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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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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8』   시간이 흐르면 태어난 모든 생명은 저세상으로 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왜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겠는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천하를 좌지우지한 영웅들도 이 운명을 앞에 두고는 맥을 추지 못했다. 하물며 이 영웅들보다 못한 이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반야』 8권에는 우리네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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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

-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 8』

 

 

 

시간이 흐르면 태어난 모든 생명은 저세상으로 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왜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겠는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천하를 좌지우지한 영웅들도 이 운명을 앞에 두고는 맥을 추지 못했다. 하물며 이 영웅들보다 못한 이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반야』 8권에는 우리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죽음들이 연이어서 나온다. 어떤 죽음이 아프지 않을까마는, 죽지 말아야 할 이들이 억울하게 죽을 때 우리는 마음이 아파 속울음을 운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왜 일찍 저세상으로 가는 걸까?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어도 죽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을 되새긴다. 그래,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모든 이가 언젠가는 죽을 테지만 자식이 부모를 앞서 죽을 수 있는 것도 인간사이다.

 

곤전파의 사주를 받은 나경언의 고변으로 소조(小朝)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소조의 생모가 대조에게 미친 자식을 죽여 달라는 상소를 올렸다는 소문도 떠돈다. 소조의 친동생인 화완 옹주는 소조에게 겁탈 당했다고 생모인 자궁전에 고백한다. 소조를 향한 고변들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조를 낳고 기른 아비와 어미가 지금 자식을 죽이려고 한다는 상황만이 중요할 뿐이다. 소조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빈궁은 무녀 소소(반야)를 희생물로 삼아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 소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혈투는 권력에 새겨진 비정함을 에둘러 보여준다. 나이 든 대조가 승하하면 자연스레 풀릴 일이지만 대조는 강건하기만 하니 미친소조는 궁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김강하는 소조를 찾아 살 길을 도모하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각오한 소조는 그에게 세손을 부탁한다.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소조는 이미 알고 있다. 자기가 죽으면 수많은 이들이 살 수 있다. 자기가 살자고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김강하는 홀로라도 소조가 살 길을 찾고 싶지만 소조는 도리어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조가 거둥령을 내린 마당에 소조가 달아나면 그는 역적이 된다. 김강하가 소속된 사신계가 나서지 않는 한 소조는 꼼짝없이 아비 손에 죽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강하라고 뚜렷한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소조가 죽을 위기에 처한 바로 그 시각에 또 한 사람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반야다. 그녀는 칠요 수업 과정을 정리한 <칠성밀어(七星密語)>를 수앙에게 남기려고 한다. 특별한 얘기가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전대 칠요인 흔훤에게 들은 말을 반야는 수앙에게 들려주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나대로 살았으니 너는 너대로 살려무나.”(182)

 

하나뿐인 아들을 죽이기 위해 경화문을 거쳐 휘령전으로 온 대조는 소조에게 말한다. 내가, 내가 죽으면 조선의 사백 년 종사가 다 망하겠지만 네가 죽으면 종사는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니, 네가 죽는 게 옳지 않겠느냐?”(188) 종사를 위해 스스로 죽으라는 얘기다. 아들은 불복한다. 차라리 제 목을 치라고 외친다. 대조는 자식을 죽인 왕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다.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는 대조의 생각을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대조가 뒤주를 들이라고 명한다. 뒤주 속으로 소전이 들어가자 사방을 대못으로 박고 그 위에 풀을 덮어 무덤처럼 만들었다. 금위군을 촘촘히 둘러놓아 누구도 뒤주 곁으로 가지 못하게 감시한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시간이 흐르면 뒤주 속에 있는 소조는 죽을 것이다. 소조가 죽으면 세상은 어찌 변할까? 세손과 빈궁은 어떻게 될까? 소조를 죽인 대조는 세손과 빈궁마저 내치게 될까 

 

금위대 중위군이 무녀 소소를 잡기 위해 가마골 소소원에 이른다. 무녀 소소(반야)는 이미 피신한 상태이다. 김강하가 소소원에서 중위군을 끌고 온 김제교를 맞이한다. 김제교는 소조를 모함하는 데 앞장 선 인물이다. 소조와 반야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던 김제교는 도리어 김강하의 칼에 죽을 처지에 놓인다. 김제교는 김강하가 왜 소소원에 있는지 모른다. 당연히 그가 속한 사신계도 모른다. 제 앞길도 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세우는 교만을 작가는 징치하고 싶은 것일까? 소조가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그 시간에 김제교를 비롯한 금위대원 열일곱 명이 이유도 모른 채 죽고 있다. 무녀 소소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선악을 넘어서서 본다면, 아니 선악을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참 파리만도 못한 사람 목숨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람들은 이리 죽어야 할까? 옹기 가마에 들어간 주검들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개죽음이다. 한쪽에서는 소조를 죽이고, 다른 쪽에서는 소조를 죽이려는 자들을 가차 없이 죽인다. 지옥도이다. 사신계 일이라고 해도 지옥도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이 만드는 지옥도는 김강하의 죽음으로 절정에 이른다. 대조를 만나고 퇴청하는 길에 김강하는 곤전파 사내들이 쏜 총탄(무려 20발이 넘는다)에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한다. 신기가 높은 아내 수앙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강하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강하가 숨을 거둔 바로 그 시간에 반야 또한 파란만장한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 영혼이 된 반야와 소조의 전생이 모자 관계(장희빈과 경조)로 밝혀지지만 이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연이란 어차피 얽히고설키는 것이다. 반야의 첫정이었던 동마로가 죽어 세손으로 환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삼생(三生)으로 이어져 이리저리 뒤얽힌 관계를 만들어낸다. 형인 경종을 독살한 의심을 받고 있는 대조(영조)는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조를 희생물로 삼았다. 소조가 자기 뜻을 분명히 할수록 소조를 향한 대조의 의심은 더욱 더 깊어졌다. 영혼이 된 소조는 반야와 만나 이생에서 맺힌 한을 풀고 저세상으로 옮아간다. 이야기가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산만해지는 면이 있다. ‘인연의 고리라는 말로 이 산만함을 포장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죽은 자는 죽고 산 자는 살아야 한다. 산 자들은 서로 얽혀 또 다른 관계를 맺는다. 각 권마다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가 8권에서는 곤전 김여주와 이극영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혼인하고도 여전히 생각시인 채로 사는 김여주는 혼인 전 잠시 만난 이극영을 잊지 못한다. 이극영은 곤전과의 사랑이 엄청난 위험을 동반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를 받아들인다. 김강하의 죽음으로 사신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던 차이다. 계원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신계에 헌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곤전은 사내의 몸이 그립고, 이극영은 자기 마음을 허하게 하는 이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런 점에서 막간 곳에 이른 자들이 펼치는 열정=정욕과 이어져 있다. 사랑 앞에서는 신분 따위가 소용없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하긴 인연 줄에 얽혀 만난 이들에게 새삼 의지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소설을 지배하는 정조는 사람들의 의지가 아니다. 그 의지마저도 만들어내는 운명을 작가는 사람들을 잇는 인연 줄로 이끌어낸다.

 

 

o*****s 2018.04.1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