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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7) -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7』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수앙이 깨어났다. 손가락 네 개가 잘려나갔지만 수앙은 죽지 않고 끝내 살아났다. 그런데 그냥 살아난 게 아니었다. 그녀 몸에 신이 내렸다. 몸주는 환인제석, 천신(天神)이란다. 반야는 수양에게 뭇기가 내린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수앙과 김강하를 혼인시켰다. 그 누구보다 무녀로 사는 여인의 서러움을 반야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랬는데, 간신히 목숨을 건진 수앙에게 뭇기가 내렸다. 그냥 신이 아니라, 천신이다. 아주 강력한 신이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수앙은 도솔사로 들어가 입을 다문다. 그녀는 자기 몸에 내린 신기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미인 반야가 내림굿을 반대하자 수앙은 수앙대로 입을 닫고 절로 숨어버린 셈이다.
신내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모녀의 싸움이라? 기막히지 않은가? 수앙을 사랑하는 김강하는 도솔사 아래 집을 마련하고 그녀가 절에서 내려오길 기다린다. 남편이 절 아래에 있는 걸 알면서도 수앙은 절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무녀의 길을 걸으려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다. 어미가 이런 딸의 고집을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반야는 김강하와 수앙을 덕적골 반야원으로 오라는 명을 내린다. 시간을 이리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반야(별님)는 둘을 무릉곡으로 보내려고 한다. 수앙이 무녀가 되면 김강하의 내자로 살기는 힘들다. 인연을 유지하려면 두 사람은 무릉곡으로 들어가야 하고, 무녀의 길을 걸으려면 두 사람은 이별을 해야 한다.
무릉곡으로 가는 길은 수앙이 불복하고, 헤어지는 길은 강하가 불복한다. 그래도 이별을 명하면 이록과 이온을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강하는 외친다. 반야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두 사람이 가야 할 고난의 길이 뻔히 보이는데, 두 사람은 한사코 그 길을 가려고 한다. 반야는 결국 수앙의 내림굿을 허락한다. 무녀를 하며 김강하의 아내로 사는 길이다. 반야는 내림굿에서 수앙이 선등무(屳登舞)를 추게 할 거라고 선언한다. 수앙에게 무녀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가르치는 스승들이 반대해도 반야는 제 뜻을 굽히지 않는다. 선등무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 위에 올라가 뜀뛰기를 하는 것이다. 신기가 약한 무당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수항이 반야를 이을 칠요로서 자질이 있는지 판단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런 와중에 덕적골로 빈궁과 세손이 찾아온다. 소조는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소조에 대한 대조의 미움은 더욱 더 커지는 상황이다. 빈궁은 반야에게 자기가 언제까지 작은집에 앉아 있는지를 묻는다. 소조가 언제 왕위에 오를 것인지 에둘러 묻는 말이다. 반야는 금년 윤오월에 빈궁이 집을 바꾸게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소조의 죽음을 암시한 셈이다. 반야가 하는 말의 진의를 알아채지 못한 빈궁은 집을 옮긴다는 말을 소조가 왕위에 오르는 일로 해석한다. 빈궁의 얼굴에 살짝 웃음꽃이 핀다. 대조는 사사롭게는 빈궁의 시아비이다. 시아비가 죽어야 남편이 왕위에 오를 수 있다. 남편이 왕이 되어야 세손=아들의 앞날도 보장된다. 남편과 아들의 앞날이 보장되면 당연히 빈궁의 앞날 또한 탄탄해진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이렇게 권력을 지키려고 늘 노심초사한다. 더 큰 권력을 얻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고 그들은 믿는다. 권력에 집착하는 이들이 권력을 잃는 순간 왜 제 몸을 버리겠는가? 권력은 화려한 생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을 사정없이 죽음터로 내몰기도 한다.
수앙이 내림굿을 받는 날이 드디어 왔다. 덕적골 반야원 주변 언덕은 이마에 흰 띠를 두른 사람들로 꽉 찼다. 내림굿을 보기 위해, 혹은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칠 척 반 시루 탑이 세워지고 그 위에 작두날이 놓인다. 수앙은 그 위에서 선등무를 추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추는 춤이다. 잠깐이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날카로운 칼날에 발목이 잘려나갈 판이다. 신기가 강해서였을까? 수앙은 선등무를 무사히 마치고 땅으로 내려와서는 구경꾼 오십여 명에게 공수를 한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가짐 어미는 얼마 전 아이를 잃었는데, 수앙이 그녀에게 아들이 살았다고, 곧 찾을 거라고 공수를 한다. 아이를 잃은 어미는 수앙에게 아이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려 하지만 기력이 쇠한 수앙은 이미 잠이 들어버렸다. 별님(반야)이 나서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말을 듣는다. 아이가 사라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김강하를 비롯한 사신계 무사들이 정황을 파악하자 이내 아이들을 인신매매하는 조직이 발견된다. 그들을 일망타진하라는 사신총령이 내린다. 이제 갓 내림굿을 받은 수앙의 신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칠성부를 움직이는 오원(五苑)들이 모여 다음 칠요를 상의하는 회합을 연다. 반야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겠다. 개안하는 듯싶던 반야의 눈은 이제 다시 어두워졌다. 밝아진 눈이 다시 어두워졌다는 건 반야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까? 아직 채 40살도 안 된 여인이지만 반야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이 세상에 사는 온갖 이들을 돌보며 살아온 결과다. 살아있는 이들만 돌본 게 아니라 죽어 귀신이 된 이들도 돌보았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몸이 아니다. 수앙 문제까지 겹쳤으니 그 맘고생이야 오죽했을까? 반야 곁을 지키는 혜원이 오원 가운데 한 사람인 방산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20년 동안 큰 탈 없이 칠성부를 이끌어온 반야다. 사신경이라는 직책이 있지만, 사신계를 실제적으로 이끄는 존재는 칠성부령, 곧 칠요라고 할 수 있다. 칠요 사후를 대비하는 사신계 원로들의 이야기는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인생길을 보여주는 듯싶다. 생을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그 생이 끝날 수밖에 없다. 반야는 지금 한 생이 끝나가는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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