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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책, 도서 대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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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이치는 요즘 빌린 도서를 제 때 반납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도서관에서 보내온 문자를 받을 때마다 며칠간 겪어야 하는 회원자격 정지의 불편함을 상상하곤 뾰로통해진다. 책값도 적잖이 비싼 요즘인지라 일일이 구입하기란 부담스럽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소장하곤 하나 욕심을 다스리며 빌려 읽기로 기본방향을 설정한 게 몇 해 전의 일이다.   동네 도서관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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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이치는 요즘 빌린 도서를 제 때 반납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도서관에서 보내온 문자를 받을 때마다 며칠간 겪어야 하는 회원자격 정지의 불편함을 상상하곤 뾰로통해진다. 책값도 적잖이 비싼 요즘인지라 일일이 구입하기란 부담스럽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소장하곤 하나 욕심을 다스리며 빌려 읽기로 기본방향을 설정한 게 몇 해 전의 일이다.

 

동네 도서관은 나와 나이가 같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신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학창 시절 이용했던 대학 도서관과의 단순한 비교는 금물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건 사실이다. 허나 이마저도 없으면 어떨까 싶다. 아주 오래전의 일일 터인데 책은 빌려서 읽을 수 있다는 발상을 최초로 한 누군가에게 새삼스레 감사를 표하고 싶어진다.

 

활자술의 발달이 책을 도입을 부추겼는지, 아니면 그 역이 맞는지를 따지는 건 닭과 달걀을 두고 어느 쪽이 우선인지를 논하는 것과 흡사하다. 어느 쪽이 됐건 인간이 지적 호기심을 지닌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요를 재빠르게 읽어낸 이들은 그에 부합하는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세책, 즉 도서를 대여해주는 사업이 그것이다. 흔히들 사업이라고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화폐가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세책은 있어 왔다. 특정 물건을 맡기고 책을 빌려가는 방식을 취한다거나 식으로 세책 사업은 부흥했다. 여기서 굳이 내가 사업이라는 단어를 포기치 않는 까닭은 개개인이 일종의 영리를 목적으로 이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운영 시간을 지닌 공공 도서관과 달리 세책 사업자는 일주일 내내 문을 열었다. 그들은 손님들이 주로 어떠한 책을 즐겨 찾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결코 수동적인 판매자는 아니었다. 전략적으로 특정 책을 들여 놓아 손님들에게 권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람의 손이 자주 가는 책을 그들 또한 선호했을 것이다. 마냥 심오한 학문 서적보다는 소설이나 수필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종류의 책이 주를 이뤘지 싶다. 그 결과, 그들은 억울하게도 오명을 쓰기도 했다. 여성들이 책을 빌려 읽으면서 이른바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식의 오명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도서대여 사업이 남녀평등에 일조했다는 나만의 생각을 잠시 했다. 오래도록 문자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빌린 책을 여성이 처음부터 직접 읽지는 못했겠지만, 문자를 모르는 여성들의 경우도 구술로 이야기를 접한 경험은 대부분 갖고 있었다. 누군가가 책을 대신 읽어주는 방식으로 그녀들은 재빠르게 책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만큼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 또한 넓어졌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명확히 존재한다. 대개의 책들은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뭔가 부정적인 방향을 지향하던 등장인물들은 어느 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책을 통해 여성들은 남성에게 순응하는 삶, 가정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삶의 소중함을 배운다.

 

이러한 역사가 전 세계에 공통적이었던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예 책 한 권을 고스란히 옮겨 적는 필사법이 주로 통용됐다.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한 필사 과정은 글자를 씹어먹는다수준으로 책을 파고들게끔 만들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씨로 쓰여진 나만의 책을 탄생시켰다. 이는 책을 판매하거나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쩌면 사농공상, 상업을 천하게 여기는 당대의 분위기 또한 책 대여 사업의 번창을 가로막았을지도 모른다.

 

빌려 읽을 것인가, 구입해 읽을 것인가, 아니면 옮겨 적은 나만의 책을 만들어 읽을 것인가!

 

오늘날 세 번째 안을 선택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게 인간이다. 어느 쪽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건, 세책의 역사는 끊이지 않길 바란다

이달의 사락 q*****2 2018.05.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