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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한 달이였다. 그때는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이 심술궂다 못해 죽을상으로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져있었다. 뭘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자꾸만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울컥하고.. 도대체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도 들도..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때는 정말 하루 하루가 지침 모드였고, 다음 날 눈 뜨지 않기를 바라며 잠을 청할 때도 있었다. 이때 더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마음에 여유가 전혀 없으니까..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갈 의욕도 없고, 영화를 볼 기력도 없고, 책은 한두 장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동면하는 곰처럼 잠만 계속 잤다. 그래서 더 무기력 상태가 오래 갔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한두 장이라고 꾸준히 읽히던 게 이 책이였다. 작가님이 내 또래인가? 왠지 내 또래이거나 어쩌면 나보다 조금 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겪는 우울함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이미 내가 지나온 과정을 현재 진행형처럼 이야기하는 게..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서 더 그나마 잘 읽혔던 것 같기도 하고..ㅎㅎ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가며 살아가면서 외로운 날이 외롭지 않은 날보다 점점 더 많아진다. 피부로 느껴지는 외로움과 가슴으로 스며드는 외로움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은 다행히도 피부로 느껴지는 외로움이 더 큰 지라.. 이럴 땐 그냥 사람들을 부대끼면 좀 낫다. 하지만 가슴으로 스며드는 외로움은 답이 없는 지라.. 그냥 더 처절하게 외롭게 두는 게 낫다. 흔히 뼛속까지 외롭다는 말들을 사람들이 가끔들 하는데.. 그렇게까지 나를 냅두다 보면.. 아프지 않는 한 피부로 느껴지는 외로움으로 돌아온다. 사람은 어차피 온기를 찾기 마련이니까..
늘 어른이라 하기엔 모자른 나라, 또 늘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라.. 이 책의 제목이 참 살가웠다. 딱 나를 위한 책일세~하며.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가끔은 뜨끔하게 읽었기에.. 나와 같은 또 다른 어른아이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 그리고 어깨의 그 돌덩어리 하나는 좀 내려놓으라.. 말해주고 싶다.
p.28 누구나 살아가면서 외로운 날들이 있다. 이런 날에는 나 혼자만 동떨어진 기분이 들며, 자존감마저 추락해 한없이 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기에 저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나의 경우는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결하는 편이였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랄 수 있겠으나 사람들과의 만남이야말로 외로움의 시간을 극복하는 가장 원만한 방식이 아닌가 싶었다. … 중략 … 외로움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밖으로 나가곤 했다. 하지만 만남의 시간 뒤로 집에 들어올 때면 더 큰 우울함과 마주했다. 언젠가부터 굳이 누군가를 만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급급하지 말고 차라리 외로움을 온 몸으로 겪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만 혼자 동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 때면 아예 작정하고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이 순간 비록 세상 누구보다 외로울 순 있어도, 한편으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 거라 여겼다. p. 보다 어른인 사람이 보다 어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세상. 내가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삼겹살 가게에서 마주쳤던 그 남성을 떠올리며, 게장 정식집에서 일했던 내 한 시절을 기억하며, 적어도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은 닮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p. 내게도 오랫동안 서로만 바라보며 함께한 사람이 있다. 문득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볼 때면 언제나 변함없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처음 그때의 그 수줍은 마음과는 조금 다를지는 몰라도, 수줍음과는 다른 애틋함이 더해진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녀를 사랑할 땐 늘 이별을 가슴속에 묻고 살아간다. 그러니 매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더라. p. 결국 너무 마음을 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가까이 지낼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만나기 마련이고, 한 사람을 알아가는 행복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니까. 만약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겨진다면, 그래 그건 나중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일단 지금의 만남을 즐기자. p. "그래서 요즘은 외롭다는 감정이 느껴질 때면 내가 많이 지쳐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해. 그럼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쉬어 가야 할 때가 온 거로구나, 라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외로움이 막상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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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로 산다는 것>은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정확히 말하면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어른이 될 준비도 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책이다. 미숙해도 괜찮다고, 서툴러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좌절하고 절망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