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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따뜻하고 정확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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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세상의 소음은 사라진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더라도 그렇다. 나는 책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간을 읽으며 인물의 표정을 상상하고 그의 내면에 닿고자 애쓴다. 설령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뿐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를 발견하면 이 단어를 사용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문구에는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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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세상의 소음은 사라진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더라도 그렇다. 나는 책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간을 읽으며 인물의 표정을 상상하고 그의 내면에 닿고자 애쓴다. 설령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뿐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를 발견하면 이 단어를 사용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문구에는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부러움에 고민한다. 배혜경의 『고마워, 영화』를 읽으면서 그것은 더욱 커졌다. 문장을 읽고 있었지만 나는 장면을 읽고 있었고 영화 속 풍경을 읽고 있었다. 다채로운 질료로 한 편의 영화를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게 영화는 일상이 아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그러니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래서 영화를 읽어주는 이 책은 친밀한 접근이면서도 낯선 접근이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51편의 영화를 읽는 건 아니다. 우선 끌리는 영화를 부분을 먼저 읽었다. 위안을 주는 소중한 것들, 삶이 예술이 된다면, 의 영화를 먼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영화를 만났다.

 

 그녀와 내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함께 본 영화는 많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한 권의 책에 수많은 느낌과 리뷰가 있듯 한 편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리뷰를 읽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여전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한석규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런 아름다운 글은 나를 자꾸만 빠져들게 만들었다. 살짝 고백하자면 우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글은 마약과도 같다.

 

 “한 우산을 받고 빗속을 걷는 일은 사람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준다. 우산 안은 숨소리를 나누고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반쯤 닫힌 공간이다. 정원에게는 끝사랑, 다림에게는 첫사랑의 설렘이 우산 안으로 들이치는 빗줄기처럼 두 사람을 적시고 파고든다. 길을 걸으며 점점 반쪽 어깨와 등짝이 젖고 머리카락과 빰이 빗물로 얼룩져도 두 사람은 개의치 않는다. 비 비린내 밴 일상의 거리를 그렇게 걷는다. 사랑이란 대개 한쪽 어깨는 기꺼이 차가운 빗속에 내어두는 일이 아닌가.” (8월의 크리스마스, 252쪽)

 

 영화에서 정원과 다림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서로에게 스며든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함께 공유할 수 없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알고 싶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 그냥 그렇다는 거다. <미술관 옆 동물원>과 함께 읽어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분명한 건, 단순히 영화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정성을 다해 길어올린 문장으로 영화를 향한 애정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들려주는 책이다. 51편의 영화는 주연이자 도구인 것이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녀는 삶을 이야기하고 나누고자 한다. 모든 걸 갖춘 듯 보이는 50대 여교사 나칼리의 일상을 통해 우리의 그것과 마주한다. 흔들리지 않고 평온하려 애쓰려 노력하지만 때때로 욕망을 숨기는 스스로에게 좌절하는 게 인생 아니던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들 중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단 한 가지는 죽음이다.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나의 죽음. 나의 죽음은 인식의 대상이 못되고 그저 타인의 죽음만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것일 뿐, 타인의 죽음에 이해와 동행은 불가하다. 그렇게 다가오는 것들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행복은 행복을 가지기 전까지의 것이며 행복을 얻는 순간 기쁨은 달아난다는 말은 나탈리가 귀착하는 진리가 된다.” (다가오는 것들, 23쪽)

 

 보지 못했던 홍상수의 영화들, 그녀의 말처럼 <밀양>과 겹쳐지는 <오늘>, 꼼꼼하게 보고 싶은 <파니 핑크>, 거절할 수 없는 제목의 <낮술>, 윤계상의 연기를 확인하고 싶은 <풍산개>. 좋았던 영화가 많지만 특히 이런 부분이 좋았다. 네 남녀의 사랑과 관계, 그리고 사진이라는 장치와 떠오르는 음악으로 잘 알려진 영화 <클로저>에 대한 해설이라고 할까. 우리가 마주하는 게 내부가 아닌 외부이며 내부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선택의 몫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 기억하라는 조언 같았다.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들. 그 관계는 낯선 사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길을 가다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거나, 내게 길을 물어봤던 어떤 사람이었다거나, 우연히 내가 도움을 주었거나 내가 받았거나. 하지만 모든 우연한 만남이 관계의 친밀함으로 진전하지는 않는다. 관계가 친밀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택의 순간이 있어야 하고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그 친밀함이 왜곡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클로저, 102쪽)

 

 따뜻하고 정확한 눈으로 영화를 읽어주는 그녀 덕분에 보고 싶은 영화가 점점 쌓여간다. 책만큼 영화가 나의 일상으로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고마워, 영화』를 마주하길. 영화에 대한 사랑과 감성이 한층 더 풍부해질 것이다. 놓치면 후회할 영화와 글을 기대해도 좋다.

r*********s 2018.01.1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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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별로 안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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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책으로 누군가는 영화로 삶을 바라보기도 하겠다. 책과 영화는 조금 다르지만. 책을 볼 때는 머릿속에 영화가 펼쳐지겠다. 내가 어릴 때는 영화를 가끔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본다.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는 얼마 안 되고,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주는 걸 봤다.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지 한 적도 없다. 난 그저 재미있는 걸 봤다. 영화도 책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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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책으로 누군가는 영화로 삶을 바라보기도 하겠다. 책과 영화는 조금 다르지만. 책을 볼 때는 머릿속에 영화가 펼쳐지겠다. 내가 어릴 때는 영화를 가끔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본다.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는 얼마 안 되고,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주는 걸 봤다.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지 한 적도 없다. 난 그저 재미있는 걸 봤다. 영화도 책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보지 않을까. 한가지가 아니고 여러가지여서 다행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뒤로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사람이 줄었다. 이젠 많은 사람이 영화를 집에서 보지 않나.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건 다를 텐데. 영화 안 보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앞으로 영화는 달라질까. 벌써 달라졌던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에서 만드는 영화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건 영화관에서 못 보겠지. 그 영화는 다른 곳에서 보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영화를 만든 곳에서만 봐야 할까. 나 같은 사람은 한곳에서만 봐야 하면 안 볼 듯하다. 넷으로 시작하는 곳에서 처음 한 만화영화가 시간이 흐르고 다른 곳에서 해주는 걸 보면, 독점은 아닌 듯하다. 만화영화와 영화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난 아니지만, 책을 보고 삶이 바뀌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고 삶이 바뀐 사람도 있겠다. 영화를 많이 보고 자신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책을 보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쪽에 남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그렇다고 그게 안 좋을까. 그건 아닐 듯하다. 이런저런 영화를 보고 자기 삶을 생각하기도 할 테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멋진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다. 이 책 《고마워 영화》를 쓴 배혜경처럼 말이다. 내가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려고 할 것 같다. 책도 그러는구나. 내용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면 알 텐데.


 여기에는 영화 쉰한편이 담겼다. 내가 본 건 두편쯤이다. 하나도 안 본 게 아니어서 다행인가. 보지 못했다 해도 듣거나 글로 읽은 영화도 좀 있다. 요즘은 뭐든 빨리(몇 배속) 보기도 하는가 보다. 그렇게 보면 안 좋을 것 같은데. 볼 게 많은 게 그리 좋은 건 아니구나. 책도 다르지 않던가. 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다. 내가 그런다고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기는 하구나. 본래 속도대로 영상을 보거나 책을 천천히 본다고 잘 보는 건 아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봐야지 뭐. 영화를 한번만 봐도 깊이 있게 보는 사람 있겠다. 난 그러지 못한다. 책도 다르지 않구나. 영화가 담겼는데 책을 말하다니.


 한강 작가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만든 적도 있구나. 몰랐다.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채식주의자는 다른 나라에서 연극으로 만들기도 했구나. 그 연극은 지금도 할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그게 눈에 띄었다. 영화를 보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도 있겠다. 배혜경도 그럴 것 같다. 친구와 본 영화(<캐롤>)도 있고 딸과 함께 본 영화(<더 로드>)도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본 영화보다 혼자 만난 영화가 더 많을까. 영화가 아주 사라지지는 않겠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도 사라지지 않을 거다.




희선



n***8 2026.08.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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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여자, 배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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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여자, 배혜경1987, 영화 한편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다양한 시각과 얽힌 사연으로 연일 회자되지만 난 그 영화 보기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때 내 삶의 전부를 차지했던 일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겪을지도 모를 내적 부담감을 미리 방지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가지는 힘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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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여자, 배혜경

1987, 영화 한편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다양한 시각과 얽힌 사연으로 연일 회자되지만 난 그 영화 보기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때 내 삶의 전부를 차지했던 일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겪을지도 모를 내적 부담감을 미리 방지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가지는 힘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렇듯 영화는 힘이 세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불호를 가려가면서도 영화관을 찾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접하고 있다. 그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접하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고마워 영화'는 후자의 눈으로 본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더 친밀감으로 영화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는 영화를 만나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북촌방향’,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 ‘풍산개’, ‘클로저’, ‘, ’, ‘박쥐’, ‘낮술’, ‘향수’, ‘오늘’, ‘추격자’, ‘8월의 크리스마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채식주의자’, ‘아가씨51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동서양을 막론한 영화로 딱히 시대를 구분한 것도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사람 사는 일상의 반영이다.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람이 향유한다. 그러기에 영화에 대한 중심 이야기는 사람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각으로 배혜경의 '고마워 영화'는 대단히 인간적이다. 영화 속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거기에 그 영화를 보는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따라붙어 마치 책을 읽는 독자가 그 영화를 직접 만나는 것처럼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영화 평론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와 다른 시각이 있어 영화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읽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디게 읽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 부족도 이유겠지만 영화를 읽어가는 배혜경의 마음자리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영화를 재미와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최상의 텍스트로 꼽는다.”고마워 영화속 이야기가 풀어지는 실마리가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개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수필가 배혜경의 글이 지향하는 방향에 공감한다.

m*****8 2018.01.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