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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의 책들이 침식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책을 깍아 내리는 비와 바람은 책에 대한 나의 기호와 성향이다. 자기계발서들이 하나 둘 깍여 사라지고 고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고, 에세이는 구석으로 밀려나고 철학 서적들이 하나둘 중심을 차지해 가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것은 오랜시간에 거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금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결국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거나 한 때 시간과 열정을 바쳐 끌어 안았던 책들만 남게될 것이다. 그러므로 20년쯤 지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그 모든 풍화를 이겨나고 남은 진짜 나의 책들이다. 그 단계가 되면 내가 사라진 후에도 그 '책'들은 '나'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다. 기주는 환갑을 넘기고 췌장암이 재발했다. 더이상 치료를 포기하고 이제 남아 있는 1년 여의 시간동안 그간의 인생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녀에게는 과거 문학강의를 해줬던 선생님이 유품으로 남긴 책이 있었다. 기주는 그 책을 같이 수업을 들었던 진영에게 남겨주려고 한다. 우선 기주 자신이 읽은 후에 그 책들을 진영에게 보내주는 식으로 남은 1년 동안 책을 '상속'해주려는 것이다. 진영이 받는 책은 두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아픈 사물이 되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둘은 여전히 그녀에게 살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 기주는 책을 한권 한권 읽을 때마다 '이번 생에서는 이 책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천천히 읽어 나갔다. 기주가 책을 포장해서 진영에게 보내는 만큼 그녀의 삶은 빠져나가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진영의 책장에 안착한다. 한창 떠오르던 신인 작가에서 더 많은 말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선생님의 글과, 마흔 아홉의 나이에 처음 글을 배우고 이제 겨우 문학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던 기주의 말. 그 모든 이야기들은 때로는 도스토옙스키가 되고 더러는 나보코프가 되어 진영의 책장 속에 기억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한 시기를 다해 사랑했던 어떤 것들을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남겨주는 작업이 바로 상속이다. 기주는 그때의 열정을 문학을 사랑하던 그 시절의 그녀를 남겨주려 할 것이다. 기주의 집에 내려갔던 진영은 꿈을 꾸고, 낯선 곳에서 항아리들을 발견한다. 자세히 다가가서 그것은 각각의 작가들이 남긴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자크, 플로베르, 카프카와 마르케스.. 항아리의 아래에는 선생님과 기주가 밑줄 그은 말들이 사금처럼 반짝이고 있다. 항아리가 깨진 파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에메랄드를 혀 밑에 넣으면 진실만 말하게 된대.' 진영은 그동안 글이 써지지 않았던 이유를 다시 생각하며 꿈에서 빠져 나온다. 항아리들은 기주보다 스무살도 더 어린 진영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여전히 반짝거릴 것이다. 소설을 덮고 책장에 남은 책들을 떠올린다. 남아 있는 책들은 갖은 풍화를 견디고 내가 남긴 작품들이며 그어 놓은 밑줄은 작품에 남긴 나의 기록들이다. 누군가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들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나를 반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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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아 구매했습니다. 수상작도 재미있었고 후보작들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죠. 사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의 매력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고찰과 성찰을 하게 해준다는 것인데 상속은 그 매력에 부합하는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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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것은 문학이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아닌가 합니다. 정체되고 고인 물이 썩어가듯이 문학도 마찬가지라서 미래로 흐르지 않는 문학은 죽은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움과 신선함 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과거의 문학이 쌓아 올린 것들을 적절하게 인정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 이런 신구의 조화가 무척 중요한 분야가 문학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읽은 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간발을 보면서 우리 문학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문학이 쌓은 여러 장점을 잘 활용하면서도 무척 혁신적인 발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 수상작품집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수상 시인들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점과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기술력을 느낄 수 있는 한 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수상자를 비롯해 후보에 오른 시인 모두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움과 옛것을 잘 활용한 시들을 쓴다는 느낌이었고 이런 경향이 앞으로의 우리 문단, 더 나가 한국 시단의 변화와 발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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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한국문학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대문학사에서 1955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다.
여느 문학상이라고 편차가 없을리요만, 이 책 또한 편차는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ㄱ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작품도 이고, 술술 익히며 공감대가 형성되는 작품도 있다. 심사위원의 평이 마음에 와 닿아, 아! 그렇구나라고 하는 작품도 있고 이건 아닌데 하고 반감아닌 반감을 갖는 작품도 있다.
세세하게 한 편 한 펴 글에 대한 평은 못하지만 해마다 빼놓지 않고 읽고, 기다리는 작품, 문학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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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상속」
편혜영 「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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