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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강만길은 "우리 땅의 지정학적 위치가 '해양 세력을 겨누는 칼'이자 '대륙으로 가는 다리'(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공부 p.86)라고 말하며, 현재의 한반도는 "'동강난 칼'이요 부러진 다리'"(p.99)라고 진단합니다. 그 말씀대로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수 많은 침략을 받았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항전의 역사라 할 만 합니다. 때로는 대륙의 강대한 유목민족과 한족의 침입을, 때로는 일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선의 과제 였습니다. 그래서 산성을 쌓고 힘을 기르기도 했고, 중립 외교의 아슬한 줄타기도 했고, 근대에 와서 유길준은 '중립화론'까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아는 대로 그 어느 것도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영원한 평화야 당연히 없겠지만서도...... 그렇게 보면 최근 또 한 번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오늘 내일도 틀어질 수 있는 일이 남북관계지만요...... <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정학>은 이런 한반도의 정세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한반도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세계 유수의 "화약고(?)"를 두루 훑어보기에 이 만한 책도 없다 봅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설명이 쉽고 명쾌하다,' 입니다. "지정학은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p.9)"이라고 정의하며, 책의 제목을 정한 이유를 말합니다. 나아가 전쟁이 어떻게 지정학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동일한 지정학적인 상황에서 현대에는 왜 전쟁이 덜 일어 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쉽고 좋은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꼭 일본인이어서 흥미로웠다기 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 (상대적인) 일본과 미국의 후퇴 국면에서 일본은 전쟁하는 나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평화헌법에 대한 개헌추진이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하지만 한 번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한 번에 통일을 이룰 수 없듯이. 일본이 만약 전쟁하는 나라가 된다면 동아시아의 주변국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그렇기에 어떤 중간 다리가 필요할텐데, (저자가 말하듯이) "집단적 자위권"은 이런 일본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시도하는 논리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실제 6.25전쟁때 "UN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은 "'일본 특별 소해대'"를 파견했었고, "국제적으로는 무력 행사,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었다. (P.77)"고 하니,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봅니다. 일본의 안위를 위해서는 주변 우방과의 동맹을 안전하게 유지해야하며, 우방이 공격을 당하면 불가피하게 자신들이 공격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간주하여 함께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남북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한반도에 자동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럴듯 하면서도 가만히 듣다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입니다. 조선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으려면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해야 한다. 김홍집이 일본에서 중국 관리에게 얻어온 <조선책략>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당시에 미국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편을 듭니다. 중국은 기존에 조선에 가지고 있었던 권리를 놓치기 싫었으니 당연히 이런 말을 했을 것이고, 일본은 서양에서 잃은 것을 조선과 만주에서 만회하고자하는 '정한론'이 대두했을 때니 겉과 속이 다른건 여전한 걸까요.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자 일본을 끌여들였지만, 결국 조선은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를 북한으로만 바꾸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듭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속에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집니다. 통일에 대해서 찬반도 많고, 당위적인 소리만 늘어놓다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주적이라면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합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 배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가 지정학과 전쟁의 역사나 지나간 일과 현재의 정세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그래야 할지라도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인만큼 지정학이 뭔지, 일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북한이 없는 한반도는 어떨지에 대한 작은 생각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해양 세력을 겨누는 칼'이자 '대륙으로 가는 다리'니까요. 바다를 원하건 대륙을 원하건 지나야할 거점, 아니면 지켜야할 장소니까요. 그리고 이런 관심은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여기가 최소한 우리의 조국, 후손의 터전, 아니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니 있는 동안이라도 잘 쓰려면 어디서 물이 세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일본인이 쓴 책을 읽고 느껴서 조금은 아쉽지만, 혹여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쯤 읽어봄직합니다. ------------------------------------------------------------------------------- 지정학은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위치에 자리해 어떤 지리적 위기에 노출되면서, 혹은 어떤 지리적 이점을 누리면서 발전해 왔는지를 아는 것이다. p.9 지식은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 활용될 때 비로소 몸에 익히는 의미가 있다. p.10 지정학(지리적 정치학)이란 '지리적인 조건이 한 나라의 정치나 군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학문'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이 된다. 지리적인 조건이란 영토나 그 주변 지역을 뜻한다. 영토에는 그것을 빼앗기 위한 국가와 국가의 싸움, 즉 전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정학은 곧 전쟁의 역사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p.14 역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기묘하게 일어난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겠지만, 역사의 배경에느 예외 없이 국가의 속셈이나 의도, 좀 더 적라나라하게 말하면 야심이 존재했다. ... 필요한 것은 "연도와 사건만 알면 충분해"라고 말할 만큼 사실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자세, 그리고 '대략적인 흐름을 평한다'라는 대략적인 관점이다. p.16 일본 정부가 UN군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파견한 이 부대는 '일본 특별 소해대'라고 불리며, 전투 지역에서 후방 지원을 실시한 부대이다. 국제적으로는 무력 행사,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었다. P.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