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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마력에 사로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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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가깝게는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멀게는 미국이나 서·남유럽 정도를 떠올린다. 최근 여행지가 다변화 되었고 많은 이들이 동유럽이나 남미 등을 찾는다고도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야 닿을 수 있는 북유럽은 여행지로서 아직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학문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스칸디나비아에 소재한 국가들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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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가깝게는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멀게는 미국이나 서·남유럽 정도를 떠올린다. 최근 여행지가 다변화 되었고 많은 이들이 동유럽이나 남미 등을 찾는다고도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야 닿을 수 있는 북유럽은 여행지로서 아직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학문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스칸디나비아에 소재한 국가들은 오늘날 화두가 된 ‘복지’를 일찌감치 국가적인 차원에서 운영해왔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이들조차도 신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을 유학지로 삼지, 북유럽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일찌감치 스칸디나비아를 찾은 동양인이 있다. 그녀는 1975년 그리그의 ‘솔베이지송’에 홀려 무작정 스칸디나비아를 향했고, 동양 최초의 스칸디나비아 유학생이 되었다. ‘서두’가 쓰여진 2011년 5월에도 그녀의 위치는 핀란드 헬싱키였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과 관련을 맺고 살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처음 스칸디나비아 땅에 발을 디딘 시점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칸디나비아 인식이나 지식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듯하여 다소 아이러니 하다. 그만큼 우리가 제한된 시야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많은 글들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사이에 쓰여졌다. 국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부분을 제하면 대부분이 해당 국가의 인물들을 만나 실시한 인터뷰였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현지인과의 만남에 대해 일종의 갈증을 느끼고는 했던 나다. 겁이 많고 모험심은 부족해 매번 여행사의 꽁무니만을 좇기 빠빴기 때문인데, 나의 방식으로는 아무리 오랜 기간 특정 장소에 머물러도 수박 겉핥기 이상의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해당 국가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온 이들이었다. 성공적인 삶을 산 이들인 만큼 그들에게선 에너지가 느껴졌다. 동시에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대강의 짐작이 가능키도 했다.

여느 사회에서나 성공한 사람들은 마찬가지겠지만, 저자가 인터뷰한 인물들에게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당당함이었다. 이는 상대가 여성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경우 과거에 비해서는 많은 여성들이 결혼 이후에도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정생활과의 병행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남녀평등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 걷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여성들이라 하여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엄마로서 제 아이와,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은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코 가정에 발목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은 그들을 지지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 사회가 얼마나 큰 진통을 겪었을지. 여성의 당당함은 여성 혼자서만 당당하다고 하여 쟁취될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존재가 그녀의 당당함을 바라야 가능한 것이었다.

상당히 북쪽에 위치한 나라인 만큼 우리로선 상상이 가지 않는 긴긴 밤과 낮이 해당 국가들에서는 공존했다. 일부는 그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했고, 제 에너지를 제 때 발산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는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이긴 했지만, 삶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날씨에 어울리는 일상을 만들어나갔다. 온몸 불타는 기분에 물들도록 만드는 보드카와 뭉친 근육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사우나를 핀란드 인들의 삶에서 배제한다면 어떨까? 지금도 종종 모두를 긴장시키는 활동을 벌이는 화산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쾌함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는 아이슬란드 인들의 모습 역시 행복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덴마크 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안데르센이 꿈꾼 세계를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여 아름답게 발전시켜 나가기도 했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삶의 모습을 보였지만 다양성 안에 깃든 것은 ‘행복’이었다. 치열하기만 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삶을 사는 우리로서는 지극히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몇몇 이들은 인터뷰 당시에 고령이었는지라 지금은 고인이 되었고 역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를 또 다른 이들이 훌륭하게 채워주었고, 그럼으로써 이 사회는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학부 시절 학내 게시판에서 발견했던 핀란드 교환학생 모집 요강 글이 떠오른다. 내가 놓친 게 왠지 단순히 외국에 나가 외국어를 연마하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기회를 잘 잡았더라면 나도 저자처럼 ‘나의 스칸디나비아’를 외쳤을지 모르겠다.

 

 

q*****2 2013.07.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