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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같이 사는 사람. 벌써 17년이다. 하지만 내가 이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내가 낳고 키운 내 아이들도 내가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고 아픔이 있다. 사랑 앞에 이별 앞에 그리고 아픔 앞에 그들과 나는 어떤 사연들이 존재하고 생각이 존재할까? 가끔 남편이나 아이들과 이야기 한다. 엄마는 혹은 아빠는 둘이서 17년을 살았으면서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왜 모르냐고?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싫고 좋고를 떠나 적당히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이젠 누군가를 만날 일이 없어, 다시 사랑할 일이 있을까? 나는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라 그런지, 다시 시작할 다시 사랑을 시작할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 사랑을 한다는 건 좋을 수만 없는 것. 각자의 스타일대로 맞추고 적응하느라 감정싸움도 해야 하고 적당한 줄다리기도 해야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은 열정이 남아 있는 거라고. 한때 나도 생각해 본적이 있다. 조금은 늦었지만 미치도록 혹은 내 인생을 다 걸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왜 급 피곤함을 느끼는지. 역시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기는 감정이 무뚝뚝한 편인가보다. 그럼에도 가끔 사람과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한 이야기나 글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비록 감성은 메말랐지만 나라면 어떤 조언을 할지, 어떤 고민을 이야기 할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본다.
10편의 이야기와 10편의 산문.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행에 대한 스타일. 나는 미리 알아보고 계획하고, 그 계획에 맞게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숙박이다. 특히 화장실만큼은 무조건 깨끗해야 하고, 편리해야 한다. 그에 반해 맛 집 같은 건 검색하지 않는 편이다.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그러다 만나는 식당. 그런 식당을 좋아한다. 화장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면서 식당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우연히 만났지만 진짜 맛있는 집. 그런 식당을 선호한다.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계획에 없는 여행을 떠나보기. 잠잘 곳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이렇게 넓은 데 정말 잠잘 곳 하나 없을까? 하는 마음을 떠나는 여행. 그런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별에 대한 작가의 생각. 이 부분에 공감했다. ‘상대방이 싫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 옆의 내가 싫어서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 옆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할 때, 혹은 그 모습이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변해갈 때 우리는 이별을 결심한다.’ (93) 이별을 할 때 우린 상대방을 먼저 탓하는 경우가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대방은 그냥 그 자리에 있지만 내 마음이 변한 경우도 많으니까. 그 사람 곁에 있는 내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거나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린 이별을 생각하지 않을까?
사랑이고 이별이고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고 비스듬히 바라보는 것. 우린 사랑이나 이별에 겁이 났던 것은 아닌지. 이젠 사랑도 이별에도 무덤덤한 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예뻐서 웃음이 나지만 나에게 다시 사랑이 온다면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물으면 거절하고 싶다. 나는 지금 현재.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 현재를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믿고 사는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말하고 싶다. 지금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충분히 아끼고 사랑하라고. 우리가 녹는 온도. 서로의 간극을 조금만 이해하고 똑바로 바라본다면, 온도의 간극을 좁히지 않을까? 사랑으로 온도를 높여보자. 뜨거워서 금방 녹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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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편의 소설과 열 편의 산문. 정이현의 『우리가 녹는 온도』는 독특한 구성 방식의 이야기책이다. 이야기 하나에 산문 하나가 실려 있다. 『우리가 녹는 온도』의 부제는 '그들은 나는 우리는'이다. '그들은'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허구다. 짧은 소설로 반려동물, 짧았던 첫사랑의 추억, 제주에서 만난 인연, 여행 계획의 온도차, 방 하나를 얻기 위한 가난한 연인의 하루, 우정과 사랑 사이, 커피의 취향,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 딸과 엄마, 일상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나는'이라고 시작하는 산문은 소설가 정이현의 내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소설 한 편을 쓰기까지의 과정, 이야기를 만드는 어려움, 삶의 고비를 넘기는 그만의 치유 방식이 들어 있다. 일요일 오전에 읽은 『우리가 녹는 온도』는 훌렁훌렁 잘도 넘어갔다. 암막 커튼을 치고 햇빛을 모른척하고 누워서 읽었다.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데 좋은 책이었다. 따뜻한 이불과 좋아하는 인형들 사이에서 열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아니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 나이를 훌쩍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장되지 않은 문장과 담담한 일상을 말하는 글에서 나의 하루를 위로받고 있었다.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기어코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둔다. (정이현, 『우리가 녹는 온도』中에서)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완벽한 일요일. 나의 마음은 얼어 있다가 잠시 녹았다. 다시 얼겠지만 문장과 행간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소설가의 진심 어린 위로 덕분에 녹았다.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었다. 내일 아침 부신 햇빛에 다시 녹겠지만 긴 밤이 외롭지 말라고 장갑과 모자를 씌워 주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일은 그런 것이었다. 장갑을 끼워주고 목도리를 둘러 주는 일. 곧 죽을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내일 아침까지 견딜 수 있도록 지켜보아 주는 일. 익숙하지 않아 위로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소설가 정이현. 위로를 받기 보다 위로를 하는 쪽이 낫다고말한다. 그는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으로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위로의 방법을 택한다. 『우리가 녹는 온도』를 읽는 동안 반가운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고 얼른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미세한 온기에도 녹아버리는 눈+사람. 다정한 한 마디를 들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 어차피 죽을 거란 걸 아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전 위로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으로 시작하는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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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정이현 작가의 단편 소설? 에세이? 수필? 산문? 무엇이든 좋다. 이 책은 어떠한 한가지의 장르로 분류하기엔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나는 첫번째 이야기인 화요일의 기린이 가장 와 닿았다. 앞이 안보여도 걷지 못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곁에 오래 있어주길 바래본다. 따뜻한 이야기의 정이현 작가의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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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한자락과 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엮여 나온 책이다. 정이현이라는 작가는 삶 속에서 이런 점에 눈길을 주는 구나 싶은데 그 따뜻한 시선이 좋았고 공감 되는 점도 많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골랐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많은 시간을 흘러 정제되어 만들어진게 느껴져 참 읽기를 잘했다 싶었다. 겨울에 읽어서 그런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읽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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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작가의 소설이지만, 텍스트 외에 사진이 같이 수록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그냥 보면 그냥저냥 괜찮은 사진으로만 보이지만, 글을 읽고 난 뒤 감상하면 여러 가지 모티브가 보이는 기묘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정이현 작가만의 감성적이고, 수수한 듯하면서도 예리한 부분을 가감 없이 포착하는 문체와 재미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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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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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들은 때론 작은 물결을 만들기도 하고, 큰 물결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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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면서 단숨에 읽어 나가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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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본 작가다... 싶었는데, 10년도 더 전에 읽고 파격적인 인상을 받았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저자 정이현의 에세이였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에세이인지, 소설인지도 모르고 그냥 표지만 보고 집어 들고 왔다. 도서관 찬스를 이용하는 묘미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은우에게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긴장을 쉬 풀 수가 없었고, 여럿이 모여 왁자한 자리에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은우가 좋아하는 것은 책 읽기, 생각하기,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같은 것이었다. 모두 혼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pg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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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나의도시 작품으로 강하게 기억되는 정이현 작가의 신작이 나와서 관심갖고있다가 구매해서 읽었네요.표지도 이쁘고 짧은 글들이지만 표현이 참 와닿고 좋고 공감도 불러일으키고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옛날 생각도 하게되고 ...감정이입도 해보고...상황하나하나 일상스러운 분위기도 작품을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키는듯 해요 정이현 작가의 다른작품도 더 읽어보고 싶네요. 오랜만에 좋은작품 만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