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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 고전 50'이라는 프로젝트로 35명의 국내 추천 위원이 참여하고, 이 책의 필진이자 선정 위원(강양구, 김상욱, 손승우, 이강영,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들이 1년간 매주 한 권씩 《프레시안》에 연재한 서평을 묶은 글이다. 과학을 어려워하고 꺼려 하는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중대한 과학적 이슈를 다룬 추천보다 독자들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읽고, 우주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소개된 분야는 물리학 14권, 진화론/인류학 10권, 생명/뇌과학 8권, 우주론 7권, 화학 3권, 수학 1권, 기타 7권이다. 한국 저자 책 중에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가 절판 상태인 것을 안타까워하며 저자들은 이번 선정으로 재출간에 힘을 싣길 바랐다.
1부는 일정 수준의 양적이고 물질적인 증거 중심의 과학적 사고방식이 주요 쟁점이다. 나탈리 앤지어 《원더풀 사이언스》, 이석영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마커스 초운 《마법의 용광로》, 샘 킨 《사라진 스푼》, 장대익 《다윈의 식탁》, 최재천 《개미 제국의 발견》, 마틴 브룩스 《초파리》,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이강환 《우주의 끝을 찾아서》가 소개되고 있다. 과학 교양서에 관심이 많아서 대부분 체크해 둔 책이었지만 이명현 교수가《마법의 용광로》를, 강양구 기자가 《초파리》를 홀대했던 걸 깨닫듯 나도 그런 책이 좀 있었다. 너무 유명한 저자라 좀 홀대했던 최재천 《개미 제국의 발견》과 마틴 브룩스 《초파리》였다. 진화와 역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가 "기원전 7만 년경 인지 혁명, 기원전 1만 년 전 농업 혁명, 500년 전의 과학 혁명'을 이뤄냈다는 앨빈 토플러, 재러드 다이아몬드, 유발 하라리 등이 제시한 인간의 세 번의 혁명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최재천은 이미 5000만 년 전에 개미들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농경 생활을 했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가축을 키우듯 진디를 키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제생활 속에서 계급이 나오고 전쟁과 대량학살이 일어나기도 하니 개미와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 거울 같다. 1만 2000종에 달하는 개미의 몸무게를 모두 합하면 72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인류의 무게와 맞먹는다. 생태계의 먹이 그물을 촘촘히 만드는 '개미세'가 아니라 단 한 개의 틈새만 매우는 호모 사피엔스 종의 '인류세'라고 지금을 칭하는 인류는 반성해야 한다고 이정모 필진은 강조한다. 강양구 기자가 소개한 마틴 브룩스 《초파리》에 따르면, 우리가 노화 방지를 위해 항산화 물질이 든 먹을거리를 권장하고, 비타민을 챙겨 먹는 세태의 원인은 '므두셀라' 초파리를 이용해 밝혀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물리학계가 이론 물리학자와 실험 물리학자로 나뉘듯이 생물학계에도 '모건으로 대표되는 실험 생물학자(유전학)와 다윈으로 대표되는 박물학자(진화론)'로 나뉘며 '은둔형-야외 활동형'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재밌었다.
2부는 인간을 새롭게 볼 인식 지평을 제시한다. 프란스 드 발 《내 안의 유인원》, 마틴 노왁 《초협력자》,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전중환 《오래된 연장통》,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릭 캔델 《기억을 찾아서》, 안토니오 다마지오 《스피노자의 뇌》, 닐 슈빈 《내 안의 물고기》,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만 믿는가》가 소개되고 있다. 프란스 드 발은 "가장 문명화된 사회라 여겼던 유럽의 심장부에서 자행된 만행"에 대한 과학적 변명으로 진화 생물학자들이 인간 본성의 폭력성과 이기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 보고,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성을 뒷받침하는 침팬지와 다른 성향의 보노보를 비교 제시했다. 지난 40년간 진화 심리학이 철학, 예술, 종교, 미학, 경제 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알려주는 《오래된 연장통》은 다음 문장이 핵심을 말해준다. "인간의 마음은 톱이나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이 담긴 오래된 연장통이다."
3부는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사회 시스템의 보편 법칙을 더 면밀히 살펴본다. 네트워크는 멱함수 법칙에 좌우된다는 마크 뷰캐넌 《사회적 원자》, 앨버트 바라나시 《링크》, 스티븐 스트로가츠 《동시성의 과학, 싱크》, 리처드 로즈 《원자 폭탄 만들기》, 제임스 왓슨 《이중 나선》, 스티븐 레비 《해커스》, 제인 구달 《인간의 그늘에서》, 프리먼 다이슨 《몽상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이 거론된다. 강양구 기자는 제임스 왓슨이 사회에 무리를 일으키는 인종 차별 발언을 하고 2014년에 1962년에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는 것 등 본받을 만한 과학자가 아니라고 말하며, 조너선 벡위드 《과학과 사회 운동 사이에서》를 더 추천한다. 또 그는 제인 구달 책도 소개한다. 그녀가 당시로서는 금기시되었던 연구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등의 감정 이입을 하고, 곰베 침팬지 사회에 무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혁신적인 일이었다. 그는 《인간의 그늘에서》가 침팬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타자와의 교감'을 다룬 감동적인 책이라는 걸 강조하며, 구달과 마찬가지 프로젝트였던 다이앤 포시와 고릴라, 비루테골디카스와 오랑우탄 이야기가 담긴 사이 몽고메리 《유인원과의 산책》도 추천한다.
4부는 과학의 패러다임이 전복된 순간을 목격하고 증언한 책들이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말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제임스 글릭 《카오스》, 닉 레인 《생명의 도약》, 앤드류 놀 《생명 최초의 30억 년》, 이종필 《물리학 클래식》, 데이비드 린들리 《볼츠만의 원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만지르 쿠마르 《양자 혁명》, 사이먼 싱 《빅뱅》, 션 캐럴 《이보디보》이다. 생명 과학 분야의 브라이언 그린, 리처드 도킨스로 알려진 닉 레인은 《미토콘드리아》 책이 꽤 알려져 있다. 《생명의 도약》은 내게 생소한 책이었다. 그가 생명 진화의 10가지 발명으로 꼽은 '생명의 기원, DNA, 광합성, 진핵세포, 성, 운동, 시각, 온혈성, 의식, 죽음'에 대한 자세한 서술을 읽어보고 싶다.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을 제대로 하려면 역학, 전자기학, 양자 역학, 통계 역학의 네 분야를 완전히 통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학에는 'F=ma', 전자기학에는 맥스웰 방정식, 양자 역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지만, 통계 역학에는 마땅한 미분 방정식이 없었는데 그걸 만든 이가 볼츠만이다. 물리학의 핵심 질문은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것(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인데, 볼츠만은 시간의 흐름과 관련된 물리량(엔트로피)를 미시적으로 기술할 방법을 제시하고 물리적 의미를 파악했다. 김상욱 교수는 엔트로피를 제대로 알로 싶다면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가 아니라 린들리 《볼츠만의 원자》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5부는 과학의 정신과 과학이 가지는 의미들, 우리가 오래전부터 가져온 질문과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야 할 질문을 담은 책을 소개한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찰스 올리버 다윈 《종의 기원》, 모리스 클라인 《수학의 확실성》, 필립 볼 《화학의 시대》, 크리스 임피 《우주 생명 오디세이》, 킵 손 《블랙홀과 시간여행》, 이강영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 스티븐 와인버그 《최종 이론의 꿈》, 강주상 《이휘소 평전》 등이다. 이 목록에 한국 최초의 이론물리학자 이휘소가 들어가는 게 합당한가 싶지만 한국인을 위한 과학 고전 길잡이를 표방하는 책이니 이해하기로 했다^^;
과학 책을 꾸준히 읽는 이들도 놓친 점을 알려주는 유용함이 있었다. 그러나 기고글이다 보니 개괄에 가까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향 잡기 어려운 초심자들에게 더 유익할 책이다. 짧은 분량의 많은 글을 통해 우리가ㅡ인공지능에 빗대어 비꼰 표현인ㅡ "고기로 된 두뇌"(마빈 민스키)를 가진 생물이기도 하고, '생각하는 별 먼지'(칼 세이건)이기도 하면서 이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즐기며 읽어나간 과학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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