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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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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6)-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6』     사랑과 집착은 둘이면서 하나이다. 종이 앞뒷면을 형성한다고 할까? 사랑이 깊어진다고 집착이 되는 건 아니다. 집착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사랑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집착이 사랑에서 기원한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집착 또한 생길 수 없다. 사랑과 집착은 그런 점에서 둘이면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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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6)

-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6』

 

 

 

 

 

사랑과 집착은 둘이면서 하나이다. 종이 앞뒷면을 형성한다고 할까? 사랑이 깊어진다고 집착이 되는 건 아니다. 집착은 사랑하는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사랑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집착이 사랑에서 기원한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집착 또한 생길 수 없다. 사랑과 집착은 그런 점에서 둘이면서 하나이다. 이온은 김강하를 여전히 사랑한다. 김강하가 이온의 이런 마음을 받아들이면 상관없지만, 그에게 이온은 과거에 잠깐 좋아했던 여자일 뿐이다. 김강하를 생각하는 이온의 마음은 사랑과 집착 사이를 오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은 집착으로 뒤바뀐다. 자기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정네를 가슴에 들인 채 어찌 살 수 있을까? 이온은 김강하에 대한 집착을 그의 아내인 수앙을 통해 풀어내려고 한다. 수앙을 망가뜨리면 자연 김강하도 망가지리라는 논리는 집착에 빠진 여인이 이른 왜곡된 사랑(?)의 길을 보여준다. 일이 끝나 그때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는 걸 집착에 빠진 여인이 지금 당장 알기는 힘들다.

 

김강하는 소조(小朝)에게 이록을 제거하라는 밀명을 받는다. 이록은 조정에서 대조와 소조 사이를 틈만 나면 이간질하고 있다. 다만 소조는 이록을 죽이지는 말라고 이야기한다. 조정으로 돌아오지 않게만 하면 된다는 소조의 말을 김강하는 묵묵히 따른다. 소조가 임금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까? 소조는 옛 고구려 땅이었던 곳을 조선 땅으로 만들려고 한다. 국력을 길러 왜란이나 호란 같은 치욕을 다시는 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문약(文弱)에 찌든 조선 조정을 갱신하려는 열망을 그는 품고 있는 셈이다. 김강하는 소조가 품은 그 열망을 진심으로 따른다. 소조 또한 김강하를 제 분신처럼 믿는다. 청국으로 갈 동지사 사신단에 이록을 넣음으로써 두 사람은 이록을 제거하기 위한 첫 발을 은밀하게 내딛는다. 한 나라의 명운(命運)이 두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것일까? 보위(寶位)를 둘러싸고 벌이는 이 진흙탕 싸움에서 소조와 김강하는 과연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동지사 사단의 일원이 되어 김강하가 청국으로 떠난 사이, 세자익위사 부인들 열네 명에게 경춘전으로 들라는 빈궁의 명이 전달된다. 이온이 그 배후에 있다. 김강하의 아내가 누군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온은 수앙의 얼굴에서 무녀 중석(반야)을 본다. 모녀처럼 닮은 두 사람을 떠올리며 그녀는 중석이 꼭꼭 숨기고 있는 어떤 세력을 상상한다. 태극헌의 비휴(豼貅)들과 항성재의 무극(無極)들로 하여금 중석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 차였다. 비휴와 무극들은 싸움다운 싸움 한 번 못하고 사신계의 포로가 된다. 중석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회유한다. 만단사 사령의 로 살아가는 삶 대신 그녀는 그들에게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중석을 제거하려는 이온의 생각은 이렇게 좌절된다. 이온은 끊임없이 중석을 죽이기 위해 살수(殺手)들을 보내고, 중석 또한 끊임없이 살수들을 회유하여 사람 사는 세상으로 되돌려보낸다.

 

이온이 중석을 제거하려는 공작을 벌이고 있을 때, 청나라에 간 김강하는 사신단 내에서 벅수치기와 씨름 대회가 열리는 혼란한 틈을 타 이록을 제거할 기회를 엿본다. 말에서 떨어져 몸이 상한 이록은 탕약을 먹고 있는데, 그 탕약에 중독되면 바보가 되는 독을 넣는 계획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간에 이온의 수하인 사비가 수앙을 납치한다. 질기고 질긴 인연이다. 누군가 죽어나가야 끝날 악연이라고 말해도 좋다. 중석에게 보낸 살수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온은 수앙이라도 잡아 사신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사령인 이록이 돌아오는 상황을 예비한 것이다. 사비는 수앙에게 고문을 가한다. 수앙의 팔목을 칼로 긋자 서서히 몸 밖으로 흘러나온 피가 대야에 고인다. 그런 채로 사비는 무녀 중석이 누구냐고 묻는다. 수앙이 답할 리 없다.

 

수앙은 임신한 상태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비가 까뀌로 수앙의 손가락을 자르기 시작한다. 지옥도가 펼쳐진다. 수앙은 자신이 별님의 딸이라고, 엄마인 별님이 사신계 칠성부령이라고 외치고 싶다. 무서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윤홍집이 수앙을 구했지만 손가락이 이미 4개나 잘린 상태였다. 사비는 왜 이토록 수앙의 몸을 험하게 다룬 것일까? 작가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맹렬한 적의(370)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숭고한 대상을 향한 적의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사비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입을 열지 않는 수앙의 몸을 갈가리 찢고 싶은 마음에 들뜬다. 이온이 올 때까지는 죽일 수 없기에 그녀는 수앙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자르며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욕망에 들뜬다.

 

사신계도 민첩하게 움직인다. 수앙이 고문을 받는 장소에 나타난 이온이 사신계의 포로가 된다. 겸곡재(이알영)가 이온에게 슬픔에 대해 묻는다. 이온이 질문하는 까닭을 묻자, 겸곡재는 내 사람을 잃었거나,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배신을 당하면 누구나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온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그녀는 분기를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이온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분노부터 한다. 김강하에게 그랬고, 윤홍집에게 그랬다. 원하는 것을 억지로 얻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폭력이 따른다. 김강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수앙을 납치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슬픔과 분노를 혼동하는 이온의 마음이 그녀를 목숨조차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끈다. 슬퍼해야 할 상황에서 분노만 하는 이 여인을 우리는 어찌 생각하면 좋을까 

 

수앙을 구한 윤홍집은 사신계 사람들에게 이온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온은 슬픔을 모르지만 윤홍집은 슬픔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한 걸 알면서도 그는 어떻게든 그 사람을 살리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마음이 슬픔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중석(반야)은 이번에도 이온을 죽이지 않는다. 불구로 만들어 더 이상 만단사에서 못된 짓을 못하도록 처리한다. 의원으로 실려간 수앙은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이온은 팔다리 관절이 부러진 채 불구가 된다. 김강하는 청나라에서 이온의 아비이자 만단사 사령인 이록을 바보로 만들고, 윤홍집은 분노로 제 몸을 망친 이온을 기어이 살린다.

 

사람들은 만나 인연을 맺는다. 서로를 살리는 인연이 있고, 서로를 죽이는 인연이 있다. 김강하를 사이에 둔 수앙과 이온의 인연은 살리는 인연일까, 죽이는 인연일까? 김강하와 수앙은, 그리고 윤홍집과 이온은 살리는 인연일까, 죽이는 인연일까? 더 넓게 보면 궁궐 대조와 소조는 살리는 인연일까, 죽이는 인연일까? 사람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저마다 인연을 짓는다. 그게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운명인 걸까?

 

 

o*****s 2018.04.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