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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내용보기
[소 / 최수연 글 사진 / 그물코]   제목 : [소]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사람이 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랜 전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서 소를 키웠다. 이른바 농우(農牛)다. 소 한 마리가 한 집안 또는 한 마을의 농사일을 맡아했는데, 박제가의 [북학의]에서는 소 한 마리가 여덟 사람 몫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내용보기

[소 / 최수연 글 사진 / 그물코]

 

제목 : [소] 우리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사람이 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랜 전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서 소를 키웠다. 이른바 농우(農牛)다. 소 한 마리가 한 집안 또는 한 마을의 농사일을 맡아했는데, 박제가의 [북학의]에서는 소 한 마리가 여덟 사람 몫을 한다고 했고, [산림경제]에는 소 한 마리가 하는 일은 아홉 사람이 해도 모자란다고 했다. 일하는 소가 없으면 여덟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밭을 갈았다고 하니 농사일에서 소는 중요한 존재였다.

 

소가 단순히 일만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영화 [워낭소리]는 소와 농부의 정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보다 더 애틋한 정과 믿음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사람은 배신을 해도 소는 배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소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집에서 오래 같이 생활하고 일하며 지낸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다.

 

     생구(生口), 살아있는 입. 우리 조상들은 소를 이렇게 불렀다. 생구는 원래 한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하는 것인데, 가축 가운데 유일하게 소를 생구라고 불렀다. 사람과 똑같이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여겼다. 사람은 소를 한 솥밥 먹는 생구라 여기고, 소는 집안의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 - 60p

 

이후에 농사짓는 기계(鐵牛의 시대)가 나오면서 소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리고 일하는 소에서 먹는 소로 소의 역할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소의 시련은 시작된 것이다. 원래 소의 천직은 고기 제공이 아니고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혹자들은 일하는 소의 운명이 안쓰럽다고 하지만 일하지 않는 소의 운명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소를 키우면서 집단 사육이 시작되었고, 광우병과 소값하락, 축산농가의 경제문제 등이 불거진 것이다.

 

시골에서 소 한 마리만 있으면 부자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소 한 마리가 집안을 일으키고, 자녀의 대학학비와 결혼자금을 댔다. 소는 농사일을 거들어주는 일꾼이며 한 집안의 재산이었다. 이제 소는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없다. 사람들은 경제라는 저울에 달아 소를 평가하더니 결국 소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소는 경제적 가치 외에도 더 많은 가치를 지닌다.

 

소에 얽힌 이야기 하나. 故 정주영 회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소 판 돈을 훔쳐서 가출한다. 성공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그 방법밖엔 없었다. 이후 크게 성공한 정회장은 북한에 소 1001마리를 끌고 방문한다. 소는 정회장에게 성공의 의미였고, 아버지에 대한 효도의 한 방편이었다.

 

불교에서는 소가 깨달음의 상징이며, 우직한 소는 근면함의 상징이다. [워낭소리]에서는 또다른 가족인 생구의 의미가 있다. 이렇듯 소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 외에도 우리의 삶과 같이하는, 우리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이었다.  

 

이제는 일하는 소를 볼 수 없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저자는 우연히 마주친 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의 일상과 일하는 모습을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훗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닌, ‘소가 일하던 시절’이라는 말로 옛날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어미소와 송아지의 일상, 소가 일하는 모습, 소를 키우고 길들이는 풍경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어린 시절에 소를 키워봤던 사람들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라져가는 풍경들을 이제는 되돌릴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새벽부터 소를 끌고 나가 일을 시켜도 뜨거운 한낮에는 일을 쉬게 했다. 한가로이 그늘에서 풀을 뜯게 했다. 소가 쓰러지면 장정 열댓 명이 쓰러지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소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 민족은 사람이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소 때문이라고 여겼다. 농사일에 관한 한 힘든 일은 소가 도맡아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소는 집에서 지내는 머슴처럼 사람대접 받으며 한 식구처럼 살았다.

 

     한 이십년 농부와 밭을 간 소는 어설픈 농부보다 낫다고 했다. 노련한 소가 신출내기 농부와 밭에 나가면 농부가 소를 끄는 것이 아니라 소가 농부를 끄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렇게 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지난날 소의 삶은 경이로웠다. 평소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의 죽음을 알고 묘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상을 간 의로운 소는 소가 아니라 사람인 듯싶다. 이후 의로운 소는 이십년 동안 천수를 누리고 꽃상여를 타고 세상을 떠났다. 어느 동물이 이런 삶을 살다 갈 수 있겠는가. 소는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다 된다. - 22p

o*****a 2012.05.13. 신고 공감 2 댓글 2