의 집으로 보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현은 전생의 비극을 다시 이생에서도 반복한다. 무녀로 사는 삶이 이토록 힘들다. 아니, 세상에서 한 생을 나는 게 이토록 힘든 것이다. 반야는 죽어 영혼이 된 이현과 신당(神堂)에서 만난다. 이현은 자기가 죽은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지만 자기가 어딘가로 끌려가 죽은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반야는 이현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교만에 들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신기가 떨어진 화씨를 천박한 무녀라고 무시한 결과가 이현의 죽음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이 멀 정도로 자기 욕망을 속 깊이 들여다본 여인의 마음에 여전히 교만이 가득 차 있다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3권에서도 어김없이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반야와 이무영의 애틋한 사랑이 그려지고, 이온을 사이에 둔 김강하와 윤선일의 미묘한 마음도 그려진다. 김강하(강수)는 이온이 보리아기 시절인 때 관계를 맺었다. 이온이 만단사의 핵심 인물이란 걸 안 사신계는 강하와 이온의 관계를 통해 만단사의 내부 상황을 알려고 한다. 하지만 강하는 강하대로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이온은 이온대로 자기 길을 가려고 한다. 사랑은 사랑이고, 이상은 이상이다. 이상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기엔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반야와 이무영처럼 자기들이 맺을 관계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나이도 아니다. 사랑은 결국 욕심이 아닌가? 상대방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이 없이 어떻게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할까? 이온의 호위무사인 윤선일과 김강하가 더불어 벌일 삼각관계가 뒷이야기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에도 사랑 이야기는 감초처럼 뒤섞여 있다. 사랑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게 가능하기나 할까 싶다!)이 무슨 소용인가? 『반야』 3권을 읽으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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